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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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이네는 한낮이 조금 지나서야 부대를 향하여 돌아섰다.

《조금 더 밟아요.》

앞좌석쪽으로 몸을 바싹 숙이고앉아가던 화순은 운전수에게 비는듯 재촉했다. 가속답판이 바닥에 닿도록 급하게 밟아대는 차가 더딘것만 같아 마음이 조급해졌던것이다.

하지만 땀이 송골송골 내돋은데다 불그레 상기된 화순의 얼굴엔 온후한 빛이 떠돌고있었다. 그럴밖에. 겨울방학이 다 끝나도록 끝내 집에 오지 않은 성국이를 만나보고 돌아선 그의 마음은 지금 어깨우에 무겁게 얹혀져있던 그 어떤 짐을 일시에 활 털어버린것처럼 홀가분하기 그지없었다.

오늘 아침 남편이 출근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약간 둔덕진 사택앞까지 차를 몰고 올라온 익섭운전수가 밑도 끝도없이 평양에 갔다오자며 빨리 준비하라고 다그어댔다. 그 바람에 금방 아침젖을 먹고 잠든 애기를 조심히 눕혀놓고있던 화순은 어리벙벙하여 평양엔 왜냐고 그에게 물었다.

《사단장동지가 성국이한테 갔다오랍니다.》하며 운전수는 벌씬벌씬 웃었다.

《애아버지가?! 아니, 그게 정말이예요?!》

화순은 자기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다. 너무도 뜻밖이였던것이다. 《물어볼게 따로 있지, 그런 거짓말도 합니까?》하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해보이고 나간 운전수가 마당에 세워놓은 차기관실뚜껑을 열어제끼고 랭각기에 물을 갈아넣는 모습을 유리창문너머로 내다보면서도 화순은 잘 믿어지지 않았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아무 소리 없던 남편이였다. 물론 과묵하고 뚝한 성미여서 집에 들어와 잠자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본다든가, 이것저것 집안일에 대하여 관심한다든가 하는 법을 통 모르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러나 모른다, 아침에 벌써 그 궁냥을 하고있으면서도 입에 올리기 싫어 그냥 나갔을는지도…

행동에 말을 앞세우는 법이란 영 모르는 사람이니까!

정월이 다 가고 2월에 접어들도록 오지 않는 아들을 두고 입밖에 내여 말한적은 없지만 속으로는 생각을 많이 하고있다는것을 화순은 모르지 않았다. 밤늦어 들어와 식사를 하다가도 밖에서 발자국소리가 나면 입에 떠넣은 밥을 그냥 문채 씹을념도 잊고 은근히 귀를 도사리군 하는 남편이였다. 그 발자국소리가 집앞을 그냥 지나 기술부사단장네 집쪽으로 멀어져가면 눈빛이 흐려져가지고 밥을 대충 씹어넘기군 하는것을 한달째 조용히 지켜보면서 화순은 그것이 제 잘못때문에 생긴 불화처럼 생각되여 숨소리마저 죽이군 했다.

애를 좀더 인간적으로 따뜻이 대해줬더라면 달포가까이 차례진 긴긴 겨울방학동안 다문 며칠만이라도 자기 아버지한테 왔다갔을것이 아닌가. 아니, 나한테 친어머니다운데가, 친어머니까지는 못된다 하더라도 큰누나 비슷한데라도 조금 있었더라면 집을 떠나지부터 아니했을것 아닌가.

전번, 섣달그믐날 평양에 얼핏 갔다올 때도 잘못했다.

남편이 반대한다고 해서 학원에 들려보지도 않았다. 친어머니라면 그랬겠는가? 친어머니라면 원칙은 원칙대로 지키면서 어떻게든 아들을 데리고왔을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죄책감으로 설날부터 근 한달동안 차시간을 맞춰 쌍운리소재지까지 마중을 나가군 했지만… 잔등에 업힌채 솔곤히 잠든 애와 함께 억하고 쓸쓸한 마음을 안고 날마다 그냥 돌아와야 했다.

《집에 올 녀석이면 벌써 왔을게 아니요.》

그렇게 열흘남짓 흐른 뒤의 어느날 상심한 얼굴로 집에 들어서는 화순에게 언짢은듯 툭 내쏜 남편의 꾸짖음이였다.

말없는 가운데 남편이 여직 다 지켜보고있었구나 하는 생각으로 화순은 그렇게 꾸짖는 남편이 오히려 고마와 부엌에 내려가 몰래 울었었다. 그리고는 남편의 말대로 집에 올 애가 아닌줄을 번연히 알면서도 지금껏 고집스레 그냥 밤마중을 나가군 했었는데… 전에없이 차까지 내주며 갔다오랬다니 밤마다 잠든 셋째애를 둘쳐업고 떨다가 오는 안해를 보기가 민망했던 모양이였다.

화순은 새 학기공부에 필요한 학용품이며 간식이며 그 애가 오면 먹이려고 모아두었던 닭알이며를 부랴부랴 싸들고 일어섰다.

한데 방금 젖을 먹고 잠에 든 애기가 문제였다.

하는 수없이 밥숟가락 놓기 바쁘게 얼어붙은 개울에 나가 썰매타기에 온몸이 꽁꽁 얼어든 여섯살잡이 둘째녀석을 불러들였다. 애기가 깨면 어떻게 달래고 배고파 울면 암죽을 어떻게 먹이고… 등 일장 훈시를 하다말고 정신은 개울에 그냥 두고 몸만 온 녀석에게 소귀에 경읽기같애서 이웃 부사단장댁 할머니한테 잠자는 애를 안아다 맡겨놓은 다음 마당에 나섰다.

《한데… 갔다와도 정말 일없을가요?》

벌써부터 발동을 걸어놓고있던 차가 움씰 떠나려는 순간 어쩐지 미타한 생각이 발목을 붙잡는 바람에 화순은 익섭을 불안하게 바라보며 걱정했다.

《일없다니까요. 사단장동진 오늘 하루동안 땅크훈련장에 나가계시겠다고 하면서 나더러 오후 네시까지 시간을 주었습니다.》

《네시까지요?!》

《예. 성국이한테 갔다오라구…》

《식사는요?》

《땅크병들이 사단장동질 굶기겠습니까?》

《그럼… 가자요. 》

이렇게 떠나온 걸음이였다. 그런데 학원접수에 면회를 신청했더니 전화로 몇마디 주고받던 직일군관의 말인즉 성국이가 자기한테는 올 어머니가 없다면서 면회를 거절한다는것이였다. 전혀 예견치 못했던 정황은 아니였다. 하지만 이런 랭대를 받자고 젖먹이를 옆집에 맡겨놓고 팅팅 불어오르는 젖몸을 부둥켜안고 그 먼길을 달려왔던가싶은 설음에 화순은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왔다.

《그 앨… 좀 만나게 해줄수 없습니까?》

딱한 눈길로 그를 돌아보던 운전수가 직일관에게 사정했다.

《들어가 만나기만 하면… 꼭 데려내오겠습니다.》

백수십리길을 달려온 젊은 어머니와 격동된 얼굴에 울기를 머금고 선 운전수를 번갈아 바라보던 직일군관이 어딘가에 또다시 전화를 걸더니 드디여 승인해주었다.

《잠간만 기다리십시오. 내 그놈을 꼭!》

이렇게 화순을 진정시키고나서 정문너머로 들어가버린 운전수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화순은 처녀의 몸으로 사내자식을 가진 사람과 운명을 한데 얽어매게 된 전쟁의 나날을 돌이켜보았다.

《일정한 정치적 및 경제적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나라들사이에서나 혹은 계급사이에 벌리는 폭력수단에 의한 조직적인 무장충돌, 특별한 폭력수단에 의한 어떤 계급의 정책의 연장》으로 우리 말 사전에 해석되여있는 《전쟁》이라는 이 짤막한 단어가 인간생활에 있어서는 생활의 그 어떤 연장이 아니라 엄혹한 좌절과 중도반단, 엄청난 운명의 역전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였다.

하여 스물한살의 한창나이로 전쟁의 엄혹한 불속에 뛰여든 화순을 전쟁은 평화로운 생활의 연장선에서는 도저히 이루어질수 없는 운명의 길로 떠밀었으니 전쟁이 끝난 그해 8월 그는 빨찌산출신 전선사단지휘관의 안해로 된것이였다.

전화의 불바다속에서 이루어진 그들의 사랑이 두익의 켠에서는 무엇로부터 시작되였는지 화순은 바이 알수 없었다. (두익은 지금껏 자기의 그 속내를 단 한번도 털어놓은적이 없었다.) 하지만 화순이켠에서도 무엇으로 시작된것이라고 설명할수가 딱히 없었다.

전쟁이 끝나 부사단장인 두익이와 간호장이였던 그가 한가정을 이루게 되였을 때 화순의 부모들은 물었었다. 처녀로서 무엇때문에 아이까지 있는 사람과 운명을 함께 하려느냐? 하고…

그 물음앞에 화순은 평화시절에 감동적으로 읽은 어떤 소설책의 저자가 살아있을 때 자기의 비문에 새겨달라며 미리 써놓았다고 하는 세마디의 글을 생각하였다. 《살았다. 사랑했다. 썼다.》 자기도 그렇게 대답할수밖에 없다고 그는 생각하였다.

《함께 싸웠어요. 사랑하게 되였어요. 함께 살겠어요.》라고.

《남이 낳아놓은 아이는 어떡하고?》

어머니의 걱정에 화순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 애때문에 사랑하게 되였는지도 몰라요.》

그것은 사실이였다. 1952년 가을, 몇배나 우세한 적들의 공격으로부터 고지를 사수하는 전투를 지휘하다 복부와 가슴에 중상을 입고 화순네 사단군의소에 실려온 그(련대장이였다.)를 간호하며 며칠밤을 꼬박 새운적이 있었다. 그 며칠동안 련대장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가슴어방을 허비며 계속 누군가를 찾았다. 수술을 하느라 벗겨놓은 그의 군복안섶에서 피에 젖은 사진 한장을 찾아내였다.

사진속에서는 네댓살쯤 되여보이는 사내애가 곱게 웃고있었다. 너무도 오래동안 품고다니며 보고 또 보아서 얼굴을 알아볼수 없으리만치 낡아버린 그 사진속의 곱게 웃는 사내애가 어머니 없는 련대장의 아들애라는것을 알았을 때,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찾는것이 그 아들애의 이름임을 알았을 때 화순의 심장은 이렇게 속삭이였다.

(이 애에게는 어머니가 있어야 한다.)

녀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이미 무엇인가를 예감한 심장의 그 울림이 있어 두익에게 수혈해준 화순의 피는 더욱 뜨거웠고 그를 처치하는 그의 손길은 더욱 부드러웠으며 그의 치료에 바치는 정성이 더욱 살틀했는지도 모른다.

전쟁의 불길속을 함께 헤쳐온 전우들만이 간직할수 있고 나눌수 있는 심장의 그 울림이 있어 류경수군단장과 안해인 황순희가 리두익부사단장이 어떤가고 그를 찾아와 물었을 때 선뜻 대답은 못했어도 심장은 이미 뜨겁게 고동칠수 있었던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합니까?》

운전수가 실내후사경으로 들여다보며 조심히 묻는 소리에 화순은 깊은 상념에서 깨여났다.

《생각이야 무슨… 조금 피곤해서…》

거짓말이였다.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을뿐더러 전쟁의 시련속에서 스스로 맡아안은 어머니의 의무를 얼마간 했다는 마음의 가벼움으로 하여 날듯 한 기분이였다. 《빨리 가자요.》

《예. 이젠 다 왔습니다.》 변속을 바꿔넣고난 운전수가 어째선지 혼자 허허 웃더니 한마디 했다.

《성국이 그녀석 오늘 꽤 으시대던데요.》

화순은 운전수가 무엇을 념두에 두고 하는 말인가를 인차 깨달았고 그러자 입가에 저도 모르는 사이 엷은 웃음이 그려졌다.

시쁘둥한 얼굴로 정문에 따라나온 성국에게 화순이 부랴부랴 싸들고 온 학용품보통이를 꺼내주자 보는체도 안하며 하던 말이 생각히운때문이였다. 《쳇, 학용품걱정은 없어요.》

《그건 안다, 학원에서 다 내준다는걸. 하지만 이건 어머니가 마련한거란 말이야. 그런데 넌 고맙다고 못할망정…》

익섭운전수가 타이름 절반, 욱박지름 절반으로 내려먹이려들자 성국은 더욱 시뜻해져서 얼른 말머리를 돌렸다.

《그런데 아버진 왜 한번도 안 와요?》

《엉?!》하고 운전수는 뻥한 눈길로 화순을 쳐다보았다.

《아버진 지금 바빠서 내가…》

《가면 아버지한테 말해춰요. 난》하며 운전수를 쳐다보다가 화순을 힐끗 바라보고난 녀석이 《저… 그…》하고 혀아래소리로 웅얼웅얼하더니 《성녀 어머니한텐 의견이 없어요.》하고 제 녀동생의 이름을 빌어 어머니란 부름말을 처음 입에 올리고는 제편에서 어색한지 퉁명스런 어조로 툭 내쏘았다.

《아버지한테 의견이 있어 집에 안 갔다구요.》

《뭐?! 너 그… 그건 무슨 소리냐?》

너무도 도약이 심한 녀석의 고백을 인츰 알아듣지 못한 운전수가 학용품이며 간식꾸레미를 들고 벌써 저만치 달려간 그 애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화순은 그 말을 곧 알아들었고 그래서 속이 쩌르르 젖어들었다.

절반짜리나마 듣고싶던 부름말을 들은것이였다.

(어머니! 이 한마디를 듣자고 오지 않았던가.)

성국은 정문을 넘어 한참 가다가서야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돌아서 꾸벅 인사하고는 교사뒤로 사라졌다.

(그 애에게 아버지에 대해 나삐 생각 말라고 왜 따끔히 말해주지 못했을가? 들고간 학용품이 아버지가 마련해보낸거라는 거짓말이라도… 나한텐 의견이 없다는 말에 속이 다 풀려가지고… 맹꽁이같이!)

남편이 아들일에 대해 너무도 관심이 없다고 고깝게 생각하며 속에 옹쳐감았던 감정이 미안한 감정으로 풀리는것이였다.

어느덧 차는 정문가까이 이르렀다.

《여기 세워주세요.》

곧 내릴 차비를 하면서 화순은 말했다. 남편이 직접 차까지 주면서 보냈다고 하지만 부대장차를 타고 정문앞을 버젓이 지나다니는것은 어느모로 보나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때문이였다.

《아니, 집앞에까지 갑시다.》

운전수가 그냥 고집하는 바람에 불편한대로 그냥 앉아가던 화순은 차가 정문 조금 못미처 마을길로 머리를 돌리는 순간 옆구리를 찔린 사람처럼 흠칫 놀라며 서둘러 내릴 차비를 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얼핏 돌아보던 운전수가 몹시 당황해하는 화순의 시선을 좇아 머리를 돌리다가 한방망이 되게 얻어맞은 사람처럼 되여버렸다. 얼어붙은 개울을 따라 곧바로 그어진 그리 넓지 않은 마을길로 깊숙이 들여다보이는 맨 마지막사택앞에 서있는 사단장을 알아본것이였다.

《야단났구나!》 운전수의 입에서 불쑥 튀여나온 말이였다.

차에서 내린 화순은 당황해하는 운전수의 마음을 진정시켜주려고 차문을 닫기 전에 다정하게 한마디 했다.

《우리가 너무 늦었나봐요.》

《아니, 아닙니다. 아주머닌 그저… 가만 계십시오. 아무 말도 말고… 내가 다 처리할테니…》

운전수가 더욱 헤덤벼치며 툭툭 끊기는 토막말로 몇마디 했다.

《아니? 그건 무슨…》

점점 커지는 의문에 눈이 뎅그래진 화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운전수는 휭- 하고 눈바람을 일구며 곧추 차를 몰았다.

남편은 차가 들어오는것을 분명히 보았겠는데 뒤짐을 진채 좁은 공지를 오락가락하고있었다.

(성났구나!)

차바퀴자국이 깊숙이 패워진 눈길을 걸어들어가는 화순의 마음속에 불안하게 자리잡는 생각이였다.

좀해 성내는 법 없이 홀로 묵새기는 성미지만 그것이 도수가 넘어 더는 눌러낼수 없는 극한점에 이르게 되면 치미는 노기를 묵새기느라고 저렇듯 안절부절 못하는 남편이였다.

(운전수가 혹시 나에게 거짓말을?!)

펀뜻 뇌리를 때리는 생각이였다. 아닐세라 차가 멎고 운전수의 발이 땅바닥에 채 닿기도 전에 벼락같이 후려치는 남편의 성난 목소리가 퍼그나 거리를 둔 화순의 귀에까지 쩡쩡 울려왔다.

《차수리를 어데 가 했어?》

(차수리라니?!)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문을 안고 그리로 다가가던 화순은 더욱 거칠어진 남편의 목소리에 주춤 서버렸다.

《솔직히 말해, 당장 영창에 걷어넣기 전에!》

운전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서서 대답이 없었다.

(운전수가 나한테 거짓말을 했구나.)

다는 알수 없는중에도 무엇인가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엉큼한 운전수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처신한 자신이 철없이 생각되였지만 후회는 있다가 하고 지금은 운전수부터 막아줘야 한다는 절박한 생각이 뇌리를 때렸다. 하여 총총걸음을 놓아 그리로 다가가던 화순은 몇걸음앞에서 주춤 멈춰섰다. 남편의 엄한 눈총이 살처럼 발앞에 날아와박혔던것이다.

그렇게 안해를 제지시키고난 남편은 운전수를 돌아보며 꽥 소리쳤다. 같이 살아오는 수년세월 처음 들어보는 큰소리였다.

《숨기지 말고 털어놔, 한방 먹이기 전에…》

《저… 평성에 좀 볼일이 있어서… 평성상점에… 좀…》

동북리어방을 지날 때 어긴 뽀베다승용차의 주인인 차엄봉부상이 105땅크사단장차임을 알아본것으로 하여 부대에서 일어난 소동을 깜깜 모르고있던 운전수는 떠뜸떠뜸 거짓말을 했다.

《아니 운전수동무, 왜 그런 거짓말을?》

이렇게 께끼며 다가서려는 화순의 발걸음을 더한층 엄한 시선으로 못박아 세워놓고나서 운전수한테로 돌아서는 두익의 얼굴에 쓰거운 웃음이 지나갔다.

《흠, 평성상점엘 갔다왔다? 평양에 가지 않고? 자유주의에다 거짓말하는 솜씨도 여간 아니군.》

얼굴에 그려진 쓰거운 웃음도, 쏘아붙이는 야유조의 말투도 화순이로서는 처음 당하는것이였다. 그 모습을 보기가 민망하여 어떻게 해보려고 그한테로 다가서던 화순은 다시 무춤 멈춰서버렸다. 운전수를 향하여 명령하는 남편의 엄한 목소리가 그를 얼궈놓은것이였다.

《다시 싣고가서 다 부리워놓고 와 보골 해.》

《예?! 무얼… 말입니까?!》

《무어긴 무어야? 평성에 가 샀다는 물건짝이랑, 게까지 타고갔다온 이 사람이랑 다 싣고가 부리워놓고 오란 말이야, 빈차로!》

《평성》이라는 말에 다 알고 남음이 있다는 의미를 담은 그 한마디말을 남기고 두익은 눈이 두텁게 쌓인 마을길로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곁에 선 안해는 보지조차 아니했다. 화순이한테는 그것이 귀청 떨어지는 고함보다 몇배 더 아픈 추궁이였다. 점점 멀어져가는 사단장을 멍하니 바라보다말고 화순이한테로 돌아선 운전수가 셈평좋게 씩 웃더니 닁큼 차에 뛰여올라 발동을 걸었다. 차문을 쾅 닫으며 그는 말했다.

《걱정말고 들어가십시오. 사단장동진 내가 맡겠습니다.》

《가만!》 화순이가 그를 불러세웠다. 《같이 가자요.》

《어디루 말입니까?》

《이자 듣지 못했어요? 평성상점앞에다 부리워놓고 오라는 말…》

《예? 그럼 평성까지 진짜 가자는겁니까?》

《가자요.》

《에참, 고집들두! 하여간 타십시오. 갑시다, 사단장동지가 보는 앞에서…》하면서 운전수는 제동을 풀더니 씽하고 차를 몰았다.

사단장은 뒤에 다가온 차의 존재는 의식하지 못한듯 그냥 정문너머로 들어가버렸다.

《에… 며칠 또 긴장하게 됐는데…》

사단장이 돌따서서 가지 말라고 할줄로 믿고 천천히 뒤를 따라가던 운전수가 그가 끝내 돌아보지조차 않고 정문을 넘어서버리자 쌍운리쪽으로 조향륜을 휙 잡아돌리며 말했다.

《아침에 나보고 애아버지가 성국이한테 갔다오랬다고 하지 않았어요?》 차가 부대구역을 벗어나자 화순은 걱정어린 투로 물었다.

《어디 봐주겠습니까? 그래 내가 시간을 냈지요. 한데… 에잇!》

《그런데 평성상점에 갔다고… 거짓말은 왜 하는거예요?》

《아주머니가 사단장동지한테 학원에 갔다온걸 말하고싶어하지 않으니까요.》

《예?! 익섭동무두 참.》

화순은 운전수의 갸륵한 마음이 뜨겁게 마쳐와 눈굽이 젖어드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쌍운리에 부리워주고 나는 수리소에 올라갔다가 시간맞춰 부대에 들어갈테니 날이 어두워진 다음 조용히 집에 들어가십시오.》

차가 쌍운리소재지에 거의 다가갔을 때 화순을 돌아보며 운전수가 아무 일도 없었던듯 벌씬벌씬 웃는 얼굴로 말했다.

《싫어요, 평성까지. 아니, 평양까지 가자요.》

《평양까지요?》하면서 실내후사경을 들여다보던 운전수의 얼굴에 심각한 빛이 어렸다.

후사경속에서 차창너머 앞쪽을 바라보며 까딱 움직이지 않는 녀인의 볼우로 커다란 눈물방울이 구을러내리고있었던것이다.

운전수가 모든것이 제 잘못인듯 한 표정으로 정색하여 말했다.

《못 갑니다. 잠재워놓고 온 젖먹이는 어떡하고?》

《녀자가 독한 마음 먹으면 오뉴월에도 서리 쓴댔어요. 가자요.》

진짜 서리가 돋는듯 한 화순의 말에 운전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

 

그날 밤 리두익은 낮에 약속한대로 방에 찾아온 인민군출판사 기자의 취재에 선선히 응했다. 그런데 그한테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였다. 뜻밖에도 소문난 기관총수였던 김충렬이 백수십명의 적들을 요정낸 어느 전투에 대한 이야기였다.

의아함을 금치 못해하는 기자에게 두익은 말했다.

《이 이야기를 꼭 쓰도록 동무가 그를 도와주시오.

수적, 군사기술적우세를 뽐내는 적들을 정치사상적, 전략전술적우세로 쳐이겨야 할 우리 인민군전사들을 교양하는데서 좋은 경험으로 될거요. 그런데 내가 동무에게 대신 이야기하는것은 충렬동무 입을 통해서는 절대로 들을수 없겠기때문이요.

자기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그만큼 린색한 사람이 없소. 그래 어떻소? 얘기가 마음에 드오?》

《듭니다, 대단히… 그런데 사단장동지자신에 대해서는 언제 얘기하겠습니까?》

《그건 동무가 충렬동무의 회상실기를 어떻게 도와주는가 하는것을 보고 결심하겠소.》

《약속했습니다.》

취재가 끝날 림박에 전태윤이 사단출신 시인을 동반하여 그의 방에 들어왔다. 《랠아침차로 가겠답니다.》

《좋은 노래감을 잡은 모양이군.》

《아직은…》 시인은 태윤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이번엔 옛 전우들과 만나 회포를 나눈셈치고 곧 다시 오겠답니다.》 정치부장이 시인을 대신하여 말했다.

《그렇게 해주. 언제든지 기다리겠소.》

시인의 손을 잡아주는 두익의 얼굴표정은 밝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밝은 표정속에 드리운 보이지 않는 그늘을 전태윤은 보고있었다.

한편 평양까지 가겠다고 우겨대는 화순을 떠밀어내려놓다싶이 하여 묵천역에 부리워놓은 익섭은 밤이 깊어서야 부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이미 사단장차 운전수가 아니였다.

사단운수중대 운전수로 된 대렬조동명령서가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후임은 아직 없었다. 마지막으로 정성껏 차를 정비한 다음 사무실앞마당에 세워놓은 차와 말없이 작별하고난 익섭은 훌쭉한 배낭을 꿍져메고 3년전에 떠나온 중대로 돌아가버리고말았다.

그리고 익섭이가 묵천역에 부리워놓고 온 화순은 역기다림칸에서 터질듯이 불어난 젖을 짜버리며 밤을 새다가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찾아온 전태윤정치부장의 차를 타고 새벽녘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낮 하루밤동안 입에 맞지 않는 암죽을 뱉아버리며 너무도 울어 목이 쉬여버린 어린 딸애와 밤깊도록 돌아올줄 모르는 어머니를 기다려 동구밖까지 나와 우는통에 동생 못지 않게 목이 잠겨버린 여섯살잡이 둘째가 정치부장네 아래방에 가지런히 누운채 잠결에도 흐느껴 울고있었다.

《젖먹이에미를 평성까지 되쫓아보내다니?》

아이들 걱정으로 건너와있던 부사단장네 팔십고령의 로할머니가 얼음버캐투성이가 되여 들어선 화순을 둘러싸고 야단을 떠는 군인가족들을 돌아보며 혀를 차는 소리였다.

《무슨 사람이 그리 독하우?》

《쫓아보낸 사람보다 더 독한건 텅 빈 역기다림칸에서 홀로 밤을 샌 애에미지.》

정치부장 처가 그를 따뜻한 아래목에 끌어다앉히며 지청구했다.

《그래 평성에서… 뭘 사왔나요?》

그런 와중에 한 젊은 가족이 묻는 말을 꿈속처럼 흘려들으며 하루낮, 하루밤동안 헤여졌던 두 어린 자식을 굽어보는 화순의 눈에서 그제서야 뜨거운 눈물이 방울져 떨어졌다.

젊은 가족을 흘겨보던 부사단장네 집 로할머니가 쏘아붙였다.

《사오긴 뭘 사와? 아에민 평성이 아니라 평양엘 갔다왔네. 그러니 어데 갔다왔겠는지 생각들 좀 해보라구.》

《아니, 그럼… 성국이한테?!》

어안이 벙벙하여 마주보던 군인가족들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흘러나온 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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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 - Hongkong - Designer - 201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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