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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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동지께서는 승용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저택의 울타리밖에 서계시였다.

(장군님, 부디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마음속으로 간절히 축원하시였다.

이 아침 김일성동지께서는 개천으로 떠나신다. 개천지구에 갓 조직된 보안간부훈련소 제1소가 자리잡고있었다. 이무렵에 장군님께서는 정규군건설을 본격적인 단계에서 추진시키시였다.

지난 7월에 중앙보안간부학교창립을 선포하시였다. 련이어 해군지휘관들을 양성하기 위한 수상보안간부학교 창립준비를 다그치시였다. 평양학원 항공과에서는 2기생부터 비행사들을 양성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시였다. 그러시는 한편 보안간부훈련소들을 조직하시였다. 제2소는 라남지구에 있었다. 군사학교들과 훈련소들을 통일적으로 지도하는 지휘부도 내오시였다. 1946년의 하반년은 우리의 건군사에서 정규군건설의 도약이 마련되는 나날이였다.

많은 사람들은 장군님께서 군건설을 위하여 얼마나 고심어린 심혈을 기울이고계시는지 모른다.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소문없이, 때로는 비밀리에 벌리시는 군건설사업이였다. 로동법령, 남녀평등권법령, 산업국유화법령… 련이어 벌어지는 제반민주개혁으로 사회적변혁이 이루어지는 이무렵에 군건설사업에서도 놀라운 사변이 벌어지고있다는것을 알고있는 사람은 제한되여있었다. 누구보다도 장군님의 정규군건설을 위한 구상과 의도, 거기에 바치시는 심혈을 잘 아시는분은 김정숙동지이시였다.

과연 현단계에서 어떻게 하면 장군님의 군건설사업을 조금이라도 도와드릴수 있을가?

김정숙동지께서는 승용차가 사라진쪽을 바라보시였다. 지금까지 그 사업에 여러가지로 마음을 써오셨지만 해놓은 일이 너무나도 하찮게 생각되시였다. 보다 적극적으로 보탬을 드리고싶으신 강렬한 충동을 느끼며 그 길로 경위대지휘부에 가시였다. 이미부터 관심을 돌려오신 경위대사업을 더 잘 도우려고 결심하신것이다. 그동안 경위대에서는 심한 대렬변동이 있었다. 우수한 지휘관, 병사들이 군사학교들과 보안간부훈련소들에 여러차례 뽑혀갔다. 대신 평양학원을 졸업한 학생들이 그 자리의 대부분을 메꾸었다. 그러다보니 대오의 질적수준이 전보다 낮아졌다. 새로 배치된 소대장들은 대원들의 정치상학과 군사훈련을 응당한 수준에서 지도하지 못했다. 그것을 두고 안타까와하는 강상호의 호소를 여러번 들으시였다. 그의 호소가 아니더라도 진작 그러한 실태를 알고계시였다. 경위대의 당조직에 망라되여 당생활을 하시였던것이다. 당회의들에서 론의되는 문제에 적극 참가하시였고 때로는 상학들을 참관하기도 하시였다. 곁에서 보기에 안타까운 때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런 공직도 없는 자신으로서는 그들의 사업에 간참을 할수 없다고 생각하여오시였다. 지휘부를 찾으신 녀사께서는 강상호와 당세포위원장에게 그러한 심정을 헤쳐보이시였다.

《…저는 경위대당세포에 소속된 당원입니다. 당세포에서 경위대사업을 도와줄데 대한 당적분공을 준다면 저는 기꺼이 그 분공을 성실히 집행하겠습니다.》

다소 주저하시면서 조심스레 말씀을 비치시였다.

《정숙동지가 당적분공으로 우리 사업을 도와주시겠다면 그처럼 반가운 일이 어데 있겠습니까.》

강상호는 기쁨에 넘쳐 응대했다. 하지만 세포위원장은 심중한 표정이였다. 그는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녀사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우리로서는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그런데 우린 녀사님께서 여러가지 일로 얼마나 분망하신지를 잘 압니다. 그러지 않아도 경위대사업때문에 늘 수고를 해오셨는데 더 큰 부담을 겹치게 하는것이 죄스럽습니다.》

강상호와는 달리 퍽 어려워하는 태도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며 정중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위원장동지, 저는 지금 평범한 한 당원으로서 당조직앞에 자기 심정을 이야기하고있습니다. 그런데 위원장동지가 저를 별나게 부르니 듣기가 거북하군요. 그저 <정숙동무>라고 불러주세요. 저는 어디까지나 경위대당조직의 지도를 받으며 당생활을 하는 당원입니다. 위원장동지가 례외적으로 대하는걸 보니 아마도 제가 지난날 당조직앞에 허심하지 못했나봅니다.》

《아니, 무슨 말씀을… 제가 그만…》

세포위원장은 당황했다. 얼굴을 붉히며 어줍은 미소를 그리였다.

김정숙동지께서 그에게 말씀하시였다.

《저의 수고에 대해서는 생각지 말아주세요. 하고싶어 하는 일은 힘든줄 모른답니다. 경위대는 임무의 중요성으로 보아 전군의 본보기가 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본보기단위로 되는데 적으나마 힘껏 기여를 하고싶습니다.》

강상호를 마주보는 세포위원장의 눈이 기쁨으로 빛났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경위대당세포는 당원 김정숙동지에게 경위대사업을 방조할데 대한 분공을 정식으로 드리겠습니다.》

《위원장동지, 고맙습니다.》

세포위원장은 강상호에게 말했다.

《그 분공내용을 오늘중으로 모든 당원들에게 알려야겠구만. 그래야 정숙동지가 어느 중대나 소대에 나타나도 달리 생각하지 않을거란 말입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지휘부를 나서시였다. 스스로 받은 분공이지만 정식으로 결정이 되고보니 어깨가 무거워지는것을 새삼스레 느끼시였다. 병영밖으로 나와 걸음을 옮기시는데 느닷없이 호령소리가 들리였다.

《이놈아, 내앞에 꿇어앉아라. 소대장이 되였다고 우쭐해서 그런 고약한 편지를 쓴 네놈을 내 용서치 않을테다.》

그쪽으로 머리를 돌리시였다. 으슥진 울타리밑에서 웬 로인이 마주선 군관에게 호령하고있었다.

《할아버지, 제발 좀 조용히…》

사방을 두릿거리며 애원을 하는 군관은 원명철이였다. 그는 지난 5월에 경위대에 새로 배치되여온 소대장들중의 한사람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경위대에 온 그를 처음 보셨을 때 얼마나 기쁘셨는지 모른다. 평양학원개원식의 그날에 뜻밖에 인연을 맺으신 명철이였다. 그런데 그가 무슨 일로 닥달질을 받고있을가? 허연 수염발을 떨며 호령을 하는 로인은 필경 그의 할아버지일것이다. 학원에서 도망친 손자에게 도리깨찜질을 하였다는 사실이 불현듯 상기되시였다. 지금은 후들거리는 손에 도리깨가 아니라 몽둥이가 들려있었다. 펄펄한 기상으로 보아 그 몽둥이로 손자를 사정없이 후려칠 잡도리였다.

《이놈, 두말말고 꿇어앉아라. 네놈의 허파에 찬 바람을 내 빼줄테다.》

《할아버지, 제발…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 집뜨락이면 몰라도

원명철은 울상이 되여 로인에게 매달렸다. 남의 눈에 띄울가봐 겁을 내고있었다.

일순 멈춰섰던 김정숙동지께서는 그들에게로 다가가시였다. 사연이 어찌되였든 떠들어댈 장소가 아니였다.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경위대의 군관이 매질을 당하는것을 본다면 어찌되겠는가.

《로인님, 진정하십시오.》

안타까이 말씀하시였다.

《남이 참견할 일이 아니요.》

로인은 추상같이 소리쳤다.

이쪽을 알아본 원명철의 얼굴이 해쓱하니 질리였다. 당황한 나머지 인사도 올리지 못하고 어찌했으면 좋을지 몰라하였다.

《제가 참견할 일이 아니더라도 진정하십시오. 명철동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소동을 피워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내 그걸 모르는바 아니지만 이놈의 행실이 너무 괘씸해서 도무지 분을 삭일수가 없소. 이런 덜된 놈은 만장앞에서 망신을 당해도 싸단 말이요. 우리 원씨가문이 이런 놈을 가법으로 어떻게 다스리는지를 여러 사람앞에서 보여주고싶소.》

《저의 집이 여기 가까이에 있습니다. 집에 가서 손자를 다스려주십시오.》

깊은 사려에 저으기 공감이 가는지 로인은 성을 가시고 감심어린 눈으로 마주보았다.

《아낙은 도대체 뉘시오?》

어느새 자신을 수습한 원명철이 할아버지에게 조용히 여쭈었다.

김정숙녀사이십니다.》

로인은 놀라며 손자를 돌아보았다.

《그럼 장군님의 부인이시란 말이냐?》

《그렇습니다.》

《진작 그렇다고 말을 해야 알게 아니냐. 네놈은 이끝저끝 구실을 못하는구나, 고현놈.》

손자를 다시 쏘아본 로인은 표정을 바꾸며 김정숙동지에게 머리를 돌렸다.

《부실한 손자를 두다보니 이거 인사가 안됐습니다.》

《명철동무한테서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바 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여 반갑습니다. 평양학원개원식날에 할아버지가 보내신 쌀로 학생들이 점심을 잘 지어먹었습니다. 그날 전 할아버지께 마음속으로 고마운 인사를 몇번이고 보냈습니다.》

《원 무슨 말씀을… 쌀 한자루가 뭐 그리 큰거라고…》

로인은 주름진 얼굴에 감동된 표정을 떠올리더니 이렇게 말씀올렸다.

《명철이녀석이 학원을 졸업하고 집에 휴가를 왔을 때 김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 늙은것의 심정까지 헤아리시여서 그 녀석이 학원에서 다시 공부를 하도록 녀사께서 왼심을 써주셨는데 진작 감사의 인사를 올려야 할 사람은 저올시다.》

《할아버지, 말씀을 낮추십시오. 그리고 그때 제가 왼심을 써서 명철동무가 다시 공부를 하게 된것은 아닙니다. 저는 학원간부들에게 사연을 사실 그대로 말씀드렸을뿐입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명철동무는 공부를 계속했을것입니다.》

《아무튼 학원에서 쫓겨날번 했던 놈이 너그러이 용서를 받고 공부를 했으면 매사에 행실을 바로 해야 할게 아니웨까. 헌데 졸업을 하고 군관이 되더니 우쭐해서 덜된 생각을 하고있지 않소이까. 에익 고현놈.》

로인은 마지막말마디에 어성을 돋구며 손자가 서있던 쪽을 피끗 돌아보았다. 어느새 원명철은 사라져버리였다. 녀사님앞에서 부끄러운 몰골을 보이게 되여서 쥐구멍에라도 숨고싶어하더니 몸을 사린것이다.

《녀사님이 아니였다면 내 오늘 그놈의 사등뼈를 분질러놓는건데…》

로인은 손에 들고있던 몽둥이를 던져버리였다.

《명철동무가 군무생활에 성실한것으로 알고있는데 무슨 잘못을 저질렀습니까?》

김정숙동지께서는 조심히 물으시였다.

《함부로 터놓기 부끄러운 일이올시다. 허참.》

로인은 난색을 지으며 한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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