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 회)

제 6 장

7

 

이런 유진철의 가정사를 김일성군사종합대학시절에 뜻밖에도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아시게 되였다.

그날은 여름이 시작되여가던 6월의 어느 일요일이였다.

실실이 가지를 드리운 버드나무아래 쉼터에서 유진철은 딸에게서 온 편지를 읽고있었다. 중학생이 된 딸 철림은 이젠 제법 편지를 어른스레 엮고 글씨도 곱게 썼다. 편지종이둘레에 네모나게 줄까지 정성껏 긋고 그안에 또박또박 박아쓴 편지는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것으로부터 시작하여 그동안 집안에서 있었던 아기자기한 일들을 재미나게 썼다.

《…

아버지가 공부하러 떠나신 다음 어머니가 뭐라고 하셨는지 아세요?

얘 철림아, 우리 셋이서 경쟁하지 않겠니? 아버지와 너는 공부를 잘해서 최우등생이 되고 난 가족소대생활에 열성적으로 참가하여 군인들에게 보내줄 남새생산과 돼지기르기에서 다른 가정보다 앞장서는것으로 말이다.

그래서 내가 아이, 좋아라! 그렇게 하자요. 했다가 인차 머리를 저었어요.

어머니가 의아해하며 묻겠지요 뭐. 너 좋다고 했다가 왜 도리머리 질이냐?

그건 안돼요. 아버지가 떠나시면서 나에게 영예군인인 어머니를 잘 돌봐야 한다고, 어머니가 힘든 일을 하게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특별과업을 주었는데요 뭐. 어머니가 아버지하고 손가락까지 걸고 약속한것을 어기면 되나요?

얘, 너 그런걸 어떻게 다 아니?!

다 아는 방법이 있지요 뭐.…

이 애가 정말…

그리고는 엄마손을 꼭 붙잡고 둘이 다 허리가 끊어지게 웃었어요.

아버지, 그랬댔는데 어머니가 정말 아버지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얼마전 며칠동안은 몸져눕기까지 했댔어요. 군의소에서랑 가족소대장 큰어머니랑 와서 어머니를 막 욕했어요. 자기 몸을 너무 생각지 않는다구… 치료를 받고 많이 나았어요.

어머니는 나더러 이런 일은 절대로 아버지에게 알리면 안된다고 했어요.

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집에 편지를 할 때 모른척 해주세요. 이 철림이가 고자질쟁이라고 어머니가 욕하지 않게… 대신 내가 집에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어머니의 일손도 힘껏 돕겠어요.

아버지, 무더위가 다가오는데 몸건강에 꼭 주의를 돌려주세요. 아버지가 떠나시면서 집꽃밭에 씨를 뿌린 채송화가 싹트고 싱싱하게 자라 첫 꽃이 폈어요.

내 생일에 소담한 그 꽃을 앞에 놓고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드립니다.

아버지와 셋이 찍었으면 더 좋았을걸.

아버지, 안녕히!》

유진철은 편지를 몇번이나 읽었다. 철림이가 귀가에서 자꾸 속삭이는것 같았다. 딸과 안해에 대한 그리움이 그윽히 차오르고 몸이 여의치 못하다는 안해의 걱정도 들었다.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딸 철림이는 구김살 하나없이 활짝 웃고 안해는 생각이 그래서 그런지 웃음은 머금은것 같지만 어딘가에 그늘이 숨어있는것 같았다. 그렇게 까맣고 숱이 많던 머리칼이 한결 성글어진것 같고 오목우물이 패이던 볼이 꺼져보였다.

《무엇을 그렇게 정신을 모아 들여다보고있습니까?》

등뒤에서 우렁우렁하면서도 다정하신 음성이 들렸다.

유진철은 흠칫 놀라며 뒤돌아보았다.

《아니?!》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미소를 지으시고 내려다보고계시지 않는가!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서 편지와 사진을 쥔 손을 두다리에 꼿꼿이 붙였다.

《앉읍시다. 나도 독서를 하다가 머리쉼을 좀 하려고 나왔습니다. 그렇게 심취되여 읽은걸 좀 볼수 없겠습니까?》

김정은동지께서 환히 웃으시며 쉼터의 의자에 앉으시였다.

《집에서 딸애가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유진철이 주눅이 들어하며 대답을 올렸다.

《아, 그렇습니까? 반갑겠습니다. 그럼 가정에서만 통하는 비밀이라도 있을텐데 그런걸 내가 보자고 하면 실례가 되지 않겠습니까?》

《아닙니다. 비밀이 없습니다. 가정사말사고 딸애가 아직 어리다보니 글씨랑 서툴러서…》

《그건 일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디…》

김정은동지께서 유진철이 두손으로 정중히 올리는 편지와 사진을 받으시였다.

《어허, 사진까지 있구만. 내가 오늘 진철동무네 가정하고 인연이 깊어지는것 같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여전히 밝게 웃으시며 먼저 사진부터 보시였다.

《딸애가 퍽 귀엽게 생겼습니다. 어글어글한 눈매랑은 꼭 아버지를 닮았는데 입모습과 얼굴형태는 신통히 어머니를 닮았습니다. 피줄은 숨길수 없는것 같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사진을 좀 내밀어서도 보시고 바투 가까이 당겨서도 보시였다. 그러신 다음 편지를 읽으시였다.

우선우선하시던 존안에서 웃음이 가셔지기도 하고 다시 미소가 피여오르기도 하시였다.

《딸이 귀엽게 생긴것처럼 글씨도 곱게 쓰고 편지를 재미나게 썼습니다.

딸이 기특합니다. 그런가하면 동무나 동무의 안해가 다 속이 깊은 사람들입니다.》

《예?!》

뜻밖의 말씀에 진철은 당황해졌다.

《이젠 진철동무를 알게 된지도 퍼그나 되였는데 그동안 안해가 영예군인이라는 말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저… 안해가 별로 자랑할만 한 군공을 세운것도 없고 몸도 지금까지는 별일이 없었습니다.》

유진철은 어줍은듯 한손으로 뒤더수기를 쓸었다. 얼굴이 붉어졌다.

《난 이미 언젠가 박두성동무한테서 들어서 진철동무의 안해가 영예군인이라는것을 알고있었습니다. 그래서 결혼하던 때에 본의아닌 오해랑도 있었다는걸 말입니다. 얼마나 생각이 깊고 량심적인 녀성이고 부모들입니까. 가시아버지되는분이 딸 셋을 다 군관들에게 시집을 보냈다니 이 한가지 일만 보아도 잘 알수 있지 않습니까.

진철동무의 안해는 참 훌륭한 녀성입니다.》

《훌륭한 녀자라니요? 그렇지 못합니다. 대장동지! 정말입니다.》

유진철은 펄쩍 뛰였다.

《하하… 안해를 비하하다가 늘그막에 괄세를 받자고 그럽니까? 허허허…》

김정은동지께서 편지를 쥔 손을 내흔드시며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진철동무, 동무가 대학에 올라와 공부하고있으니 가정에서 애로되는것이 많을것입니다.》

《아닙니다. 전 원래 덜퉁해서 가정일에는 관심이 적었습니다.

집에 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부대일군들과 이웃가족들이 각근히 돌봐주고있습니다.》

《응당 그래야지요. 하지만 아무리 잘 돌봐준다 해도 남편만이야 하겠습니까.

진철동무, 공부하느라고 가정과 멀리 떨어져있기는 하지만 관심을 돌리시오.

나도 돕겠습니다. 편지랑 자주 하고 안해의 몸건강에도 주의를 돌려야 하겠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는 그후 서경림의 병치료와 몸을 추세우는데 좋은 귀한 약재들을 여러차례나 내려보내주시였다. 유진철에게 지나가는 말씀처럼 물으신 철림이의 생일을 기억해두셨다가 그에게 선물까지 보내주시였다.

그런줄을 모르고있던 진철은 그후 안해와 철림이가 보내온 눈물자욱이 력력한 편지를 받고 그 분에 넘치는 사랑과 배려를 알고는 오래도록 어깨를 떨며 뜨거운것을 삼켰다.…

자기 침대에서 일어나 경림이 침대에 옮겨앉아 그가 하는 이야기를 숨을 죽이고 듣고있는 동안 사향의 얼굴에는 의혹, 번민, 놀라움 등 각이한 표정이 실리더니 지금은 눈에 물기가 번들거렸다.

《경림씨, 거짓말은 아니겠지요?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경림씨 가정사가 틀림없겠지요?》

사향은 경림의 한손을 자기의 두손으로 꼭 감싸잡았다.

《사향선생, 믿어지지 않지요? 다른 나라에서 오는이들은 좀처럼 리해할수가 없어 처음엔 잘 믿으려 하지 않는답니다. 우리 나라에 와서 지내면서 자기 눈으로 보고 느끼고서야… 그렇지만 사실인데야 어찌겠습니까. 우리 인민모두가 이렇게 산답니다.》

사향의 두눈굽에서 구슬같은것이 드르륵 굴러떨어졌다. 씻을념을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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