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회)

7

 

대성요업공장 처녀들을 맞이한 사단은 커다란 경사분위기에 휩싸여있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사랑의 첫날옷감과 결혼식상까지 보내주셨으니 신랑, 신부들의 기쁨은 이루 비길데 없었다.

지방당, 정권기관 일군들의 관심속에 신랑, 신부들의 첫날옷이 제작되고 결혼식장으로 준비된 널직한 경리부식당에는 잔치상들이 줄지어 차려져있었다.

사단과 련대의 지휘관, 정치일군들 그리고 손에 꽃다발을 든 군인가족들이 결혼식상 맞은편에 놓여있는 식탁쪽에서 서성거리며 신랑, 신부들이 들어서기를 기다리고있다.

드디여 요란한 환영곡속에 여러 군인가족들의 안내를 받으며 세쌍의 신랑, 신부들이 결혼식장으로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꽃보라가 뿌려지고 녀인들이 달려가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초록색, 분홍색, 노란색 등 신부들이 입은 여러 색갈의 옷차림으로 하여 결혼식장은 금시 꽃속에 묻혀버리는듯싶다. 한껏 상기된 신부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아름다왔다. 다만 지금까지 군복만 입어오다가 처음으로 넥타이에 제낀깃 양복차림을 한 신랑들만이 얼굴이 벌개서 두손을 어디에 건사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리고있었다.

조무진은 그들속에서 서로 한쌍이 된 선희와 자기 련대의 중대정치지도원 지인선의 얼굴을 여겨보며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시원스럽게 생긴 선희와 대조되게 갸름한 얼굴에 내성적이면서도 순박한 표정을 지은 지인선은 척 보기에도 속깊은 인정미가 느껴진다. 그 두 성격이 조화를 이루며 서로 돕고 이끌어 준엄한 최전연의 생활을 이겨가리라는것은 의심할바 없다.

자리가 정돈되자 얼마 크지 않은 키에 탐탁한 몸매를 가진 사단장이 결혼식장의 제일 웃쪽 가운데에 놓여있는 마이크앞으로 나섰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위대한 장군님의 각별한 사랑과 관심속에서 사단이 생겨 처음 보는 세쌍의 신랑, 신부들의 결혼식을 성대히 진행하게 됩니다.…》

벌써부터 손수건으로 눈굽을 찍는 신부들과 군인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버이수령님을 잃은 슬픔이 아직 채 가셔지지 않은 때에, 더우기 민족이 당한 국상을 기회로 온갖 원쑤들이 떼를 지어 덤벼들고있는 첨예한 이때에 그처럼 마음쓰셔야 할 일도 많은 장군님께서 이렇듯 성대한 결혼식을 마련해주셨으니 누군들 눈굽이 젖어들지 않으랴!…

《이번에 평양의 꽃같은 처녀들이 적들과 직접 총부리를 마주하고있는 최전연으로 달려온것은 당의 품속에서 태여나고 자라난 새 세대 청춘들의 고상한 정신세계와 인간미를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참다운 모범으로 됩니다.…

나는 신랑, 신부들이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안겨주신 오늘의 이 행복을 한생토록 가슴속에 간직하고 온 나라가 부러워하는 행복한 군인가정, 장군님께서 믿고 내세워주시는 총대가정의 영예를 영원히 빛내리라는것을 확신하며 동무들의 결혼식을 열렬히 축하합니다!》

열렬한 박수가 터져오르는 속에 조무진은 옆에 앉아있는 정치위원 양영식을 돌아보며 지인선이와 선희가 있는쪽을 가리켰다.

《어떻습니까? 볼수록 대견하지 않습니까?》

양영식은 둥글넙적한 얼굴에 웃음을 담았다.

《천상배필입니다.》

《천상배필?…》

조무진은 이렇게 묻고나서 마주 웃었다.

《하긴 그렇게 말할만도 하오!》

처음 선희가 마음에 두고있는 대상자를 알게 된 조무진은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중대정치지도원 지인선… 련대에 도착하는 선희를 맞이할 군관들, 군인가족들속에는 지인선이도 있었다. 선희가 승용차에서 내리기 바쁘게 승벽내기로 달려와 저저마다 꽃다발을 안겨주며 축하의 인사를 하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지인선이만은 손에 든 꽃다발을 어찌할지 몰라하며 뒤켠에서 얼굴을 붉힌채 서성거리고있었다.

보다못해 조무진은 그의 등을 떠밀며 큰소리로 말했다.

《아하, 이 동무 선손을 떼웠구만. 꽃다발을 준비했던바에야 처녀에게 안겨주고부터 봐야지.…》

《저… 초소에서부터 안고왔더니… 그새 다 시들어서… 평양처녀에게… 어떻게 이런 시든… 들꽃이나 안겨주겠습니까?》

그때 떠듬떠듬 터놓은 총각의 대답이 별스레 처녀의 가슴을 울려주었을줄 어이 알았으랴!

내성적이면서도 수집음을 잘 타는듯싶은 지인선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가. 무엇에 끌렸을가!…

조무진은 그때일을 돌이켜보며 인선이와 선희가 앉아있는 잔치상쪽을 기쁨속에서 바라보았다. 천상배필이야!…

조무진의 흐뭇한 마음을 더해주듯 군인가족들이 줄지어나와 축하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언제나 말없이 정답게 웃음지으며

가정의 봄향기 꽃피운 그대의 안해

결혼식은 저녁어스름이 깃들무렵에야 끝났다.

조무진은 련대로 향한 승용차안에서 둘러리마냥 신랑신부와 함께 뒤좌석에 앉은 양영식을 돌아보며 말했다.

《정치위원동무, 우리 봄에 나가서 집을 하나 지읍시다. 세면장까지 달린 새 집을 말입니다.》

양영식은 쾌히 응했다.

《예, 나도 그 생각입니다. 지금은 겨울이니 건설을 할수 없어서 그러지 한주일이면 제꺽 한동 짓지요.》

지인선이가 바빠했다.

《아니, 우린 지금집이면 됩니다. 그 집도 어떻게 마련되였습니까?》

조무진은 껄껄 웃었다.

《정치지도원, 이럴 땐 가만있는게 좋아. 평양에서 온 색시생각을 해야지.》

선희도 당황하여 빨개진 얼굴을 수그리였다.

《아니, 저도 지금집이면…》

조무진은 엉너리를 쳤다.

《허, 부부일심동체라더니… 으―음!…》

그 바람에 승용차안에는 웃음이 터져올랐다.

다행히도 중대에 집이 하나 생겼다. 군사대학에 간 전 중대장의 가족을 대대지휘부쪽으로 옮겨놓아 집이 쉽게 조절되였던것이다.

허나 조무진으로서는 거기에 만족할수 없었다. 친동생과 같은 선희라기보다 정든 수도를 떠나 새소리, 물소리만 들리는 외진 전연초소로 찾아온 평양처녀라는 생각에서였다.

이들의 첫 살림을 보장해주는 문제는 모두의 관심사속에 진행되였다. 장절임이 들어있는 토기단지를 들고오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닭알이며 토장까지 퍼담아가지고 오는 가족들도 있었다.

승용차가 중대살림집구역을 가까이 하자 지인선은 부탁했다.

《련대장동지, 저희들은 곧장 중대로 가겠습니다.》

조무진이 의아히 돌아보자 양영식이 지인선을 대신하여 리유를 설명하였다.

《이 동무들이 결혼식장을 나서며 서로 약속했답니다. 장군님께서 보내주신 잔치상을 그대로 가지고 중대부터 먼저 들려 병사들한테 대접하겠다는겁니다.》

조무진은 매우 대견스러워하였다.

《좋구만, 잘 생각했어. 군관의 안해는 이제부터 병사들의 누이, 어머니구실을 해야 하거던!》

승용차는 살림집구역을 그냥 지나쳐 중대병영으로 들어섰다. 중대장이 급히 달려나왔다. 조무진은 구령을 치려는 중대장을 제지시키고나서 차에 앉은채 물었다.

《정치지도원네 집을 뜨끈뜨끈하게 덥혀놓았겠지?》

《련대장동지, 지금 가족들이 정치지도원동무네 집에 모여 방도 덥히며 영접준비를 하고있습니다. 련대장동지와 정치위원동지집에서도 왔습니다.》

《우리 집사람이? 그것도 좋지. 하지만 신랑신부를 너무 오래 붙들고있게 해서야 안되지.…》

조무진은 이미 차에서 내린 지인선과 선희를 돌아보았다.

《그렇지 않은가? 한시바삐 따스한 잠자리에 들고싶을텐데!…》

그 말에 모두들 와― 소리내여 웃었다.

승용차는 그 웃음을 뒤에 남기고 오던 길을 되돌아섰다.

그 기분을 안고 양영식이 말했다.

《거 418련대에 있다는 친구 말입니다, 녀동생이 훌륭한 배필을 만나 결혼식이 성과적으로 진행되였다는걸 알면 무척 기뻐하겠구만요.》

《그러지 않아 래일 전화로 알려주려던 참이였습니다.…》

조무진은 양영식의 말을 따르다말고 무엇때문인지 슬며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정작 친구의 녀동생을 받아놓고보니 무엇인가 딱 빚을 진것 같은게…》

등뒤에서 양영식의 놀란 목소리가 튀여나왔다.

《빚을 지다니요?》

조무진은 양영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게도 녀동생이 하나 있어 418련대로 보내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면 그 친구도 우리와 같은 경사를 누려볼게 아닙니까. 한데 내겐 녀동생이 없으니 젠장…》

왜서인지 아무 말도 못하는 정치위원의 눈가에 죄스러운 빛이 슬며시 서리는듯싶었다. 양영식이 잠자코 두손으로 무릎만 연송 문지르고있는것이 이상스레 안겨왔다.

어느덧 승용차는 련대장과 정치위원이 서로 이웃하고있는 살림집앞에 이르러 멈춰섰다.

양영식이 갑자기 등뒤에서 입을 열었다.

《가만, 련대장동지, 잠간 우리 우리 집에 들렸다 갑시다.》

《아니, 왜요?》

양영식은 대답대신 무작정 련대장을 집으로 이끌었다.

정치위원의 안해는 아이를 데리고 신혼부부맞이를 갔는지라 집은 텅 비여있었다.

양영식이 웃방에 올라가 한동안 덜그덕 소리를 내더니 몇해전의것인듯싶은 달력을 한장한장 넘기며 아래방으로 내려왔다.

《이 처녀의 모습을 보십시오. 이를테면 인물심사인셈이지요.》

조무진은 미처 영문을 깨닫지도 못한채 달력장에 눈길을 던졌다. 그러다 그만 두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어랍쇼!…

하르르한 푸른색달린옷을 입은 한 처녀가 피아노를 마주하고 중학교 예술소조원들인듯싶은 처녀애들의 노래지도를 하고있었다. 살짝 학생들을 치떠보는듯 한 처녀의 아름다운 두눈에는 세련된 상냥함과 부드러움이 한껏 넘쳐흐르고있었다.

《어떻습니까?》

《미인이구만. 그런데 이 처녀는 도대체 누구요?》

《차 이런, 이렇게두 통하지 않는다구야. 련대장동진 이자 금방 없는 녀동생타령을 하지 않았습니까? 얘가 내 동생인데 사범대학 예능학부를 졸업하고 지금 금성제1고등중학교(당시) 음악교원을 하고있습니다. 나이는 스물다섯이고… 안될것 같습니까?》

조무진은 정치위원의 무릎을 철썩 내려쳤다.

《이 처녀가 정말 녀동생이 맞긴 맞소?》

《녀동생이 아니면 누구란 말입니까?》

《도람통같은 정치위원동무한테 이런 멋쟁이녀동생이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아 그러우.》

양영식은 껄껄 소리내여 웃었다.

《그럼 인물심사는 합격이란 소립니다?》

《합격이요. 헌데…》

조무진은 다시금 달력에 시선을 주다가 미심쩍은 낯빛으로 양영식을 마주보았다.

《이 미인이 선뜻 전연으로 가겠다고 할가요?》

양영식은 주저없이 대답했다.

《왜 못 간단 말입니까. 오늘 평양의 세 처녀들이 우리 사단에 오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다 자기 의사에 따라 왔지요. 처녀들이라 해서 다 생각이 같은건 아니거던요.》

양영식은 여유있게 웃었다.

《그래서 저두 아까 제꺽 말하지 못했던것입니다. 하지만 련대장동지, 생각해보십시오. 누가 시켜서 내린 결심이라면 선희동무랑 그 처녀들이 그렇게 돋보였겠습니까? 난 오늘 결혼식장에서 평양처녀라는 의미를 다시한번 깊이 생각해보게 되였구 그럴수록 그들이 막 부러웠습니다. 그때문인지 이 오빠의 말이라면 무조건 응하던 우리 동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아닌게아니라 전번 강습에 갔을 때 온 집안이 모여앉은 자리에서 우리 사단에 오게 될 평양 세 처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댔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도 모두 감동해하기에 난 지나가는 말로 그 애한테 슬쩍 물었지요. 너도 그 처녀들처럼 할수 있는가고 말이지요. 그랬더니 우리 은순이가 하는 말이 그곳에 자기가 진정 반할만 한 총각이 있다면 마다 않겠다고 선뜻 대답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어떻습니까? 이쯤하면 내가 마른 하늘에서 비꽃을 기다리는셈은 아니지요?》

조무진은 허허 웃었다.

《그런 자리에서 무슨 대답인들 못하겠습니까. 웃음으로 넘긴 대답일수도 있지요.

이번에 우리 사단을 찾아온 세 처녀들은 다 제대군인이고 군인가족생활에 대한 표상이 있지만 녀동생은 그렇지 못할겁니다.

설사 그렇게 대답했다고 해도 초보적으로나마 전연생활에 대한 파악이 있어야 합니다. 좋기는 418련대로 가는 리유가 있어 최전연이 어떤 곳이라는걸 직접 목격도 하고 거기서 좋은 총각을 자연스럽게 만나 마음이 동한다면 또 어떻겠는지.》

양영식은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였는지 그 뚱뚱한 몸을 기우뚱거리다가 저 혼자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혼사말에 앞서 418련대로 갈 리유가 있어야 한다는 소린데 그 애한테 그런 리유가 있을수 없지요. 학생선발이라면 몰라도…》

《학생선발이란 뭡니까?》

《예, 언젠가 그 애 말을 들으니 학생선발로 지방에 직접 나갈 때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418련대에 그런 인재가…》

조무진은 무릎을 쳤다.

《젠장, 독틈에도 용수가 있다구, 있습니다. 윤범이 그 친구의 딸이지요. 군단지휘부군관사택마을에 있는 유치원에 다닐 때 경연에 참가하여 텔레비죤무대에도 오른적이 있었습니다. 선발기준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래년쯤 중학교에 갈 나이이니 퍼그나 발전했을겁니다.》

양영식의 얼굴이 순간에 밝아졌다.

《그럼 됐습니다. 님도 볼겸 뽕도 딸겸, 내 곧 그 애한테 편지를 보내겠습니다.》

《나도 그 친구한테 전화를 걸겠습니다. 련대적으로 제일 멋진 총각을 준비시켜놓으라고 말입니다.》

그들은 평양처녀들의 결혼식을 치르고난 여흥을 그대로 안고 혼사문제가 다 성사되기라도 한듯 한바탕 마주 웃었다.

 

련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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