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9월 23일 《우리 민족끼리》

 

응당한 본분

 

어느날 저녁 퇴근시간이였다.

평양지하철도 영광역밖을 나오는데 1시간전까지만 해도 개여있던 하늘에 먹장구름이 끼고 대줄기같은 비가 쏟아져내리고있었다.

안해가 가방에 넣어준 우산을 펼쳐들며 내가 역밖으로 나가는데 문뜩 앞에서 한 청년과 로인이 서로 주고받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버님, 우산이 없는것 같은데 어디까지 가시는지 같이 갑시다.》

《정말 고맙네.》

《저기 곧추 보이는 아빠트가 보이지. 철도합숙말이네. 그 옆에 우리 아빠트가 있네. 자네 집은 어디인가?》

《우리 집도 거기서 멀지 않습니다. 마침 방향도 같은데 같이 갑시다.》

목소리가 귀에 익어 머리를 들어 청년을 보니 우리 웃집 둘째가 아닌가. 그런데 나와 그 청년의 집은 로인의 집과 반대방향인 서창동이다.

《이거 오늘 젊은이신세를 톡톡히 지게 됐구만. 아침에 며느리가 주는 우산만 가지고 나왔어도 이런 일은 없는건데. 허 참. 미안하구만.》

《미안할게 뭐 있습니까. 혁명선배들을 존대하고 잘 모시는거야 우리 세대의 응당한 본분이 아니겠습니까.》

《허허. 역시 우리 청년들의 정신상태는 훌륭해.》

이렇게 말하며 그들은 우산을 펼쳐들고 다정히 걸어가는것이였다.

비록 생활에서 흔히 볼수 있는 평범한 현상이지만 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눈길을 뗄수 없었다.

청년이 한 말이 내 가슴을 뭉클시켜주었기때문이다.

응당한 본분.

몇글자밖에 안되는 말이지만 거기에는 사람이 한생토록 지켜야 할 도리, 우리 시대 인간들이 지녀야 할 의무와 자각이 그대로 담겨져있는듯싶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사회적지위나 년령, 사업하고 생활하는 환경 등에 따라 자기의 본분이 있으며 그에 대하여 우리는 평범하게, 례사롭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일군으로서의 본분, 교육자로서의 본분, 과학자로서의 본분, 학생으로서의 본분, 자식으로서의 본분…

그러나 말하기는 쉬워도 실천에 옮기기는 힘든것이 자기에게 맡겨진 사회적책임과 본분을 다하는것이다.

더우기 새세대로서 혁명선배들을 존대하고 잘 모시는 사업은 그 어떤 명예와 보수를 바라거나 단순한 의무감이나 맹목적인 책임감만으로 할수 있는것이 아니다.

누가 보건말건 알아주건말건 한생을 묵묵히 살면서 조국번영의 밑거름이 되여준 년로자들, 조국과 인민을 위해 피와 땀을 아낌없이 바친 혁명선배들을 진정을 다 바쳐 위해주는것을 깨끗한 량심과 숭고한 도덕의리로 받아들이고 실생활에 구현해나가는것을 체질화한 사람만이 자기에게 맡겨진 책임과 본분을 다해나갈수 있는것이 아니겠는가.

우리 시대 청년들의 정신상태가 바로 그러하다.

자기는 내리는 비를 거의 다 맞으면서도 로인이 조금이라도 젖을세라 우산을 로인쪽에 더 씌워주며 걸어가는 청년, 분명 그 청년은 로인을 집에까지 안전하게 모셔다드리고 갔던 길로 다시 되돌아와 집으로 갈것이다.

얼마나 기특하고 아름다운 행동인가.

비록 그 청년의 소행은 다른 사람을 위해 뼈와 살을 바치거나 터지는 수류탄을 몸으로 막는것과 같은 영웅적인 행동은 아니다.

그러나 천리길도 한걸음으로 시작되고 작은것이 모여 큰것을 이루는 법이다.

동지를 위하는 마음, 혁명선배를 존경하는 소중한 마음이 싹트고 자라 집단을 귀중히 여기고 나라를 위해 한몸도 서슴없이 바치는 애국심이 가슴깊이 자리잡는것이리라. 그리고 이런 아름답고 깨끗한 마음들이 모이고 합쳐져 온 나라가 하나의 대가정으로 더욱 굳건해지는것이리라.

뻐스나 전차를 리용할 때 나이많은분들을 먼저 태우고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돌볼 사람이 없는 늙은이들과 전쟁로병들의 친자식이 되여 따뜻이 돌봐주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로인들에 대한 우선봉사와 특별봉사를 진행한다는 상업, 급양, 편의봉사부문 종업원들에 대한 이야기…

이런 하많은 사실들은 인간사랑의 정이 가득히 넘치는 우리 사회에서만 펼쳐지고 꽃펴날수 있는 꾸밈없는 미담들이다.

반대로 《우리》라는 개념은 없고 오직 《나》라는 개념만 있는 사회, 개인주의가 판을 치는 반인민적인 사회에서는 자식으로서, 젊은 세대로서 지켜야 할 마땅한 도덕이나 례의, 본분들도 다 강압과 금전에 의하여 평가되고 지켜진다.

여기에 남조선잡지에 실린 로인학대, 반인륜적실태를 보여주는 몇가지 사실자료들이 있다.

- 80대초반 리씨(녀성)는 재산문제로 두자식과 갈등을 겪다가 의절했다. 그런데 혼자 살다 치매증에 걸린 그는 외출했다가 집을 찾지 못하여 경찰서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의 행색이 심상치 않은것을 본 주변사람들이 신고해 경찰측에서 아들에게 련락을 했다. 그러나 리씨가 아들과 함께 살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딸은 어머니를 외면해 리씨는 현재 거리를 방황하고있다.

- 지난해 한강공원에서 있은 일이다. 앞을 잘못 보는 60대의 로인이 지팽이로 땅을 더듬거리며 한발자국한발자국 힘겹게 걷고있었는데 지나가던 청년이 다가와 쉼터의자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해서 같이 걸었다. 문제는 그 청년이 로인을 부축하고 걸으면서 그의 돈가방에 손을 슬며시 넣고 돈을 모조리 꺼낸 다음 줄행랑을 놓은것이다. 그런것도 모르고 가련한 로인은 제갈길로 갔다.

- 이미 오래전부터 이 사회에서는 로인을 사회일원으로, 어른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부족하다. 이것은 력사적으로 내려온 <충>, <효>, <례>라는 덕목이 시대에 밀려 박제된 가치로 전락해가는것과 무관치 않다. 《서구》사회사상의 급속한 전파로 극단적리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확산됨으로써 량심과 정신을 파괴시키고 륜리, 도덕을 무너뜨렸다. 삶의 보금자리이자 가치관형성의 공간인 가정이 파괴되고 사회질서가 무너지면서 로인들에 대한 존경도 사라진것이다.

학대와 폭행으로 고통받는 남조선로인들의 모습

 

… … …

이와 같이 남조선사회에서는 청년들이 젊은 세대로서의 초보적인 의무나 본분은커녕 자기를 낳아 키워준 부모들까지도 한갖 시끄럽고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기다 못해 저들의 안일과 향락을 위해 천대하고 멸시하거나 지어 살해까지 하는 범죄행위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있다.

얼마나 참혹하고 비극적인 현실인가.

극적으로 대조되는 두 사회현실은 새세대들, 청년들이 혁명선배들을 존경하고 잘 모시는것을 응당한 본분으로, 의리로 여기고 거기에서 긍지와 영예, 삶의 보람을 찾는 우리 사회주의가 세상에서 제일이며 남조선사회는 패륜과 패덕이 범람하는 썩어빠진 사회라는것을 명백히 실증해주고있다.

아버지와 아들인양 서로 의지하고 부축하며 다정하게 걸어가는 로인과 청년의 모습이 지금도 나의 눈앞에 선하다.

그들의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우리 인민들 모두가 서로 돕고 이끌며 미덕의 화원을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내 나라, 덕과 정이 차넘치는 하나의 대가정을 이룬 사회주의제도의 참모습이 가슴깊이 안겨오고 공화국의 공민된 긍지와 자부심을 더더욱 절감하게 된다.

그리고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우리식 사회주의를 지키고 빛내이는 길에 자신의 모든것을 다 바쳐갈 마음을 더욱 굳게 가다듬게 된다.

 

조국통일연구원 연구사 장충진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