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1월 9일 《우리 민족끼리》

 

벼꽃과 낟알향기

 

얼마전 우리가 벼단철수를 도우려 뻐스를 타고 주변농장으로 나갈 때였다. 차창밖을 내다보는 나의 눈앞에 벼단을 끌어들이느라 퉁탕거리는 뜨락또르들의 경쾌한 발동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멋있구나. 오 황금이삭 걷어들이는 농장벌이여!》

옆에 앉은 청일동무가 시상이 나래치는지 전야를 바라보며 흥분된 자기의 심정을 이렇게 터놓았다.

그러는 그에게 나는 이렇게 물어보았다.

《청일동문 벼꽃을 본적이 있어?》

그는 도리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못보았어. 벼꽃은 깊은 밤에만 잠간 핀다고 하던데.》

문득 나의 머리속에는 지난 8월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농업과학자인 아버지는 당시 논벼생육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재령군의 어느한 농장에 나가 연구사업을 하고있었다. 사업상용무로 그곳에 갔던 나를 반갑게 맞아준 그날 아버지는 지금이 벼생육에 중요한 시기라고 하시면서 저녁식사를 끝내시기 바쁘게 또다시 포전으로 나가셨다.

나는 제딴에 아버지를 옆에서 도와드리고싶은 충동이 앞서 휘영청 밝은 달빛을 조명삼아 아버지의 시험포전으로 향했다.

한창 벼꽃이 피여나는 시기여서 그런지 아버지는 포전에서 잠시도 눈길을 떼지 못하고있었다.

《아버지, 지금 뭘하시나요?》

《응, 영민이구나, 늦었는데 자지 않고 왜 나왔니.》

《아버지를 도와드릴려구요.》

《원, 자식두. 네가 무엇을 돕겠다고. 난 지금 벼꽃을 관찰하고있단다.》

아버지의 말이 잘 리해되지 않아 나는 이렇게 되물었다. 《벼꽃이요?》

아버지는 얼굴에 느슨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벼꽃은 장미꽃이나 해당화꽃과는 달리 장시간 피여있지는 않는다. 또 잘 알리지도 않구…》

점점 아리숭한 말만 하는 아버지를 나는 말없이 바라보았다. 나의 마음을 헤아려본듯 아버지는 손전지로 논을 비쳐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 논을 좀 보렴. 갓 피여나는 벼꽃들이 얼마나 소담스러운지. 아버지는 이 벼꽃을 볼 때면 벌써 황금의 가을을 보는듯한 심정이란다. 이만하면 한해농사의 장훈을 부를수 있지. 그러니 너도 이 벼꽃을 례사롭게만 생각지 말아라. 이 벼꽃이 있어 구수한 낟알향기가 마련되는거란다. 이를테면 농촌특유의 향기지.》

그날 나는 아버지의 의미심장한 말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벼꽃이 안아오는 낟알향기!

그 누가 알아주건말건 우리 당의 농업정책을 결사의 정신으로 받들어가는 이 땅의 모든 농업근로자들의 애국의 마음과 헌신의 구슬땀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이런 생각에 잠겨있는 나의 가슴속에서는 다음순간 뜨거운것이 치밀어올랐다. 나라의 농사문제를 두고 그토록 마음쓰시며 불면불휴의 심혈과 로고를 바쳐가고계시는 경애하는 원수님의 자애로우신 영상이 어려와서였다.

우리 농민들의 그 수고를 헤아리시여 나라의 기본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 수천대의 능률높은 농기계들을 보내주시고 련포온실농장과 같은 사회주의농촌진흥의 새로운 변혁적실체를 안겨주시였으며 전국의 모든 농촌들을 천지개벽시킬 웅대한 구상을 펼치시고 그를 현실로 꽃피워가시는 경애하는 원수님이시다.

그렇다.

풍요한 전야에 차넘치는 구수한 낟알향기, 이는 사회주의농촌진흥의 새시대를 펼쳐주신 경애하는 원수님의 크나큰 사랑에 보답할 일념을 안고 전야마다에 성실한 구슬땀을 아낌없이 바친 우리의 미더운 농업근로자들이 안아온 보답과 헌신의 결정체였다.

감도는 낟알향기를 다시금 한껏 들이키며 나는 마음다졌다.  

순간을 피였다 진대도 알찬 열매를 남기는 벼꽃을 언제나 마음속에 안고 살리라. 필 때에는 짙은 향기를 풍기지 못해도 구수한 낟알향기를 가져다주는 벼꽃처럼 내 조국을 더욱 부강하게 하기 위한 보람찬 사업에 있는 지혜와 열정을 다 바쳐 애국의 열매를 주렁지우리라.

 

기계공업성 부원 리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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