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7월 26일 《우리 민족끼리》
공화국기발
며칠전이였다. 퇴근하여 집에 들어서니 늘쌍 나의 옷자락에 매여달려 어리광을 피우던 아들 청일이가 웬일인지 그날만은 내 앞에 가슴을 쭉 펴고 뽐을 내며 서있는것이였다.
《아버지, 내가 멋있지요? 여기에 공화국기발도 있어요.》
아들애가 자기의 가슴을 가리키며 하는 말이였다.
그러고보니 공화국기가 새겨진 새옷을 입고 어깨에는 놀이감총까지 척 메고 선 아들이 제법 의젓하게 안겨왔다.
나의 가방을 받아들고 미소속에 이 광경을 바라보던 안해가 전승절을 맞으며 청일이에게 국기가 새겨진 새옷을 사주었는데 저렇게 좋아서 어쩔바를 모른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러느라니 언제인가 유치원에서 돌아온 청일이가 자기가 그린 공화국기가 제일 멋지다고 자랑을 하던 모습이며 명절날 아침이면 우리 집에서 제일먼저 공화국기발을 띄우자고 분주히 돌아가던 모습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그리고 지난해 조국해방전쟁참전렬사묘를 찾았을 때 화환진정대앞에서 전화의 영웅전사들의 숭고한 넋이 어린 따발총과 오각별 빛나는 군모밑에 형상된 공화국기발을 그 자그마한 손으로 정히 쓰다듬어보며 자기도 어서 커서 이 기발을 펄펄 휘날리는 인민군대가 되겠다던 아들의 결의도 되새겨졌다.
아직은 7살, 우리의 공화국기발이 안고있는 그 성스럽고도 고귀한 의미를 우리 청일이가 어이 다 알수 있으랴.
가렬처절했던 전화의 나날 인민군용사들이 피흘려 쓰러지면서도 절대로 놓지 않았던 기발, 희생된 전우들앞에서 천백배의 복수를 다짐하며 더욱 억세게 틀어잡았던 기발, 원쑤들을 쳐물리치고 승리한 고지우에 높이 휘날리였던 기발인 우리의 공화국기!
인민군용사들의 피와 넋이 깃들어있고 전승세대의 긍지와 자부심, 영예가 비껴있는 그 공화국기발을 오늘 새세대들이 그리도 소중히 마음속에 안아보고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정녕 우리의 공화국기가 어떤 기발이던가.
죽음의 고역장에서 해빛 한번 볼새없이 노예살이에 시달리던 로동자도, 소작농의 멍에를 쓰고 제 땅뙈기 하나 없이 죽지 못해 살아가던 농민도 해방후
공화국기발, 그것은 곧 어머니조국이였다. 화광이 충천하는 용광로였고 나라에서 분여해준 옥답이였다. 행복한 생활의 전부였다.
바로 그래서였다. 인민군용사들이 청춘도 생명도 서슴없이 바쳐 싸운것은.
공화국기발을 지키는것이 사랑하는 고향과 부모형제들을 지키고 참다운 삶을 빛내이며 조국을 수호하는 길임을 너무나 잘 알았던 전승세대였다.
우박처럼 쏟아지는 탄우속에서 공화국기발을 휘날리며 락동강을 건느던 한 전사가 남긴 마지막당부가 지금도 뜨겁게 울리여온다.
《이 공화국기발을 부탁하오. 끝까지
공화국기발이자 조국이고 조국은 곧
인민군용사들의 그 당부는 오늘도 우리 새세대들의 심장을 쾅쾅 울려주며 뼈속깊이 새겨주고있다.
승리의 전통은 대를 이어 계승되여야 영광의 빛을 잃지 않는 법이다.
전화의 용사들이 피흘려 지켜낸 공화국기발, 인민의 운명과 행복, 미래가 실려있는 공화국기발을 세대를 이어가며 창공높이 휘날리는 바로 이것이야말로 전승세대의 후손들인 우리들의 영예로운 사명이고 본분이 아니겠는가.
그날밤 공화국기가 새겨진 옷에 구김살이 갈세라 소중히 가슴에 품고 잠이 든 청일이를 보는 나의 귀전에 금시라도 들려오는듯싶었다.
국기를 소중히 마음속에 안고사는 새세대들의 손에 떠받들려 더 높이, 더 힘차게 나붓길 람홍색기발의 그 세찬 펄럭임소리가…
뜨거워지는 마음을 안고 나는 자장가마냥 아들애의 곁에서 조용히 노래를 불러주었다.
우리의 람홍색기발 창공높이 날릴제
바라보며 높뛰는 심장 애국의 피로 끓어라
거세찬 펄럭임에 조국의 숨결 어리고
목숨처럼 소중한 기폭에 인민의 운명 실었네
사랑하리라 빛나는 우리의 국기를
나붓겨다오 이 세상 다할 때까지
…
박성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