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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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은 예상치 않던 감기로 사흘을 신고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비오는 날 실탄사격장에 나가 병사들과 어울려 직접 사격까지 해보다나니 온몸을 흠뻑 적셨던것이다.

오늘 저녁따라 중대장, 정치지도원은 박영순이 있는 침실로 식사를 날라왔다. 두개의 접시에는 달래가 섞인 고기볶음까지 수북이 담겨있었다.

박영순은 의아히 리철과 정치지도원을 쳐다보았다.

《이건 웬거요? 혹시 우리만 몰래 특식을 먹는건 아니요?》

리철은 박영순의 손에 저가락을 쥐여주며 나직이 웃었다.

《아닙니다. 비무장지대에서 이따금씩 노루, 메돼지들이 초소쪽으로 넘어오는데 한마리 걸렸습니다. 아마 단장동지 몸보신에 도움을 주고싶었던 모양입니다.》

《동무들도 참, 이젠 다 나았다는데 자꾸 이러면 내 옹색하지 않소.》

정치지도원이 웃으며 말했다.

《옹색해하실건 없습니다. 대신 단장동지에게서 우리가 바라는것이 있지 않습니까. 전번에 단장동지의 노래를 들은 병사들의 반영이 대단합니다. 〈전호속의 나의 노래〉가 그처럼 심금을 울리긴 처음이라는겁니다.》

《아니요.…》

박영순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내 노래에 앞서 분대장동무의 고향이야기가 병사들의 심금을 울렸기때문이요. 나도 그 감흥에 젖어 노래를 부른거고…》

리철은 재차 고기볶음을 박영순에게 권했다.

《단장동지, 식기 전에 어서 드십시오.》

《그러지. 참, 동무들은 뭘하고있소. 다같이 들자구.》

박영순은 마주 권하며 고기볶음을 한점 집어 입에 넣었다. 향긋한 달래냄새와 함께 고소한 느낌이 들었다.

리철이가 물었다.

《맛이 어떻습니까?》

《좋구만, 무슨 고기요?》

정치지도원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이건 너구리고기입니다. 혹시 단장동지가 마다할것 같아 미리 알려주지 않았는데 맛이 좋다니 이젠 됐습니다.》

너구리고기?… 박영순은 눈이 둥그래졌다. 고기점을 씹던 입을 꾹 다문채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고 어쩔바를 몰라하였다.

그 찰나, 문이 열리며 뜻밖에도 정치위원 김윤범이가 무엇이 들어있는 보자기를 들고 나타났다.

《허, 벌써 시작했군요!…》

그 바람에 박영순은 채 씹지도 못한 고기점을 꿀꺽 삼키며 반색을 했다.

《아니, 정치위원동무가 어떻게!…》

《아무래도 단장동지가 걱정되여 왔습니다. 감기에 드셨다기에…》

《원 참… 별치 않은 감기가 정치위원동무에게까지…》

《별치 않다니요. 단장동지야 우리 장군님께서 보내주신 귀한분이 아닙니까.》

박영순은 가슴이 뭉클해져서 후더운것을 삼켰다.

김윤범은 박영순을 마주하고앉다가 고기료리에 시선을 주었다.

《무슨 고기요?》

《너구리고기입니다.》

《너구리고기?!…》

《예, 이자 단장동지가 평가했는데 맛이 아주 좋다고 하였습니다.》

그 바람에 김윤범은 한바탕 소리내여 웃고나서 짐짓 정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렴, 맛도 맛이지만 령리한 너구리라고 사람의 뇌기능에도 대단히 좋을겁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박영순은 놀란듯 물었다.

《오소리나 너구리는 다 식용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김윤범은 그제야 중대장과 정치지도원을 돌아보고는 가져온 보자기를 펼쳤다.

《우리 집사람이 단장동지에게 보낸 토끼고기볶음인데 맛보십시오.》

《참, 정치위원동무두, 뭘 이렇게!…》

《지금은 어려운 시기이니 식찬이랑 구미에 맞지 않을수 있습니다.

더구나 감기후유증이…》

《아니, 아닙니다.》

박영순은 서둘러 리철과 정치지도원을 둘러보았다.

《이 동무들이 극진히 관심해주어 아무런 불편도 없습니다. 초소에도 나가보고 훈련장에도 나가보니 내가 현실체험을 오길 얼마나 잘했는가를 거듭 생각하게 됩니다. 수뇌부를 옹위하기 위한 투쟁이 최전연에서부터 시작된다는것을 현실로 느꼈습니다.》

김윤범은 그 심정이 리해되는듯 고개를 끄덕이였다.

《단장동지는 앞으로 더 많은것을 체험하게 될겁니다. 어제밤에 적들은 총알이 장탄된 권총과 함께 금품이 들어있는 지함을 주민지대에 투하하였습니다. 인민들이 그것을 발견하고 우리한테 가져왔는데 적들이 꾀하는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결코 수뇌부옹위와 떼여놓고 생각할수 없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참, 할 이야기는 많은데 음식을 들면서 이야기를 계속합시다.…》

김윤범은 토끼고기볶음을 박영순의 가까이 옮겨주다말고 잊은듯 정치지도원을 돌아보았다.

《병사들이 단장동지의 노래를 그렇게 좋아했다지?》

《예, 우리 병사들은 단장동지의 독창회를 한번 조직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박영순은 뜻밖의 요청에 두눈을 휘둥그레 떴다.

《독창회?…》

김윤범이 맞장구를 쳤다.

《옳습니다. 그러면 우리 병사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이 친구들이 왜 너구리고기를 대접하는가 했더니 다 속꿍꿍이가 있었구만. 하하!》

박영순도 따라 웃었다.

《이런 수고를 안한들, 허허. 최전연을 지켜가는 병사들의 수고를 생각하면 내 노래가 다 뭐겠습니까.》

《그럼 됐습니다.》

김윤범이 자기 무릎을 철썩 치는 바람에 리철과 정치지도원도 좋아라 서로 마주 웃었다.

식사가 끝나 단둘이 남자 김윤범은 박영순에게 물었다.

《그때 평양에서 만났을 때 피끗 들은 이야기이지만 가사의 제목은 어떻게 달았습니까?》

박영순은 주춤거렸다. 또 가사의 제목이다. 중대에 도착한 다음날 가사의 제목을 듣고 무엇인가 석연치 않아하던 중대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문제는 거기에만 있는것이 아니였다. 솔직히 말해서 가사의 틀거리는 평양을 떠나올 때부터 머리속에 가지고 왔었다. 그러나 감시소를 내리던 날 그것을 두고 어떻게 생각했던가! 치명적으로 제목에서부터 시대성, 호소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것을 자인하지 않을수 없었다. 더우기 고향소식발표모임까지 참가하고나서는…

지금까지 성공한 가사들을 꼽아보면 제목부터 좋았다. 《눈이 내린다》, 《수령님 밤이 퍽 깊었습니다》, 《어서 가요 먼저 가요》…

박영순은 거의 자신없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빨찌산의 련대장〉, 이렇게 달가 하고 생각했댔는데… 생각되는것이 있으면 이야기해주시오.》

김윤범은 빙그레 웃었다.

《제가 감히 말해도 될가요?》

《그러지 않아 나도 모대기던중이니 서슴지 말아주시오.》

김윤범의 눈빛이 저으기 심중해지기 시작하였다.

《〈빨찌산의 련대장〉하면 련대장 그자체에 머물고마는듯 한 허전한감이 듭니다. 오중흡7련대를 따라배우려는 우리 군인들의 지향과 호소가 제목에 반영되였으면 어떻겠는가 하는것입니다!》

박영순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듯싶었다. 이것은 시점문제이다. 작가 일개인의 시점이 아니라 군인대중의 시점에서 볼 때만이 군가의 생명이라고 할수 있는 시대성, 호소성, 전투성이 반영되는것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명백하고도 단순한 리치를 내가 왜 포착하지 못했는가!…

박영순은 김윤범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어쩌면 그런 생각을 다!…》

김윤범은 오히려 난처해하였다.

《사실 제목에 대한 의견은 나의 당정치사업에 대한 의견이기도 합니다. 오중흡7련대를 따라배우는 사업을 온 부대적인 사업으로 부글부글 끓게 하지 못하고있으니까요. 하지만 한편의 훌륭한 시가 천만자루의 총검을 대신하듯이 좋은 노래도 같지 않을가요.

난 단장동지를 믿습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박영순이 면구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힘을 주니 정말 고맙소. 내가 여기로 오지 못했더라면 이 가사는 언제까지도 빛을 보지 못했을거요.》

《그래서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단장동지의 현실체험을 몸소 지지해주신것이 아니겠습니까!》

불시에 가슴이 후더워올랐다. 정말 그랬다. 만약 장군님께서 이번과 같은 은정깊은 조치를 취해주시지 않았더라면 자기는 아직까지도 책상머리에서 헤매고있을지도 모른다.

정치위원을 바래주고난 박영순은 조용히 병실뒤뜨락을 홀로 거닐었다. 김윤범의 목소리가 그냥 여운이 되여 귀전에서 감돌았다. 우리 군인들의 지향과 호소가 반영된 노래를!…

그는 북받치는 흥분을 한껏 터치려는듯 걸음을 멈추고 하늘가를 향하여 고개를 젖혔다. 씻은듯 한 밤하늘에 올찬 별들이 반짝이고있었다. 저 무수한 별들은 언제 생겨나 언제까지 저렇게 반짝이는것일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지향과 념원, 삶의 무게가 저 별에 실렸던가? 밀영의 밤, 저 하늘의 별이 되여 사령부가 있는 곳을 그리며 찾던 그날의 7련대 대원들의 순결한 마음들이 오늘도 그대로 어려있어 저렇게 반짝이는것이 아니랴!…

이튿날 오후 중대에서는 무장강행군훈련이 있었다. 그러나 체험에 대한 욕망이 아무리 크다 한들 수키로 전구간을 내처 달려야 하는 행군대오를 60나이 가까이하고있는 박영순이 어떻게 따라나설수 있으랴!

출발전 군인들의 기세는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결의모임이 진행되고 백두의 행군길을 끝까지 이어가리라는 구호며 철천지원쑤 미제침략자들을 소멸하라는 웨침이 병영을 진감하였다.

행군대오를 바래우고난 박영순은 침실로 돌아왔다. 원고지를 펼쳐놓았으나 마음은 안착되지 않고 불안하기만 하다. 무엇때문일가? 그것이 행군대오를 따라설수 없었던 아쉬움이라는것을 절감한 그는 그만에야 손에 들었던 펜을 놓고말았다.

그 허전함에 무심히 고개를 돌리던 그의 눈에 불현듯 커다란 보온병이 바라보였다. 중대정치지도원이 집에서 가져온 보온병에는 그의 안해가 만들었다는 오미자단물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박영순은 더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이 보온병을 부여안고 침실을 나섰다. 행군대오를 마중가리라 결심했던것이다. 갓 입대한 신입대원들에게 오미자단물을 한모금씩이라도 마시게 해준다면 얼마나 힘이 나하랴!

그는 중대병영을 지나 야산굽이를 돌아섰다.

드넓은 고원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러나 높고 낮은 구릉들과 깊은 계곡으로 복잡한 기복을 이룬 그곳에서는 행군대오가 어디에 종적을 감추었는지 찾아볼수 없었다.

박영순은 별수없이 길옆에 앉아 행군대오를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초복날의 미풍과 함께 풀잎냄새가 싱그럽게 풍겨왔다.

거대한 대지의 훈향을 페부깊이 들이키느라니 온몸에 이루 말할수 없는 생기와 열정이 솟구치는듯싶었다.

그는 거뜬한 기분속에서 어제 저녁의 생각을 하나하나 정리해나가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인적없는 고즈넉한 고원의 정적을 깨치며 어디선가 구령소리 같은 웨침이 들려왔다.

박영순은 얼른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였다.

저 멀리 계곡에서 솟구치듯 행군대오가 달려나오고있었다.

그는 저도 모를 반가움에 벌떡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행군대오가 점점 이쪽을 가까이 하고있었다.

선두에서 휘날리는 붉은 기발은 저녁녘의 불덩어리같은 태양의 빛발을 받아 더 강렬한 색조를 이루며 그의 시야에 비껴들었다.

박영순은 부지중 탄성을 올렸다. 붉은기… 세대를 이어 오늘도 저렇듯 대오의 앞장에서 힘차게 휘날리는 붉은기! 어제 저녁의 창작적흥분이 다시금 되살아나며 그의 가슴을 격동시켰다. 저 기폭이야말로 사령부를 보위하며 백두의 눈보라, 포연탄우를 선두에서 헤치던 7련대의 기발이 아니겠는가!

발구름소리, 장구류 부딪치는 소리, 급한 숨소리와 함께 행군대오가 그의 앞을 지나고있었다.

박영순은 품에 안고있는 보온병을 잊은채 환희에 넘쳐 대오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중대장이며 낯익은 병사들이 숨겹게 달리는 경황속에서도 박영순에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중대정치지도원이 그에게로 다가왔다. 품에 안고있는 보온병을 알아보며 웃음을 지었다.

《마중나오셨군요. 단장동지, 고맙습니다!》

박영순은 손을 내저었다.

《가만, 나도 한번 달려볼가요?》

《아니, 단장동지두요?》

《7련대붉은기가 우릴 부르고있지 않소!》

중대정치지도원이 기쁨을 금치 못해하며 수긍했다.

《옳습니다. 7련대붉은기가 우리를 부르고있습니다.》

박영순은 한손을 내미는 정치지도원의 손을 맞잡고 행군대오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웨치기 시작하였다. 그래, 그 기발이 그때처럼 우릴 부르고있는데 7련대가 어찌 우리곁을 떠났다 하랴. 아니, 7련대는 살아있다. 세기의 준령을 넘어 백두산혁명강군의 척후대로 변함없이 가고있는것이 아니랴!…

 

련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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