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8월 25일 《우리 민족끼리》

 

혈육에 대한 생각

 

사전에서는 피를 나눈 부모와 자식, 형제, 자매들 또는 그러한 관계를 혈육으로 정의한다.

혈육! 그 한마디에 얼마나 따뜻한 사랑과 정이 스며있는것인가.

조용히 불러만 보아도 가슴은 마냥 뜨겁다. 하기에 흔히 혈육이라는 말은 가장 진실한 사랑과 정, 열렬한 그리움의 대명사로 쓰이는것이리라.

하다면 피를 나누어서만이 혈육이던가?

혈육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새겨안게 되는 충동적인 계기가 있었다.

얼마전 저녁이였다. 시원한 강바람과 물비린내 감도는 유정한 보통강반을 따라 걷는 나의 마음은 즐거웠다. 단순히 아름다운 거리의 풍치에 매혹되고 보람찬 로동의 하루를 보낸 기쁨이 커서만이 아니였다. 집에 들어서면 다람쥐마냥 쪼르르 달려와 10점꽃을 피운 학습장을 펴들고 우쭐해하는 아들애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 저으기 마음 즐거워지는 퇴근길이였다.

재롱스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한 아들의 장난기어린 모습을 그려보며 걸음을 다우쳐 집에 들어섰을 때 나의 가슴에 순간적으로 서운한감이 들었다.

왜서인지 반기며 달려올줄 알았던 아들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것이다.

(혹시 수학문제풀이에 골똘해있는것이 아닐가?)

수학과목에 특별한 취미를 붙이고있는 아들은 문제풀이를 할 때에는 누가 곁에 와도 모를 정도로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하군 한다. 나름의 추측을 하니 순간이나마 서운했던 감정이 가뭇없이 사라지고 오히려 그런 아들이 더 대견하고 기특하게만 여겨졌다.

혹여 방해될듯 싶어 아들애의 방문을 조용히 열던 나는 의아함을 금할수 없었다. 글쎄 8살난 아들이 책상우에 수학문제풀이장이 아닌 로동신문을 정히 펴놓고 뚫어지게 보며 무엇인가를 열성적으로 찾고있는것이였다.

(이름난 수학자가 되겠다더니 갑자기 기자로 방향전환을 했는가?)

여직껏 본적이 없는 아들의 이상스러운 모습을 문가에서 띄여보며 이런 생각이 불쑥 들었을 때 소리없는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아이때처럼 꿈이 많은 시절은 없다. 더우기 어머니당의 품속에서 세상에 부럼없이 마음껏 재능의 나래를 펴는 복받은 우리 아이들이 아름다운 꿈을 많이 꾸는것은 얼마나 좋은것인가.

온 넋을 신문속에 파묻은듯한 아들, 그 곁에 조용히 다가서며 나는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반가운 기색을 지으며 아들이 《아버지, 우리 삼촌들을 찾고있어요.》하고 대답하는것이였다.

《우리 삼촌? 허허.》

저도모르게 입술사이로 반문과 허거품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나는 외독자이다. 그런 리유로 형이나 동생이 없었던 나는 어릴적부터 다정한 형제, 지어 잘못을 저질러 추궁받는 형제의 모습을 보면서도 부러워할 정도였다. 그래서 때때로 동생을 내놓으라는 투정질로 부모들의 속을 태우기도 했었다.

(그런데 삼촌들이라니? 그것도 한명뿐이 아니지 않는가.)

나는 아들의 얼굴을 다시금 들여다보았다. 소중한 그 무엇인가를 찾지 못한 안타까움, 기어이 찾아내고야말겠다는 절절함이 력력한 표정, 철없는 아이의 장난기란 전혀 찾아볼수 없는 그 모습이 나에게 의문을 더해주었다.

《아버지가 찾아줄가?》

저도모를 호기심이 책상우의 신문으로 나의 시선을 이끌었다.

최대비상방역전에 참전하여 혁혁한 위훈을 세운 조선인민군 군의부문 전투원들이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를 모시고 찍은 영광의 기념사진이 실린 로동신문.

순간 모든 의문이 일시에 풀리였다.

나의 아들이 스스럼없이 삼촌이라고 부르고 그토록 못잊어 찾는 그들은 누구들이던가?

문득 대위령장을 단 군의를 비롯한 전투원들의 모습이 준엄했던 비상방역전의 그 나날과 더불어 생생히 떠올랐다.

나라가 처음 겪는 위기사태앞에서 모두가 당황하여 어쩔바를 몰라했던 그때, 온 도시를 휩쓴 몹쓸 악성전염병은 결코 우리 가정이라고 피해가지 않았다.

지속되는 심한 고열과 머리아픔…

인간의 육체적한계를 시험하는듯한 병마의 증세, 그것을 이겨내는것도 고통스러웠지만 그보다 더한것은 아픔속에 신음하는 아들을 두고 속수무책으로 있어야 하는 부모로서의 죄책감이였다고 할수 있다.

아직은 죽음이라는 말조차 다 리해할수 없는 어린 아들, 혹시나 귀중한 살붙이를 잃을가봐 가슴조이던 그때 그 심정을 어찌 안타까움과 불안이라는 말로 다 표현할수 있겠는가.

살을 저미는듯한 아픔에, 괴로움에 모대기던 그밤 난데없이 초인종소리가 울리였다. 평상시에는 조용히 들려오던 초인종소리가 그때에는 왜 그렇게 나의 귀전을 크게 울리던지…

(이밤에 누가 찾아왔을가?)

아들애가 고열로 앓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초저녁에 찾아왔던 위생반장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의문보다 반가움이 앞섰다.

허나 문을 여는 순간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문앞에 서있는것은 대위령장을 단 군의와 병사!

알고보니 우리 집 가까이에 있는 의약품매대에서 약품공급사업을 하는 군의부문 전투원들이였다.

아들애가 심하게 앓는다는 소식을 듣고 밤중에 이렇게 찾아왔다며 오히려 제편에서 미안한 표정을 한 그들의 모습을 대할 때 우리 부부는 정말 어쩔바를 몰랐었다.

정녕 어찌 다 알수 있었으랴.

우리 원수님 보내주신 사랑의 불사약을 안고 한달음에 달려온 인민군대의 군의부문 전투원들이 인민의 집집마다에 수호자의 초인종소리를 울려갈줄을.

가져온 약을 아들애의 입에 떠넣어주며 정성을 다하고 약사용방법까지 차근차근 알려준 다음 자리에서 일어설 때에야 비로소 그들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본 우리 부부는 뜨거움이 북받쳐와 변변한 인사조차 못했었다.

련일 계속되는 철야근무로 피발이 선 눈, 터갈라진 입술, 땀에 젖은 군복…

허나 그 모든것이 수호자의 긍지인듯 헌헌한 웃음을 남기며 그들은 떠났다.

그렇게 새겨진 전투원들의 발걸음은 아들애가 병을 깨끗이 털고 일어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약봉투와 함께 아들이 좋아하는 간식까지 가지고 찾아와 안겨주며…

그들이 부어준 친혈육보다 더 뜨겁고 진실한 정을 온몸으로 느끼였기에 우리 아들도 스스럼없이 삼촌이라 부르며 그토록 찾고찾는것이 아니랴.

어찌 이것이 우리 가정에서만 있은 일이겠는가.

군의부문 전투원들모두가 자기의 모든것을 다 바쳐 인민을 지켰다, 조국을 지켰다.

이 땅에 위대한 승리의 력사를 또다시 새겼다.

어머니당의 사랑과 은정을 고이 전해주며 친혈육의 뜨거운 정과 진실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사회주의화원을 지키고 정히 가꾸어준 고마운 은인들.

정녕 우리 인민의 심장속에 새겨진 군의부문 전투원들의 모습, 그것은 우리 당에 끝없이 충실한 충신들의 모습, 조국과 인민을 위해서라면 한목숨 서슴없이 내대며 용감히 돌진하는 애국자들의 참모습이 아니던가.

하기에 온 나라 인민들이 영광의 단상에서 빛나는 군의부문 전투원들의 모습을 보고 또 보며 혈육의 정을 마음속 깊은곳에 다시금 새겼으리라.

나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야기했다.

《원수님을 모시고 영광의 기념사진을 찍은 군의부문 전투원들모두가 우리의 혈육이다.》

아들의 눈동자가 새별처럼 빛났다.

그렇다.

경애하는 원수님을 어버이로 높이 모신 사회주의 내 조국은 일심단결된 하나의 대가정이거니 이 불패의 성새를 그 누가 건드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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