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 회)

제 8 장

4

 

해마다 찾아오는 봄의 례사로운 날이였다.

조국의 하늘은 예나 다름없이 맑고 대지는 변함없는 부드러움과 포근함으로 자기 품에서 씨앗들을 움틔우고 자래우며 푸르러가고있었다.

봄날도 그 봄날, 하늘도 그 하늘, 대지도 그 대지건만 유진철이에게는 웬일인지 조선의 이해의 봄, 하늘과 대지가 류달리 더 사랑스럽고 정답고 지어 성스럽게까지 생각되였다.

어제가 가고 오늘이 가고 래일이 또 가고… 이렇게 세월이 흐른 뒤 이해의 봄, 이해의 하늘, 이해의 대지를 돌이켜볼 때면 창공에 우뚝 솟아있는 기념비를 보는것과 같은 뚜렷한 추억과 가슴뿌듯한 긍지를 가지게 될것이라는 충동을 어쩔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해의 이 화창한 봄날에 우리 조국에서는 대지를 박차고 저 우주대공으로 인공지구위성 《광명성-2》호가 솟구쳐오른다.

이 행성을 진감시키고 세계를 놀래우며 우리의 운반로케트 《은하-2》호가 인공지구위성을 우주궤도에 진입시킨다.

그 시각이 바야흐로 눈앞에 다가왔다.

위대한것, 그 존엄높은것, 그 거창한것, 그 소중한것을 원쑤들이 털끝만큼이라도 다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우리의 《매》들 또한 출격할것이다.

아! 얼마나 가슴벅찬 봄인가. 얼마나 긍지와 행복이 넘쳐나는 환희로운 시각인가.

유진철은 이런 생각과 함께 가슴속에서 끓어번지는 자책도 어쩔수 없었다.

어제 박두성중장이 현지에 내려왔었다.

그는 비행사들의 훈련정형과 싸움준비상태에 대하여 최종료해를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진행할 전투임무와 방안에 대해서 확정하였다.

《진철동무, 그동안 비행부대지휘관들과 함께 수고가 많았소. 비행사들이 한사람같이 끌끌하고 믿음직하오. 사상정신적각오는 더 말할것 없고 비행술이나 전투조법들도 기발하고 놀랍소.》

박두성은 너부죽한 얼굴에 만족한 기색을 지었다.

《나는 이번에 비행사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에게서 참으로 많은것을 배웠습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키워주신 우리 비행사들이 어떤 사람들인가를 똑똑히 알았습니다.》

《그랬을거요. 그러니 그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전투방안을 연구하고 련마하느라고 비행사들과 함께 있은 진철동무도 어련할라구?》

《아닙니다. 난 아직 그들을 따라가자면 멀었습니다. 이건 내 진정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자신에 대한 요구성을 늘 높이는것은 좋은 일이요.》

이렇게 말하는 박두성의 얼굴표정은 방금전에 만족하여 웃음을 짓던 때와는 달리 자못 진중하였다.

진철은 박두성의 심중은 헤아리지 못하고 그가 내려온 시각부터 알고싶던것을 조용히 물었다.

《중장동지, 이번 출격때 비행사들이 제기한 돌아올 연유대신에 더 싣게 해달라는 폭탄문제는 어떻게 되였습니까?》

박두성의 얼굴은 유진철의 그 물음에 더욱 심각해졌다. 그는 대답대신 한동안 머리를 수굿하고있더니 자기자신에게 뇌이였다.

《진철동무, 나나 동무나 우리모두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와 존경하는 김정은대장동지의 혁명전사들에 대한 그처럼 숭고하고 열화같은 세계를 헤아리자면 아직 멀고멀었소.》

《예?!》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우리 인민군지휘성원들을 불러 깨우쳐주시였소.

귀중한 우리 비행사들이 자폭용사, 육탄돌격대가 되여 전투임무를 수행하겠다고 한다고 하여 그들을 생사를 기약할수 없는 곳으로 마구 내보내서는 안된다고 하시면서 그런 사람은 우리 인민군대 지휘성원의 자격이 없다고 말씀하시였소.》

김정은동지께서 말입니까?!》

진철은 박두성이앞으로 한걸음 다가서기까지 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이번 인공지구위성발사와 때를 같이하여 출격하게 될 비행사들에게 적들을 타격할 전투명령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고 반드시 살아서 돌아와야 한다는 자신의 명령을 함께 하달하라고 하시였소!》

몸을 곧게 펴고 서서 박두성을 쳐다보던 진철이 고개를 푹 떨구며 어깨를 떨었다.

《중장동지, 난… 어쩌면 좋습니까! 그런것두 모르고 난… 난… 우리 비…행사들을 장하다고만 여기면서…》

《그게 어디 동무생각뿐이였소? 우리모두가 그렇지.》

《그래두 난…》

진철은 미처 할말을 찾지 못하고 격정에 북받쳐 어깨만을 더 세차게 떨었다.

존경하는 대장동지께서는 진철동무에 대해서도 말씀이 계셨소. 중요한 임무가 제기될 때마다 전투원들속에 들어가 수고가 많은 동무인데 건강을 잘 돌보게 하며 영예군인인 안해의 병치료에도 관심을 돌리라고 하시였소. 말씀을 받아안고 자신을 뉘우치며 이곳으로 내려오기전에 병원에 들려보았는데 철림이 어머니가 건강이 많이 회복되였소. 존경하는 대장동지께서 유능한 의사들을 보내여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도록 해주셨다오. 이젠 허리아픔도 별로 없고 씽씽 걷소.》

《중장동지, 난 받아안은 사랑과 믿음에 조금도 보답 못하고있습니다.

이번 비행사들이 제기한 문제도 사실은 내가… 그런데 또… 이렇게…》

어깨를 떠는 진철의 등을 어루쓸며 박두성도 젖은 목소리로 뇌이였다. 아까와 같은 심한 자책이 담긴 말이였다.

《보답 못하고 살며 일하는게 어디 동무뿐이요? 나나 우리모두가 그렇지.…》

《나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공부할 때 대장동지의 귀중한 가르치심과 사랑을 누구보다 많이 받은 사람입니다.

대장동지께서는 그때 벌써 우리들에게 깨우쳐주셨습니다. 우리가 이제 치르게 될 조국통일대전은 자기의것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하는 정의의 싸움이라고, 앞으로의 전투나 전쟁도 사랑과 믿음으로 하여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절세의 위인의 그 숭고한 사랑과 믿음을 비행사들의 가슴마다에 안겨주어야 할 내가 그것을 망각하고…》

《진철동무! 우리 다같이 절세위인들의 사랑과 믿음을 한생토록 잊지 말고 그이의 숭고한 뜻을 잘 받들어나갑시다.》

《명심하겠습니다.》

《자, 빨리 회관으로 갑시다. 비행사들에게 사랑의 명령을 전달해주어야지.…》

박두성이 앞장서고 유진철과 비행부대지휘관들이 따라섰다.

잠시후에 군인회관에서는 폭풍같은 만세의 환호성이 터져올랐다.

그 다음날인 주체98(2009)년 4월 5일 오전 ××분.

우리의 미더운 비행사들이 전투임무수행을 위하여 비행장활주로에 나와있었다.

그들을 바래주려고 정비원들과 군인들이 한쪽에 정렬해있었다.

대대장 조영철이 그 부리부리한 눈길로 편대별로 정렬한 비행사들 한명한명의 차림새를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살피며 지나갔다.

대렬앞쪽에 서있는 정치지도원이 뒤렬에 나란히 서있는 유진혁이와 차용세를 돌아보며 빙그레 웃다가 눈을 한번 끔뻑하였다.

그러자 차용세가 먼저 뻘쭉 웃었다. 그리고는 옆에 선 진혁이를 피끗 돌아보았다. 진혁이 그런 용세를 돌아보며 웃는데 그는 얼굴까지 약간 붉히였다. 눈을 끔뻑하는것, 얼굴을 붉히는것… 이러루한 리유는 정치지도원과 진혁이, 용세 셋밖에 아직은 누구도 모르는 《비밀》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정치지도원은 방금전에 진혁이와 용세의 안해들이 평양산원에서 해산을 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게 되였다. 아니, 바쁜 속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그가 먼저 알아보았다고 하는것이 더 정확할것이다. 진혁이의 안해 응희는 아들을, 용세의 안해 경숙은 딸을 낳았다고 한다. 정치지도원은 비행장으로 나오기 직전에 그들을 따로 불러 이 기쁜 소식을 알려주었다.

《아직은 비밀로 하기요. 좋지?》

두명 다 알릴락말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럼도 좀 탔다.

《이번 전투임무를 성과적으로 수행하고 돌아와서 비행대에 알리고 겸사겸사해서 요란한 축하를 받기요. 그 조직사업은 내가 책임지고 하겠소.》

한편 진혁은 이젠 아버지가 되였다는 이 소식이 놀랍기도 하고 가슴뭉클하기도 하였다. 정치지도원에게서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응희의 얼굴과 함께 그의 품에서 꼼지락거리는 생김새가 명확치 않은 아기의 모습도 떠올랐다.

이제는 남편으로서만이 아니라 아버지로서 조국이 준 임무를 더잘 수행해야 한다는 자각을 더 무겁게 가지게 하였다. 가슴이 쩡하였다.

진혁은 어제 정치지도원을 찾아가 형님을 만났던 일과 잠시나마 마음속에서 일려고 했던 파동에 대하여 털어놓고 뉘우친 다음 새로운 결의를 다졌다. 정치지도원은 그런 진혁이가 더없이 미덥고 사랑스러워 두손을 꽉 잡아주었다. 진혁이와 차용세의 귀전에는 어제 회관에서 전투명령과 함께 어떤 일이 있어도 최고사령관동지의 품, 당의 품으로 살아서 돌아와야 한다는 김정은동지의 명령을 전달해주던 박두성중장의 감격에 넘친 목소리가 되살아나며 북받치는 격정을 금할수 없었다.

대대장 조영철이 비행사들의 준비상태를 검열하고났을 때 저쪽에서 박두성이며 유진철이며 부대장과 부대정치위원을 비롯한 지휘성원들이 빠른 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왔다.

유진철이 팔목시계를 보았다. 부대장도 팔목시계를 보며 진철에게 무슨 말을 하는것 같았다. 진철이 벌씬 웃기까지 하였다.

지휘성원들은 걸어오면서 정렬한 비행사들을 미더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박두성의 한두걸음뒤에서 따라오던 진철이도 그렇게 비행사들을 일별하다가 진혁이와 눈길이 마주치자 아래입술을 웃입술에 감쳐물며 알세라모를세라 눈을 끔뻑하는것 같았다. 전에 없던 일이였다.

가슴이 찌르르해났다. 그것은 한피줄을 이은 형님이기 전에 한혁명대오에 선 전우로서, 동지로서 자기에게 보내는 인사고 당부라고 생각되였다.

(형님, 마음을 놓으십시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와 존경하는 김정은동지의 믿음과 사랑을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이 진혁이 결코 헛되이 살지 않을테니 어떻게 싸우는가를 두고 보십시오!)

대대장이 부대장에게 출격준비가 되였다고 보고하는 소리며 지휘관들이 어깨를 잡아흔들고 포옹해주며 잘 싸우라고 당부하던 그 감격적인 시각이 지난 다음 탑승구령이 내리자 진혁은 자기의 사랑하는 《매》에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곁에 섰던 용세도 진혁이의 어깨를 한번 툭 치고는 두주먹을 부르쥐고 자기의 《새매》에로 달렸다.

정비원들이 놓아준 사다리를 번개같이 딛고 비행기에 오른 진혁은 비행좌석에 앉은 다음 천개를 철컥 하고 닫았다. 밖의 소리는 그때부터 일체 들리지 않고 손을 흔들어주는 지휘관들과 군인들의 모습이 보일뿐이였다.

귀에는 오히려 심장의 박동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침착하자! 침착해야 한다!)

그래도 심장은 마냥 높뛰였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와 존경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승리하고 기어이 돌아오라고 명령하시였다.

아, 얼마나 위대하고 자애로운 품에 내 안겨사는것이냐. 이름없는 평범한 비행사들을 생각하시여 잠 못 드시고 그들의 운명도 미래도 다 맡아 지켜주시고 꽃피워주시는 자애로운 어버이!

우리에게는 기다리는 품이 있다.

준엄한 싸움길에서 하나의 전사 쓰러져도 천리길, 만리길을 달려와 붉은기에 싸안아 영생의 언덕에 빛내여주는 품.

위대한 품을 지켜 이 한목숨 서슴없이 바쳐 싸운들 무슨 한이 있으랴.

애독하던 시구절이 이 순간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 떠오르고 안해 응희의 얼굴도 보였다.

사랑하는 응희, 내 기어이 임무를 수행하고 당신곁으로 돌아오겠소.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와 존경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우리들에게 꼭 돌아오라고 명령하시였소.

새로 태여난 우리 아들의 이름을 어떻게 지을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비행기처럼 《매》라고 부를가.

진혁이 마음속으로 안해와 이런 대화까지 나누고나니 한결 가슴이 진정되는것 같았다.

드디여 출격명령이 내렸다. 시동이 걸려있는 비행기의 조종간에 지그시 힘을 주니 미끄러지듯 질주하던 비행기는 채찍을 얹은 말처럼 한번 흠칫하는감을 주고는 산도 들도 바래주러 나온 전우들도 다 뒤에 남기고 하늘로 떠올랐다. 펴놓은 솜같기도 하고 안개발같기도 한것이 휙- 휙- 옆으로 지나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벌써 정다운 조국의 대지는 아득한 저뒤로 사라져가고 망망한 바다우에 배들이 떠있는것이 점처럼 보였다. 고도를 높이자 미구에 그것도 시야에서 사라졌다. 무한대한 공간에서 태양만이 눈부신 빛을 뿌리고있었다.

편대는 지적해준 상공으로 살같이 날아갔다.

수화구에서 주도기비행사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는 목표탐색에 들어간다는것과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보고하라고 했다.

《알았다.》

진혁이 대답하기 바쁘게 주도기는 고도를 높이는척 하다가 비행기를 통채로 뒤집으며 급강하하였다. 주도기를 따라 대렬기들도 그렇게 하였다. 수평비행자세를 가리키던 수준기가 빙 돌면서 배면자세를 가리켰다.

진혁은 수직하강하는 순간 과중한 힘이 실리면서 온몸의 피가 머리로 쏠리는것 같았다. 귀에서도 웅- 하는 소리가 났다.

그렇지만 그동안 가장 극악한 조건과 정황을 예견하여 훈련에서 땀을 흘린것이 헛되지 않았다.

진혁은 지금의 시각이야말로 이제까지 그토록 애지중지 품들여 키워준 어머니조국에 보답할 때이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낮이나 밤이나 애써 련마한 비행술과 전투능력을 남김없이 발휘할 때라고 여겼다.

그는 조국의 자주권과 존엄을 신념으로 지켜야 한다고 하던 형의 목소리가 귀전에 다시 울리는것 같아 조종간을 더욱 으스러지게 틀어잡았다.

 

×

 

한편 때를 같이하여 진철이 이미전에 내려가 전투준비상태를 알아보고 도와주었던 전선서부열점지역의 포병들도 강철포신을 거연히 추켜들고 적들의 일거일동을 예리하게 살피고있었다. 코가 납작한 중대장이 자못 엄숙한 표정을 짓고 쌍안경으로 앞에 펼쳐진 바다를 훑어나갔다. 떠오른 해볕을 받아 물결이 황금색으로 일렁거렸다. 엷은 운무가 수평선멀리쪽에서 띠처럼 흘렀다. 조금 있노라니 적들이 도사리고있는 섬뒤에서 작은 점같은것이 나타났다. 하나, 둘, 셋시간이 지나면서 그 점의 형체는 커졌다. 좀더 있다가는 그것이 적함선이라는것이 확연히 알렸다.

마스트와 걸레쪼박같은 함선기들이 펄럭이는것까지 보였다.

(저놈들이 우리 령해를 넘보는가?)

중대장은 코를 움씰하면서도 쌍안경을 눈에서 떼지 않았다.

나타난 적정을 제때에 우에 보고하는 한편 화력진지에도 알려주었다.

전달받은 진지쪽에서 힘찬 고동구호와 구령소리들이 들려왔다.

(덤벼들어봐라! 때가 온것 같구나. 좀더, 좀더…)

입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우리의 해군경비정들이 물갈기를 일으키며 맞받아나갔다. 흉물스럽게 나오던 적함선들은 갈팡질팡 방향을 꺾더니 나왔던 섬뒤쪽으로 황급히 꽁무니를 뺐다.

(비겁한 놈들, 염통을 밥알로 붙인 놈들… 한바탕 불마당질을 하는가 했더니…)

《핫핫핫…》

중대장은 한바탕 웃어대고는 나오지 않는 담을 톺았다.

전군의 륙해공군장병들이 이렇게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적들이 움쩍하기만 하면 섬멸의 불벼락을 퍼부을 만단의 태세를 갖추고있었다.

 

련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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