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회)

종 장

 

평양산원의 포근한 입원실에서 새 생명을 받아안은 응희는 눈같이 하얀 베개잇을 적시며 창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있었다. 감격과 기쁨이 극하면 아마도 웃음을 초월하여 심장에서 분출하는 맑고 뜨거운것을 어쩔수없이 쏟아야 하는것 같다.

맑고 푸른 우주공간에서 방금 텔레비죤화면에서 본 운반로케트 《은하-2》호가 쏴올린 인공지구위성 《광명성-2》호가 간호원이 젖을 먹이라고 안고온 새 생명을 굽어보며 속삭여주는것 같았다.

-요 귀염둥이야, 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지구라는 행성에서 우리 조선이 제일이다.

어서 무럭무럭 크거라. 세상이 다 보게 활짝 웃어라. 원쑤들이 미친듯이 날치여도 너의 머리칼 한오리 다치지 못한다.

너를 따뜻하게 품어안아주는 한없이 자애로운 품은 위대한 장군님과 어머니 우리 당밖에는 없다!-

응희는 어린것을 가슴에 꼭 껴안았다.

아직 눈도 잘 뜨지 못하는 새 생명이 품에서 입을 오무작오무작거리고 빨간 주먹을 꼼지락거렸다. 그를 두손으로 떠받들고 창문을 내다보니 이번에는 푸른 하늘에서 남편이 《매》를 타고 싱글벙글 웃으며 날아왔다.

남편은 손을 입앞에 오그려대고 누가 들을가봐 소곤소곤거리는것 같았다.

(사랑하는 응희, 이 기쁜 날에 나와 한 약속은 잊었소?)

(약속이요?!)

(우리 옥동자의…)

(아이! 정말?!)

(기다리겠소!)

남편은 활짝 웃으며 손까지 저어주고는 다시 푸른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제야 현실로 돌아온 응희는 그러지 않아도 남편이 쪽지편지에 적어놓고간 그 약속을 꼭 지키리라 마음먹고 입원할 때 가지고 들어온 하얀 종이에 애기의 손과 발을 조심조심 그렸다.

(아가야, 아버지가 보시겠단다. 그렇지, 그으래-)

응희는 입까지 우습강스럽게 오무려가며 하나하나의 선을 그어나갔다.

《으엉, 어어이…》

엄마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것처럼 애기는 제법 알지 못할 소리까지 내며 손과 발을 내맡겼다. 그렇게 한참 신고를 해서 다 그려놓고 정신없이 들여다보고있는데 등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뒤돌아보니 담당간호원이였다.

《뭘 그렇게 정신없이 들여다보세요?》

《아무것도 아니예요.》

응희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어느새 간호원은 그 종이장을 뺏아들고 보았다.

《아이, 깜찍해라. 요건 애기의 손과 발이구만요. 아이, 요걸…》

《애아버지가 꼭 먼저 보내달라구 해서…》

응희는 또 한번 얼굴을 붉히며 변명비슷한 소리를 하였다.

《아이, 재미있어, 애아버지가 비행사라지요? 퇴원하는 날에는 오시겠지요?… 꼭 만나볼래.… 그런데 지금 면회왔다는건 누굴가요?》

《면회?!》

《예. 빨리 텔레비죤면회실로 애기를 안고 내려오라는 련락이 왔어요.》

《그래요?》

응희는 머리를 기웃거렸다. 친정어머니에게도 미처 못 알렸는데 누가 왔을가. 혹시 어림짐작으로 찾아온것은 아닐가?

응희는 머리를 비다듬고 환자복앞섶주름을 편 다음 보드라운 꽃담요에 애기를 싸안고 간호원과 함께 면회실로 갔다.

텔레비죤의 스위치를 넣자 화면이 밝아지며 거기에 동서 경림이의 얼굴이 나타났다. 저쪽에서도 자기를 알아본것 같았다.

만나본지가 오래지 않은데 얼굴이 몰라보게 달라진것 같았다.

창백하던 량볼이 불그레하고 신색이 전보다 싱싱해보였다. 그의 곁에는 양장을 한 준수해보이는 다른 한 녀자도 있었다. 전번날 경림이 면회를 갔다가 본 한호실에 있던 미국에서 온 녀기자였다. 그에게서도 얼굴이 좀 파리하기는 하지만 정력이 엿보였다.

《아이, 형님이 어떻게?》

《동서, 생남했다면서요? 수고가 많았어요. 몸이랑 별일 없나?》

《산원에서 해산했는데요 뭐.…》

《하긴 산원에서 무슨 탈이 있을라구.… 우리 적은이 좋아는 하겠다.

나라에 대경사가 난 때에 떡돌같은 아들까지 보았으니 또 한명의 비행사가 태여났어. 어디 애기를 쳐들어 이쪽으로 좀 돌리라구.…》

서경림은 환자같은 모습은 전혀 없고 활기에 넘쳐있었다.

응희는 부끄럼을 타면서도 웃음을 머금고 애기를 높이 쳐들었다.

어린것은 또 뭐라뭐라 알지 못할 소리를 냈다. 면회온 저쪽에 그대로 전달되였는지 두 녀인은 허리를 꼬부리며 웃었다.

《그런데 동서, 그손에 쥔 종이장은 뭔데?…》

《아이, 이걸 어쩌나… 이걸…》

응희는 아까보다 더 얼굴을 붉히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덤벼치면서 애기의 손발을 그린 종이장을 간호원에게서 넘겨받은채로 그냥 쥐고온것이다.

간호원이 어쩔줄 몰라하는 응희의 손에서 그것을 뺏아 면회자들쪽으로 펼쳤다.

《아니, 그게 애기의 손과 발을 그린게 아니야요?》

《맞습니다. 비행사인 아버지가 애기의 요 깜찍한것을 그려보내달라고 했답니다.》

간호원이 그림과 함께 《비밀》까지 말짱 공개해버렸다.

저쪽에서 웃는 두 녀인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철림이 삼촌은 하여튼…》

그러던 경림이가 잊은듯 함께 온 녀인을 가리켰다.

《참 동서, 인사하세요. 한호실에 입원해있던… 동서도 전번에 왔을 때 통성은 못했어도 초면은 아니지?》

응희는 애기를 꼭 껴안은채 머리를 다소곳이 숙여 인사했다.

《축하해요.》

저쪽에서 사향이 맞인사를 하였다.

《동서, 빨리 날자가 되면 퇴원해 나오세요. 이번엔 우리 집에서 축하연을 차리자요. 인공지구위성 광명성-2호의 발사성공을 축하해서, 동서의 생남을 축하해서, 우리 기자선생님과의 상봉을 축하해서… 축하할것이 너무 많아서…

참, 그보다 못지 않게 철림이 삼촌이랑 아버지랑도 받은 임무를 성과적으로 수행하고 돌아왔대요.

위대한 장군님께서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애아버지들의 전투성과를 높이 치하하시고 기뻐하셨대요.

난 그동안 장군님과 김정은동지의 하해같은 사랑을 또 받아안고 이렇게 건강이 좋아졌어요.

동서, 퇴원하는 날 삼촌은 더 말할것 없을거구 큰아버지랑, 기자선생이랑 우리 철림이까지 다 맞을테니…》

이날 사향은 응희와의 면회를 끝내고 호텔의 자기 방에 돌아와서 밤깊도록 잠들지 못하였다.

그는 창가림을 젖히고 불야경을 이룬 평양의 거리를 내다보았다.

거리는 여전히 설레이고있었다. 온 평양시민들이 떨쳐나 인공지구위성 《광명성-2》호의 발사성공을 경축하고있었다.

자기를 이 호텔에까지 바래다준 외무성의 최성훈이와 안내 혜정이 그리고 경림이까지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거리의 사람들속에 합류되여 웃고 떠들며 환희에 넘쳐있는것 같았다.

그럴줄 알았으면 자기도 함께 있을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이제는 그들과 잠시라도 떨어져있으면 견딜수 없는 그리움이 가슴에서 끓고 이름할수 없는 허전함이 자신을 괴롭힌다는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방금 헤여지기 전 경림은 사향에게 말했다.

《언니, 인차 다시 찾아오겠어요. 철림 아버지랑 철림이 삼촌이랑 돌아왔으면 우리 집에 모여 상봉연을 마련해야지요. 언니를 보면 얼마나 놀라고 반가와할가.

아마 그동안 병원의 한호실에서 우리 둘이 먼저 만나 알게 되고 병까지 말끔히 털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잘 믿으려 하지 않을거예요.》

그랬는데 곁에서 듣던 혜정이 그 고운 입을 약간 샐쭉하며 시샘하듯 뇌이였다.

《으응- 사향언닌 나와 한 약속은 잊었어요?》

《무슨 약속?》

《우리 집에 꼭 한번 가보자고 하시구선…》

《정말, 이 정신보지? 우리 혜정이네 집에 가서 록두지짐을 지지면서 지지는족족 따끈따끈한걸로 먹어보자구 했지? 그 약속도 어기구싶지 않아요.》

아까부터 녀인들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시물시물 웃고있던 최성훈이 자기도 빠져서는 안되겠는지 껴들었다.

《사향선생, 언제 시간을 허비하며 이쪽저쪽 다닐것 있습니까?

내 한가지 좋은 안을 내놓을가요?》

《최선생은 또 무슨 일인데요?》

사향은 마냥 즐거워서 이번에는 최성훈을 쳐다보았다.

《우리 다같이 모입시다. 철림이네랑 혜정동무네랑 다 한자리에 모이잔 말입니다. 그래야 이 최성훈이도 혜정동무가 지지는 록두지짐을 먹어보구 경림동무가 기막히게 잘 끓인다는 구수한 막두부장맛도 볼게 아닙니까? 이쪽저쪽하다가 나만 쏙 빠질수 있는데… 하하…》

최성훈은 이렇게 말해놓고 제 먼저 몸을 뒤로 젖히며 유쾌하게 웃었다.

《아유, 최선생은 욕심두…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혜정동무두 그래, 나두 그래 다 생각이 있습니다.

사향언니를 초청해 차리는 상봉잔치에 최선생님을 빼놓아서야 되겠습니까? 혜정동무, 그렇지요?》

《경림언니 말이 맞아요.》

《아-하, 그렇다면야…》

최성훈은 두팔을 우쩍 들어 찬성한다는 뜻을 표시했다. 모두 또 한번 즐겁게 웃었다.

사향의 귀전에서는 그 정다운 목소리, 웃음소리가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마음은 그지없이 따스하고 누구에겐가 자기 심중에 그득한것을 자꾸 속삭이고싶었다. 아니, 웨치고싶었다.

그는 창가림 한끝을 살며시 잡아 볼에 대고 하염없이 밖을 내다보았다.

저쪽 그 어디에선가 누군가 조심조심 다가오며 자기를 바라보는것 같았다. 눈을 깜빡이고 다시 보았다.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마음속에서는 누가 자꾸 찾지 않는가.

아! 아버지다. 그렇다! 아버지가 저 먼곳에서 딸을 찾고있다.

사향이를 부르고있다.

아버지! 저예요. 사향이예요!

사향은 다소곳이 머리숙여 인사하고는 두손을 앞가슴에 모아잡은채 조용조용 심중을 터놓았다. 아니, 격정을 담아 속삭였다.

《아버지의 유언대로 고국에 와서 평양에서 날을 보냅니다.

요즈음은 꿈에 사는지, 생시로 지내는지 어리둥절해서 이 딸은 자신조차 잊고 지내는 때가 많습니다.

아버지, 기뻐하세요!

불미스러운 이 딸을 고국은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눈을 감으면서 분부하시던 아버지와 이웃에서 친혈육처럼 지냈다는 유형욱이라는이의 자손들을 찾았습니다. 유형욱아버님은 두 아들을 두었습니다. 이제 곧 만나게 된답니다.

아버지의 고향에도 다녀왔습니다. 고향사람들이 친딸처럼 맞아주었습니다. 아버지, 평양에 와서 있었던 사연과 놀라움, 충동을 어찌 한두마디 말로 다 전할수 있겠습니까.

이제 돌아가면 아버지를 찾아 며칠이고 아뢰겠습니다.

그렇지만 한가지만은 이밤 아버지에게 먼저 알려드리지 않고서는 도무지 잠들지 못할것 같습니다.

아버지!

아버지가 조선지도를 잘못 그려 소꿉시절친구에게서 뺨을 맞은 일이 이국땅에 와서 제일먼저, 제일 자주 떠오르고 그 일때문에 한생 자신을 후회하며 살았다는 말씀의 뜻을 고국에 와서야 깨달았습니다. 감방안에서 목숨을 건져보겠다고 조국을 등지려는 할아버지에게 이 행성의 그 어느 다른 나라에 간들 해방된 공화국에서처럼 사람다운 대접을 해주고 참다운 행복을 안겨줄것 같은가를 준절히 일렀다는 유성덕할아버지의 말씀이 얼마나 옳았는가를 이 딸은 평양에 와서 페부로 절감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가 그처럼 사랑하던 사향이 평양에 와있는 동안 조선에서는 인공지구위성 광명성-2호를 우주에 쏴올렸습니다.

아버지는 탄식의 눈물을 흘리며 외웠지요. 조선은 너무도 가난하고 힘이 없어 나라를 빼앗기고 백성들은 상가집 개만도 못한 신세, 약소민족이라고…

아니예요, 아버지!

이 나라는 약소국이 아니라 강국이예요. 지난날에는 미국의 원자탄위협에 살길을 찾아 타국, 타향천지를 헤맨 조선사람들이 없지 않지만 오늘은 조선의 핵억제력에 못되게 놀고있는 미국과 그 앞잡이들이 오히려 공포에 떨고있어요.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수리에 번개가 찍히고 천하를 뒤흔들어놓는 뢰성이 놈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있어요.

이 신비로운 현실을 보며 나는 웨치고싶어요.

나라와 민족의 존엄은 령토와 인구, 재부의 크기에 있는것이 아니라 위대한 령도자를 모셔야 가지게 된다는것을 말이예요.

그리고 인간의 진정한 존엄은 참다운 삶과 행복을 담보해주는 조국, 그 조국을 이끌어주시는 령도자에 대한 굳은 신념을 지닌 사람들만이 지키고 빛내일수 있다고 말이예요.

나라와 민족의 존엄을 가장 높이, 가장 당당하게 떨치는 나라는 인간참세상인 일성주석님과 김정일령도자님의 존함으로 빛나는 조선이예요!

아버지, 나도 이제는 당당하게 자랑할테예요. 아버지의 조국은 나의 조국이예요. 나도 이 세상에서 가장 존엄높은 조선사람이예요! 이제 날이 밝으면 유형욱아버님의아드님과 만나게 됩니다. 그 시각을 생각하니 지금부터 가슴이 막 울렁거립니다.

아버지, 이 딸이 다시 평양을 방문하는 때에는 꼭 아버지를 이 존엄높은 조국의 품에 안기게 하렵니다. 기다려주세요.…》

사향은 밤깊도록 아버지와 이렇게 마음속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는 그의 눈에 대동강반에 높이 솟아있는 주체사상탑의 봉화가 더 가깝게 안겨들었다. 그 빛발은 온 누리를 붉게 물들이고있었다.

 

련 재
[장편소설] 뢰성 (제1회)
[장편소설] 뢰성 (제2회)
[장편소설] 뢰성 (제3회)
[장편소설] 뢰성 (제4회)
[장편소설] 뢰성 (제5회)
[장편소설] 뢰성 (제6회)
[장편소설] 뢰성 (제7회)
[장편소설] 뢰성 (제8회)
[장편소설] 뢰성 (제9회)
[장편소설] 뢰성 (제10회)
[장편소설] 뢰성 (제11회)
[장편소설] 뢰성 (제12회)
[장편소설] 뢰성 (제13회)
[장편소설] 뢰성 (제14회)
[장편소설] 뢰성 (제15회)
[장편소설] 뢰성 (제16회)
[장편소설] 뢰성 (제17회)
[장편소설] 뢰성 (제18회)
[장편소설] 뢰성 (제19회)
[장편소설] 뢰성 (제20회)
[장편소설] 뢰성 (제21회)
[장편소설] 뢰성 (제22회)
[장편소설] 뢰성 (제23회)
[장편소설] 뢰성 (제24회)
[장편소설] 뢰성 (제25회)
[장편소설] 뢰성 (제26회)
[장편소설] 뢰성 (제27회)
[장편소설] 뢰성 (제28회)
[장편소설] 뢰성 (제29회)
[장편소설] 뢰성 (제30회)
[장편소설] 뢰성 (제31회)
[장편소설] 뢰성 (제32회)
[장편소설] 뢰성 (제33회)
[장편소설] 뢰성 (제34회)
[장편소설] 뢰성 (제35회)
[장편소설] 뢰성 (제36회)
[장편소설] 뢰성 (제37회)
[장편소설] 뢰성 (제38회)
[장편소설] 뢰성 (제39회)
[장편소설] 뢰성 (제40회)
[장편소설] 뢰성 (제41회)
[장편소설] 뢰성 (제42회)
[장편소설] 뢰성 (제43회)
[장편소설] 뢰성 (제44회)
[장편소설] 뢰성 (제45회)
[장편소설] 뢰성 (제46회)
[장편소설] 뢰성 (제47회)
[장편소설] 뢰성 (제48회)
[장편소설] 뢰성 (제49회)
[장편소설] 뢰성 (제50회)
[장편소설] 뢰성 (제51회)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0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