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6월 11일 《우리 민족끼리》
꿈에 담는 생각
하늘의 별들도 조으는 깊은 밤이다.
다음날 진행할 작업준비까지 말끔히 끝내고 집에 들어선 나는 딸애가 자는 방으로 들어갔다.
늦게 본 자식이여서 그런지 하루종일 농사일을 하면서도 머리속에 귀염성스러운 딸애의 얼굴이 떠나지 않고 밤늦게 들어와서도 그애가 자는 모습을 보면 쌓였던 피곤이 가뭇없이 사라지군 한다.
곤히 잠든 딸애의 고르로운 숨소리를 들으며 방에 들어서던 나는 책상에 놓여있는 종이장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보매 그애가 쓴 동시같았다.
아기별도 구름이불
덮고자는 깊은 밤
포근한 요람에서
나는 꿈을 꾸어요
우리 집에 찾아오신
제일선참 달려가
꽃다발 드리는 꿈
꿈을 꾸는 밤
보답할 마음도
커가는 밤이예요
철부지 어린 자식이 썼다고 하기에는 소박하면서도 감동깊은 글이였다. 대견한 눈길로 딸의 얼굴을 바라보느라니 문득 어제 내가 우리 집사람에게 들려준 꿈이야기가 떠올랐다.
《여보, 나는 요즘 자주 꿈속에서 우리
엄마의 곁에서 나의 눈가에 고여오르는 눈물을 바라보던 딸애는 이렇게 말하였다.
《아버지, 나도 매일밤
받아안는 사랑이 어떻게 이루어진것인지 아직 다는 모르는 딸애마저도
생각할수록 지금도 눈앞에 선히 어려온다. 무서운 악성비루스가 우리 경내에 침습하였던 가장 어려운 시기 한생에 잊지 못할 크나큰 사랑을 받아안았던 나날들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 군안의 약국들과 날로 한적해지는 포전들, 그것을 보며 나는 악성비루스의 위험성을 시시각각으로 깨닫게 되였다.
그 악성전염병이 우리 집에도 침습해들어왔다.
불과 며칠전까지만 하여도 딸애가 부르는 노래소리를 들으며 시간가는줄 모르던 행복의 밤이 고열에 시달리는 안해와 아픔을 호소하는 딸애를 놓고 안타까움에 잠 못드는 밤으로 되여버렸다.
허나 그런 근심과 걱정이 가뭇없이 사라지고 우리 가정에 다시금 행복과 웃음이 찾아올줄 어찌 알았으랴.
세상에 인민을 위한다는 위인들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
사랑의 약품을 받아안고 목이 꽉 메여올라 그저 《고맙습니다!》라는 말밖에 더 다른 말을 하지 못하던 그날이 오늘도 나의 가슴을 뜨겁게 울려준다.
어려운 날 받아안은 사랑이, 받아안은 충격이 너무도 커서인지 나는 밤마다 자주 우리
그리고 이렇게 자문자답해본다.
(정말
이런 생각을 하면 이른새벽에도, 늦은 밤에도 한달음에 포전으로 달려나가군 한다.
어찌 나 혼자만의 심정이랴. 이 땅 그 어디서나 자신들의 운명과 미래를 지켜준
깊은 상념에서 깨여난 나는 딸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이렇게 속삭이였다.
(어서 자면서 우리
황해남도 은천군 마두협동농장 농장원 라철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