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 회)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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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소. 지금까지의 토론을 통해 우리모두의 의사가 한점에 일치된것 같소. 그럼 좀더 현실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론의해봅시다.

용세동무, 거 지도를 좀 가져오오.》

비행대대장과 자리를 같이하고 앉은 유진철은 저쯤 좀 떨어진 곳에 동생 진혁이와 나란히 앉아있는 차용세에게 일렀다.

그랬는데 눈섭이 구핏하고 주먹코가 얼굴 한복판에 틀지게 들어앉은 대대장이 진중한 표정을 지은채 제먼저 벌떡 일어나 지도를 가져왔다.

지도가 있는 책상에 가려던 차용세는 자기가 한발 늦은것이 미안한지 짧은 지시봉 한개를 들고왔다. 눈치가 빠르고 가분가분하였다.

차용세와 진혁은 이번에 뽑혀온 비행사들중에서 제일 젊고 비행년한도 오래지 않은 축에 속하였다. 그래서 그들의 가슴에는 맑고 푸른 조국의 하늘을 통채로 맡아안은것과 같은 이름할수 없는 긍지와 영예감이 가득차있었다.

부대를 떠나올 때 부러워하는 동무들이 많았다.

진혁이는 그런 그들앞에서 겸손하려고 애썼다. 절대로 으시대지 않았다. 말이나 몸가짐, 행동거지를 점잖게 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안해앞에서 뻐기지 못한것만은 못내 아쉬워했다. 하필 이런 때에 그가 친정집으로 가다니, 자기가 승인하여 보낸것이지만 은근히 후회되였다.

진혁은 비행술이 뜨르르하고 경험이 많은 비행사들속에 햇내기나 다름없는 자기가 속했는데 이번기회에 많이 배워야 하겠다고 자신을 은근히 다잡았다.

지휘관들과 년한이 오랜 비행사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서도 의도를 제꺽제꺽 알아차리고 눈썰미가 있게 행동하려고 애썼다.

그러면서도 그의 가슴속에서는 만만한 야심이 꿈틀거렸다.

어버이장군님의 품속에서 자란 조선인민군 비행사인데 내가 왜 다른 사람들보다 못하단 말인가. 이번기회에 훈련에서나 전투임무수행에서 조선인민군의 당당한 비행사라는것을 보여주고야말테다. 두고보라, 적들이 기절초풍하고 온 세상이 이제 이 유진혁이를 알게 되지 않나!

그는 은근히 별렀다. 그의 이런 꿈과 결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휘관들과 오랜 비행사들은 진혁이를 무척 사랑하였다.

《자, 다들 가까이 오시오. 이 지도를 봅시다.》

유진철이 차용세가 가져온 지시봉으로 지도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지시봉끝에 빨간 표식을 해서 그것의 움직임이 인차 눈에 알렸다. 더러는 앉고 더러는 의자를 밀며 일어서서 머리를 수그렸다.

진혁이는 이번 전투임무수행과 관련한 일을 총참모부에서 내려온 형님인 유진철이 주관하는것으로 해서 더 자신을 다잡고 말이나 행동을 주의하였다.

유진철은 비행사들을 한번 둘러보고나서 입을 열었다.

《여기가 현재 우리가 차지하고있는 지점이요. 미제침략군 이지스구축함들은 여기에서 떠나 현재 이 계선에까지 왔다는 통보가 있소. 앞으로 우리 나라 령해가까이 ××키로메터계선까지 접근할것을 시도한다고 하오.

한편 이 지역 고공에서는 미제침략군 전략정찰기 RC-135가 비행하면서 우리 나라에 대한 정찰임무를 수행하고있소. 이뿐만아니라 미제와 일본반동들은 여기, 여기…》

지시봉으로 우리 나라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원을 그려 미제침략군정찰기의 비행지역을 표시하고난 유진철은 이번에는 태평양상의 섬들, 일본령토, 미국 얼래쓰커주에 있는 미제침략군 군사기지들을 정확히 하나하나 찍어갔다. 눈에서 정기가 번뜩이고 온몸에서 패기와 열정이 넘쳐났다. 모두의 눈길이 빨간색칠을 한 지시봉의 앞끝을 재빠르게 따라가며 익혔다.

여기에 있는 전파탐지소들과 요격미싸일체계들도 가동시켜놓았소. 적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우리가 인공지구위성을 발사하는 경우 운반로케트의 기관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조기경계기로 포착하며 그것을 공중과 지상, 해상에 있는 저들의 타격부대들에 알려주어 발사물체의 속도, 비행방향, 탄착지점 같은것들을 분석하여 알아낸 다음 요격한다는거요. 적들의 기도는 이렇소.》

유진철은 다시 잠간 숨을 돌리며 비행사들을 둘러보았다. 도두룩한 이마에 가는 땀발이 내돋고 얼굴전체는 좀 상기되여있었다.

《어리석은 놈들!》

유진철의 곁에 앉아있는 조영철이 두주먹을 꽉 틀어쥐였다가 쿵 하고 책상을 치며 분노를 터뜨렸다. 마주앉은 김철윤이도 눈에서 불이 펄펄 일었다. 얼굴은 갱핏한데 몸은 여간 다부지지 않았다.

일상때도 좀 발끈발끈하는 성미인데 지금 그는 누가 뭐라고 한마디 하기만 하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것 같았다.

종일 가야 한두마디 말밖에 모르는 저쯤에 앉아있는 항법사까지 유진철을 바라보며 한마디 하였다.

《파렴치한 놈들이 개꿈을 꾸는군.》

지금 비행사들의 가슴에서는 적들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세차게 끓어번지고있고 그들이 여간 흥분하지 않았다는것을 잘 알수 있었다.

《아니, 이건 적들의 개꿈도 아니고 앞으로 예견해서 있을수 있는 정황도 아니요. 놈들은 이미 행동을 시작하였고 이 시각에도 부산스레 움직이고있소.》

유진철은 빙 둘러앉거나 서있는 비행사들의 흥분을 온몸으로 느끼며 지금 벌리고있는 작전전술훈련방안토론을 이끌어나갔다.

요즈음 그의 사색과 행동은 최고사령부로부터 받은 임무를 어떻게 하면 한치의 드팀도 없이 가장 철저하게, 가장 완벽하게 수행하고 승리의 보고를 드리겠는가 하는 일념으로 불타고있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그 생각, 밥을 먹고 걸으면서도 그 생각뿐이였다.

적들을 가장 무자비하게 철저히 소멸하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진철은 그동안의 훈련집행정형을 보고하기 위하여 총참모부에 올라갔을 때에도 자기의 생각을 그대로 내놓았다. 그리하여 훈련장소를 동해상공으로 이동하는 문제를 승인받았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빨리 새로운 훈련장소로 옮겨야 한다.

진철은 도착하자바람으로 《폭풍》신호를 내렸다.

비행사들은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새로 옮긴 비행장에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의 현지지도사적비가 정중히 세워져있었다.

진철은 비행사들과 함께 위대한 령도의 자욱이 새겨진 곳에서 받은 전투임무를 한목숨바쳐 수행할것을 맹세하는 결의모임에 참가하였다.

모임에서 비행사들은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 자기들의 절절한 심정과 불타는 맹세를 담은 다음과 같은 편지를 삼가 드리였다.

 

우리의 운명이시며 태양이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이시여

 

오늘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전투명령을 피끓는 가슴에 받아안은 ○○추격기비행련대 14명의 전투비행사들은 출격을 앞두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 삼가 이 글을 올립니다.

미일침략자들과 리명박역적패당이 우리의 인공지구위성발사문제를 놓고 감히 요격하겠다 어쩌겠다 하면서 분별없이 날뛰고있는 이 시각 적들의 책동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릴데 대한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전투명령을 받아안은 우리 14명의 하늘의 결사대원들은 드디여 최고사령관동지를 위하여 한목숨바쳐 싸울 때가 왔다는 결사의 각오로 가슴불태우고있습니다.

언제나 우리 비행사들을 나의 비행사라고 하시며 조국통일을 위한 싸움이 일어나면 공군이 제일먼저 나가야 한다고 하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크나큰 신임과 믿음을 심장에 새기고 사는 우리들은 미제의 대형간첩비행기 《EC-121》을 단방에 쏴떨군 위훈높은 부대의 전통을 이어 적들이 감히 우리의 인공지구위성발사에 선불질을 한다면 한몸이 그대로 비행기와 함께 육탄이 되여 적구축함을 무자비하게 죽탕쳐버리겠습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위하여 한목숨바쳐 싸우자!》, 《돌아올 연유대신 폭탄을 더 달라!》, 바로 이것이 우리 비행사들이 지닌 절대불변의 신념이며 의지입니다.

우리들은 설사 이 길에서 돌아오지 못할수도 있지만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구상하시고 존경하는 청년장군 김정은대장동지께서 직접 지휘하시는 영예로운 전투에 참가한다는 남다른 긍지와 자부심을 안고 이번 전투명령을 육탄, 자폭으로 무조건 끝까지 수행할것을 최고사령관동지께와 대장동지께 굳게 맹세합니다.

다만 아쉬운것이 있다면 결전장으로 떠나면서 한없이 자애롭고 인자하신 존경하는 김정은동지를 뵈옵지 못한것입니다.

전투출동을 앞둔 우리 비행사들의 한결같은 념원은 오직 하나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와 존경하는 김정은대장동지의 안녕과 건강입니다.

조국의 통일과 사회주의강국건설위업의 승리를 위하여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서와 존경하는 김정은대장동지께서 부디 안녕하시기를 삼가 축원합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 만세!

존경하는 청년장군 김정은대장동지 만세!

조국이여, 길이 번영하라!

 

편지를 비행대대장이 선창하면 전체 비행사들이 따라 합창하였다.

그런 뒤 비행사들은 편지마감장에 자필로 자기들의 이름을 적었다.

그러고보면 지금 여기에 둘러앉아있는 비행사들중에는 받은 전투임무를 두고 걱정하거나 자기의 생명 같은것을 우려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애당초 그런것은 념두에 두지조차 않은 견결하고 미덥고 사랑스러운 하늘의 결사대들이였다.

이 시각 유진철은 일군으로서 자신을 포함한 이들의 맹세가 빈말이 되지 않도록 이끌어주며 이 투철한 사상정신적장약으로 한계를 모르는 타격력을 발휘하게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것을 통절하게 느끼고있었다.

아니, 그것은 책임과 의무이기 전에 총참모부일군의 본분이고 의리였다.

그 어떤 극악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조건에서도 임무를 원만히 수행할수 있는 작전전술방안과 전투행동조법, 비행술을 가져야 하며 그것을 짧은 기간에 련마하고 전투에 진입해야 했다.

《동무들, 누구든 좋소. 기탄없이 의견들을 말해봅시다.》

유진철은 비행사들을 또 한번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자기도 의자를 끄당겨앉았다. 모두들 심각한 표정이였다. 곁에 앉은 대대장의 두볼이 이따금 푸들푸들 뛰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방안에 서렸다.

《한가지 나의 의견을 말할수 있습니까?》

다혈질이고 급한 성미인 주도기비행사가 제일먼저 일어섰다.

눈덕이 핑핑하고 눈에서 불찌가 튕기는것 같았다.

《어서 말해보오. 앉아서 말해도 좋소!》

《서서 말하겠습니다. 나는 여기 우리가 차지한 계선으로부터…》

그는 아까 유진철이 하듯이 지도에서 현재 비행대가 차지한 위치를 손가락으로 짚은 다음 그것을 바다쪽을 향해 금을 그어 내밀다가 또 한점을 짚고 뚝 멈추었다.

《…적들이 차지하려고 시도한다는 ××키로메터계선을 쑥 벗어나서 그 앞계선에서부터 타격하자는것을 제기합니다.》

《그러니까 아예 우리의 령해가까이에는 범접하지 못하게 하자는것이겠지?》

유진철의 곁에 듬직하게 앉아 턱을 슬슬 쓸며 그의 말을 듣고있던 대대장이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그렇습니다.》

머리를 끄덕끄덕하는 사람이 여러명 되였다. 차용세가 곁에 나란히 선 진혁이를 훔쳐보았다. 진혁이는 눈치를 못 채고 주도기비행사가 손가락으로 짚고있는 지점에 눈길을 박고있었다.

《연유문제가 제기되지 않겠소?》

마주앉은 다른 편대의 한 비행사가 얼굴을 들지 않은채 중얼거렸다.

《연유라는건?…》

주도기비행사가 그를 건너다보며 물음에 물음으로 응하였다. 좀 도전적이였다.

《우리가 지금 세운 방안에는 동무가 짚은 지점이나 계선이 아니라 거기보다 뒤계선에서 적들을 타격하고 되돌아왔다가 다음임무를 수행하게 되여있지 않소?》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요. 그 방안은 웃단위 지휘관, 참모부가 우리 비행사들을 귀중히 여겨서 돌아올 항로까지를 타산한것이라고 난 생각하오. 그렇지 않습니까. 대좌동지.》

유진철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야 그렇지.》

《그 말이 옳은것 같소.》

오히려 다른 비행사들이 대답했다. 그 어조에는 주도기비행사가 내놓은 안을 지지한다는것이 슴배여있었다.

《난 우리에게는 돌아올 연유가 필요없다는겁니다. 보조연유통대신 폭탄을 더 많이 달자는겁니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적함선집단만이 아니라 흉계를 꾸미는 놈들의 본거지까지 들부셔버리자는것입니다.》

주도기비행사는 자기 말은 끝났다는듯 동무들을 또 한번 둘러보고 지도를 짚었던 손을 가무려 입에 대고 가벼운 기침을 몇번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렇지만 물음을 던졌던 비행사는 여전히 심중한 안색으로 지도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 자기 의사를 표명하였다.

《난 철윤둥무의 안에 반대는 없습니다. 적들이 우리 령해가까이에 다가서기 전에 타격하자는데 대해서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타격하겠는가 하는데서는 좀더 구체적인 안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여보 창렬동무, 우리가 왜 있소? 우리 목숨이 무엇때문에 필요한가 말이요?! 총폭탄, 자폭용사가 되겠다고 맹세를 다진건 뭐요? 회의토론때나 쓰는 문구요? 그 맹세를 실천해야 할게 아니요!》

김철윤이 다시 발끈하며 격해서 소리질렀다. 앞으로 당겨 볼을 쓸던 손까지 약간 떨었다. 그런 때는 갱핏한 얼굴이 파릿해보였다.

《철윤동무, 흥분해서 그러지 마오. 총폭탄, 육탄, 자폭용사가 되겠다는건 동무만 아닌 여기 모인 우리모두의 신념이고 철석같은 의지요.》

《그럼 됐지 뭐가 더 필요하오?》

《속단하지 마오. 여기에 누가 자기의 목숨을 생각하며 임무수행을 주저하는 동무들이 있소? 우린 최고사령부가 준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 살아돌아와서는 안되지만 죽을 권리도 없는 사람들이요. 그렇기때문에 단 한번의 실수나 사소한 빈틈도 절대로 허용할수 없단 말이요. 자폭이나 육탄으로 돌입하기는 쉽소. 그러나 전과도 없는 무모한 희생이나 실수를 낳는 자폭이나 육탄은 김정일비행대 비행사들의 전투품성이나 기질이 아니라고 생각하오.

우리모두 자폭, 육탄용사가 됩시다. 되되 적들이 상상도 못하고 기절초풍하게, 다시는 살아서 머리를 쳐들지 못하게 만드는 육탄, 자폭용사가 되잔 말이요. 나의 의견은…》

전창렬은 역시 간단치 않은 비행사였다. 부대적으로 생활은 더 말할것도 없고 조종술에서나 복잡비행, 사격에서 손꼽히는 비행사였다. 비행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던 그날의 자세로 10여년세월 하늘을 날고있다. 조국을 지키고있다.

그렇지만 자랑할줄도 뽐낼줄도 자만할줄도 모른다. 평상시에는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수 없는 조용한 그이지만 지금처럼 동지들이 내놓은 대담한 안에 공감하고 그것을 지지하면서도 더 높은 요구를 제기하고있는것이다.

전창렬의 말을 다 듣고나서야 김철윤은 자기는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 못했다면서 머리를 긁적이였다. 그는 달아오르기도 잘 달아오르지만 뉘우치는데서도 허심했다.

 

련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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