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0월 9일 《우리 민족끼리》
《리향》의 추억담
나는 얼마전 평양연극영화대학의 한 강좌장선생님으로부터 뜻밖의 부탁을 받았다. 학생들앞에서 예술영화 《도시처녀 시집와요》의 창조과정에 느낀 소감, 즉 어떻게 되여 화면마다에 그렇듯 개성이 풍부한 녀주인공의 내면세계를 생동하게 형상해낼수 있었는가에 대한 《특별강의》를 해달라는것이였다.
정든 모교에서 잊을수 없는 스승들과의 상봉도 기쁜 일이지만 나의 배우생활과정에 내놓은 《처녀작》이라고도 할수 있는 그 영화에 대한 소감을 꽃같고 름름한 대학생들앞에서 터놓는다는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러나 배움과 창조의 열망을 지향하며 푸른 꿈을 저 넓은 창공에 얹은 《미래의 배우》들앞에서 과연 내가 무엇을 이야기할수 있을가 하는 걱정도 마음한구석에 소리없이 내려앉는다.
나의 손길은 저도모르게 꽃무늬가 아롱진 벽면앞에 놓인 하얀 탁자우의 액정TV와 록화기에 가닿았다. 얼마 안있어 TV화면우로 나의 못잊을 추억을 싣고 영화장면들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 장면마다에 사색의 글줄들이 하나둘 새겨진다.
정말이지 예술영화 《도시처녀 시집와요》의 창조나날은 내가 주인공들의 정신세계를 깊이있게 따라배우는 과정이였고 나자신을 그 주인공들의 높이에 올려세우는 하나하나의 성장과정이였다.
도시처녀가 농촌청년을 오해하다가 나중에는 그를 열렬히 사랑하게 되는 내용을 이야기줄거리로 한 예술영화 《도시처녀 시집와요》.
당시 리향과 같은 나이또래의 《꽃시절》에 살던 나로서는 자석처럼 마음을 몹시도 끌어당기는 주인공의 역형상을 본때있게 잘 해보리라는 결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역형상에로의 첫걸음은 나에게 《순풍에 돛》이 되지 않았다. 나의 마음속에 매혹의 《오작교》를 놓아준 두 청춘남녀의 사랑이야기는 촬영기앞에 선 나에게도 관중의 감동을 불러올만큼 《무지개다리》를 놓아주지 않았다.
반복, 또 반복하기를 그 몇번…
《달콤한 꿈》이 고민으로 바뀌여 모대기던 어느날 연출가가 조용히 나를 찾아와 리향의 성격과 생활을 깊이 연구하고 그에 공감해야 하며 진실하게 체험할 때만이 생동한 형상을 창조할수 있다고 하면서 하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리향이 사랑한것은 단순히 성식이라는 한 청년이 아니라 그의 마음속에 간직된 뜨거운 향토애, 남다른 정신세계이다. 우리 농촌을 살기좋은 리상촌으로, 사회주의무릉도원으로 변모시켜 농촌문제해결을 두고 끝없는 헌신의 길을 걷고계시는
나는 그때 밤하늘에 반짝이던 별 하나가 내 가슴에 내려앉은것만 같은 느낌을 받아안았다. 그것은 아름다운 별이였다. 우리 당의 웅대한 구상인 농촌문제해결의 길에서 하나로 합쳐진 새세대 청년들의 지향에 대한 사랑의 별이였다.
바로 이러한 감정이 리향의 역형상을 성공에로 이끌었던것이다.
영화의 감화력은 참으로 컸다. 이 영화가 방영된 다음 수많은 처녀들에게서 나에게 편지가 왔다. 영화를 보고 너무 감동이 되여 새세대청년으로서 사회와 집단을 위해, 조국과 인민을 위해 조금이나마 이바지하여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농촌에 시집을 갔다는것이다.
TV화면우에 흐르던 추억깊은 영화의 장면들은 이미 지나갔다.
그러나 나는 그 어디서나 넘쳐나는 사랑의 이야기를 계속 보고있다.
우리 당의 새로운 사회주의농촌건설강령에 받들려 여기저기서 인민의 무릉도원들이 경쟁적으로 키를 솟구치고 전야마다에는 우리가 만든 농기계들의 동음소리 끝없이 진동하고있으며 도시에서 자라나 농촌으로 탄원해간 수많은 청춘남녀들이 새가정을 이루고 그 땅에서 꿈과 리상을 꽃펴가는 화폭들이 날마다 펼쳐지고있지 않는가.
그 모든것은 그대로 감동없이는 들을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였다.
사회주의농촌건설에 힘을 넣어 농촌특유의 문화발전, 우리 식의 새로운 발전을 이룩하려는 우리 당의 숭고한 뜻, 그 뜻이 현실로 펼쳐질 우리 농촌의 래일은 그 얼마나 눈부실것이며 그속에서 꽃펴나는 사랑의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고많을것인가.
미래의 소중한 꿈을 안은 학생들에게 토로할 진정을 나는 이렇게 마감하고싶다.
그것이 곧 우리의 배우수업과정안이며 진실한 연기형상의 열쇠이라고.
조선예술영화촬영소 인민배우 리 경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