(제 38 회)

제 4 장

3

 

(1)

 

《무슨 말씀을… 정숙동지가 경위대사업을 당적분공으로 도와주기 시작한 때부터 여러가지 전변이 일어나고있습니다. 모든 군관, 병사들이 그것을 인정하고있습니다.》

김정숙동지로부터 그간의 당적분공수행정형을 보고받던 세포위원장은 경탄의 시선으로 그이를 마주보았다. 당원은 당앞에 바로 이렇게 허심하고 성실해야 하는구나! 비로소 지금에야 그것을 깨닫는듯싶었다. 녀사께서는 그동안 나가셨던 여러 단위의 결함을 자신에게서 찾으시였다.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가며 응당 해야 할 일들을 못하였다고 하시였다. 조금의 꾸밈도 없이 진심으로 자신을 반성하시였다. 누가 말했던가? 반성의 깊이는 량심과 성실성의 높이를 반증한다고. 옳은 말이다. 세포위원장은 당조직앞에 자신을 투명하게 자기비판적으로 드러내보이시는 그이의 당적량심과 인간적성실성을 보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담담한 어조로 계속하시였다.

《물론 제가 경위대사업을 도와준것도 있기야 하겠지요. 그러나 사업과정에 부족점이 더 많았습니다. 많이는 훈련정형만 살펴보면서 군인들의 사상교양에는 낯을 적게 돌렸습니다. 학원을 졸업하고 새로 배치된 일부 군관들은 허영에 들떠있습니다. 사상적으로 해이되여있습니다. 정치학습을 게을리하다보니 남녀평등권법령의 본질과 정당성도 옳게 리해하지 못하고있는 군관이 있습니다.》

세포위원장은 얼굴을 붉히며 김정숙동지께 말씀드렸다.

《그건 제 책임입니다. 정치사업을 책임진 제가 일을 잘하지 못해서 그렇게 되였습니다.》

《전 그런 뜻에서 하는 말이 아니예요. 사상교양사업의 거점인 <건국실>의 내용에 미처 관심을 돌리지 못한 자신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지금 <건국실>에는 제반민주개혁의 본질을 선전하는 내용도 없고 별로 의의가 없는것들이 게재되여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남녀평등권법령을 잘못 리해하는 페단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우리 군대의 성격에 맞게 <건국실>을 갱신하고싶습니다.》

세포위원장은 한순간의 침묵끝에 이렇게 말하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의 <건국실>을 갱신해볼 생각을 하여본 일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런 구상도 없습니다. 정숙동지가 그 내용을 어떻게 꾸렸으면 좋겠는지 구체적인 안을 제기해주십시오.》

《그럼 제 생각을 정리해서 간부동지들에게 보여드리겠습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다음날 《건국실》갱신안을 강상호와 세포위원장앞에 내놓으시였다. 진작 품어오신 구상이여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갱신안은 김일성장군님께서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쌓으신 업적과 해방후 펼치신 로선과 정책, 그이의 건군사상과 전법이 주되는 내용으로 되였다. 거기에 우리 나라 애국명장들에 대한 소개도 포함되여있었다.

그이의 설명을 듣고난 세포위원장의 얼굴에 흥분이 어리였다.

《적극 찬성합니다.》하고 그는 어조를 바꾸어 생각깊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며칠전에 정숙동지는 장군님을 필사호위하자는 구호를 정문에 써붙이셨는데 지금 내놓은 <건국실>내용에도 그 사상이 관통되여있군요. 나는 우리 군대, 특히는 경위대의 당정치사업이 어디에 모를 박아야 하는가를 명백히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잘못된 점이 많았습니다.》

《위원장동지, 그렇게까지 심각히 생각할것은 없습니다. 여기 강상호동지도 앉아있지만 저는 빨찌산시절에 모두가 장군님을 한마음으로 받들고 따르던것처럼 우리 군인들도 그래야 하리라는 생각으로 <건국실>내용을 생각해보았을뿐입니다.》

그이께서는 겸손히 미소를 지으시였다.

강상호가 세포위원장에게 머리를 돌렸다.

《훌륭한 안이 나온것만큼 곧 착수합시다.》

《그렇게 합시다. 오늘중으로 세포위원회를 열고 토론을 합시다. 내용이 새로운것만큼 액틀도 갱신해서 번듯하게 꾸려봅시다. 목수재간과 그림재간이 있는 동무들을 동원시켜야지요.》

《우리 경위대에 목수재간이 있는 동무들은 여러명 있는데 그림솜씨가 뛰여난 동무는 보지 못했습니다.》

강상호는 세포위원장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혹시 그런 사람을 알고있지 않는가고 묻고있었다.

《직관사업을 하는 동무가 있기는 한데…》

《애국명장들의 초상화랑 보천보전투를 비롯한 대표적인 전투들의 략도랑 그려야 하겠는데 그 수준을 가지고서야 안되지요.》

《아무튼 세포위원회에서 숨어있는 재간둥이들을 찾아봅시다.》하고 세포위원장은 김정숙동지께 시선을 돌렸다.

《오늘 저녁 열리는 세포위원회에 꼭 참가해주십시오.》

《세포위원회 위원도 아닌데 제가 어떻게 참가하겠습니까. 그저 분공을 받은 당원으로 <건국실>을 꾸리는 사업에 계속 관심을 돌리겠습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회의에 참가하는것만은 끝내 사양하시였다. 평범한 한 당원으로 《건국실》을 꾸리는 사업에 자신이 하실수 있는 모든것을 다하리라고 생각하시였다.

어느날 오후, 녀사께서는 《건국실》에서 유난히 흰 종이우에 붓을 드시였다. 《건국실》에 최근에 창작된 《김일성장군의 노래》를 써붙이기로 예정되여있었다. 항일의 나날에 무수히 구호를 쓰셨던 경험으로 노래의 가사는 손수 쓸수 있다고 여기시였다. 하지만 정작 붓을 고누어들고보니 손이 떨리시였다. 선뜻 종이에 붓을 대지 못하시였다. 마음이 앞선 나머지 자기의 솜씨를 모르고 서둘러 붓을 든게 아닐가, 《건국실》에 나붙는것이여서 특별히 잘 써야 할텐데… 아니, 글씨가 곱지 못하더라도 써야 한다, 아직 널리 보급되지 못한 장군님의 노래를 경위대원들부터 먼저 불러야 한다, 하루도 미룰수 없다, 이제 솜씨있는 미술가가 나타나면 다시 쓰게 하자. 이같이 생각하며 주저하던 붓을 달리시였다.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압록강 굽이굽이 피어린 자욱

    오늘도 자유조선 꽃다발우에

    력력히 비쳐주는 거룩한 자욱

    아 그 이름도 그리운 우리의 장군

    아 그 이름도 빛나는 김일성장군

   

 

입속으로 외워보며 한자한자 정성을 기울이시는 녀사의 가슴속에는 어느새 노래의 가사가 불러내는 숭엄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동시에 노래가 세상에 나오게 된 사연이 되새겨지셨다.

김일성장군님을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 위원장으로 높이 모시고 토지개혁법령이 발포되여 온 나라에 영광과 행복의 격정이 터져오르던 어느날 김책동지가 찾아왔다.

《더는 미룰수 없는 일이기에 정숙동무와 의논을 하자고 이렇게 찾아왔소.》

평소에는 좀처럼 침착성을 잃지 않는 김책이였다. 하지만 아무런 전제도 없이 불쑥 미룰수 없는 일이라고 하면서 몹시 흥분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사뭇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조심히 물으시였다.

《무슨 일인데요?》

그제서야 김책은 이리로 오면서 잠겨버린 골똘한 생각에서 깨여나지 못한 나머지 밑도 끝도 없는 말을 하였다는것을 깨달았다.

《아, 참. 장군님을 칭송하는 노래 말이요. 이제는 김일성동지가 어떤분이시라는것을 노래에 담아 전체 인민이 부를 때가 되였단 말이요. 이제 더는 미룰수 없소. 그래 정숙동무의 의견은 어떻소?》

녀사께서는 커다란 감동속에 침묵하시였다.

《왜 말이 없소?》

김책은 초조히 다우쳤다.

《저라고 무슨 다른 의견이 있겠습니까. 나 역시 이미전부터 깊이 생각해오던 문제입니다.》

장군님께서 찬성하지 않으리라는것은 나도 알고있소. 원체 그런분이시니까. 그렇다고 우리가 그냥 있어야 하겠소? 절대로 그럴수 없소. 일이 제대로 되자면 장군님께서 개선을 하시자 인차 노래를 지어 불러야 했소. 개선연설을 하실 때 우리 인민의 경모의 감정이 얼마나 세차게 폭발했는지 모르오. 장군님을 칭송하는 송가의 창작은 우리 인민의 한결같은 소망이요.》

그렇다. 그것은 장군님을 진심으로 받들고 따르는 인민의 소망이다! 그 소망에 화답하려는 김책의 심정에 뜨거운 공감을 느끼며 말씀하시였다.

《참말로 좋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노래가 완성될 때까지는 비밀에 붙여야 할것 같습니다. 장군님께서 아시면 엄하게 만류하실테니까요.》

응당 비밀에 붙여야지. 동무가 찬성을 하니 됐소. 내 문화인협회에 가서 창작가들과 토론을 하겠소. 그들은 적극 호응할거요. 노래는 인차 창작될거요.》

김책이 장담을 했지만 몇달이 지나도록 노래는 나오지 못하였다. 안타까이 기다리셨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드디여 소식이 왔으나 장군님의 위인적풍보와 불멸의 업적을 한편의 가사에 담는것이 너무도 어려운 일이여서 시인이 여적 모대기고있다고 하였다.

녀사께서는 문화인협회를 찾아가시였다. 창작실의 어수선한 분위기만 보시여도 소문그대로 시인이 겪고있는 고충이 헤아려지셨다. 책상우에 놓여있는 구겨진 원고지들, 밤을 지새우며 잠간씩 눈을 붙이는데 쓰인 낡은 모포와 목침, 타다남은 굵직한 양초, 사색을 집중하려고 백포를 반나마 가리운 창문… 후줄근한 와이샤쯔를 입고 책상을 마주하고 머리를 움켜쥔 시인은 방안에 사람이 들어서는줄도 모르고있었다. 주위세계를 망각하리만큼 자감상태에 빠져버린듯싶다. 안내를 하던 협회의 책임일군이 그를 소개했다.

《가사창작을 책임진 리찬선생입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 이름이 귀에 익으시였다. 출판물에 실린 그의 시들을 여러편 읽으셨던것이다. 그중에서도 《장군은 바쁘시다》라는 서정시에서 깊은 감명을 받으시였다.

안내를 하던 일군이 리찬의 어깨를 두드렸다.

《리찬선생, 김정숙녀사께서 오셨소.》

그제서야 리찬은 생각에서 풀려나 벌떡 일어섰다.

《이렇게 오실줄은…》

그는 당황한 시선을 감추지 못하며 가볍게 얼굴을 붉혔다. 거두지 않은 방안을 두고 부끄러운 모양이다.

《가사를 창작하느라고 수고가 많겠습니다.》

《앉으십시오.》

리찬이 서둘러 걸상을 권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와 마주앉으시였다.

《가사창작이 뜻대로 안된다는데 선생생각엔 어디에 원인이 있는것 같습니까?》

눈웃음을 그리며 친절히 물으시였다. 길쑴한 시인의 얼굴은 고충에 시달려서인지 수척했다.

《원인이야 명백하지요. 저의 재주가 무딘데다가 장군님의 업적이 너무 위대하기때문에 한편의 가사와 같은 작은 형식에는 도무지 담아낼수 없습니다. 항아리에 바다물을 통채로 담아야 하는것처럼 엄청나게 아름이 찹니다.》

《지나치게 어렵게만 생각하는것 같군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힘들게 생각하지 않을래야 않을수 없습니다. 장군님은 어떤분이십니까. 장군님은 만고의 영웅이고 절세의 애국자이십니다. 그처럼 위대한분을 한편의 노래로 칭송한다는게 어디 조련한 일입니까? 적어도 이 노래는 저 프랑스의 유명한 <마르세유즈>나 로씨야의 <쓰쩬까 라진>보다 더 훌륭해야 합니다.》

리찬은 열정적으로 자기의 심정을 토로했다.

녀사를 뵈옵고보니 겪고있는 고충을 숨김없이 헤쳐보이고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선생은 백두산에 올라가보셨습니까?》

《올라가보지 못했습니다.》

리찬은 가볍게 응대하며 얼굴을 붉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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