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 회)

제 6 장

5

 

같은 병원의 한입원실에서 치료를 받게 된 경림이와 사향은 한장의 사진으로 하여 이루어진 뜻밖의 상봉이후 친동기간처럼 자별하고 다정해졌다.

사향의 경우는 꼭 무슨 꿈을 꾸는것 같았다. 이번 고국을 방문하면서 품고온 소원을 이처럼 쉽게 이루게 된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며칠동안은 아침에 잠을 깨면 생시가 맞는가 하고 머리를 흔들어보기도 했다.

어느날 아침에는 경림이 그것을 띄여보고 눈이 둥그래졌다.

《사향선생, 왜 그러세요?》

《내가 어쨌게?》

《머리를 자꾸 흔드시니… 혹시?…》

《…》

사향은 꿈인지 생시인지 가늠해보느라고 그런다는 소리는 차마 못하고 얼굴만 붉혔다.

혜정이로부터 그들의 상봉소식을 듣고 찾아온 최성훈이 사향이한테서 전후사연을 듣고는 여간 기뻐하지 않았다.

《사향선생, 병원기술부원장의 말이 맞지요? 이번에 선생이 평양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한 말 말입니다.》

사향은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끄덕끄덕했다. 최성훈이 싱글벙글 웃으며 롱질을 했다.

《그런데 한가지 알아들것이 있습니다. 오늘의 상봉을 마련하느라고 이 최성훈이 얼마나 왼심, 오른심 다 썼는가 하는것을 아셔야 합니다. 춘향, 도령 만나는데 광한루와 방자가 한몫 한것처럼 사향선생과 경림동무가 상봉하게 된데는 이 병원입원실과 최성훈이 알세라 모를세라 한몫 했단 말입니다.》

《그건 나도 인정해요.》

경림이 상긋 웃으며 곁들었다.

《그래요? 그럼 어떻게 사례해야 할가요?》

《난 그저 두분이 그렇다는걸 잊어주지만 않으면 만족합니다. 허허허…》

그는 또 한번 몸을 뒤로 젖히며 크게 웃었다.

최성훈이로서도 사향이 평양에 오기 전부터 마음써오던것인데 이렇게 풀렸으니 기쁘지 않을수 없었던것이다.

사향이와 경림은 하루치료를 받은 다음에는 자기 침대에 누워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군 하였다.

어느날 사향은 경림이에게 느닷없이 이렇게 물었다.

《경림씨, 경림씨는 련애결혼을 했는가요?》

《련애요?》

경림은 갑자기 지금껏 누구도 물은적 없는 련애소리가 나오자 얼굴이 붉어졌다.

《경림씨같은 고운 얼굴에 처녀때 따라다니는 총각들이 얼마나 많았을라구… 줄을 섰지요? 내 말이 맞지요?》

그리고는 제딴에 재미있다는듯 웃었다.

경림이도 따라 웃었다. 그렇지만 베개우에 놓은 머리를 가볍게 가로저었다.

《거짓말.》

《그럼 좋을대로 생각하세요.》

경림은 혼자소리처럼 대답하며 천정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경림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처녀총각들에게 깊든 얕든 있기마련이라는 련애라는것을 몰랐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인민군대에 입대하였다. 녀성고사포병이나 통신병을 마음에 두고있었으나 분계선초소를 지키는 련대의 군의소 간호원으로 배치받았다.

어느해 이른봄 적들과 서로 총부리를 맞대고있는 련대관하 초소에서는 총격전이 벌어졌다. 서경림은 보람찬 군사복무의 나날이 흘러 제대를 며칠 앞두고있었는데 군인들의 예방접종을 위해 그곳 초소에 나갔다가 이런 불의의 정황에 맞다들었다.

적들은 초소군인들의 눈을 속이면서 바람이 우리 초소쪽으로 올려부는 기회를 리용하여 불을 질렀다. 이렇게 이목을 딴데로 돌리려 한 다음 딴짓을 시도하였다. 겨울 눈사태때 저들쪽으로 밀려내려간 군사분계선표말을 제자리에 꽂는척 하면서 우리측 구역으로 들여다세우려고 했던것이다.

초소군인들이 그것을 허용할리 없었다. 단 한치, 단 1미리메터도 안되였다. 여러차례나 절대로 안된다고 경고했으나 놈들은 총을 란사하는것으로 대답하였다.

즉시적인 대응타격이 가해지고 싸움이 무섭게 붙었다.

서경림은 혹시 부상당한 군인들이 없는가를 살피며 참호를 누벼나갔다. 초소의 지휘관들이 싸움이 끝날 때까지 안전한 대피호에 들어가있어야 한다고 했으나 그는 군인의 본분을 지켰다. 경림은 초소의 군인들과 꼭같은 전투원으로 싸웠다. 그는 간호원이면서도 명사수였다. 성스러운 군사복무의 나날이 그를 싸움군으로 키운것이였다.

경림은 타래쳐오르는 연기를 리용하여 교묘하게 기여드는 적병 두놈을 통쾌하게 요정냈다.

그런데 이때 초소의 한 신입병사가 적들의 사격이 좀 뜸해지자 싸움이 끝나가는것으로 알았는지 흉장우로 불쑥 뛰여올랐다. 경림은 예리한 눈길과 구대원의 륙감으로 그가 적들의 목표물이 되였음을 알아차렸다.

《병사동무, 내려서세요!》

다급하게 소리쳤으나 듣지 못한것 같았다. 경림은 더 어쩔새없이 몸을 솟구쳐올라가 그를 와락 안은채 참호속으로 다시 굴러떨어졌다. 거의 동시에 적이 쏜 총탄이 날아왔다. 병사는 피부 한점 다친데 없었으나 서경림은 허리에 총탄을 맞았다. 자신의 한몸을 바쳐 병사의 생명을 구원한것이였다.

처녀간호원이 발휘한 위훈과 혁명적동지애의 소행은 사단에 소문났다. 그때 사단장이던 박두성도 서경림의 병문안을 두번이나 하였다.

서경림은 중앙병원에서까지 내려와 제때에 수술을 하고 치료하여 회복은 되였지만 일생동안 각성을 높이고 주의해야 한다는 《경보》를 받았다. 군사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서경림은 이 일을 부모앞에서조차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라에서는 모든것을 헤아려 그를 영예군인으로 우대해주도록 하였으며 리인민병원의 간호원으로 일하게 하였다. 경림은 철모르던 자기를 한품에 안아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키워주고 조국의 귀중함을 깨우쳐주며 불굴의 인간으로 키워준 시대의 훌륭한 학교, 혁명대학을 나왔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한번 본때있게 일해보리라던 자기의 욕망이 건강하지 못한 몸때문에 실현되지 못한다는 고민이 없지 않았으나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나라에서 맡겨준 초소에서 량심껏 성실하게 일하리라 마음다졌다. 리인민병원으로 찾아오는 환자들에 대한 정성은 더 말할것이 없고 리안의 모든 사람들의 건강을 돌보느라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경림은 제대되여 고향으로 돌아와서 인차 리에서는 더 말할것도 없고 린근부락에까지 마음씨 곱고 정성이 지극하고 성실한 처녀로 자자하게 소문났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그날도 날이 어두울 때까지 병원에서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던 경림은 마루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있는 아버지를 보게 되였다.

《아버지, 날씨가 이렇게 찬데 왜 밖에 앉아계셔요?》

《오, 경림이냐? 늦었구나. 배고프지 않느냐? 몸을 좀 돌보면서 일하려무나.…》

《아버지, 제 걱정은 마세요.》

경림은 아버지곁에 가서 입고있던 덧옷을 벗어 씌워드렸다. 그리고는 자기도 곁에 조용히 앉았다.

담배 몇모금 더 빨고난 아버지는 경림이를 돌아보더니 좀 머밋머밋하며 말을 꺼냈다.

《경림아, 내 한가지 부탁하라니?》

《아이, 아버지두. 딸에게 부탁은 무슨 부탁이예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명령하셔야지요. 호호…》

《명령? 허허… 그렇게까지 할건 아니구.…》

아버지는 여전히 바재였다.

《무슨 일이 생겼나요?》

그때에야 경림은 아버지가 자기를 이 마루에 앉아 기다리고있었다는것을 알아차렸다.

《그럼 말할가?…》

《어서 말씀하세요.》

《경림아, 우리 구상리하고 린접한 저 련포리에 말이다. 거기에서 유형욱이라구 내 친구 한사람이 살고있다. 군대에서 제대되여와서 한때 관리위원회 부위원장까지 했어. 이젠 나이가 많아 년로보장을 받고있지만 농장일이라면 발벗고나서는 쉽지 않은 일군이야. 그 사람이 일찍 상처하구 후댁이 없이 터울이 뜬 두 아들을 키우느라고 고생을 많이 했지. 그런 사람이 지금은 자식들이 다 인민군대에 나가고 집에 혼자 있다.

며칠전에 련포리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들려보니 몸이 편치 않아 누워있더구나. 제말로는 철이 바뀌는 때라 감기에 든것 같다고 하면서 하루이틀 몸조리를 하면 나을것 같다구 하더라.

한데 내 보기엔 나이도 있고 하니 쉬이 자리를 털고 일어날것 같지 않더구나. 거기 리인민병원에서 각근히 봐준다구 말은 하더라만 이 눈으로 보고와서 그런지 마음이 가볍지 않구나.…》

《그 일때문에 부탁한다는거예요?… 아이, 참 아버지두…》

그렇게 말한 경림은 불쑥 자리에서 일어나 마당에 내려서더니 아버지앞에 차렷하고 섰다. 손을 올려 거수경례를 하며 목소리를 높여 군대식으로 말했다.

《아버지! 막내딸 서경림은 명령을 성실히 수행하겠습니다.》

그리고나서는 허리를 꼬부리며 웃었다.

《허허허… 녀석두.》

아버지도 몸을 뒤로 젖히며 마음이 즐거운지 껄껄 웃었다.

《아니, 부녀가 거기서 무슨 연극련습을 하우?》

바께쯔에다 김이 문문 나는 돼지먹이를 담아들고 부엌에서 나오던 어머니가 그 광경을 띄여보고 시까슬렀다.

《왜? 로친 시샘이 나우? 연극에 참가하구싶으면 어서 오우.》

아버지는 손까지 흔들었다.

《싫수다. 시집갈 나이가 다된 딸과 연극련습은 무슨… 빨리 들어가 저녁이나 드시우다.》

《어머니, 그 바께쯔를 인주세요. 제가…》

《됐다. 연극련습이 깨진다구 아버지에게 경칠라…》

어머니는 무거운 바께쯔를 딸에게 넘겨주지 않으려고 황황히 뒤울안으로 사라졌다.

경림이 부모 서만호내외는 한생 금슬이 좋고 마음무던한 사람들이였다. 그들은 경림이 말고도 그우로 딸 둘씩이나 두었다. 아들 없는 집안에서 그 딸들은 여간 사랑을 받지 않았다.

헌데 귀애하고 품을 들여 키운데 비해서 사위취재는 너무나 가볍게 했다고 말할수 있다. 지금도 마을에서는 더 말할것 없고 다른 부락에서까지 그 일은 화제거리로 되고있다.

맏사위될 총각이 서만호를 찾아왔을 때였다. 그는 어데서 얻어들었는지 처녀의 부모들이 엄해도 여간 엄하지 않고 딸 셋을 몹시 애지중지 키웠기때문에 아무 사람한테나 호락호락 내주지 않을것이라는 소문에 은근히 마음이 떨려하고 오금이 저려서 왔다. 그러면서도 이런저런 정황을 예견하여 그에 맞설 단단한 준비를 하였다.

당자는 인민군대의 중대장이였는데 서만호의 맏딸과 군사복무시절에 서로 알게 된것 같았다. 그는 쟁취하려는 처녀의 아버지한테서 퇴짜를 맞는 경우 수월히 물러서지 않고 2차, 3차공세를 들이댈 《2제대》, 《예비대》력량까지 달고와서 멀찌감치에 떨궈두었다. 그중에는 총각의 막역한 전우도 있고 집안에서 그중 지체가 높다는 친척벌되는 남자, 녀자도 있었다.

물론 경림이의 맏언니 옥림이는 어느 정도 알고있었으나 아버지 서만호나 어머니는 그런것을 전혀 모르고있었다. 그저 사위될 당자가 청혼을 왔다기에 집안을 거두느라 바삐 돌아갔다.

당사자가 경림의 집으로 들어간 다음 《2제대》, 《예비대》들은 초조해서 두주먹을 쩡쩡 마주치기도 하고 집쪽을 흘끔흘끔 훔쳐보기도 하면서 먼발치에서 어슬렁거렸다.

청혼을 온 중대장이 들어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방문이 열리더니 그가 나왔다.

(퇴짜를 맞았는가? 이렇게 빠를수야 있나.)

헌데 당자는 의기양양했다. 싱글싱글 웃기도 하고 머리를 쳐들고 득의만면해서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했다.

(아니, 저 사람이 처녀집에 들어가더니 혼이 빠진게 아니야?)

《여- 어떻게 됐어?》

《2제대》로 온 친구가 소리는 크게 못 치고 마음이 급해서 손을 오그려 입에다 대고 물었다.

《어떻게 됐어요?》

친척켠에서 따라온 녀자가 다급하게 물었다.

《어떻게 될게 있소! 합격이요, 합격!》

당사자가 두팔을 올려 주먹을 꾹 쥔채 흔들며 호기있게 소리쳤다.

《쉿- 조용하라구! 집안에서 듣겠네.》

《들으면 뭐라나? 이젠 가시집인데…》

《그런데 그렇게 빨리 합격됐단 말인가?!》

따라온 일행이 잘 믿으려 하지 않았다.

《글쎄 나도 좀 의심스럽기는 하단 말이요.》

방금 합격이라고 의기양양해하던 중대장은 《예비대》성원들이 의문스러워하자 생각이 달라지는지 머리를 기웃거렸다.

《그래 사위취재를 어떻게 받았게?》

《어떻게 받다니? 정식으로 받았지. 들어가서 군대식으로 인사를 한 다음 이 집 서옥림동무와 여사여사해서 알게 되였는데 일생을 같이하자구 찾아왔노라고 직판 들이댔지.》

《그러니까?…》

《그러니까 가시아버지되는분이…》

《이 동무가 벌써 장가든 사람처럼 말하누만.》

《거야 뭐 엎어치나 둘러치나 매한가지가 아니겠나. 좌우간 내 말을 마저 들어보구 판단하게.… 그러니까 옥림동무 아버지되는이가 좀 엄엄한 표정으로 나를 몇번 살펴보고는 딸더러 묻더군.》

《그 자리에 옥림동무도 있었는가?》

《아버지가 불러들여 앉히더군.… 아버지가 얘 옥림아, 이 총각군관하고는 언제부터 알게 됐니? 이렇게 묻겠지. 허, 그런데 우리 옥림동무가 나를 한번 할끔 훔쳐보고는 머리를 외로 틀어 숙이는데 대답을 해야지. 손에 땀이 난다는건… 그래서 에따, 모르겠다 하고 내가 나섰지. 아버님의 그 물음에는 제가 대신 답변하겠습니다. 우린 최전연부대에서 군사복무를 할 때부터 생사를 같이하면서 알게 됐습니다.라고 말이야.》

《하하하…》

《호호호…》

둘러선 사람들이 웃어댔다.

《웃어두 마저 듣고 웃으라구. 내가 대답을 대신하자 아버지가 또 한번 나를 올리훑고 내리훑고 하며 살펴보더니 음- 그러니까 어려운 환경속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인연이 깊었다는 소린데.하며 이번에는 딸에게로 눈길을 돌리는데 별로 탓하는 기색이 아니더란 말이요. 그래서 이때라고 생각한 내가 다시한번 들이댔지. 그렇습니다. 아버님, 군사복무기간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전우가 되고 혁명동지가 됐습니다.하고 말이야.

그러자 가시아버지되는분이 무릎을 철썩 치면서 호탕하게 웃고 머리를 끄떡끄떡하지 않겠나. 속으로 챠- 이거 예상외로 일이 잘되여나간다 하고 안도의 숨을 조심히 내불었네. 등골로는 땀이 내돋아 흐르는것 같았네. 다음물음은 뭘가 하고 조마조마해있는데 령감이 다시 입을 열더군.》

《방금 가시아버지되는분이라고 하더니 령감은 또 뭐야?》

《좀 가만있으라구. 삭갈릴수도 있지 않나.》

《가만 놔두라구, 마저 듣게.…》

곁에서 시까스르는 사람을 눌러놓았다.

《가시아버지되는분이 웃음을 싹 거두고 그럼 내 한두가지만 묻자구. 하질 않겠나. 그래서 벌떡 일어나서 아무것이나 많이 물으십시오. 힘껏 답변하겠습니다.했지.》

《하하하…》

《허허허…》

《호호호…》

아까보다 더 큰 웃음이 터졌다. 녀자들은 허리를 꼬부리고 웃었다.

《사람두, 덤볐다친다구야. 그땐 좀 묵직하게 가만 있을노릇이지 아무것이나 많이 물어보구 힘껏 답변하겠다는건 무슨 소가 웃다 꾸레미가 터질노릇인가.》

《결정적인 대목이 시작되였구나 하고 바싹 긴장되여있었으니까 우물쭈물하지 않고 용감하고 씩씩하게 대답한다는게 그만 벌떡 일어서기까지 했지. 내 행동이 좀 우습긴 우스웠던것 같아. 저쯤에 앉아있는 옥림동무도 한손으로 입을 싸쥐고 키득키득 웃는단 말이요. 맹추같이… 그만들 웃고 마저 듣게, 내가 덤볐다치니까 가시아버지되는분이 자꾸 앉으라고 손짓하며 아- 아, 내 무슨 시험을 치자는건 아니구.이러며 마음을 눙쳐주었네.

자네나 우리 딸이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을 높이 받들어모시고 따르며 충정다하는데서는 변심이 없을거구., 옳습니다. 옥림동무는 더 말할것 없구 저도 두고보십시오., 음- 그래야지. 그게 이 나라 사람들의 본분이구 의리고 량심이야., 알고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다른걸 한가지 묻자구. 자네들이 가정을 이루면 일생 검은 머리 파뿌리될 때까지 티각태각하지 않고 화목하게 살수 있나?, 있습니다. 아버님 말씀대루 검은 머리 파뿌리될 때까지 서로 아끼고 사랑하겠습니다., 그래야 해. 그럼 그것두 좋구. 한가지만 더 묻자구., 아버님. 많이 물어 알아보십시오., 됐네, 한가지만… 임자네들이 가정을 이루면 누구의 힘을 바라지 않고 어데 의탁하려고도 하지 않으며 부부간이 힘을 합쳐 자기 생활을 개척하고 잘 꾸려나갈수 있나?, 그건 더욱 걱정하지 마십시오. 옥림동무나 나는 혁명대학에서 단련되고 검열된 청년들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난 다른 의견이 없네., 그러니까 합격이란 말씀입니까!, 뭘 더 캐물을게 있겠나., 혹시 어머님은…, 내 생각이자 로친생각이야., 아버님, 어머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인사하구 벌떡 일어나 나오구말았지.》

《말리지두 않아?》

《내가 일어서니까 가시어머니되는분이 임자, 어델 가려나?하고 묻긴 묻더구만. 그런걸 제 잠간 바람을 쏘이고 들어오겠습니다.했지. 이 기쁜 소식을 자네들에게 빨리 알려야 하지 않겠나. 눈이 까매서 기다리겠는데…》

《하긴 동무 말이 틀리지 않아. 조마조마해서 기다리긴 기다렸어.…》

그들은 이러며 서로 부둥켜안고 웃었다.

한창 그러고있는데 서만호네 집 부엌문이 조심히 열리면서 옥림이 밖으로 나왔다. 그는 누구를 찾는지 도릿도릿 사방을 살피다가 이쪽을 알아보고는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영수동무, 손님들을 모시구 빨리 들어오시래요.》

《누가?!》

《누군 누구겠어요, 아버지와 어머니지.…》

《우리가 왔다는걸 어떻게 알구?》

《우리 아버진 다 알고계신것 같아요.》

《가시아버지가 보통아닌데. 그럼 날 정식 사위로 맞아들인다는거겠소?》

《아니, 난 몰라요.…》

서만호는 둘째딸도 이렇게 사위를 맞아 시집보냈다.

둘째사위취재때 외국에 나가있다가 돌아온 서만호의 6촌동생이 형님에게 인사를 한다면서 들렸다가 마침 그 광경을 목격했는데 어처구니 없었던지 한마디 하였다고 한다.

《형님, 조카들을 지금까지 금지옥엽으로 키워가지구 그렇게 훌훌 남에게 주는 법이 어데 있습니까?》

《남에게 훌훌 주다니?》

《아니, 한창 련애를 하며 정분이 나서 죽자살자하고 돌아갈 때야 일생동안 서로 사랑이 식지 않고 화목하게 살아갈수 있는가고 물으면 그렇다고 하지 그 애들이 아니요, 티각태각 싸우기도 하면서 살겠습니다.하고 대답하겠습니까? 그리구 앞으로 생활을 개척하고 꾸려나가는것두 같지요. 형님처럼 물으면 아니요. 우리는 부모들의 도움이나 가시집신세를 좀 지면서 살아야 할것 같습니다.라구 대답할텐가요?》

《그럼 동생은 그 애들에게서 뭘 더 알아볼게 있나. 우리 사위가 되였거나 될 젊은이들은 다 인민군대 군관이야.…》

《형님은 참… 조카애들의 장래발전을 위해서 집안래력이라든지 가풍, 물질적부의 축적같은것도 좀 알아봐야 할게 아닙니까.…》

《그리구 또…》

《그리구 사위될 녀석이 술고래나 담배질군이 아닌지 하는거랑두 따져보든가 지내보아야 할것 아닙니까. 그런 말미를 주는것도 없이…》

웃으면서 말을 시작하길래 롱담인줄 알았는데 6촌동생은 정색해지며 조여맸던 넥타이까지 끌러놓고 서만호에게 들이댔다.

《그다음은 또 없나?》

서만호도 웃음을 거두고 침울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구 사위들을 다 군관으로 맞는걸 굳이 반대하고싶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들도 없는 집안에서 딸들을 다 전연으로 내보내면 살림살이는 누가 돌보아줍니까.》

6촌동생이라는 사람은 눈살을 찌프리며 서만호를 흘끔 훔쳐보고는 담배갑을 끄당겼다. 그렇지만 형님앞이여서 그런지 선뜻 피우지는 못하였다.

《피우게, 나도 한대 태우겠네.》

서만호는 담배 한대를 꺼내고는 동생앞으로 밀어놓았다. 성냥을 득 그어 불을 붙여 몇모금 빨고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동생이 한 몇해 다른 나라에 나가있더니 신색은 멀끔해진것 같은데 머리는 좀 달라진것 같애.》

《예?!》

《우리 딸애들의 혼사를 놓고 하는 말을 들으니 그렇게 생각된단 말일세.》

《원, 형님두…》

《그 애들은 다 우리 나라 사회주의제도에서 태여나서 사회주의의 공기와 물을 마시며 자라고 사는 젊은이들이야. 우리 수령님께서와 장군님께서 애지중지 키우셨단 말이요. 이런 젊은이들에게 집안부모나 친척들이 지난날 어떻게 살았나 하는걸 물어선 뭘하고 설사 뭐가 좀 흠이 있다 한들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건 뭐 있소? 사실 내가 물은 그 두가지도 생각해보면 공연한 로파심에서 나온거라고 해야 할거네. 지금 애들이야 부모들이 낳기만 했지 나라에서 먹여주구 입혀주구 키워주구 공부시켜주지 않았나. 우린 그저 젊은이들이 이런 고마운 조국, 사회주의제도, 우리 당을 받들어서 한생 정바르게 살고 보답하며 살라고 당부하고 잘 신칙하면 되는거라구 난 생각하오!》

그때 6촌동생은 얼굴은 벌거우리해서 서만호에게 더 다른 말을 못했다고 한다. 경림은 이런 아버지를 무척 존경하고 따랐다. 입대전에는 철이 없어 미처 모르고 지냈지만 군사복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보니 아버지가 더욱 돋보였다.

지금도 아버지가 친구라면서 알아보고 간호해줄것을 부탁했을 때 두말하지 않고 받아들인것은 더 말할것도 없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그를 자기가 왜 알지 못하고있었을가 하는 자책을 심하게 느꼈다.

다음날부터 경림은 하루일이 끝난 다음 유형욱이네 집에 다녀왔다.

병치료에 정성을 다하면서 가정형편에도 관심을 돌렸다.

녀자손이 없는 집안은 어수선한데가 많았다. 그는 며칠사이에 팔소매를 걷어올리고 집안팎을 일신하였다.

얼마후 자리를 털고일어난 유형욱은 혀를 차며 경림이를 치하하였다.

《서만호네 집에 인물곱고 마음씨고운 딸이 셋씩이나 있다는 소린 들었지만 내가 이렇게 당해보긴 처음이군.》

《아이, 아버님두…

경림은 부끄럼을 타며 유형욱의 치하를 막았다.

《막내라고 했지?》

《예.》

《군사복무를 마치구 왔다지?》

《예.》

《아버지, 어머니보구 내 고맙다 하더라고 인사를 전해다우.》

아버님, 고맙다니요.… 벌써부터 제가…》

유형욱의 병이 완쾌된 후에도 경림은 자주 찾아가 집안일을 해놓고 그의 신상을 극진하게 돌봐주었다. 방바닥이 찰세라 불도 때놓고 빨래감이 있으면 몰래 걷어가지고 개울가에 나가 찬물에 손이 빨개지도록 빨아가지고 다림질까지 해놓았다. 구미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서는 식을세라 가마안과 따스한 부뚜막에 놔주고 오기도 했다.

유형욱이 그때마다 혀를 차고 손을 내두르며 만류했다. 이젠 수고스럽게 그런 걸음을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다. 하면서도 무슨 일이 있어 경림이의 발걸음이 떠지거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그가 나타나기를 은근히 기다렸다.

 

련 재
[장편소설] 뢰성 (제1회)
[장편소설] 뢰성 (제2회)
[장편소설] 뢰성 (제3회)
[장편소설] 뢰성 (제4회)
[장편소설] 뢰성 (제5회)
[장편소설] 뢰성 (제6회)
[장편소설] 뢰성 (제7회)
[장편소설] 뢰성 (제8회)
[장편소설] 뢰성 (제9회)
[장편소설] 뢰성 (제10회)
[장편소설] 뢰성 (제11회)
[장편소설] 뢰성 (제12회)
[장편소설] 뢰성 (제13회)
[장편소설] 뢰성 (제14회)
[장편소설] 뢰성 (제15회)
[장편소설] 뢰성 (제16회)
[장편소설] 뢰성 (제17회)
[장편소설] 뢰성 (제18회)
[장편소설] 뢰성 (제19회)
[장편소설] 뢰성 (제20회)
[장편소설] 뢰성 (제21회)
[장편소설] 뢰성 (제22회)
[장편소설] 뢰성 (제23회)
[장편소설] 뢰성 (제24회)
[장편소설] 뢰성 (제25회)
[장편소설] 뢰성 (제26회)
[장편소설] 뢰성 (제27회)
[장편소설] 뢰성 (제28회)
[장편소설] 뢰성 (제29회)
[장편소설] 뢰성 (제30회)
[장편소설] 뢰성 (제31회)
[장편소설] 뢰성 (제32회)
[장편소설] 뢰성 (제33회)
[장편소설] 뢰성 (제34회)
[장편소설] 뢰성 (제35회)
[장편소설] 뢰성 (제37회)
[장편소설] 뢰성 (제38회)
[장편소설] 뢰성 (제39회)
[장편소설] 뢰성 (제40회)
[장편소설] 뢰성 (제41회)
[장편소설] 뢰성 (제42회)
[장편소설] 뢰성 (제43회)
[장편소설] 뢰성 (제44회)
[장편소설] 뢰성 (제45회)
[장편소설] 뢰성 (제46회)
[장편소설] 뢰성 (제47회)
[장편소설] 뢰성 (제48회)
[장편소설] 뢰성 (제49회)
[장편소설] 뢰성 (제50회)
[장편소설] 뢰성 (제51회)
[장편소설] 뢰성 (마지막회)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0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