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9월 23일 《우리 민족끼리》

 

거리에 피여난 꽃

 

일요일 아침이였다.

아들애가 중앙동물원에 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나는 7살난 철성이를 앞세우고 일찍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중구역에 있는 누이네 집에 들려 조카애들과 함께 가자고 약속을 한데다 그보다는 범이며 사자, 하마 등 모든 동물들을 다 구경하자고 간청하는 철성이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려면 어지간히 시간이 걸릴것이라고 타산했기때문이였다.

얼굴에 웃음을 함뿍 담고 제법 성큼성큼 걷는 아들애를 바라보며 기분좋게 걸음을 옳기던 나의 귀전에 문득 《어머니-》하고 부르는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나는쪽을 보니 도로관리원복을 맵시있게 차려입은 한 처녀가 도로청소기를 운전하고있는 나이지숙한 녀인에게로 달려가는것이였다.

(아니, 그럼 어머니와 딸이 다 도로관리원을?!)

참으로 뜻밖이였다.

수도 평양에서 한생을 도로관리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수많이 보아왔어도 이렇듯 어머니와 딸이 함께 도로관리원으로 일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던것이다.

이제는 좀 쉬라고, 자기가 하겠다며 운전대를 잡는 딸과 하던 일을 마저 끝내겠다며 운전석을 뜨려고 하지 않는 어머니.

혈육의 정이 뜨겁게 넘치는 그들의 모습에 이끌려 나의 발걸음은 저도모르게 그곳으로 향했다.

어떻게 되여 도로관리원이 되였는가고 묻는 나에게 딸은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그저 수도의 거리를 더 밝고 깨끗하게 하는 사업에 자신의 모든것을 바치고싶었을뿐입니다. 내가 청소한 이 도로를 따라 차들이 오가고 수많은 사람들이 밝은 웃음을 지으며 다니는것을 볼 때마다 도로관리원으로서의 긍지가 한껏 부풀어오릅니다. 나도 20여년을 하루와 같이 도로를 관리한 어머니처럼 한생을 도로관리원으로 일할 결심입니다.》

그러면서 처녀는 앞서나가고있는 도로청소기를 향해 달려갔다.

도로관리원으로 일하는 어머니와 딸!

생각할수록 가슴속에서는 뜨거운것이 치밀어올랐다.

흔히 사람들은 춥고 바람이 불면 밖에 있다가도 안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도로관리원은 그렇지 않다.

눈이 오거나 무더기비가 쏟아지면 깊은 밤에도 거리로 나와 도로들을 돌아보아야 하고 겨울에는 추위를, 여름에는 무더위를 이겨내야 하는것이 바로 도로관리원들이다. 더우기 그들이 언제 출근하는지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이러한 직업에서 저 어머니는 한생을 묵묵히 일해왔고 오늘은 딸도 함께 그 초소를 지켜가고있다.

결코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20여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방금 말한 처녀의 진정어린 토로가 그것을 잘 말해주고있다.

얼마나 돋보이는 녀성들인가.

진정 저들의 정신세계는 얼마나 아득한 높이에 있는것인가.

문득 지난 4월 인민의 새 보금자리로 일떠선 경루동에 대한 취재길에서 만났던 한 녀인의 목소리가 귀전에 들려왔다.

정말 꿈을 꾸는것만 같았다고, 과연 이런 궁궐같은 살림집이 내집인가 하는 생각에 군인들이 넘겨주는 집열쇠도 선뜻 받아쥘수 없었다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격정에 넘쳐 토로하던 녀성.

그는 중요직책에서 일하는 일군도 아니였고 특출한 공적을 세운 과학자도 아니였다. 바로 그도 평범한 도로관리원이였다.

누가 보건말건, 알아주건말건 자기 맡은 초소에서 성실히 일해온 그를 나라에서는 사회주의애국공로자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내세워주었고 경루동의 새집까지 무상으로 안겨준것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라면 이런 꿈같은 현실을 상상조차 할수 있겠는가.

언제인가 남조선잡지들에 실렸던 관리원들의 기막힌 실태가 떠올랐다.

어느 한 대학의 관리원과 경비원으로 일하는 로동자들이 마이크를 들고 낮은 생활비를 올려줄것과 샤와실마련 등 생존권과 로동조건보장을 요구해나선데 대해 3명의 대학생들이 《학습권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내용과 병원과 지하철도에서 관리원들이 차별을 당하고 휴계실마저 없어 고통속에 살아가는 이야기, 지어 지난해 6월 남조선의 서울대학교 기숙사관리원이 휴계실에서 숨진채로 발견되여 만사람의 경악을 자아낸 사실…

황금만능이 지배하는 이런 사회에서 관리원들의 삶은 고통과 몸부림, 자살 그 자체인것이다.

아마도 저 도로관리원들이 남조선사회에서 일하였다면 잡지의 주인공들의 운명과 별반 다르게 되지 않았을것이다.

안정된 일자리와 로동조건을 보장받으며 집걱정없이 살아가는 공화국의 도로관리원들과 렬악한 로동환경에서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가는 남조선의 관리원들.

이 얼마나 극적인 대조를 이루는 판이한 두 현실인가.

정녕 우리 사회주의제도는 얼마나 좋고 우월하며 그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또 얼마나 고결한것인가.

그렇다. 서로 정답게 말하며 도로를 깨끗이 청소해나가는 어머니와 딸의 모습, 진정 거기에는 나라의 주인이 되여 값높은 삶을 누려가고있는 우리 인민들의 긍지높고 행복한 생활이 그대로 비끼여있고 인민의 세상, 로동자들의 세상인 우리 공화국의 참모습이 어리여있는것이다.

이런 애국적공민들이 이 나라에 무수한 숲을 이루고있어 내 조국은 더 밝고 아름다운것이 아니랴.

인민이 모든것의 주인으로 되고 모든것이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는 우리 공화국이기에 일심단결의 성새는 더욱 굳건해지고 참다운 인권이 보장되는 나라로 세계만방에 빛을 뿌리는것이리라.

나는 시야에서 멀어져가는 그들의 모습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보석같은 애국의 마음을 안고 사는 어머니와 딸, 그들은 내가 사는 거리에 애국의 향기, 미덕의 향기를 풍기며 피여난 아름다운 꽃이였다.

장 영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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