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1월 28일 《우리 민족끼리》
사랑의 일지
얼마전 일요일이였다.
따스한 날씨는 4살난 딸애의 기분을 하늘높이 둥둥 떠올린듯 했다.
공원에 같이 가자는 간청이 실현된것이 기뻐서인지 딸애는 공원이 좁다하게 뛰여다녔다. 나는 재롱스럽게 뛰노는 자식과 어울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고 오전시간을 거의나 공원에서 보냈다.
그런데도 딸애는 또 미끄럼대를 타자느니, 그네를 타자느니 하며 계속 성화를 먹였다. 공원의 놀이기구들을 다 타보고도 도무지 성차지 않은 모양이였다. 아무리 얼리고 타일러도 막무가내였다.
오히려 제가 먼저 놀이기구쪽으로 뛰여가며 《아빠, 빨리 빨리!》하고 련거퍼 《호령》을 했다.
늦게 본 자식이여서 그런지 나에게는 딸애의 끈질긴 성화와 《호령》마저 즐겁게만 여겨지고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여다니는 그 모습이 귀엽게만 보였다. 어쩔수 없이 딸애를 따라 또 그네며 미끄럼대를 분주히 오갔다.
그렇게 몇차례 놀이기구들을 더 타고서야 싫증을 느꼈던지 딸애는 제풀에 《기권》을 했다.
그때 문득 손전화기의 종이 울렸다. 탁아소의 보육원선생님이 걸어온 전화였다.
그제서야 공원으로 나올 때 일요일에도 탁아소에서 우유를 공급한다던 안해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차, 늦었구나.》 나는 딸애의 손목을 잡고 서둘러 탁아소로 향했다. 다행히도 탁아소는 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정말 미안합니다. 딸애와 함께 있는 정신에 시간이 이렇게 흐른것도 모르고…》
《시간을 지켜야지요!》
짐짓 엄한 인상을 짓는 보육원선생님의 태도에는 장난기가 다분히 어려있어 저도모르게 웃음이 났다.
따끈한 우유고뿌를 받아안고 맛있게 먹고있는 딸애와 그것을 지켜보는것이 하나의 락인듯 미소를 짓는 선생님, 그 모습을 바라보느라니 일요일에도 보육원선생님들은 휴식하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더욱 미안스러웠다.
《보육원선생님들이 참 수고가 많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인데 한번쯤 아이에게 우유를 못먹인다고 큰일이 나겠습니까?》
불쑥 나의 입에서 이런 변명이 튀여나왔다.
금시 젖제품공급일지를 펼쳐들던 보육원선생님이 잠시 원망어린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모든 어린이들에게 매일 젖제품을 먹이라는것은 우리 당의 뜻이고 요구입니다. 그러니 이 공급일지에는 단 하루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되지요.》
그리고는 공급일지에 또박또박 수표를 했다. 《공급자 리정희》
낮으나 저력있는 그 목소리가 마치도 회초리가 되여 나에게 날아드는것만 같았다.
자식에게 우유를 한번쯤 못먹이는것을 있을수 있는 일로 여긴 자신이 왜 그처럼 민망스럽던지.
어느덧 탁아소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허나 보육원선생님이 하던 이야기가 메아리되여 귀전을 울리고 사랑어린 공급일지가 눈앞에서 떠나지 않았다.
단 하루의 공백도 없는 공급일지!
되뇌일수록 가슴이 마냥 후더워졌다. 정녕 크지 않은 탁아소의 젖제품공급일지에도 얼마나 뜨거운 사랑과 정의 세계가 비껴있는것인가.
무릇 자식들을 잘 먹이고 잘 입히고 훌륭히 내세우고싶은것은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그를 위해 부모들은 자식의 성장에 항상 왼심을 쓰며 할수 있는 노력을 다 한다.
바로 이 나라 모든 부모들의 그 마음, 그 소원을 현실로 꽃피워주신
이 땅에 태여나는 아이들, 자라나는 후대들이 어려서부터 좋은 환경에서 잘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면 앞으로 20년, 30년후에는 그만큼 우리 사회에 더욱더 약동하는 생기와 활력이 넘치게 되고 공화국의 국력이 장성강화되게 될것이라고 하신
몸소 시험생산한 젖가루를 직접 맛보아주시며 자그마한 부족점도 없이 잘 만들도록 크나큰 심혈을 기울여주신
뜨거운 사랑과 정의 세계가 력력히 새겨져있는 탁아소의 젖제품공급일지!
정녕 그것은 단순히 젖제품에 대한 공급정형을 보여주는 기록부만이 아니였다.
우유살이 퐁퐁 오른 딸애가 의아한 눈길로 사색에 잠겨있는 나를 쳐다보았다.
《설희야, 너흰 얼마나 행복한 세대이냐. 무럭무럭 자라 내 조국을 받드는 참된 역군이 되거라.》
나는 딸애를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직 내 말뜻을 다 리해못하는 딸이다. 하지만 초롱초롱 빛나는 그 눈빛은 이렇게 속삭이는듯싶었다.
우린 행복동이라고,
김 남 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