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 회)

10. 오동진

 

(6)

 

오후 해질무렵에 령사관정찰을 위해 중국아낙네로 변장하고 시가지에 내려갔던 강연희가 희끗희끗한 채수염을 날리는 백발의 로인을 앞세우고 돌아왔다.

량세봉은 그를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강연희의 아버지 강서명이였다.

《선생님께서 어떻게 예까지 오셨습니까?!》

량세봉은 그를 보는 순간 앞서는 생각이 있었으나 우선은 놀랍고 반가와서 뛰여가서 그를 부축했다.

강서명은 근래에 몸이 불편하여 주로 내부일을 주관하고있었다.

《중대장, 어찌된 일인가? 누구에게 보고하고 이리로 왔는가?》

강서명은 이끼돋은 바위에 걸터앉으며 숨을 가라앉히고나자 첫마디부터 쇠소리나는 어조로 따지고들었다.

《말해보게. 중대는 어디에 두고 이 길에 나섰는가. 그래, 여기 열명으로 100여명의 수비대가 지키고있고 관원들까지 다 권총으로 무장하고있으며 지하에 구류장까지 만들어놓고 철통같이 경비를 서고있는 령사관을 어떻게 친다는건가. 여기서 총소리가 나면 통화시에 박혀있는 중국군벌까지 수백명 쓸어들걸세. 군사적인 견지에서도 무식한 일이고 현실적으로도 성공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무모한짓이요.

그래 이게 호박 쓰고 돼지굴에 들어가는거라는걸 누구도 아닌 중대장이 모른단 말이요?!》

강서명은 사개가 딱딱 들어맞는 론거로 량세봉을 세차게 몰아댔다.

량세봉이 울분에 찬 어조로 대꾸하였다.

《선생님, 그러니 어쩌면 좋습니까. 기회를 놓치면 오동진총영장을 왜놈들에게 영영 떼울판인데 팔짱끼고앉아서 한숨이나 쉰다면 그게 어찌 부하들의 의리이고 정이겠습니까!》

《중대장, 임자는 지금 우리 독립운동의 등뼈같은 간부요. 대원도 아니고 그저 중대장도 아니요. 만주의 적지 않은 독립군장병들과 백성들이 량세봉중대장을 알고있고 기대가 크단 말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타산도 없어가지고 열에 떠서 말을 몰아 죽음의 길을 향해 달려왔으니 이게 당한 일인가. 안되네. 난 찬성할수 없네. 그래 내 왕청문에서 이 소리를 듣고 뒤쫓아온거네.》

강서명이 강연희가 량세봉한테로 달려가고 이어 왕청문에 있는 왕동헌으로부터 말 10여필을 임대해가지고 통화로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것은 량세봉이 출발한 직후였다. 그는 길게 생각할것도 없이 말을 얻어타고 길을 떠나왔다. 그도 젊은 시절에는 의병대에서 말등에서 잠을 자며 칼을 휘두르던 사람이였다.

통화시에서 여러해 살아보았으므로 이곳의 지형과 도시의 구석구석도 잘 알고있었다.

그는 만약 현지에 가서 오동진구출작전이 가능하다면 자기가 량세봉을 대신하여 구출작전을 지휘할 생각도 하고 떠나왔다.

그 역시 오동진과는 매우 막역한 사이였고 오동진의 인격을 사랑하고 존경하여왔던것이다. 만약 구출작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서면 량세봉의 걸음을 막아서야 할것이였다.

그런데 오늘 낮에 량세봉이네보다 한발 먼저 도착하여 일본령사관주변을 살펴보니 예견했던대로 놈들의 경계망이 삼엄하였다.

원래 일본놈들은 통화에 령사관을 설치하고 반일세력에 대한 추적, 탄압책동을 본격화하는 한편 이곳에 여러개의 특수기관을 만들어놓고 움직이고있었다.

그러므로 말이 령사관이지 이곳은 일제놈들의 남만사령부라고도 할수 있을만큼 군사화되여있고 수비력량도 적지 않았다. 게다가 독립군의 총영장을 체포했으므로 놈들은 독립군의 기습작전이 반드시 있을것이라는 타산을 하고 린근의 여기저기에 널려있던 왜놈《토벌대》와 경찰들을 긴급 불러들여 령사관주변에 개미 한마리 얼씬 못하게 경계진을 쳤다.

강서명은 령사관의 맞은편에 있는 가게방에 들려 면식이 있는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령사관의 주변도로를 감시하였다. 그러다가 중국인아낙네로 변장한 자기 딸이 눈에 걸려들어 부랴부랴 가게방에서 나와 그를 앞세우고 산으로 오르게 되였던것이다.

그는 지금 량세봉을 준절하게 몰아대면서도 그의 사람됨을 다시 확인하게 되여 여간 감동이 크지 않았다.

왕청문에서도 숱한 사람들이 총영장이 잡혀갔다고 야단이였지만 누구도 구출작전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있는것이다.

그는 벌써 소시적에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생각하는 품이 어른스럽고 언행이 진중하면서도 비범하던 량세봉을 그려보며 그에게 지식의 눈을 틔워주고 애국의 불씨를 심어준 스승으로서의 자부심을 뿌듯이 느끼고있었다.

량세봉은 강서명의 말이 옳고 자기의 행동이 지휘관으로서의 위치와 자각에서 탈선된 만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흥분이 가라앉자 차거운 리성의 목소리가 그의 귀전을 때렸다.

그러나 물러서자고 하니 통화시가지의 중심에 자리잡은 왜놈령사관을 노려보는 그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있었다.

(아! 어쩌면 좋은가. 저놈들을 다 족칠수 없단 말인가!)

포라도 있으면 이 봉우리에서 저 악의 소굴을 날려버리고 총영장을 구해내오고싶었다.

《선생님, 전 이 몇해동안 제가 존경하여마지않던 아버지나 형님같은 독립군의 지휘관을 여러명 잃었습니다.

천마별영의 최시흥영장도 저놈들에게 빼앗겼고 우리 통의부의 신팔균영장도 지난해에 눈앞에서 잃었습니다. 총소리를 듣고 내가 그에게 뒤늦게 갔지요. 한발만 앞섰더래두 내가 왜놈들의 총탄을 맞아 그분을 살려낼수 있었는데 그렇게 되였습니다.

저의 은사이며 마음의 기둥이였던 김형직선생님도 돌아가셨습니다. 올해초에는 강계에서 왜놈수비대를 치고 돌아오다가 초산수비대놈들의 매복에 걸려 우리 중대 대원 다섯명을 잃었습니다. 난 정말 견딜수 없습니다.

쌈같은 싸움은 몇번 해보지도 못하고…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오동진총영장은 선생님처럼 저의 아버지같은분입니다. 그분을 지킬수만 있다면 백번 쓰러진들 무슨 한될것이 있겠습니까.

아! 그런데 예까지 달려왔다가 돌아서다니요?! 어떻게 그 의로운 분을 저놈들 소굴에 남겨두고 돌아선단 말입니까. 이 통분을 어떻게 속에 묻어둘수 있겠습니까!》

량세봉이 절통해서 가슴을 치며 부르짖었다.

강서명도 눈귀로 맑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옆에 서있던 강연희도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쥐고 흑흑 흐느껴울었다.

잠시후 강서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보게 중대장, 가슴에 새기구 잊지를 말라구. 그리고… 백배로 복수하게. 하지만 우리는 일본침략자들을 다 잡아죽이기 전에는 절대로 제목숨을 헐하게 버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네.

내 십년만 젊더라도 칼을 잡았을거네. 지금은 열사람의 제갈량보다 한명의 병사가 필요하구 중할 때라는 벽해(량세봉의 호)말이 금언일세.

자, 돌아가세. 가슴은 쓰리고 터질것같애도 큰일을 위해서, 조선백성들을 위해서 우리는 쉽게 꺼질 생각을 하지 말고 더 줄기차게 싸움을 벌려야 하네.》

강서명은 이렇게 량세봉의 격한 속을 달래이며 도도히 기염을 토하였다.

같이 온 대원들도 백발로인의 열변을 들었다.

량세봉은 그냥 통화시의 그곳, 일본놈들이 둥지를 틀고있는 악의 소굴에서 불이 황황 이는 눈길을 거두지 않은채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맹세를 다지였다.

(총영장님, 이 량세봉은 돌아갑니다. 어찌하든 목숨을 보존하여주십시오. 여기 강서명선생님도 천마별영의 최시흥대장도 저더러 천놈의 왜적을 쏘아눕히면 독립의 날을 맞게 될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제 겨우 이백열한놈의 왜적을 쏘아눕혔습니다. 천놈을 채우자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내가 이 주먹으로 기어이 옥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통화에서 돌아오는 길은 멀고도 힘들었다. 걸음걸음 오동진에 대한 정으로 쉬이 떼여지지 않았다.

량세봉은 이틀이 걸려서야 왕청문으로 되돌아왔다.

오는 길에서 누구와 말 한마디없이 수걱수걱 말을 몰았다.

그 정상이 하도 보기가 딱해 강연희가 몇번 말을 붙였으나 량세봉은 묵묵부답이였다.

오동진은 그후 신의주지방법원에 넘겨져 재판을 받았다.

예심기록이 3만 5천페지에 달한다고 하였다.

그에게 종신형이 언도되였다.

조선에서 저지른 왜놈들의 죄상과 침략자를 징벌하려고 하는 이 나라 애국자들의 신성한 사명감을 꺾이지 않는 불굴의 신념으로 성토하는 오동진에게 왜놈법정도 세차례에 걸치는 사형을 언도하였다가 나중에는 종신형을 선고하였던것이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량세봉은 다시금 속으로 맹세를 다지였다.

(싸우자! 싸워서 이기자. 내 기필코 이겨서 오동진총영장의 옥문을 열고야말테다!)

오동진은 공주감옥에서 기나긴 세월 옥중고초를 겪다가 1943년 조국해방을 두해 앞두고 애석하게도 옥사하였다.

통화에서 돌아온 량세봉은 며칠동안 자리에 드러눕고말았다.

강연희가 자주 찾아왔다.

《좀 어떠세요?》

《일없소. 일어나야지. 며칠후에 난 중대를 끌고 통화가까이에 가있겠소. 참 강연희비서. 박창해가 생각나오?》

《박창해? 이름은 들었던가봐요. 왜요?》

《우리 세리면의 박지주놈 아들이요. 그놈이 지금 만주에 들어와서 우리 독립군의 맹장들만 쫓아다니면서 못된짓을 하고있소. 최시흥영장도 그놈의 지령밑에 체포되였다고 하는데 이번에 오동진총영장도 그놈이 꾸민 음모에 걸려들었다고 하오, 내 언제든지 그놈을 내 손으로 잡아 릉지처참할테요. 그놈과 그놈의 애비가 우리 아버지를 왜놈에게 고발하여 죽게 하였는데 지금은 만주땅에서 일본놈들의 사타구니에 골통을 들여박고 귀한 사람들을 계속 잡아가고있소. 그래서 난 지금 통화에 가서 그놈을 잡아올 생각이요.》

《박창해그놈이 그렇게 악인이 되였는가요. 생각이 나요. 일본륙군사관학교에 가서 공부했다는 놈, 보지는 못했는데 악당이 되였군요. 그런데 혁명당 중앙위원회에서는…》

강연희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조용히 이야기하였다.

《저더러 지시를 전달하라고 해서 왔어요. 이제 혁명당중앙이 왕청문쪽으로 이전할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량세봉중대장이 중대를 인솔하고 먼저 그쪽에 가서 자리를 잡도록 하라는것입니다.》

혁명당 중앙위원회 지시라는 소리에 량세봉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았소. 그러면 여기 일을 마무리하고 며칠후에 떠나겠다고 보고하여주시오.》

《오늘 저녁에 량세봉중대장이 먼저 그곳에 가서 자리를 보고 가족들도 만나보라는 지십니다.》

량세봉은 그 소리에도 고개를 묵묵히 끄덕이였다. 가족소리가 나오자 가슴이 울렁거리였다. 이 몇해동안 량세봉은 집을 멀리하고 싸움터에서 세월을 보내왔다.

몇해전에 김형직선생님께서 오시였을 때 집으로 모셔간 이후로는 여러가지 일에 부닥쳐서 한번도 집을 찾아가지 못하였다.

혁명당 중앙위원회가 취한 조치가 어떻게 보면 저 강연희나 강서명선생이 나서서 이루어진것일수 있었다. 물론 자기가 왕청문에서 인맥관계를 적지 않게 가지고있다는 사정도 고려되였을것이다.

사실은 이제 불원하여 독립군의 홰대를 잡아야 할 량세봉이 련이어 목격하는 지인들의 참사에 심화병에 시달린다는것을 알고 마음을 정화시켜주려고 혁명당원로들이 마음을 썼던것이다.

강연희는 량세봉에게 무명보자기에 싼것을 내놓았다.

《과자와 사탕은 어머님께 전해주세요. 목도리와 비녀는 아주머니에게 저의 성의로 전해줘요.》

강연희는 얼굴을 붉히며 말하였다.

량세봉은 고마움이 어린 눈길을 강연희에게서 떼지 못하고 고개를 또 말없이 끄덕이였다.

량세봉은 강연희의 차분한 눈길이 자기를 따르고있다는것을 여러번 느끼군 한다. 그럴 때면 량세봉은 강연희에게 끌끌한 대장부를 붙여주어 어서 빨리 짝을 뭇게 하는것이 그들부녀가 자기에게 부어주는 관심과 정에 대한 보답이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하였다.

량세봉은 그런 인물로 지금 최시흥대장을 뒤이어 천마별영 영장대리로 있다가 최근에 오동진의 휘하에 들어와 자기와 같은 중대장으로 된 소꿉친구 석태무를 생각하군 한다.

석태무는 일찌기 천마산무장대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녀자들을 접해볼새없이 뛰여다니느라고 결혼이라는 인생대사를 아예 잊어버리고있었다.

언젠가 량세봉이 지금도 로총각으로 있는 그의 결혼문제에 대하여 걱정하니 《그까짓 결혼은 해서 뭘하오? 녀편네 생기고 자식이 생기면 걱정거리만 커지겠는데…》하며 설레발을 쳤다.

석태무는 사람이 락천적이고 용감하며 투지가 굳센 사내대장부였다.

그는 량세봉이 화성의숙에서 중대를 인솔하고 왕청문으로 돌아오자 그대신 중대를 인솔하고 그곳에 가서 화성의숙을 지켜주는 공작을 진행하였다.

그 시절에 석태무는 학생들과 가까이하면서 맑스주의서적들을 많이 읽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량세봉과 호젓이 만날 때면 그에게 로씨야에서 진행된 10월혁명과 레닌에 대하여 그리고 맑스의 공산당선언과 공산주의에 대하여 진지하게 이야기하군 하였다.

독립군도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구태의연하고 진부한 민족주의로선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때마다 량세봉은 지금 남만일대에 뻗치고있는 조선공산당의 관계인물들인 엠엘파, 이르쿠쯔크파, 화요파 등 여러 계렬의 공산주의자들의 파쟁과 자파확장놀음을 까밝히면서 그쪽을 넘보지 말라고 못박군 하였다.

돌아서서 생각하면 석태무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것 같았다.

김형직선생님께서도 민족주의운동으로부터 공산주의운동으로 방향전환하여야 한다고 여러차례 말씀하시였던것이다.

석태무도 천마산무장대시절부터 계산한다면 량세봉보다 더 오래전부터 김형직선생님의 영향을 받아온셈이다.

한편 최현수도 아직까지는 홀로 사는 처지라 이따금 강연희를 그에게 보내주면 어떨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썩 내키는 상대는 아니였다. 그래도 최현수는 사람이 온순하고 착해서 녀자들을 속썩이게 하는 사내는 아니라는 점에서 강연희의 짝으로는 썩 기울어도 한번 마주 세워볼 생각도 해온다.

하지만 량세봉은 두사람중에서 강연희의 짝패를 골라잡으라면 기꺼이 석태무를 짚을것이다. 그는 두사람을 붙여줄 기회를 찾고있었다.

강서명에게 먼저 말을 떼볼 생각도 있었다.

지금 량세봉은 강연희의 세심한 정이 어린 선물을 받아놓고보니 그 두사람의 생각에 어쩐지 마음이 흥그러워져 제절로 벙글써해졌다.

《왜요?!》

강연희가 때없이 량세봉의 얼굴에 웃음발이 피여오르는것이 의아하여 물었다.

《그저… 좀 생각을 해오는것이 있어서…》

《생각?!… 어떤 생각인지 말씀하세요. 저도 들어보자요.》

강연희가 호기심이 나서 다그어댔다.

며칠만에 드디여 보게 되는 량세봉의 웃음이 다행스러워 속이 개운하여지기도 했다.

《아직은 비밀이랍니다, 강연희비서.》

《남을 속타게 하면서… 됐어요. 잘 가세요. 나도 그쪽으로 갈가봐요. 총영장이 옥에 갇혔는데 제가 이자리에 그냥 앉아있는것이 불편해요.》

강연희의 말에 량세봉은 공감이 갔다.

량세봉도 독립군 무장대오에 나선 한송이 아름다운 꽃송이인 강연희를 오동진이 무척 귀해하고 아꼈으며 그 녀자의 결바르고 안팎으로 다듬어진 품성과 지성을 높이 평가하고 존중해주었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강연희비서도 그곳 학교에 가서 교편을 잡는게 어떻습니까?》

《아니요. 저는 일선전투장에 나가고싶어요. 저는 아직 어머니의 원쑤를 갚지 못했어요.》

《그래도 지금은 아버지를 곁에서 모셔야지요.》

강연희는 입술을 옥물었다. 아버지를 걱정하여 하는 말에는 다른 주장을 꺼낼수가 없었던것이다.

량세봉은 그의 심정이 리해되였다. 그러나 쉽게 받아줄수는 없었다.

《그런데 오빠, 난 총영장님의 체포를 놓고 생각되는게 있어요.》

《생각되는것?… 밀정을 잡아 처단하지 않았소. 그놈이 왜놈들에게 알렸다 하지 않았소. 상전은 박창해놈이고.》

《그랬지요. 상전은 박창해… 왜놈들에게 알린것도 토설했고… 그런데 그놈이 어떻게 되여 총영장님이 안가구에 가신다는것을 알수 있었을가요? 비서인 나도 모르고있었는데…》

《가만, 가만, 그렇지. 총영장님은 내가 초산으로 떠날 때에도 비밀관리를 잘하여야 한다고 훈시했는데… 밀정놈이 알고있었다?… 어떻게?… 문제가 있군. 내가 총영장님구출작전에 너무 급해서 생각을 건너뛰였군. 음… 그놈을 끌고와서 문초를 해야 되는건데… 옳소, 강연희비서. 총영에 큰 두더지놈이 아직도 그냥 박혀있는게 틀림없소. 총영장의 움직임을 사전에 알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부관? 경호대?… 그런데 그 사람들은 총영장이 데리고가기 직전에 아무개, 아무개 나와 함께 떠납세.하고 데리고가군 하지. 그밖에 부총영장… 참모장… 참모장?!…》

순간 량세봉의 머리에 번개가 지끈 쳤다.

자신이 초산에 갈 결심을 하고 보고하러 갔을 때 참모장에 대하여 의문부호를 달아놓고 머리를 흔들던 오동진이다. 그때 오동진은 참모장에 대한 불신을 은근히 드러내놓았었다.

량세봉은 이번에 밀정을 심문하면 얼마든지 총영의 핵심부에 잠복한듯싶은 두더지를 잡아낼수 있었는데 자신의 불찰로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에 온몸이 쩌릿해왔다.

 

련 재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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