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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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사람을 일별하시던 김정숙동지께서 말씀하시였다.

《순실동무, 받아두세요. 차영환동무는 가정살림을 하지 못합니다. 쏘도전쟁때 안해와 아들애를 잃었어요. 첫날, 종남이가 역에서 석탄을 줏는걸 보고 아들애 생각이 나서 일손을 도왔다고 했어요.》

《그랬댔군요!》

다시 차영환을 바라보는 순실의 눈에 새로운 깨달음과 련민의 감정이 교차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후에도 몸이 회복된 순실을 여러차례 찾아가시였다. 그가 공장의 녀맹사업에 나서도록 따뜻이 이끌어주시였다. 청진에 계실 때까지는 차영환과 순실이가 다시 만난 일이 없는것으로 아시였다. 그때에는 그들이 서로 가정을 이루리라고 전혀 생각지 못하시였다. 일반적인 관념으로 보면 그들은 짝이 너무도 기운다고 할수 있었다. 경력과 직위, 인품으로 보아 30대 초반의 차영환은 미모의 처녀들도 줄을 설만 한 남자였다. 그러한 그가 순실이와 같은 녀자와 결혼을 하였다.

청진을 떠나오신 후에 그들사이의 교제가 어떻게 깊어지게 되였는지는 알수 없으시였다. 아무튼 명백한것은 차영환이 사랑의 선택에서 화려하거나 유족한 그 무엇도 바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치레를 모르는 순실의 모습을 좋게 보았으며 그의 가난한 살림과 그가 겪은 지나온 고생에 동정을 품었을것이다. 녀사께서 잘 아시지만 순실은 성실하고 진실한 녀자이다. 그러한 내면의 세계가 차영환의 마음을 끌었을것이다. 필경 순실이쪽에서 먼저 사랑의 감정을 품지는 못했을것이다. 차영환을 고마움에 넘쳐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자기로서는 감히 색다른 감정을 품을수 없는 훌륭한 사람으로 여겼을것이다. 순실이가 차영환으로부터 청혼의 고백을 들었을 때 그 심정이 어떠하였을가? 도저히 상상할수 없는 사실에 접한듯 한 심정이였을것이다. 그들은 2차대전시기 지구의 서쪽과 동쪽에서 뼈아픈 상실을 당했다. 그 상실을 가시고 사랑과 가정의 행복을 찾은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김정숙동지께서는 한없는 축복의 마음을 안고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서두르시였다. 갑자기 맞이하자니 준비를 갖출 사이가 없었다. 부엌에 내려가 집안에 있는것만으로 성의껏 음식을 차리시였다. 그러고는 현관앞에 나가 기다리시였다.

차영환내외가 종남이를 데리고 마당으로 들어섰다. 차영환은 헌헌히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였지만 순실은 녀사의 손을 잡고 눈물을 앞세웠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순실을 바라보시였다. 사람의 모습이 이렇게 달라질수도 있을가? 검정치마에 흰적삼을 단정히 입은 순실은 딴 사람처럼 보이였다. 화장을 하지 않았지만 적당히 살이 오른 얼굴은 전에없이 살결도 희고 보기도 좋았다. 사랑의 행복은 사람의 마음만이 아니라 외양도 아름답게 다듬어주는것이 아닌지.… 몇번이고 축하를 보내신 그이께서는 그들부부를 방안으로 안내하시였다.

《오늘은 간소하게 점심을 차렸지만 후에 내가 동무들의 반살미를 차려주겠어요.》

그들과 점심상을 마주하신 녀사께서 하시는 말씀이였다.

《결혼식도 올리지 않은 우리에게 반살미라니, 일없습니다. 그 말씀만 들어도 감사합니다.》

차영환이 밥술을 허공에 멈추고 즐겁게 웃었다.

《결혼식을 못했으니 반살미라도 차려야지요. 자, 어서들 드세요.》

순실은 밥술을 들지 않고 주밋거리더니 들고온 보자기에서 술병을 꺼냈다.

《녀사님, 녀사님께서 돌봐주시지 않았다면… 그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 제가 한잔 부어드릴테니 받아주십시오.》

《그러지 말고 기왕 술을 가져왔으면 동무들이 결혼식에 나누지 못한 교배주를 이 자리에서 나누세요. 마실줄은 모르지만 그 다음에 나도 한잔 들겠습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어리둥절한 순실의 손에 잔을 쥐여주고 술을 따르시였다.

《어서 영환동무에게 드려요.》

거듭 권하시자 순실은 어쩌는수없이 술잔을 남편에게 가져갔다.

차영환은 안해의 손에 들린 술잔이 턱밑으로 다가오자 자세를 바로하고 받더니 쭉 들이켰다. 그리고는 녀사께서 부어주신 술을 순실에게 주었다. 순실은 입가에 손을 가져가며 받지 못했다.

《여보, 어서 마시오. 우린 결혼식을 지금 하는셈이요.》

순실은 남편의 감격어린 목소리에 시선을 들더니 잔을 받았다. 약간 돌아앉은 그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술잔에 점점이 떨어졌다. 그는 자기의 눈물과 함께 결혼식의 교배주를 대신하는 술을 마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도 순실이가 부어주는 술을 훈훈한 마음으로 받으시였다.

《영환동무, 순실동무와의 관계를 왜 나한테 여태껏 내색하지 않았나요?》

《정숙동지가 청진에 계실 때에는 나자신도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차영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럼 그후 어떻게 결혼할 생각을 했어요?》

《방직공장에서 반동놈들을 색출할 때 이 사람이 나를 도와주었습니다.》

《그러니 계급투쟁의 한길에서 서로 사랑하게 되였군요. 그렇다니 참으로 뜻깊은 일이예요. 앞으로도 순실동무가 영환동무의 사업을 잘 도와줄거예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두사람에게 다시금 따뜻한 미소를 보내시였다.

《들었소?》

차영환은 안해를 피끗 쳐다보더니 김정숙동지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그런데 이 사람이 결혼을 하더니 내 사업을 방해합니다.》

《그럴리가 없어요.》

《래일 아침 여러날 출장을 떠난다니까 서운해하지 않겠습니까.》

새살림을 편지 며칠밖에 안되니 순실이로서는 그럴수 있었다.

《그런데 어데로 갑니까?》

《남포입니다.》

차영환은 내처 얼굴에 떠돌던 웃음을 가시고 신중한 낯빛으로 계속했다.

《서해수상보안대에서 금괴도난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보안대장이 함선수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련소에서 적산금괴를 가져왔는데 감쪽같이 없어졌습니다. 이미 우리 부서의 한사람이 내려가 료해를 했습니다. 보초도 정상적으로 서있었고 대장동무도 사무실에서 침식을 하며 보안대건설사업을 다그치고있었습니다. 그런 조건에서 금괴를 훔쳐냈다는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건은 많은 의혹을 남기고있습니다. 그런데 닉명의 신고가 여러건 들어왔습니다. 그에 의하면 대장동무자신이 금괴를 사취하고 도적을 맞혔다고 한다는것입니다. 보안대내에서도 자기네 대장을 의심하는 여론이 돌고있답니다.》

《그곳 수상보안대장이 김성국동무이지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마음의 긴장을 느끼며 물으시였다.

《그렇습니다.》

《성국동무가 그런 혐의를 받다니…》

녀사께서는 김성국의 얼굴을 눈앞에 그려보시였다. 그가 수상보안대를 조직하라는 장군님의 명령을 받고 남포로 내려간 사실을 진작 알고계시였다. 평양에서 특별경비대 대장으로 있을 때 불순암해분자들과 범죄자들을 색출하고 징벌하는 사업을 하였다. 불굴의 의지만이 아니라 랭철하고 명민한 사고력을 가진 김성국은 놈들과의 투쟁에서 커다란 성과를 이룩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가 그런 혐의를 받고있다니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그래 영환동무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김성국동무가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업에는 선입감이나 편견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사실과 진실만을 추구해야 하는것만큼 내려가면 성국동무에 대한 혐의의 진실성여부를 확인하는 사업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시간랑비이고 성국동무를 괴롭힐뿐입니다. 명백한 사실을 굳이 확인하려고 할 필요야 없지 않습니까. 성국동무의 결백성은 내가 보증합니다.》

《그러자면 그럴만 한 증거가 있어야겠는데…》

차영환은 조심히 자기 생각을 비쳤다. 어떤 상대이든 문제가 제기된 이상에는 의심하고 확인하는것을 자기 분야의 굳어진 사업원칙으로 알고있는 그였다.

《그가 장군님을 모시고 혈로를 헤쳐온 빨찌산전사라는 사실이 무엇보다 위력한 증거일것입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김성국에 대한 하나의 기억을 떠올리며 뒤를 이으시였다.

《그는 유족한 생활이나 돈을 탐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웅기군에 정찰을 나왔다가 적들의 추격을 받게 된 성국동무는 어쩔수 없이 쏘련국경을 넘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쏘련국경경비대에서는 <심문>을 하는 과정에 성국동무가 조선빨찌산이고 예민한 판단과 지략이 있는 정찰병이라는것을 알았습니다. 그가 몹시 마음에 들었던 쏘련경비대에서는 자기네 정찰병이 되여달라고 권고했습니다. 성국동무는 그럴수 없다면서 김일성장군님품으로 돌아가도록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를 상대하던 경비대군관이 우리 장군님의 유격대원들을 잘 몰랐던 모양입니다. 무엇때문에 아무런 국가적보장도 받지 못하는 조선빨찌산에서 고생스레 싸우겠는가, 우리 정찰병이 되면 유족한 공급을 받으며 생활할수 있다, 풍부한 정찰경험과 전투경험을 가진 동무는 인차 우리 경비대의 군관으로 제발될수도 있다, 그러면 넉넉한 봉급을 받으며 가족살림도 할수 있다.… 이런 식으로 성국동무를 회유했습니다. 참을수 없는 모욕을 느낀 성국동무는 책상우에 놓여있던 재털이를 집어 쏘련경비대 군관에게 던졌습니다. 누구를 꾀여보려고 그따위 수작질이냐, 나는 김일성장군님의 전사다, 이렇게 부르짖었습니다. 그런 일로 성국동무는 국경경비대 영창에 갇히게 되였습니다. 후에 보다 직급이 높은 경비대군관이 성국동무를 찾아와 사과를 하고 백두산밀영에 돌려보내주었습니다.

이런 성국동무가 해방된 오늘에 어떻게 금괴를 사취할수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듣고보니 제 확실히 잘못 생각했습니다.》

차영환은 깊은 충격을 느끼며 시선을 떨구었다. 녀사께서 다시 말씀하시였다.

《수상보안대의 금괴도난사건은 명백히 반동놈들의 작간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의 군건설을 방해하려는 놈들은 두가지 목적을 추구한것 같습니다. 하나는 수상보안대창설에 재정적난관을 조성하려는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그 사업에서 핵심적역할을 하고있는 빨찌산출신을 모해하려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물질적으로뿐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군건설사업에 손상을 주려고 꾀하였습니다. 영환동무가 성국동무의 청백성여부를 확인하려고 한다면 놈들은 때를 만났다고 생각하고 여러가지 모략자료들을 신고하면서 외곡된 여론을 더 환기시킬수 있습니다. 내 생각에는 성국동무의 문제를 해명하느라고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오히려 그와 손을 잡고 반동놈들을 색출하는데 예봉을 돌리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아다싶이 성국동무는 그 분야의 사업에 경험을 가지고있습니다. 동무들의 지혜와 경험이 합쳐지면 사건의 진상을 어렵지 않게 밝혀낼것입니다.》

심중한 표정으로 주의깊게 듣고난 차영환은 생각깊은 어조로 뇌이였다.

《내가 여기에 오길 참 잘했습니다. 새롭게 귀중한것을 깨달았습니다.》

《공걸음을 하지 않았다니 저도 기쁘군요. 그저 내 말을 참고로 해주십시오.》

차영환은 경탄의 눈길로 마주보더니 불쑥 이렇게 물었다.

《정숙동지는 혹시 빨찌산시절에 반탐사업도 하지 않았습니까? 사건의 륜곽을 말씀드렸을뿐인데 그 내부를 꿰뚫어보시는 혜안이 나로서는 하도 놀라워서 하는 말입니다.》

그는 허심할뿐더러 개방적인 사나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들내외를 번갈아보며 밝게 웃으시였다.

《참, 내가 무슨 그런 사업을 하였겠습니까. 성국동무를 자신처럼 믿기때문에 하는 말이였습니다.》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실상 녀사께서는 반탐사업에도 조예가 깊다고 할수 있었다. 사령부를 노리고 대오에 기여든 놈들의 정체를 꿰뚫어보신적이 여러번이였다. 그도 그렇지만 오랜 지하공작의 경험이 있었다. 자신의 신변을 숨기고 복잡하게 엉킨 사회관계속에서 적아를 정확히 식별한다는 의미에서는 지하공작이 반탐사업과 많은 점에서 류사했다.

이윽하여 차영환내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군님께서도 차동무가 순실동무와 같이 성실한 안해를 맞았다는것을 아시면 더없이 기뻐하실거예요. 아까도 말했지만 이제 기회를 보아서 장군님께서 계실 때 동무들의 반살미를 꼭 차려주겠어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멀리까지 그들을 바래워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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