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 회)

제 4 장

2

(1)

 

사향의 아버지 변부호는 그후 딸에게 앞날의 의향을 물었던 일을 잊지 않고있었던것 같다. 아니, 심중에 깊이 새겨두었던것 같았다.

사향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였을 때 아버지는 정말로 기업의 일부를 매각하여 마련한 거액의 돈을 써가며 딸을 미주리대학 신문학원에 입학시켰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미국으로 건너와 인분푸기로부터 시작하여 피눈이 되고 이발을 사려물고 일떠세운 기업을 눈을 감을 때 아버지에게 넘겨주었는데 아버지는 딸을 위해서 그것을 바친것이였다.

미국 미주리주에는 미주리대학 신문학원과 꼴롬비아대학 신문학원이 있다. 력사가 오래다고 하는 대학의 이 학원을 나와야 미국에서는 신문, 방송, 통신분야의 기자자격을 얻고 명분이 선다고 한다.

아버지가 하늘의 별을 따오듯 천신만고해서 딸을 대학에 입학시켰으나 그때부터 사향은 자체모순에 빠져 고민하고 우울해지고 그래서 말이 적고 신경질이 많은 녀자가 되고말았다.

미국은 북조선을 눈에 든 가시처럼 여겼다. 대학강의에서는 북조선을 미국의 가장 무서운 적수, 이데올로기와 리념이 다른 공산국가, 《자유》가 없고 페쇄적이며 《인권불모지》라고 악의에 차서 력설하였다.

1866년에 대동강에 들어간 《셔먼》호도 친선과 래왕을 위해서였는데 조선사람들이 평양에서 불세례로 불손하게 대답했다고 떠들고있다.

조선전쟁도 북조선이 도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말은 그렇지 않았다. 조선은 반만년의 유구한 력사와 문화를 자랑하며 살아오는 선량하고 마음착한 나라라고 한다. 지금껏 다른 나라에 나쁜짓을 하거나 돌맹이 한개, 화살 한촉 날린적 없다고 한다. 백두대산줄기에서 뻗어내린 한지맥, 한강토에서 한피줄을 가진 세계적으로도 드문 단일민족으로서 이웃이 화목하고 동방례의지국으로 소문났다고 한다.

친선과 래왕을 하자고 공손하게 찾아오는 다른 나라 사람들을 불손하게 대하는 무뢰한은 절대 아니라고 했다.

그렇지만 정의를 사랑하고 불의를 증오하며 자기의 조국강토와 민족의 존엄을 해치는자들에 대해서는 추호도 용서치 않았다고 한다. 다만 부패무능한 봉건관료배들과 나라를 팔아먹은 한줌도 못되는 역적들때문에 힘이 없고 총이 없어 하루아침에 망국노가 되였다고 했다.

그러하던 조선에 태양이 솟았다고 한다. 조선의 반만년력사에서 처음으로 높이 모신 불세출의 성인 김일성장군님께서 일제를 때려부시고 나라를 해방하시였으며 민주의 새 조선을 일떠세워주셨다고 하였다. 미국과의 전쟁도 김일성장군이 계셔 조선이 이겼다고 세계가 떠들썩했다고 한다.

김일성장군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철학사상을 창시하시고 조선을 이 행성에 우뚝 올려세웠다고 한다.

김일성주석의 유명한 전기는 미국에서 제일 큰 3대신문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는 《뉴욕타임스》에까지 대서특필되였다.

《뉴욕타임스》는 《조선은 20세기의 영웅을 낳았다》라는 제목을 달고 옹근 한면에 《김일성전》 제1부를 소개하였으며 세계적인 폭풍같은 반향에 기세가 올라 련이어 제2부, 제3부를 알리는 기사도 크게 실었다.

사향이도 그 신문을 보았다. 아버지는 그 신문을 세상을 떠나는 시각까지 품속에 간직하고 살았다.

이러한 조선을 미국이 그처럼 눈에 든 가시처럼 여기다니

어느 말을 믿어야 하는가?

아버지가 딸에게 거짓말을 한것인가. 미국이라는 이 나라, 이 사회에서 가르치고 선전하는것이 허위란 말인가. 아버지는 딸에게 진실만을 말하고 진실만을 알려주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이가 들고 세상을 리해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향의 번민은 날을 따라 커지고 마음속 상처의 곬은 더 깊어졌다.

그러던 어느날.

대학으로는 《미국보도계의 거두, 1부인》으로 불리우고 평가받고있는 캐써린이 왔다. 대학에서는 드문히 신문, 방송, 통신, 출판보도계에서 명망이 높다고 하는 인물들을 초빙해다가 강의를 받거나 그들의 성공담을 듣군 하였다.

사향은 미주리대학 신문학원의 학생이 된 후 캐써린에 대한 말을 많이 들어 환상적으로 여기고있었지만 그를 보기는 처음이였다.

캐써린에 대한 가지가지의 일화중에서 사향의 마음을 현혹시킨것의 하나는 그가 뉴욕의 가장 부유한 상류계층의 가정에서 살면서도 사랑이나 행복을 가난한 청년과의 교제에서 찾았고 그것이 깨여졌을 때는 단호히 방향전환을 하여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계, 사회계의 리면까지도 파헤쳐 언론계의 초점을 모은 녀인이 되였다는 사실이였다.

캐써린은 세상에 태여나자부터 금방석요람에 들고 금숟가락을 입에 물고 성장하였지만 눈치를 살피며 웃음이란 없이 지냈다.

그가 생활의 즐거움과 아릿한 꿈, 행복의 단맛을 불길처럼 느끼기 시작한것은 대학에 입학해서였다. 새로운 과학의 세계와 인류를 위한 위업, 강렬한 삶의 지향이 가장 즐거운 꿈, 단맛을 안겨준것이 아니라 용모가 준수하고 재능이 출중한 하바드종합대학의 수재였던 필 그레이엄을 알게 되여서였다. 필 그레이엄은 집안살림이 넉넉치 못했지만 머리가 명석하고 실력이 뛰여나서 학교에서 인기가 대단하였다. 그런 필 그레이엄이 눈동자가 류달리 새파랗고 몸매가 날씬한 캐써린을 알게 되자 인차 반해버렸다.

내성적이고 수집음을 잘 타던 캐써린은 련애라는 뜨거운 물결속에 몸을 잠그자 인차 노그라지고말았다. 처음에는 잘 믿어지지 않았다. 그처럼 도고하고 학문밖에 모르는듯싶던 《백마왕자》가 자기를 그렇게도 열렬히 따르고 애무하다니… 그들은 서로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그 언약은 절벽에 부딪쳤다. 두 청춘남녀들의 부모들이 한사코 가로막아나선것이다. 그렇지만 캐써린과 그레이엄은 이미 한몸이 된지 오래되였다. 그들은 기어이 결혼하였다. 부모들과 등을 지다보니 생활은 말할수없이 어려웠다. 힘들기는 하지만 자기들의 노력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을 가지고 가정을 꾸려나갔다. 그러나 그것은 고생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행복하고 즐거웠다.

딸과 사위의 자립성과 생활력에 감동되여서였던지 백만장자였던 캐써린의 아버지는 그후 자기가 가지고있던 워싱톤 포스트신문사의 실권뿐아니라 주권의 대부분 몫을 그들에게 넘겨주었다.

남편 필이 신문사를 경영하였고 캐써린은 자식과 가정을 돌보면서 《남편배후의 녀인》으로 되였다. 생활도 이전과 달라졌다. 신문사경영은 힘들고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헐치 않은 일이였지만 황금이 굴러들고 명성이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그 황금과 명성은 인차 사람을 부패시켰고 가정을 파괴하고 사랑과 행복을 함정에 빠뜨렸다. 그처럼 순박하고 일밖에 모르던 남편 필은 신문사에 소속되여있는 뉴스위크잡지사의 한 젊은 녀자에게 반하여 미쳐버렸다.

인물도 행실도 캐써린보다 훨씬 못하였으나 무엇에 홀리웠는지 그들의 치정관계는 부부리혼으로까지 번져졌다.

캐써린은 필이 리혼을 제기하면서 신문사의 모든 주식까지 넘겨달라는 철면피하고 강도적인 요구를 제기하자 성이 나서 완강히 물리쳤다.

그는 아버지가 물려준 《워싱톤 포스트》의 발행인이 되고 경영주가 되여 신문사를 번성시켜야겠다고 독한 마음을 품었다. 이때 와서 그는 고독하고 우울하게 지내고 수집음을 잘 타고 내성적이던 어린시절의 캐써린이 아니였다.

캐써린은 《보도의 자유》와 《언론의 객관성》을 요란스레 표방하면서 인기를 얻고 일부 상류계층의 간담을 서늘케도 만들었다.

그 대표적인 실례가 《워터케이트사건》이였다. 이미 세상에 잘 알려진 《워터케이트사건》이란 1972년에 있은 미국대통령 선거때의 추문을 말한다. 당시 미국대통령이였던 공화당출신의 닉슨은 재선을 이루어보려고 《닉슨재선운동회》를 만들고 막대한 돈을 탕진하면서 선거유세를 벌리는 한편 그것으로도 모자라 비렬한 음모를 벌리였다. 그는 워터케이트호텔에 자리잡고있던 민주당본부에 저들의 심복과 정탐군들을 시켜 도청장치를 설치하게 하고 민주당의 선거활동에 대한 정보를 손금보듯 내탐하였다. 그런 비렬한 수까지 써가며 그는 기어이 대통령자리에 다시 올라앉았다.

그런데 이 일이 순탄하게 넘어가지 못하고 목에 굵은 뼈가 걸리듯이 하였다. 바로 캐써린이 경영하는 워싱톤 포스트신문사의 젊은 기자 두명이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퀴퀴한 이 흑막을 파헤치기 시작한것이였다· 그것이 민주당과 미국정계, 사회계에 알려지는 날에는 닉슨이 무사할수 없었다.

캐써린에게 압력이 가해지고 협박장이 날아왔다.

입을 다물게 하라! 그러면 보수는 후하고 앞으로의 경영도 순조로울것이다.

처음에는 회유하려 들었다.

캐써린은 도리머리질을 했다. 닉슨이 아무리 대통령이라지만 이 미국이라는 나라에는 그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허다하다. 그 정치적사기협잡과 음모를 폭로하기만 하면 대통령따위를 물어메칠 세력이 없을줄 아는가. 초록은 동색이라고 물론 같고같은자들이 나서겠지만 대신 우리 《워싱톤 포스트》의 인기는 하늘에 닿고 황금소나기가 치마폭에 쏟아질것이 아닌가. 닉슨이 나를 녀자라고 숙보고 회유하고 위협하고 공갈하는것 같은데 안된다!

캐써린은 이발을 사려물었다. 녀자가 독을 쓰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한다.

바빠난것은 닉슨이였다. 그는 제일심복이라는 사법장관을 내세워 또 협박하였다. 그런데 사법장관은 미합중국의 법을 다룬다는 정객치고는 수가 얕고 입건사도 심중하게 못하는 사람이였다.

사법장관은 캐써린에게 야당본부에 대한 비밀도청사건에 관계하지 말고 침묵을 지켜달라고 애걸도 하고 위협도 하고 돈뭉치를 찔러보려고도 하고 별의별 수단과 방법을 다 해보았으나 그가 더 도고한 자세로 나오자 끝내 참지 못하고 험한 소리를 쏟아놓았다.

헌데 그 말인즉 치졸스럽기 짝이 없어서 결국 제 얼굴에 제가 뱉은 걸쭉한 침이 떨어지는격이 되고말았다.

사법장관은 이렇게 뇌까렸다고 한다.

《캐써린 그레이엄의 젖꼭지를 대형고기분쇄기로 분쇄할테다!》

하필이면 녀성들이 그리도 신성시하는것을 그리도 몰상식한 언사로 모욕한단 말인가. 그도 분명 세상에 나와 처음에는 그것을 빨면서 어머니의 얼굴을 익혔을것이 아닌가.

그에 비하면 캐써린은 매우 지성적이고 의미깊은 말로 사법장관과 닉슨의 가슴을 또 한번 써늘하게 만들어놓았다.

《우리는 이미 강의 제일 깊은 곳까지 헤염쳐왔다. 돌아갈 길은 없다.》

굴하지 않는다는것이다. 기어이 폭로하겠다는 으름장이였다.

아무리 《진실》이요, 《언론의 자유》요, 《보도의 객관성》이요 하고 떠들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결국은 신문이 황금과 권력의 시녀로밖에 되지 않아 종당에는 사법장관이나 닉슨대통령의 회유, 공갈에 지고말것이라고 여겼던 워싱톤 포스트신문사의 여러부문 책임자들과 기자, 편집원들은 자기 경영주의 너무도 도고한 태도에 한동안 어리둥절해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기세가 올라 새로운 공세로 넘어갔다.

사법장관이 입부리를 잘못 놀린 다음날 호 《워싱톤 포스트》에 그의 그 말이 대서특필로 실려 닉슨패거리들은 세상망신을 다 당하였다.

련이어 《워터케이트사건》의 내막을 폭로하였다. 미국이 벌둥지를 쑤셔놓은것처럼 되고 세계가 왁작 끓었다. 닉슨은 더는 버틸수 없게 되였다. 그는 재선되여 2년도 못되여 대통령자리에서 물러났다. 미국의 200년력사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을 임기중간에서 쫓아냈다.

이것은 세상에서 전례가 드문 정치적추문으로 미국정치의 부패성을 만천하에 고발한것으로 되였다. 반대로 그것을 성공시킨 캐써린은 언론인으로서의 《직업적도덕성》을 고수하는 보도력사에서 《리정표적인 승리》를 가져온 《신화적인 인물》로 되였다.

물론 그 일로 쏟아진 황금소나기는 더 말할것도 없었다.

이러한 캐써린이지만 사향이에게 한가지만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화가 있었으니 그것은 그 녀자가 녀기자에게 미쳐 자기를 배반했던 필 그레이엄을 다시 너그럽게 받아들인 사실이였다. 필은 녀기자에게 모든것을 다 털리우고 나중에 병까지 만났다. 길지 않은 인생이 참으로 비참하게 되였다. 어쩔수없이 된 그는 캐써린에게 기신기신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었다.

사내의 그 굴복에 쾌감을 느꼈던지, 아니면 그 시각에 마음이 그지없이 너그러워졌는지 캐써린은 그를 다시 집안에 들여놓았다. 그리고는 정말 성심성의를 다해 치료해주고 돌봐주었다. 그것이 아마 필에게 캐써린이 자기를 문밖으로 차버렸거나 소외적으로 대한것보다 더 큰 모욕으로 느껴졌는지, 예상외의 정신적충격을 주었는지 필은 자총하여 죽었다.

사향은 이런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는 캐써린이지만 그것은 그의 명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겼다. 그래서 자기가 지금껏 심중에 의문스럽게 품고있었고 번민하고있었던것을 터놓고 묻고싶었다. 그의 대답을 듣고싶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대통령까지 탄핵시킨 그야 진실을 말할것이 아닌가.

 

련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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