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3월 28일 《우리 민족끼리》
나는 제자들의 소식을 기다린다
이 땅에 또다시 봄이 왔다. 봄이 오면 사람들의 마음속에 아지랑이가 아물거린다지만 이해에 찾아온 대학교정의 봄은 더욱더 류다르다.
푸른 봄하늘에 꿈을 얹은채 졸업증을 가슴에 품고 정든 교정을 떠나는 대학생들에게서 내뿜는 청춘의 활력때문인지, 봄제비와 같은 교복을 차려입은 그 모습때문인지…
그보다는 무르녹는 봄계절과 함께 가슴속에 얹었던 소중한 꿈과 희망을 내 조국의 부강발전을 위한 길에서 꽃피우려고 얼마전 외진 산골학교들의 교원으로 탄원해나선 우리 대학 졸업생들의 름름한 그 모습때문이리라.
얼마전 교정안에서는 스승과 제자들사이의 석별의 인사가 한창이였다.
뜨거운 인사를 나누고 소중한 약속을 하며 아름다운 래일을 다짐하는 다정한 말들이 오가는 속에 마침내 제자들은 교문을 나섰다. 그들을 손저어 바래며 나는 속삭였다.
(동무들, 잊지 말고 새 소식들을 보내세요. 모교는 동무들의 소식을 기다립니다.)
내가 졸업후의 새 소식을 기다려야 하는 제자들이 또 늘었다. 이제 저들이 어떤 반갑고 기쁜 소식들을 전해올것인지 나는 기다릴것이다. 그 기다림속에 교정에서의 나의 생활은 흘러갈것이다.
탄원생들을 태우고 대학교정을 출발하는 뻐스안에서 단발머리를 한 처녀가 그냥 나를 바라보며 손을 저어주었다. 분명 그는 갓 대학을 졸업하고 여기 성스러운 교단에 첫발을 내디디였던 그때의 내 모습이였다. 나는 그 시절의 나와 마음속의 이야기를 나누고싶었다.
언제부터였던가. 내가 제자들의 소식을 기다리게 된것은…
수년전 강좌에 배치된 내가 처음으로 체험한 하나의 사실이 봄물결을 타고 나의 눈앞에 다시금 펼쳐졌다.
우리 강좌에는 40여년의 오랜 교원생활경력을 가진 한 선생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처녀시절부터 예순나이가 지날 때까지 고스란히 교단에서 한생을 보낸 오랜 교육자였다.
강좌에 배치받은 후 곁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보건대 그 선생은 자기가 배워주고 졸업시킨 전공학과 학생들의 졸업후소식에 대하여 남달리 관심하였으며 자주 인편을 통하여 혹은 전화로 알아보군 하였다. 바로 그러한 그의 모습은 나에게 다소 의아스러움을 자아내군 했었다.
솔직한 말로 강의안작성, 교재연구, 소론문집필외에도 수시로 제기되는 여러가지 사업들로 하여 다른데 정신을 팔 사이도 없이 드바쁜 대학교원의 생활이 제자들의 졸업후소식에 대하여 관심을 둘만큼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나였다.
그런데 저 선생은 어떻게 되여 제자들의 소식에 그렇게 극성일가?
호기심을 못이겨 어느날 나는 강좌실에 단둘이 있는 조용한 기회에 그에 대해 물었다.
나의 물음에 그는 맑은 두눈에 웃음을 담고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에서는 따뜻한 봄볕이 무르녹고있었다.
이윽하여 그는 입을 열었다.
《글쎄, 사실 내가 제자들의 소식을 기다리게 되고 알고싶어하는건 단지 그들의 생활에 대한 관심때문만이 아니예요.》
《?》
《난 자기들의 사업과 생활에서 성과를 거둔데 대하여 제자들이 소식을 보내올 때마다 그들의 성장에 비낀 우리
그래서였구나! 순간 나의 눈앞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각급 학교들의 교단을 지켜선 수많은 졸업생들의 모습과 함께 그들을 교원혁명가로 키워주신
우리가 제자들을 키워냈다지만 그것은 인생의 한시절, 대학시절뿐이다. 그러나 변함없이 우리 제자들이 청춘의 꿈과 희망을 조국을 위한 길에서 꽃피워나갈수 있도록 걸음걸음 손잡아 이끌어준것은
그 소식들에서 그는 후대교육의 원종장을 지켜선 긍지와 자부심을 한껏 절감하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새로운 결의를 더 굳게 다졌었다. 그래서 그 선생은 그렇게도 제자들의 소식을 기다린것이다. …
이제는 그 선생도 강좌에 없다. 나이와 함께 찾아오는 늙음은 어쩔수 없어 년로보장을 받게 되였던것이다. 세월은 그만큼 멀리도 흘렀다.
예나 지금이나 대학교정에는 따뜻한 봄빛이 흘러들고 학생들은 례사롭게 그 빛을 받으며 배움의 길을 걷고 래일의 꿈도 꽃피워간다. 그 선생이 가지였던 제자들의 소식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이제는 나에게로 옮겨졌다.
오늘도 나의 제자들이 그렇게 떠나갔다. 그들은 사랑의 봄빛을 안고 애국의 길을 변함없이 걸어갈것이다.
나의 제자들, 그 한명한명의 모습들이 금방 망울을 터친 하나하나의 봄꽃으로 다가든다.
나는 기다릴것이다. 인생의 아름다운 봄꽃잎으로 크나큰 태양의 그 빛발을 받아 부강번영할 내 조국의 래일을 가꾸어갈 우리 제자들의 무수한 그 소식들을…
박 송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