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1월 21일 《로동신문》

 

우리의 생활은 뜨거운 정으로 흐른다

 

이제 전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한 평범한 가정에 대한것이다. 그들이 말한바와 같이 어떤 요란한 소행도, 만사람의 경탄을 자아내는 미거도 아니다.

하지만 어찌하여 굳이 사람들에게 전하고싶은 충동을 주는것인가.

거기에는 우리 시대 인간들의 고상한 정신세계가 비껴있었다. 우리 사회를 왜 덕과 정이 넘치는 화목한 대가정이라고 부르는가에 대한 대답이 있었다.

참으로 가정이라는 일반적인 개념으로는 설명할수 없는 아름다운 인간들, 아름다운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다.

《우리 사회에서는 전체 인민이 혁명적의리와 동지애에 기초하여 하나로 굳게 뭉쳐있으며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원칙에 따라 서로 돕고 이끌면서 함께 투쟁해나가고있습니다.》

창밖에는 추위가 사납지만 언제나 따스한 온기가 흐르고 아이들의 웃음소리, 밥짓는 녀인의 칼도마소리가 가락맞게 들리는 화목한 가정,

중구역 교구동 48인민반에 사는 허송국로인의 집이다.

겉을 보면 여느 가정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것 같이 느껴지지만 이 가정에서는 결코 례사롭지 않은 생활이 흐르고있다.

허송국로인에게는 영예군인아들이 있다. 그의 이름은 김정택이다. 이 가정의 례사롭지 않은 생활은 바로 남남인 그 영예군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생활이다.

거기에는 어떤 사연이 깃들어있는것인가.

원래 허송국로인은 중구역 교구동이 아니라 서성구역 상신동에서 안해와 함께 살고있었다.

그러던 그가 딸네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것은 안해를 잃은 몇해전이였다.

《어머니도 안 계시는데 년로하신 몸에 어떻게 혼자 지내겠습니까. 저희들이 아버지를 잘 모시겠습니다.》

저저마다 자기 집으로 이끄는 자식들의 각근한 청에 못이겨 로인은 서성구역 상신동을 뜨게 되였다.

딸인 허경애동무와 사위인 김창도동무는 물론 나어린 손자들까지도 온갖 성의를 다하였다. 하지만 로인의 얼굴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는 좀처럼 가셔질줄 몰랐다.

처음에는 돌아간 어머니에 대한 생각때문일것이라고 여겼지만 지내볼수록 그런것만 같지도 않았다. 무엇때문일가.

허경애동무는 그것을 알수 없는것이 무척 안타까왔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이였다. 동자질을 끝내고 부엌을 나서던 그는 무춤 굳어졌다.

반쯤 열려진 문틈으로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는것이 아닌가.

그는 너무도 반갑고 기쁜 나머지 허둥지둥 문가로 다가가 귀를 강구었다. 아버지가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있었다. 여느때없이 시원시원한 목소리, 웃음소리, 그사이로 가끔 들려오는 정택이라는 이름…

분명 귀에 익은 이름이였다.

색다른 음식을 마주하면 《정택이가 또 입맛을 잃지나 않았는지 모르겠군.》 하며 선듯 수저를 들지 못했고 비바람이 사나운 날에는 《정택이가 이런 날씨에는 밖에 나가지 말아야겠는데…》 하면서 이윽토록 창밖을 내다보던 아버지가 아니였던가.

문득 한 영예군인의 모습이 눈가에 떠올랐다.

그는 방안으로 어떻게 들어섰는지 몰랐다.

《아버지, 정택이란 서성구역 상신동에 사는 영예군인이지요? 명절날이면 아버지, 어머니가 늘 집에 데려오군 하던 그 영예군인!》

허송국로인은 그러는 딸을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이였다.

순간 허경애동무는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수년세월 아버지, 어머니가 친자식처럼 돌봐주었다는 영예군인, 그와 맺은 정을 잊지 못해하는 아버지의 심정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스럽기도 했다.

그날 허경애동무는 밤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아버지가 여생을 편안히 지내도록 보살피는것만을 효도라고 생각한 자기를 마음속으로 꾸짖으며.

이튿날 그는 남편에게 이런 결심을 터놓았다.

《영예군인을 곁에 두고 끝까지 돌봐주고싶어하면서도 우리에게 부담이 되지 않겠는가 하여 아버지는 여직껏 입밖에 내지 못했던것이예요. 이제라도 아버지가 바라시는대로 해드리자요.》

《그게 어디 아버님만의 일이겠소. 그리고 집이 좁아 못살겠소? 영예군인을 받아들이는건 응당한거요.》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날 아침, 허송국로인은 영예군인의 집에 갈 차비를 서두르고있었다. 그날은 김정택동무의 생일이였던것이다.

바로 그때 《아버지!》 하며 문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허송국로인은 인츰 출입문을 열었다. 순간 이게 웬일인가.

딸인 허경애동무가 영예군인을 업고 들어서는것이 아닌가.

《경애야! 정택아!》

그날 밤 허송국로인과 나란히 팔베개를 하고 누운 김정택동무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늘 이른아침에 경애누이가 우리 집에 찾아왔더군요. 허리병때문에 늘 자리에 누워지내다싶이 하는 어머니도 만나보고 저의 생활에 대해서도 자세히 물어보던 누이가 글쎄 집에 가자고 하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제부턴 아버지랑 함께 모여살자고 말입니다.》

김정택동무는 이렇게 목메인 소리로 허송국로인의 집에까지 오게 된 사연을 차근차근 말해주었다.

뒤늦게 찾아온것을 용서해달라며 이제부터 회복치료도 직심스레 하자고 할 때 어머니도 눈물을 흘렸다고, 자기에게도 이제는 아버지와 누이, 매부도 있고 조카들도 있다고 하는 영예군인을 보느라니 허송국로인은 웅심깊은 딸자식의 마음이 헤아려져 조용히 베개잇을 적시였다.

이튿날 허경애동무는 영예군인네 집에서 가져온 일과표를 집벽면에 붙였다.

《아버지가 써준 일과표라지요? 이제부턴 저도 정택동무의 회복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어요.》

김정택동무가 중구역 교구동의 허송국로인의 집으로 온 후 그들가정에는 새로운 활기가 차넘쳤다.

아침이면 허송국로인이 영예군인을 등에 업고 공원에 나가 회복운동을 시킨다.

아령운동, 팔다리운동, 목운동…

언제인가 대동강유보도에서 의족을 한 김정택동무가 쌍지팽이에 몸을 의지하고 걷기훈련을 할 때였다. 의족을 한 부위가 쑤시는듯 아파나 그는 끝내 쓰러지고말았다.

《아버지, 그만둡시다. 그저 이대로 살면 되지요.》

영예군인은 이렇게 말하며 잔디밭에 풀썩 주저앉더니 지팽이를 내던졌다.

허송국로인은 야속했다. 년로한 몸에 영예군인을 위해 바치는 진정을 이렇게도 몰라준단 말인가. 그는 잔디밭에서 지팽이를 찾아들고는 엄한 어조로 말했다.

《정택이, 넌 영예군인이야. 그저 그렇게 살아서는 안될 사람이란 말이다.》

영예군인은 머리를 푹 수그렸다.

늘 투정도 달게 여기며 쓰러지면 일으켜세워주고 넘어지면 부축해주면서 친아버지의 정을 깡그리 부어준 로인, 김정택동무는 눈물이 글썽해서 다시 일어섰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허송국로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제 한가지 묻겠는데 욕하지 마십시오. 아버지는 왜 저를 일으켜세우려고 합니까. 이날껏 알고지낸 정때문인가요?》

허송국로인은 조용히 웃었다. 그러더니 영예군인이 탄 네바퀴차를 멈춰세우고 이렇게 말하였다.

《왜, 늙은이의 잔소리에 싫증이 났나. 정, 그래 정때문이라고 할수 있지.

나는 김형직사범대학을 졸업하고 30여년을 대학교단에서 보냈다. 그 나날 제자들이 나라의 역군으로 자라길 바라서 진정을 다했고 자식들도 그런 마음으로 키웠지. 그래서 두 아들과 사위가 다 인민군군관인것을 난 항상 자랑으로 생각하는거고. 이제 내가 나라를 위해 할수 있는게 뭐겠니? 한 영예군인의 스승이 되고 친아버지가 되여 그도 나라를 위해 떳떳하게 살수 있게 한다면 난 더 바랄것이 없단다. 너야 당에서 아끼는 영예군인이 아니냐. 그래서 꼭 일으켜세우고싶고 아무리 정을 퍼부어도 모자라는것만 같구나.》

허송국로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여있었다.

김정택동무는 새 힘이 솟았다. 자기를 위해 진정을 다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하루빨리 일어서야 한다는 결심이 그의 가슴속에 꽉 차올랐다.

《허송국로인네 집에 가보고 정말 감동을 금할수 없었습니다. 해빛밝은 아담한 방에 학습실을 꾸려주고 운동기재를 갖추어주었더군요. 아빠트녀인들도 마을로인들도 우리 정택이를 알고있었고 그애를 위해 진정을 다하고있었습니다. 정택이는 나의 아들만이 아니였습니다.》

이것은 김정택동무의 어머니가 허송국로인일가의 아름다운 소행을 알려주면서 우리에게 한 말이다. 이어 그는 사회주의제도가 아니라면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라고, 사람들모두가 서로 정을 나누는 고마운 품에 안겨살기에 우리 영예군인들이 혁명의 꽃을 계속 피워가는것이라고 긍지에 넘쳐 말했다.

김정택동무는 수년세월 한식솔과도 같은 사람들속에서 건강을 많이 회복하였다.

처음 제대되였을 때엔 자리에서 일어나앉지도 못하던 그가 지금은 쌍지팽이에 의지하여 걸을수 있다. 절망에 빠져있던것이 언제였는가싶게 그는 앞으로 직장에 나가 다른 사람들처럼 고마운 제도를 위해 땀을 바칠 꿈을 꾸고있다.

그 꿈을 허송국로인과 그의 가정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정을 다해 지켜주고있다.

허송국로인은 우리에게 말하였다.

《그가 왜 남이겠습니까. 나라에서 아끼고 내세우는 영예군인인 그는 우리모두의 장한 아들입니다. 이웃들이, 온 마을사람들이 그를 도와주고 끝까지 떠밀어줄것입니다.》

 

*       *

 

세상에 혈연의 관계보다 열렬하고 공고한것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의 모든 성원들이 하나의 대가정을 이루고 고락을 함께 하는 이 땅의 현실은 하나의 진리를 가르치고있다.

피보다 더 진한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정이다라고.

사람들모두가 정으로 굳게 결합되여 하나의 대가정을 이룬 내 나라가 세상에서 제일이다.

 

본사기자 오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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