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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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높이 떠오르면서 쏟아지는 볕발이 따스해졌다.

개원식이 끝나자 주석단성원들은 장군님을 모시고 원장실로 향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최용진을 그의 사무실에서 조용히 만나시였다.

《며칠후에 유능한 교원 한사람이 학원으로 오게 되였어요. 미리 알고 그가 도착하면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하여주세요.》

《어떤 사람입니까?》

최용진은 한껏 기대를 가지고 물었다. 기술병종교육을 담당할 교원문제때문에 속을 태우던 그였다.

《쏘련군 기계화보병사단의 참모로 있는 조선사람이예요.》

김정숙동지께서는 한동훈에 대해 자세히 말씀하시였다.

최용진은 너무 기뻐서 주먹으로 책상을 울리였다.

《됐습니다. 정숙동무가 보배덩이를 찾았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제가 무슨 수고를 했겠어요. 앞으로 용진동지가 그 동무를 위해 많은 수고를 해야 할거예요. 한동훈동무가 제말로는 어려운 생활조건쯤은 극복할수 있다고 하는데 정작 여기 와서 생활을 하느라면 불편을 느끼는 때가 많을거예요. 쏘련군대에서 여기와는 대비할수 없이 유족한 공급을 받던 동무가 아니나요. 제 후방부원장한테도 부탁을 하겠지만 용진동지도 그를 잘 돌봐주세요. 한동무의 안해는 평양학원에서 당장 가정생활을 할수 있는가부터 묻더군요. 하루도 떨어져서는 못살리만큼 그들부부는 금슬이 좋은가봐요. 도착하는 날부터 가정살림을 할수 있게 좋은 집부터 한채 마련해줘야 할것 같애요.》

《알겠습니다. 오랜 세월 산에서 싸우던 우리야 고생이 두렵지 않지만 그는 사정이 다를겁니다.… 하루라도 빨리 내려오도록만 해주시오.》

최용진은 불같은 성미그대로 초조한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장군님께서 쏘련군사령부와 합의를 보셨어요. 늦어도 한주일후면 내려올거예요.》

《내 그전으로 집에 도배도 하고 가마도 걸어놓도록 대책을 취하겠습니다.》

최용진의 두리두리한 얼굴에 혈조가 번지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미소어린 안색으로 바라보며 말머리를 돌리시였다.

《용진동지에게 또 한가지 알려드릴 일이 있어요.》

《그것도 기쁜 소식입니까?》

《그래요. 기쁜 소식이예요. 원명철이라는 학생이 오늘 학원으로 돌아왔어요.》

《아니, 한달전에 집으로 도망쳤던 학생 말입니까?》

최용진의 숱진 눈섭이 미간으로 쪼프려들며 깊은 주름을 새기였다.

《바로 그 학생이예요.》

《그놈이 도망을 치는통에 학원에서 소동이 일었댔습니다. 괘씸한 놈!》

최용진은 서슬푸른 기상이였다. 책상우에 놓인 큼직한 주먹이 떨렸다. 곁에 원명철이가 있다면 당장 주먹바람이라도 일으킬것 같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온화한 표정으로 그가 돌아오게 된 경위를 말씀하시였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하시였다.

《저는 명철동무를 보초막곁에서 만났을 때 정말 기뻤어요. 비록 의지가 약해서 대오를 떠났던것은 잘못이지만 그가 다시 돌아온것이 기뻤어요. 그의 할아버지를 통해서 우리 인민의 군건설지향을 보는것도 기뻤구요. 이끝저끝 기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용진동진 그렇게 성을 내는군요.》

《듣고보니 리해는 갑니다. 그러나 학원의 군기를 위해서 며칠간 영창에 걷어넣어야겠습니다.》

《할아버지로부터 도리깨질을 당했다는데 영창처벌까지 해야 할가요. 대중앞에서 비판이나 시키면 되지 않을가요?》

최용진은 침묵했다.

《아무튼 학원의 규정대로 처벌하세요. 그 동무는 다시 공부만 할수 있다면 어떤 처벌도 받아들일거예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일어서시였다.

《나는 원명철동무한테 가봐야 하겠어요. 개원식이 끝나면 다시 찾아오겠으니 절대로 돌아갈 생각을 말라고 했댔어요.》

《정숙동무는 여전하구만요.》

최용진은 어느새 성이 가셔진 얼굴에 웃음을 그리였다. 감심의 미소였다. 그 어데를 가시든 김정숙동지의 걸음걸음에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정이 수놓아지고있었다.

사무실을 나서신 김정숙동지께서는 총총히 보초막뒤로 가시였다.

《어떻게 되였습니까?》

원명철은 일어서며 초조하게 물었다. 그는 운명적인 판가름을 앞에 둔 사람처럼 긴장한 표정이였다.

《최용진동지를 만나서 동무 얘기를 했어요. 지휘관과 동무들앞에서 자기비판을 잘하세요. 그러면 모든 일이 무사히 될거예요.》

《고맙습니다, 누님!》

원명철은 목메인 목소리였다. 저도 모르게 《누님》이라 불렀다.

친누님에게서만 느낄수 있는 그 무엇이 가슴에 안겨와서인지, 원주의 누님으로 알고있어서인지, 그 정다운 부름이 어떻게 불쑥 입밖으로 튀여나갔는지는 스스로도 알수 없었다.

《자, 나와 함께 식당으로 가자요. 할아버지의 정성이 담긴 쌀을 동무들에게 보태주어야지요.》

원명철은 쌀자루를 둘러멨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나시였다.

몇걸음 걷던 원명철은 멈춰서며 쌀자루를 땅우에 내려놓았다.

《무거워서 그래요? 함께 들자요.》

《아닙니다. 이놈이 잔등에 배겨서.》

원명철은 쌀자루에서 보자기에 싼것을 꺼냈다. 형태가 딱딱해보이는것이 잔등에 배길만도 하였다.

《그게 뭐예요?》

《고추장단지입니다.》

《그건 내가 들고가자요.》

김정숙동지께서는 고추장단지를 들고 그와 나란히 걸으시였다.

《이 고추장도 할아버지가 보내시는건가요?》

《아닙니다. 그건 송금이가…》

원명철은 갑자기 말끝을 감추었다. 얼결에 송금이라는 이름을 발설하고 거북해하는 눈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웃음진 얼굴로 캐여물으시였다.

《송금이가 누구예요?》

원명철은 얼굴을 붉히며 주밋거리더니 고개를 떨구며 입을 열었다.

《제 약혼녀입니다.》

《그러니 동무는 배가 고파서만이 아니라 약혼녀가 보고싶어서 집에 갔던게 아니예요?》

《아닙니다.》

힘주어 대답한 원명철은 오해를 하실가봐 두려운지 서둘러 설명을 했다.

《우리가 어릴 때 부모들끼리 혼약을 맺었지요. 커가면서 그 일때문에 동네아이들의 놀림을 받을대로 받았습니다. 노래곡조를 부르듯이 새서방, 새각시가 어쩌구저쩌구 하기도 하고 나와 송금이를 빗대고 소꿉놀이나 눈사람만들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내가 제일 미워한게 송금이였습니다. 곁에 나타나면 쥐여박기도 하고 쫓아버리기도 했습니다. 송금이때문에 부끄러움을 당한 일을 생각하면…》

김정숙동지께서는 어쩐지 가슴이 훈훈해오시였다. 동요시절의 순진한 세계를 보는것 같으시였다.

《그런 일은 철없던 시절의 이야기이고 지금이야 그렇지 않겠지요?》

원명철은 머리를 들고 덤덤한 표정을 지어보이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을것이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손에 들린 고추장단지에 따뜻한 시선을 주시였다. 그것이 모든것을 말해주고있다. 학원으로 떠나는 원명철에게 누구도 몰래 동구길의 외진 곳에서 고추장단지를 안겨주는 처녀의 모습이 선명히 눈앞에 그려지시였다.

그 순간에 오고간 청춘남녀의 애틋한 정의 깊이도 헤아려지셨다. 오랜 세월을 두고 부끄러움을 안겨주던 과거를 보상하리만큼 열렬했을것이다. 옛시절의 타성으로 그 누가 볼세라 두려워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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