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회)
붓을 놓으며
처음으로 장편실화 《나는 살아있다》를 쓸 때에는 아주 흥분된 감정이 있었고 련이어 《인생렬차》를 쓸 때에는 대륙을 굽어보는 자유분방한 환상의 나래가 있었다.
흔히 세번째만에는 성공한다고 하는데 나는 왜서인지 《흑진주》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독자들앞에 미안한 생각이 앞선다. 한것은 정작
써놓고보니 나
다시한번 분발하여 쓰려는 결심으로 생각을 굴리고있느라니 불쑥 나서자란 어린시절의 바다가가 보여온다.
푸른 바다, 끝없이 밀려오는 흰파도가운데 묵묵히 서있는 소모양의 섬 하나… 아득한 옛날 산같이 큰 소가 그만 바다에 빠져 섬으로 굳어졌다고 하던지…
형님들의 꽁무니를 강아지처럼 쫓아다니던 그 시절에 나는 그 섬에 자주 놀러 가기도 했고 어떤 날 밤에는 혼자 집뜨락에 나와앉아 그 섬이 있는 바다쪽에 귀를 강구군 했다. 한것은 그 소처럼 생긴 섬이 지금도 뭍으로 나오려고 몸부림치며 무슨 소래기를 친다는데 진짜 그 소리가 들려오나 해서였다.
이렇듯 그 자그마한 섬은 낮에도 밤에도 나와 함께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이 섬에 대한 자작시를 일기장에 써넣었다. 물론 그것은 운률도 맞지 않고 언어구사도 엉터리인 《시》였다.
하지만 오늘날 돌이켜보면 신기한 그 섬이 어린시절 나의 작은 가슴에 나도 모르게 살며시 서정의 싹을 틔워준것이 아닌지…
동화와 소설, 시집들을 잡히는대로 읽으며 바다가소년은 제딴의 시와 가사를 쓰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점차 저도모르게 문학의 길에 들어서게 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청년동맹일군이 되였을 때에도 어린 날의 그 섬을 추억하며 시들을 썼고 북부철길건설장의 무너진 차굴앞에서 돌격나팔소리같은 즉흥시들을 뿜어댈 때에도 내 마음속에는 고향바다가의 그 작은 섬이 있었다.
어머니당의 은정속에 또다시
섬을 바라보던 그 신비한 눈과 그 섬을 두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잠 못 들던 그 시절의 흥분은 어데 갔을가.
작가에게 있어서 중요한것은 이 세상의 모든것을 새롭고 신비하게 바라보던 어제날의 그 눈이다.
어린시절의 때묻지 않은 그 순결한 감각으로 사변많은 오늘날의 세계를 새롭게 감수하며 자주시대의 영웅서사시를 엮어나가야 할 시대적의무가 나에게 지워져있지 않는가.
사실 주체사상신봉자들의 생활엔 눈물도 있고 웃음도 있고 행복도 있고 시련도 있다. 피부색도 언어도 서로 다른 그들의 마음속에 하나같이 꽉 들어차있는것은 인류자주위업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드놀지 않는 신념이다.
그들이 지닌 억센 신념과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세상밖으로 뿜어올릴만 한 감정이 무디여졌다는것을 나는 이번 집필과정에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하지만 나는 다시 찾으련다. 어린시절의 그 눈, 그 감수성!
나는 분발하여 더 좋은 글을 쓰려는 일념으로 잠 못 든다.
어제날의 바다가소년을 선군시대의 어엿한 작가로 키워준 당의 고마운 은정에 모든것을 다 바쳐 보답하고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