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회)

제 1 편

(3)

(1)

 

이날 설경성은 나리의 집을 나설수 없었다.

어느새 의술이 좋은 의원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나서 소라골사람들이 찾아온때문이였다.

의원이 없는 마을이니 그런 소문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을수 없었다.

아직은 시간도 있고 나리에게 정이 든 설경성이라 그들을 쾌히 받아들이였다.

얼른 거처지에 가서 침통이며 부항이며 약을 가져온 설경성은 밤늦게까지 병치료를 하였다.

눈썰미가 빠른 나리까지 시중을 들어주어 힘든줄 몰랐다.

시간이 갈수록 나리에게 정이 쏙쏙 들었다.

녀인이 알뜰하고 깐진가를 알려거든 그가 쓰는 부엌을 보라 했는데 슬쩍 부엌안을 엿보니 정말 나무랄것이 하나도 없었다.

가마뚜껑도 참기름을 바른듯 까만 윤기가 찰찰 돌고 시렁우의 놋그릇들도 방금 닦은듯 번쩍거렸다.

깐진 녀인은 집살림을 추세운다 했으니 그런 유익함도 유익함이지만 온몸에 정을 한껏 담아 따르고 대해주는 나리의 모습에 당장 제사람으로 삼고싶은 욕심이 굴뚝같아졌다.

이런 처녀라면 어찌 눈에 넣고싶지 않겠는가.

이웃나라로 가는 길만 아니라면 나리를 데리고 어머니앞에 나서겠는데

나리의 집에 묵고있는지 사흘째 되는 날 아침 김로인이 연줄 찾아오는 마을사람들에게 설경성이 먼길을 가는 길에 잠시 들린것이라며 량해를 구했다.

한숨속에 돌아서는 마을사람들을 보느라니 설경성이로서는 속이 좋지 않았다.

그때 대문으로 성큼 들어서는 관복차림의 벼슬아치가 있었다.

설경성에게 다가온 벼슬아치가 제 목뒤를 가리켜보였다.

《여기에 부스럼이 나서 찾아왔소. 다른 의원들에게 보였더니 불에 달군 화침을 맞아야 한다나?! 난 무서운 화침을 맞지 않고서도 고칠수 있나해서 온거요.》

설경성은 처음 만나는 사람이 구면지기인듯 푸접좋게 접어드는 이런 사람은 보다 처음이였다.

《뉘신데?…》

설경성의 물음에 그는 벌쭉 웃어보였다.

《내 자기 소개를 안했던가? 난 리승휴라는 사람인데 호부시랑 운지와 막역한 사이라네. 운지 그 사람이 이 집에 가면 그대를 만날수 있다 하더군.》

그래서야 설경성은 리승휴의 태도가 리해되였다.

설경성은 나리의 집으로 침통을 가져갈 때 홍자번에게 자기의 행처를 밝혀두었었다.

《친구의 친구는 내 친구라 하는데…》하고 웃으며 설경성은 리승휴의 뒤목을 들여다보았다.

정말 도토리만 한 부스럼이 있었다. 절종(뽀두라지)인데 한창 곪느라 벌겋게 부어있었다.

설경성이 롱조로 말했다.

《예로부터 종처는 뿌리채 뽑아야 고칠수 있다 하였으니 살을 썩뚝 버이여야 하겠소이다.》

오만상을 찡그린 리승휴가 우는 소리를 하였다.

《그러다 객사해. 난 살만은 째지 못하겠소.》

설경성은 나리에게 눈길을 주었다.

《여기 어디에 마가 없을가? 생신한 마 한쪼각이면 이 어른의 목을 째지 않아도 되겠는데…》

나리가 방실 웃음을 머금었다.

《우리 마을에 울바자밑에 마를 심은 집이 있나이다. 방에 들어가 기다리시오이다.》

설경성이 리승휴를 이끌고 방에 들어가있은지 얼마 안있어 손가락만한 마를 든 나리가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마를 받아든 설경성은 칼로 엽전두께로 한쪼각 베여냈다.

마쪼각을 종처에 붙인 설경성은 명주천으로 리승휴의 목을 싸매며 말했다.

《이는 우리 집 비방인데 이런 부스럼은 화침을 쓰지 않고서도 고칠수 있소이다. 이제 얼마 있으면 마를 붙인 자리가 근질거리고 래일쯤은 아픔이 가셔지고 며칠후에는 깨끗이 나을것이오이다.》

설경성은 남은 마를 리승휴의 손에 들려주었다.

《하루에 두세번 마를 바꾸어 붙이소이다.》

리승휴는 뜨아한 눈길로 설경성을 바라보았다.

《흔한 이따위가 종기의 명약이라?

못미더워하는 리승휴에게 설경성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마는 먹으면 보약이요. 겉에 붙이면 부스럼이나 타박상에 명약이오이다. 타박으로 어혈진 자리에 이걸 붙이면 며칠 지나 어혈이 깨끗이 풀리오이다.》

리승휴가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운지의 말이 그대는 다섯살에 천자문을 뗀 신동이고 대대로 명의가문의 자손이라는데 어련하겠소.

난 종처도 고칠겸 그대와 통성을 하고싶어 온거네.

오늘은 나와 함께 이야기나 나누세.

내 나이 올해 마흔인데 도병마사에서 록사를 맡고있네. 그리고 자는 휴휴라고 하네.》

도병마사는 나라에 큰일이 생길 때마다 대신들이 모여 국사를 결정짓는 비상설적인 국가최고기구였다.

도병마사에서 록사는 문서를 맡아보는 말직벼슬이였다.

설경성은 리승휴에게 마음이 끌리였다.

준수한 생김에 학식도 여간 아닌것 같은 리승휴가 마흔살인데도 겨우 록사나 한다니 여기에 무슨 곡절이 있는것 같았다.

설경성은 조심스레 물었다.

《본적지가 어데이오이까?》

설경성과 마음이 통했다는 생각으로 리승휴는 흐뭇해하였다.

홍자번을 통해 설경성이 인재임을 안 리승휴는 진심으로 돕고싶어 찾아온것이였다.

《난 경산부 가리현태생일세. 어려서는 아버지를 잃고 젊었을 때는 과거에 급제를 했네만 도읍으로 옮겨살 밑천이 없어 두타산의 구동에서 십여년간 농사를 지으며 어머니를 봉양했네.

어머니를 잃고 도읍에 올라온 나는 국자대사성이던 현보선생을 찾아가 벼슬길에 나설수 있게 도와줄것을 청했네. 내가 과거급제자라는것을 안 현보선생이 내 소원을 풀어주었네.》

설경성은 리승휴의 배경이 이만저만 아님을 알수 있었다.

현보선생이라면 지금 중서시랑평장사인 리장용이다.

조정의 실권자를 업고있으니 리승휴에게는 출세의 대문이 열려있는 셈이였다.

《헌데 국자감까지 나왔다는 자네가 고작 의업을 잡을건 뭔가?》

설경성이 눈길을 떨구었다.

내가 왜 의업을 하는가고? 그걸 어찌 한두마디로 말할수 있단 말인가.

설경성은 어렸을 때 가보로 전해오는 의서들을 즐겨보았을뿐 의원이 되려고는 생각지 않았었다.

조상들과 달리 벼슬길에 나가 부국강병에 공헌하는 공신이 되려 했다.

그래서 국자감을 마치면 홍자번과 벼슬길에 나서기로 언약했던것이다.

국자감은 국자학과, 대학과, 사문학과, 률학과, 서학과, 산학과 등 6개의 학과로 되여있었다.

기본학과들인 국자학과와 대학과, 사문학과에는 7품이상의 벼슬을 가진 관리의 자식들만이 입학할수 있다는것이 나라가 정한 법이였다.

대대로 의술을 해오는 가문의 자식이였지만 설경성이 국자감에서도 기본학과인 국자학과에 입학할수 있은것은 홍유후 설총을 조상으로 둔 덕이였다.

기본학과는 9년, 그외의 학과들은 6년간 배울수 있는 국자감에서는 여러 경서를 읽게 하고 글짓기며 수학은 물론 의술도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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