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2(2023)년 3월 24일 《로동신문》

 

실화

함께 지켜가는 초소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누구나 보석과 같은 애국의 마음을 간직하고 조국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유익한 일을 스스로 찾아하여야 합니다.》

대지에 봄기운 더해주는 아침해살이 마두산기슭 안주시 영천농장 제1작업반으로 뻗은 산골길에도 살풋이 퍼지기 시작했다.

건설자재들을 가득 싣고 길을 톺던 화물자동차가 농장원들이 일하는 포전곁에 멎어섰다. 차에서 내린 50대의 녀인이 농장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주시만병초물자보장사업소 소장 김경란이였다.

신발에 무겁게 매달린 흙밥을 바삐 비벼털며 반색을 짓고 달려오는 작업반장 조원국에게 김경란소장은 종이말이를 펼쳐보였다.

《이제부터 건설을 본때있게 내밀어보자요. 농장원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다시 그린 작업반의 전망도인데 좀 봐주세요.》

그러면서 그는 여기는 한증탕, 저기는 온실과 축사 하며 부지절약형으로 설계된 건물들을 꼽아나갔다. 피로한 모습을 애써 감추며 미소를 짓고있는 그의 얼굴을 대하기가 조원국은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소장동지, 사업소일도 바쁘겠는데 우리때문에 또 걸음을 했구만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자 김경란소장은 손을 가벼이 내저었다.

《나도 작업반사람인데 왜 자꾸 그런 말을 하는거예요.》

《아, 참 그렇지요.》

웃음짓는 조원국의 뇌리에 잊지 못할 추억이 새삼스레 갈마들었다.

*    *

올해 1월초 어느날이였다.

저녁작업총화를 마치고 작업반마당으로 나서던 조원국은 탈곡장과 농기계부속품창고를 유심히 살펴보며 서성거리는 한 녀인을 보게 되였다.

의아한 기색으로 누굴 찾아왔는가고 물으니 그 녀인은 대뜸 작업반장을 만나러 왔다고 하는것이였다. 내가 작업반장인데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고 되묻는 그에게 녀인은 자기 소개를 하며 며칠전 마두산혁명전적지답사를 왔다가 얼핏 들려보았는데 시적으로 조건이 제일 불리한 작업반이라는 일군의 이야기가 마음에 걸리더라고, 우리가 뭘 도울것이 없겠는가고 물었다.

느닷없는 이야기에 더더욱 의아해진 조원국이 대답을 못하고 그의 얼굴만 바라보고있는데 녀인은 이렇게 계속하였다.

《왔던김에 포전들도 돌아보며 올해 농사를 잘 지을 방도를 함께 토의해보는것이 어떻습니까?》

그의 말에 이끌려 작업반포전들과 농장원세대들을 둬시간가량 돌아보았지만 조원국의 얼굴에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기색이 떠날줄 몰랐다.

(하긴 척박한 산골농사를 돕겠다는 그 마음만도 고마운 일이지.)

그렇게 맺어진 인연이였다. 그후부터 작업반에는 김경란소장과 종업원들이 자주 찾아왔다.

때없이 소농기구들과 뜨락또르부속품, 연유를 비롯한 영농물자들을 자동차에 한가득 싣고 오기도 하고 땔감과 기초식품에 이르기까지 작업반원들의 살림도 자기 종업원들의 살림을 돌보듯 성의껏 도와주었다. 한달어간에 사업소종업원들이 모아서 보내준 질좋은 거름만도 300여t, 흙깔이용연재는 150여t에 달하였다.

김경란소장이 직접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고장난 뜨락또르를 새것처럼 수리하는 일을 적극 도와주었을 때 조원국은 너무도 고마와 사업소에도 할 일이 많을것이고 또 지금까지 도와준것만 해도 고맙기 이를데 없는데 더는 걱정하지 말고 가을에 농사를 잘 지어놓겠으니 그때에나 와봐달라고 사정하다싶이 이야기했다.

그러자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당에서 농촌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잘 알면서 농사차비때 거름이나 좀 가져다주고 모내기때 모나 함께 꽂아주었다고 만족하겠나요. 작업반이 3대혁명붉은기를 쟁취하고 군적으로 소문난 다수확단위가 되는 날까지 함께 주인이 되여 일해보자요.》

그러던 어느날 조원국은 시에서 조직한 회의에 참가하였다가 령도업적단위인 상서농장의 일군으로부터 김경란소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였다.

《쉽지 않은 녀성이지요. 지난 2년간 우리 농장에 많은 연유도 보내주고 농장원들의 작업복까지 마련해가지고 찾아오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농장의 한 성원으로 생각하고있지요.》

하지만 조원국이 놀란것은 그때뿐이 아니였다. 흙깔이를 도우러 나왔던 사업소종업원들로부터 무심히 스쳐보낼수 없는 가슴뜨거운 이야기를 또다시 듣게 되였던것이다.

《우리 소장동진 항상 바쁘게 삽니다. 오래전부터 진행해오는 원군사업만 하자고 해도 아마 집일을 신경쓸새 없을거예요.》

사실이 그랬다. 전쟁로병의 딸이며 제대병사인 그는 조국보위는 공민의 신성한 의무라고 하면서 아들딸모두를 조국보위초소로 떠밀어보냈고 오늘까지 30여년세월 원군사업에 아낌없는 지성을 바쳐왔다.

그와 군인가족생활을 함께 한 녀인들이 지금도 잊지 못하고있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수십년전 김경란이 시집오는 날에 있은 일이였다.

이사짐을 싣고온 자동차에 난데없는 새끼돼지들이 실려있는것을 보고 축하하러 모여왔던 비행사의 안해들은 입을 딱 벌리고말았다. 새색시의 몸으로 저 많은 새끼돼지들을 어떻게 키우려 할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일이 퍼그나 흘러서야 그의 진정을 알게 되였다. 터밭을 없애고 만든 돼지우리와 미꾸라지서식장에서 한해에 2t이상 생산되는 고기를 자진하여 맡은 중대군인들에게 정상적으로 보내주고 갖가지 보약재들도 성의껏 마련하여 병사들을 찾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생활하는 군인가족들이 얼마나 감동되였던가.

그렇게 시작된 원군길에서 그는 새각시시절에 벌써 《병사들의 어머니》라 불리웠고 28살의 젊은 나이에 전국공산주의미풍선구자대회에 참가하여 로력훈장수훈자가 되였다. 제대된 남편을 따라 안주시에 이사온 때부터 오늘까지도 그는 원군길에 변함없는 애국의 마음을 다 바치고있었다.

(그처럼 하는 일이 많으면서도 우리 작업반을 위해 왼심을 써왔구나. )

종업원들의 이야기를 듣느라니 그는 문득 김경란소장이 늘 품고있는 수첩에 생각이 미쳤다. 한번은 김경란소장이 작업반휴계실에 떨군 수첩을 펼쳐본적이 있는데 그 첫장에 《애국자가 많아야 나라의 일이 잘된다!》라고 씌여있었다. 다음장에는 작업반원들의 식구수며 살림살이형편, 포전별지력상태, 농장원들의 의견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적혀있었다.

그 수첩을 보는 순간 조원국은 농장에서 수십년세월 일해온 자기도 김경란소장처럼 그렇게 주인다운 일본새로 순결한 땀과 량심을 바쳐왔던가 하는 자책감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빈터나 다름없던 사업소를 맡아 2중3대혁명붉은기단위로 추켜세우는 속에서도 농장길과 원군길에 그렇듯 참된 애국의 자욱을 변함없이 수놓으며 흘러온 그의 한생을 그려보느라니 머리가 절로 숙어졌던것이다.

그러던 지난 1월말 영농물자들을 싣고 작업반을 찾아온 안주시만병초물자보장사업소 종업원들속에 소장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늘 환한 웃음을 짓고 제일먼저 차에서 내리군 하던 소장인지라 작업반원들의 뇌리에는 혹시 그가 앓지나 않는가 하는 불안감이 갈마들었다. 그들의 마음을 넘겨짚은듯 사업소종업원들이 우리 소장동지는 건군절경축행사 특별대표로 초대되여 평양에 가게 되였다고 기쁜 소식을 알려주었을 때에야 농장원들은 환성을 올렸다.

《반장동지, 이런 경사가 또 어데 있겠습니까. 우리 작업반에도 건군절경축행사 대표가 나왔구만요.》

《그래, 소장동무야 진짜 우리 작업반 대표지.》

조원국의 눈굽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     *

조원국은 상념에서 깨여났다.

김경란은 전망도를 둘러싼 농장원들과 함께 작업반의 래일을 그리고있었다.

《우리 작업반을 꼭 3대혁명붉은기단위로 만들자요.》

《허, 그러다가 사업소사람들이 시샘을 하겠습니다. 자기네 소장을 아예 우리 작업반에 떼웠다고 의견을 부리면 어쩌겠습니까.》

그바람에 모두의 얼굴에 가벼운 웃음이 피여올랐다.

《왜 우리 사업소만 나의 일터겠나요. 우리 병사들이 있는 전호도, 나라쌀독을 채우는 이 작업반도 누구나 함께 지켜가야 할 우리 초소가 아니겠나요.》

그의 정깊은 얼굴을 바라보는 조원국의 마음속에서는 어머니당에서 걱정하는 일이라면 다 자기의 걱정으로 받아들이고 조국의 부강번영에 필요한 일이라면 솔선 제어깨에 떠멜줄 아는 저런 사람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참된 애국자가 아니랴 하는 생각이 떠날줄 몰랐다.

그는 물론 작업반원모두의 가슴속에도 우리 당이 사회주의애국공로자로, 원군미풍열성자로 높이 내세워준 저 훌륭한 녀성처럼 이 땅에 애국의 자욱을 깊이 새겨가려는 결심이 더욱 굳게 자리잡았다.

본사기자 강금성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