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회)

제 1 장

5

 

김정숙동지께서는 응접실에서 새로 도착한 《정로》신문을 보고계시였다. 신문에서 특별히 시선을 끄는것은 남조선에서 광란적으로 벌어지고있는 《반탁》시위에 대한 소식이였다. 리승만을 두목으로 하는 우익친미반동세력들이 미제의 사촉으로 모스크바3상회의 결정을 반대하여 매일같이 시위를 벌리고있었다. 미제는 저들의 남조선강점을 합법화하고 나아가서는 조선의 분렬을 영구히 하려는 속심이였다. 놈들은 민주세력을 총칼로 탄압하기 위해 경찰을 증가하고 여러가지 명칭을 단 무장부대들을 조직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남조선의 정치현실을 두고 깊이 우려하시였다. 통일이냐 분렬이냐, 독립이냐 예속이냐, 력사의 엄숙한 물음이 귀가에 메아리쳐오는듯 하여 신문을 앞에 놓고 심각한 사색에 잠기시였다. 항일의 혈전만리를 헤쳐온 우리 혁명이 또다시 간고하고 먼길을 가야 하지 않는가. 어쩌면 지나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더 험난하고 더 멀수도 있다.

전화종이 울리였다.

사색에서 깨여나 전화를 받으시였다. 상대는 이쪽의 음성을 듣고 반가움에 넘쳐 말했다.

《나 김책이요. 안녕하셨소?》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지금 어데서 전화를 합니까?》

《조직위원회청사에 와있소.》

《평양학원에서 언제 올라왔습니까?》

《오늘 아침에 와서 방금 장군님께 사업보고를 했소. 정숙동무에게 알려줄 일이 생겨 전화를 하오.》

김책의 목소리가 저으기 낮아졌다.

《무슨 일입니까?》

김정숙동지께서는 마음이 긴장해지셨다.

《원주동무를 데리고오다가 만경대에 떨궈두고 왔소.》

《혹시 적은이가 앓기라도 하는게 아닙니까?》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다그쳐 물으시였다. 옥고에 시달리던 몸을 채 추세우지 못하고 학원으로 갔으니 십상 탈이 났으리라는 생각이 앞섰다.

김책은 잠시 바재이는듯 하더니 사연을 말했다.

《그제밤 야간강행군때 원주가 동무들의 등에 업혀 의무소에 왔더군. 병약해진 몸에 지내 무리했소. 그런데도 원주는 밤을 지내고 나면 일없다는거요.》

《그래서요?》

《강다짐으로 의무소에 눌러놓고 아침에 데리고왔소. 그런데 원주는 장군님께 이 사실을 말씀드리지 말아달라는거요. 학원으로 올 때도 건강때문에 근심하시던 장군님이신데 이번 일을 알면 또 얼마나 걱정하시겠는가, 그리고 병약한 아들때문에 걱정하시던 삼촌어머니앞에 장군님은 얼마나 딱해하시겠는가 해서라오.

그래 내 그러마 하고 약속했소.》

그 약속을 지켜서 김책은 지금 전화를 하고있었다.

《김책동지, 제가 만경대집으로 가보겠습니다.》

《그런데 원주동무의 당부대로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말아주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며칠후에 최용진동무가 평양에 올라와야 할 일이 있소. 원주동무는 그때 최용진동무의 차를 타고 학원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소.》

전화가 끝났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오후에 만경대로 떠나시였다. 오늘은 두번째로 가시는 길이다. 지난 설에 아드님을 데리고 조부모님과 삼촌내외분께 인사를 드리려고 갔었다. 첫 상면이였지만 오래전부터 한식솔로 살아오신것처럼 정이 통하고 존경심이 끓어올랐다. 일가분들 역시 조금의 간격도 두지 않고 따뜻이 반겨맞아주시였다. 사람의 정이란 함께 지낸 시간에 관계되는것이 아니다. 마음속에 그려오던 사람들사이에는 한번 만나도 즉석에서 정이 통하고 피가 통하는 법이다. 만경대의 초가집도 회령 오산덕의 고향집처럼 애틋한 정회를 불러냈다.

겨울의 짧은 해가 어느새 서켠에 기울었다.

녀사께서는 어느새 만경대의 나지막한 언덕을 넘어 집에 이르시였다. 지붕우에는 흰눈이 소복이 쌓였는데 석양을 받아 반짝반짝 빛을 뿜었다. 초가이영의 처마끝에는 수정같은 고드름이 조롱조롱 매달렸다.

《아니, 이게 누군가?!》

가시물을 버리려고 부엌문을 열던 삼촌어머니 현양신이 반겨 맞이했다.

녀사의 손을 잡은 현양신은 방안으로 이끌었다. 방안의 아래목에는 할아버님과 할머님이 나란히 앉아계셨다. 할아버님께서는 새끼를 꼬시고 할머님께서는 물레를 저으시였다. 고령이시였지만 순간도 일손을 놓지 않으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 치마폭을 감싸며 무릎을 꿇고 두분께 깊이 머리를 숙이시였다.

《그새 편안들 하셨습니까?》

《보는것처럼 이렇게 건강하다. 처음 만나는것도 아닌데 매번 무슨 큰절이냐. 어서 편히 앉아라.》

할아버님께서는 벼짚과 새끼타래를 밀어놓으며 자리를 권하시였다.

녀사께서는 단정히 앉으며 물으시였다.

《삼촌과 학원에서 왔다는 적은이는 어데 갔습니까?》

《창주 아버지는 한덩이라도 거름을 주어오자고 나갔다. 원주는 웃방에 있다. 그 애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동네와 칠골에서 젊은이들이 모여왔구나.》

웃방에서 청년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얘, 원주야. 네 형수가 왔다. 내려와 인사 올려라.》

할아버님께서 웃방을 향해 큰소리로 이르시였다. 사이문이 벌컥 열리며 원주가 내려왔다.

녀사께서는 반사적으로 성큼 일어서시였다. 서로의 반가운 시선이 얽히며 목메인 부름소리가 터져올랐다.

《형수님!》

《적은이!》

첫 상봉이였으나 오고간 부름소리가 생소한 느낌을 순간에 날려보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원주의 손을 다정히 잡아주시였다. 그의 준수한 용모와 균형잡힌 체구에서 역시 만경대가문의 인품을 타고났다는 느낌을 받으시였다.

《보고싶었어요.》

얼마간 진정을 한 다음에야 속삭이듯 말씀하셨다.

원주는 상봉의 기쁨을 표현할길이 없는듯 말없이 마른침을 꿀꺽 삼킬뿐이였다. 들으셨던바대로 그의 얼굴에는 병색이 돌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들고오신 보자기를 펼치시였다. 큼직한 잉어두마리와 술병 두개가 드러났다.

《지난 설에도 가져왔는데 뭘 이렇게 번번이 들고다니느냐?》

할머님께서 기웃해보며 하시는 말씀이였다.

《준비해온것이 별로 없습니다. 잉어는 적은이에게 곰을 해주고 술은 할아버님과 삼촌에게 부어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잉어도 한마리는 아버님께 드려야지요.》

현양신이 잉어를 들어보며 말했다.

그러자 장죽에 써레기를 쟁이던 할아버님께서 그에게 노여운 시선을 보내시였다. 《내가 비린걸 싫어하는줄 모르냐. 제 말로는 아무 일 없다고 하지만 내 보기엔 원주가 몸이 여실치 못하다. 몸이 추서야 군대노릇을 제대로 할게 아니냐. 두말말고 비늘까지 푹 녹게 잉어곰을 해서 원주를 먹여라. 다른 사람이 거기에 입을 대는 일이 없도록 해라.》

참으로 손자에 대한 할아버님의 사랑과 관심은 다심하고 지극하셨다. 할머님께서는 왜 증손자를 데리고오지 않았느냐고 섭섭해하며 그리워하시였다. 서로들 궁금하던 그간의 소식을 나누는 사이에 시간이 흘렀다.

이윽하여 사이문이 조심히 열리더니 키가 훤칠한 청년이 아래방으로 내려왔다. 후에 안 일이지만 칠골에서 온 강현수였다. 그는 김정숙동지께 꾸벅 인사를 하더니 어줍은 기색으로 할아버님께 얼굴을 돌렸다.

《할아버님, 말씀도중에 안됐는데 우리 동무들이 원주 형수님을 모셔오라고 했습니다.》

뜻밖의 청이여서 김정숙동지께서는 일순 어리둥절하시였다.

《젊은이들의 소원인데 어서 올라가 보려무나.》

할아버님께서 하시는 말씀이였다.

《형수님, 올라갑시다.》

원주가 녀사의 팔굽을 잡고 이끌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하는수없이 웃방으로 올라가시였다.

모여앉았던 청년들이 일제히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

《저희들에게 좋은 말씀 한마디 하여주십시오.》

강현수가 청했다.

《저야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동무들의 이야기를 듣고싶습니다. 아래방에서 듣자니 무슨 토론을 하는것 같은데.》

김정숙동지께서는 청년들이 권하는 자리에 앉으며 빙긋이 웃으시였다.

《새 조선의 청년들이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자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좋은 이야기군요.》

《그런데 생각들이 저마끔이야요. 원주는 총을 잡아야 한다고 했고 다른 동무들은 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고도 했고 또 공부를 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래 어떻게 생각합니까?》

김정숙동지께서는 정면으로 마주앉은 청년에게 물으셨다.

《저는 원주처럼 군대가 되고싶었는데 어머니가 면에 가서 강연을 듣고오더니 한사코 반대를 합니다. 강연에서는 총을 잡아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했답니다.》

청년은 어줍은 낯빛이였다.

《누가 그런 강연을 했는가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여전히 온화한 표정이시였으나 내심으로는 긴장하셨다. 그 누가 총을 잡지 말라고 강연을 했다면 스쳐지날 일이 아니였다.

《며칠전에 정신옥이라는 녀자가 연단에 나섰는데 소문이 자자한 녀걸이여서 청중이 많이 모였댔답니다. 그 녀자는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 전장에 나가 피를 흘리라고 자식을 키우지 않았다, 그렇기때문에 그 어떤 무장조직에도 자식들이 가담하지 않도록 하라고 호소했답니다.》

또 다른 청년이 입을 열였다.

《그 강연에서는 모든 어머니들이 생산과 학업에 열중하여 건국에 기여하는 진정한 애국의 길로 자식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답니다.

어찌나 말을 잘하는지 우리 어머닌 눈물까지 흘렸답니다.》

《원주 형수님, 그 강연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현수가 물었다.

《글쎄… 무작정 총을 잡지 말라는건 잘못된 견해라고 할수 있지만 강연을 듣지 못했기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군요.》

《정신옥이라는 녀자가 단신으로 왜놈들의 총을 30여자루나 빼앗아냈다기에 치마 두른 호랑이인줄로만 알았더니 언변이 또한 청산류수라더군요.》

처음의 청년이 스치는 말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정신옥에게 커다란 흥미를 느끼시였다.

《그가 언제 왜놈의 총을 뺐았습니까?》

《지난해 8월 18일이였지요.》하고 청년은 기담 같은 이야기를 펼치였다.

해방의 소식에 열광한 청년들이 왜놈의 경찰서로 몰려갔다.

경찰서에는 미처 도망치지 못한 경찰놈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거기에 뿔뿔이 쫓겨오던 패잔병들까지 모여들어서 군경의 수효가 100여명이나 되였다.

《왜놈들아, 당장 무기를 바치고 손을 들어라!》

몰려간 청년들이 벽력같이 소리를 질렀다.

아직 제복을 그대로 입고있는 경찰서장놈이 나타났다. 그놈은 베잠뱅이에 몽둥이를 들었거나 고작해서 도끼를 든 청년들을 둘러보더니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그리였다.

《반도인은 우리의 상대가 아니야. 38도선 이북지역은 쏘련군대가 무장해제를 하기로 되였단 말이야. 소란을 피우지 말고 물러들 가라.》

《무엇이 어째? 이 쪽발이새끼들 아직도 속이 살았구나.》

앞장에 섰던 청년의 도끼날이 번뜩이였다. 경찰서장놈이 흠칠 물러서는 순간 총성이 울렸다. 뒤에서 담판을 지켜보던 경찰놈이 청년을 항해 쏘았던것이다. 청년은 가슴을 움켜쥐고 땅우에 쓰러졌다. 그가 떨어뜨린 도끼를 들고 다른 청년이 놈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역시 총탄에 맞아 쓰러졌다. 하는수없이 청년들은 물러섰다.

이 소식을 들은 정신옥은 분개했다.

《일경의 무장해제는 내가 하겠소!》

모두들 눈이 휘둥그래졌다. 쟁기를 갖춘 청년들도 아까운 희생만 내고 돌아온 판에 60고개에 이른 로파가 단신으로 나서겠다니 놀랄수밖에 없었다. 여러 사람이 만류했으나 정신옥은 분연히 경찰서로 갔다.

그는 경찰서장을 조용히 만났다. 경찰서장은 녀성독립운동자로 이름이 높던 정신옥을 진작 알고있었다.

《정선생이 어떻게 오셨습니까?》

《당신과 당신 부하들을 구원해주려고 왔소.》

실상 궁지에 빠진 경찰서장놈은 귀가 번쩍 열리였다.

《어떻게 구원해주시겠습니까?》

《내 지시대로 하시오. 전원을 마당에 정렬시키시오. 꼭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 그러는거요. 내 말대로 하면 쏘련군대가 온 다음에도 당신들의 생명을 담보하겠소.》

경찰서장은 정신옥의 위압적인 지시를 따랐다. 해방된 조선에서 그의 영향력이 어떠하리라는것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군경이 무장을 갖추고 정렬했다는 보고를 받은 정신옥은 밖으로 나왔다. 경찰서장의 부축을 받으며 대우에 올랐으나 서둘러 입을 열지 않고 서늘한 눈길로 놈들을 굽어보았다.

놈들은 놀라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눈부시게 흰 치마저고리에 반백을 얹은 정신옥의 도고하고 침착한 모습에 어리둥절했다.

《나는 이 나라 어머니의 한사람으로 당신들에게 호소하고싶은것이 있어서 이렇게 모이라고 했습니다.》

정신옥의 입에서 류창한 일본말이 울려나오자 놈들은 숨을 멈추고 귀를 강구었다. 그는 일본에 있는 어머니들이 이 시각 돌아오지 못한 당신들을 두고 얼마나 속을 썩이고있는가를 생각해보라고 력설했다. 절절한 표현과 생동한 사실을 들어가며 어머니들의 심정을 필치는 그의 연설에 놈들은 눈물을 흘리였다. 정신옥은 억양을 바꾸며 준절한 어조로 계속했다.

《당신들이 그리운 어머니품으로 돌아가자면 무장을 놓고 우리 인민에게 용서를 비는 길밖에 없습니다. 일제가 조선인민앞에 저지른 죄악은 바이 형언할길이 없습니다. 이 경찰서에서만도 목숨을 빼앗긴 우리 겨레가 그 얼마인지 모릅니다. 패망을 한 당신들은 쏘련군대가 아니라 무엇보다먼저 우리 겨레앞에 속죄를 해야 합니다. 만일 그럴 용기가 없다면 우리 인민은 당신들을 용서치 않을것입니다! 조선사람은 예로부터 지난날에 중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용서를 비는 사람에게는 너그러웠습니다. 그러나 속죄를 모르는자들과는 끝까지 결판을 냅니다. 지금 당신들은 운명적인 선택의 순간에 서있습니다. 당장 무장을 놓고 용서를 빌겠는가, 아니면 생명을 바치겠는가?》

정신옥의 눈에서 서리찬 불길이 뿜겨졌다.

놈들은 흠칫 몸을 떨며 하나, 둘 무장을 놓기 시작하였다. 이리하여 정신옥은 단신으로 놈들의 무장을 회수했다. 그는 이날부터 항간에서 《범할머니》로 불리웠다.

이야기를 들으신 녀사께서는 한순간 생각에 잠기셨다. 정신옥은 존경도 가고 놀랍기도 한 녀자가 분명했다. 그러한 그가 우리의 건군사업을 왜 반대하고있을가? 그 주장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리념은 무엇일가? 여러 갈래로 의혹이 뻗어갔다. 아무튼 그의 주장이 녀성들속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미치고있는것은 사실이였다. 기회를 타서 만나보고싶으시였다.

녀사께서는 청년들을 둘러보며 말씀하시였다.

《누가 뭐라고 하든 우리는 오직 장군님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 지금 장군님께서는 새 조선건설에서 무엇보다 군건설을 중요시하고 계십니다. 이것은 남조선을 강점한 미제의 본심을 꿰뚫어보시고 취하시는 정당한 조치입니다.

우리가 시간을 다투어 강력한 군사력을 키우지 않으면 또다시 식민지노예가 될수 있습니다.

만경대와 칠골의 청년들이 누구보다 앞장에 서서 평양학원으로 가야 합니다.》

《녀사님, 나도 평양학원으로 가겠습니다!》

강현수가 열띤 어조로 호응했다.

《다른 동무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서로 눈치를 보며 다른 청년들은 침묵했다.

할아버님께서 사이문 문턱에 팔굽을 얹고 웃방을 올려다보시였다. 안타까운 시선으로 머리를 수굿하고있는 청년들을 굽어보시더니 준절히 말씀하시였다.

《그래 너희들도 만경대와 칠골에 태줄을 묻은게 분명하냐? 자고로 양병을 제일 국사로 일러왔다. 나는 늙어서 농사나 착실히 짓는것으로 장군의 정치를 받들 생각이지만 피가 펄펄 끓는 너희들이야 어째서 총잡을 궁냥을 못하느냐. 어데서 떨떨한 강연을 듣고온 아낙네들의 소리에 귀가 솔깃해서 제일국사에 외면을 한다면 너희들을 어찌 만경대와 칠골의 후손들이라 할소냐. 시라소니같은 녀석들, 그래 이 애어미앞에서 부끄럽지 않느냐. 애어미는 녀자의 몸으로 장군을 따라서 오랜 세월 왜적과 싸웠다.》

《할아버님!》

김정숙녀사께서는 자신에 대한 말이 나오자 할아버님의 팔소매를 당기셨다.

《가만 있거라. 네가 그리 간곡히 권고를 하는데도 저것들이 입을 봉하고있으니 하는 말이다.》

할아버님께서는 다시 청년들에게 머리를 돌리시였다.

《그래 어쩔테냐?》

《할아버님, 저는 총을 잡겠습니다.》

한 청년이 이렇게 대답을 하자 다른 청년들도 평양학원으로 가겠다고 결의해나섰다.

《그러면 그럴테지. 너희들이 어찌 근본을 잊을수가 있느냐.》

할아버님께서는 노기를 가시고 대견스러운 미소를 지으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도 밝게 웃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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