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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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된 이듬해의 봄은 정녕 력사의 새봄이였다. 2월초에 북조선 민주주의 정당, 사회단체, 행정국, 각지 인민위원회 대표들의 협의회가 평양에서 열리였다. 협의회에서는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를 수립하고 위원장으로 김일성장군님을 높이 추대하였다. 이것은 민족의 대경사였다. 우리 인민은 그렇게도 념원하던 국가주권을 가진 사회의 주인으로 되였다. 각지에서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의 수립을 환영하는 군중집회들이 열리였다. 온 나라가 환희와 감격으로 들끓었다.

이해의 초봄에는 우리 나라 건군사에서도 사변적의의를 가지는 경사가 있었다. 2월 23일에 평양학원 개원식을 가지게 되였던것이다.

이날 아침 장군님께서는 녀사와 함께 학원으로 떠나시였다. 퍼져오는 아침해살이 두분을 모신 승용차의 차체에 부딪쳐 부서지며 눈부신 광채를 발산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차창밖으로 흘러가는 마을과 산천을 사색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시였다. 학원의 창립을 위해 장군님께서 바치신 헌신의 나날을 생각하시였다. 장군님께서 학원자리를 잡아보라고 김책에게 과업을 주신것은 지난해 가을이였다고 한다. 김책은 평양시와 그 주변 여러곳을 돌아보던 끝에 지금의 학원자리를 발견했다. 지울리에 일제가 건설하던 《소화전공주식회사 기술원양성소》가 있었다. 태평양전쟁이 벌어진 후에 부랴부랴 판을 벌린 그 건설은 간판과는 달리 비행기수리공장이였다. 전쟁에서 파손된 전투기들을 수리할 목적으로 세우는것만큼 비밀에 붙이는것이 필요했다. 전쟁형세가 기울기 시작하자 놈들은 발악적으로 건설을 다그쳤다.

그랬으나 합숙 몇동과 활주로 로반공사가 끝나갈무렵에 전쟁은 끝나버렸다. 놈들은 기계설비가 들어앉을 공장건물은 기초도 파지 못하고 쫓겨가버렸다.

김책의 보고를 받으신 장군님께서는 그곳으로 나가시였다. 김책과 김용범, 주도일이 수행했다. 현지를 돌아보신 장군님께서는 그곳에 학원을 세울 결심을 하시였다. 뒤에는 나지막한 산이 둘러서고 앞에는 대동강이 흐르는 비교적 외진 곳이였다. 군사훈련을 위한 장소로는 안성맞춤이였다. 산악훈련과 도하훈련을 동시에 할수 있었다. 합숙건물들은 완성되지 못했으나 품을 들이면 수백명을 수용할수 있는 병영으로 쓸수 있었다. 물론 학원을 세우자면 여러동의 건물을 새로 지어야 했다. 다행히 놈들이 버리고 간 세멘트와 강재, 목재가 얼마간 남아있었다. 당시 형편에서는 그 이상 맞춤한 자리가 없었다.

터를 정해주신 그날부터 장군님께서는 본격적으로 학원창립을 밀고나가시였다. 학생들은 훈련도 하고 건설도 했다. 그이께서는 종종 학원에 나가 건설과정을 보살펴주시고 교육내용과 방법을 의논하시였다. 때로는 직접 강의와 강연에 출연하시였다. 그 나날에 부닥치신 애로인들 얼마나 많으며 겪으신 고생인들 얼마나 많으셨으랴.

김정숙동지께서는 차창에서 눈을 떼고 장군님을 바라보시였다.

장군님께서는 그 나날의 추억에 잠기신듯 숙연하신 표정이였다.

앞에 앉은 부관의 어깨너머로 그 어덴가를 응시하시는 안광에는 깊은 감회가 흘렀다.

룡강읍에 이른 승용차는 대동강쪽으로 뻗은 길폭이 좁은 도로에 들어섰다. 나지막한 고개를 넘자 학원의 위수구역이 나타났다. 운전사가 경적을 울렸다. 보초막에서 황급히 나온 보초병이 길복판에 건너지른 장대를 들어올리고 영접들어총 자세를 취했다.

아니 저게 누구인가?

보초병의 얼굴을 알아보신 김정숙동지께서는 반가운 눈인사를 보내시였다. 준수한 용모에 개털외투를 입고 엄숙하게 총을 세워든 보초병은 김원주였다.

장군님께서도 그를 알아보셨지만 가볍게 손을 들어보이실뿐 차를 멈추지 않으셨다. 병약한 그를 남먼저 학원에 보내고 걱정이 많으셨지만 내색하지 않으셨다. 승용차가 보초소를 지난 뒤에 뒤창으로 얼핏 뒤돌아보셨을뿐이다.

병영이 자리잡은 입구에 김책과 최용진을 비롯한 책임일군들이 나와있었다.

차에서 내리신 장군님께서 그들과 인사를 나누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도 반겨 그들모두에게 머리숙여 인사를 보내시였다.

《개원식에 참가할 도당위원장들이 모두 도착했습니까?》

장군님께서 물으시였다.

《어제 저녁까지 모두 왔습니다.》

김책이 대답을 올렸다.

책임일군들이 장군님을 병영쪽으로 안내했다. 그 자리에 서신 김정숙동지께서는 사위를 둘러보시였다. 보수를 했거나 새로 지은 건물의 벽체들은 청신한 흰빛이였다. 이른봄의 쌀쌀한 바람결에 상쾌한 회가루냄새가 풍겨오는듯 했다. 석비레로 다져진 구내는 티검불 하나 없이 정갈했다. 넓은 운동장변두리에는 철봉과 평행봉을 비롯한 체육기재들과 사격목표판들이 세워져있었다. 몇달사이에, 그것도 제일 추운 겨울철에 학원을 이처럼 알뜰히 꾸린 학생들의 수고가 헤아려지셨다.

잠시후 김정숙동지께서는 보초소로 되돌아가시였다. 예견된 개원식 시간이 얼마간 남아있었다. 그사이에 원주를 만나보고싶으셨다. 그의 건강이 어떠한지. 그도 그렇지만 외투주머니에는 그의 안해 인복이가 전해달라는 편지가 들어있었다. 걸음을 다그치시던 녀사께서는 보초소를 얼마쯤 앞에 두고 우뚝 멈춰서시였다. 눈앞에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원주는 보초막안에 그냥 서있는데 그옆에서 보초장완장을 낀 청년이 다른 청년에게 총부리를 내대고 부르짖었다.

《썩 물러가! 우릴 배신하고 도망쳤던 놈이 무슨 낯으로 다시 나타났어?》

《제발 이러지 마오.》

청년은 보초장의 총창을 부여잡고 애원했다.

《오늘은 개원식날이다. 경사로운 날에 너같은 놈이 나타난게 더욱 불쾌하다. 어서 총창을 놓아라. 놓지 않으면 쏘아버릴테다!》

《정 그렇다면 이 쌀이라도 받아주오. 난 저 산등에 올라가서 개원식구경을 하고 돌아가겠소.》

《아무리 배가 고파도 배신자의 쌀은 더러워서 먹지 않는다. 그래 왜놈들한테서 우리가 받은 천대와 고통이 모자라서 나라를 지켜야 할 총을 놓았단 말이냐?》

세찬 눈길로 쏘아보는 보초장의 목소리엔 참을길 없는 의분이 실려있었다.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고개를 들던 청년의 눈길이 이쪽에 미쳐왔다. 지켜보는 사람을 발견한 그는 허둥거렸다. 황황히 땅에 놓았던 자루를 둘러메고 자리를 피했다. 낯모를 녀인에게 추한 꼴을 보이는것이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원주동무, 명철이 놈을 절대로 학원에 들여놓지 마오!》

보초장은 원주에게 다짐하고 학원쪽으로 사라졌다.

그제서야 김정숙동지께서는 원주에게로 다가가시였다.

《형수님!》

이쪽을 알아본 원주가 반기였다. 그러나 달려오지 못했다. 자리를 뜰수 없는 보초병이였다. 그는 청년이 사라진 보초막뒤를 피끗 쏘아보았다. 반가움이 넘쳐야 할 분위기를 흐려놓은 그 청년이 괘씸했을것이다.

《몸은 좀 어때요?》

녀사께서는 원주의 행색을 살피며 다정히 물으시였다. 그는 흔연히 대답했다.

《형수님이 가져온 잉어로 곰을 해먹은 다음부터 몸이 좋아졌어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원주의 얼굴은 여전히 수척해보이였다.

《고문당한 상처는 도지지 않아요?》

《일없습니다. 형수님, 나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김정숙동지께서는 외투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주시였다.

《동서가 보내는거예요.》

《잘 있다는걸 알면 됐지 뭐 편지까지 보내면서

원주는 시답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려고 했으나 웃음진 두눈에는 숨길수 없이 애틋한 정이 흘렀다. 철이르게 결혼을 한 그들부부는 여러해가 지났지만 사춘기시절처럼 어느쪽이나 순진한 감정을 품고있었다. 그는 편지를 품속에 간직했다. 즉석에서 읽어보고싶은 마음이 간절할것이다. 하지만 형수앞에서는 어색한 모양이다.

《아까 여기에서 보초장의 닥달을 받던 청년은 누구예요?》

《배고픔을 참지 못해서 한달전에 학원에서 도망쳤던 청년입니다. 그가 집으로 갔다는것을 알게 되자 모두들 얼마나 격분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다시 학원에 다니겠다고 돌아왔군요.》

《적은이도 배가 고팠어요?》

《추위는 누구나 이겨내지만 배고픈것만은 견디기 어려워합니다.》

원주는 남의 말을 하듯 대답을 하며 웃음을 그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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