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 회)

9. 조국으로 가자

 

(4)

 

교련장의 소란이 곧 김형직선생님을 모시고있던 최시흥과 총영지휘관들에게도 전해졌다.

최시흥이 달려왔다. 그는 목갑총을 번쩍 쳐들고 두패가 서로 열발자국씩 뒤로 물러서라고 엄하게 호통을 쳤다.

그러나 량세봉을 옹호하여나선 사람들과 이미 량세봉에게 《한》을 품고있던 사람들은 서로 순순히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소동이 크게 벌어져 마침내 오동진까지 나섰다.

그는 전투력이 강하고 공적도 큰 부대를 통채로 받아들인 이 경사스러운 자리에서 생겨난 사건이라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앞뒤쪽의 송사를 듣고나서 어느쪽 편역을 들어야 할지 난감해있다가 소동을 피우고있는 자기 사람들부터 책망하였다.

그러나 저들이 옳다고 법석 떠들어대는 그들의 말을 듣고는 인차 입을 다물어버렸다.

도무지 어느쪽의 편을 들어줘야 할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던것이다.

그런데 불시에 그들의 뒤에서 녀자의 짜랑짜랑한 웨침이 소란스러운 장내를 꽉 눌러놓았다.

《놔둬요! 그 사람에게서 손을 떼요!

중대장, 말을 듣지 못해요? 정 그렇다면 난 이걸 쓰겠어요.》

한 녀인이 두패가 눈을 부릅뜨고 서있는 중간자리를 쩍 가르고 나섰다. 그 녀자의 손에는 손바닥만 한 모젤권총이 들려있었다.

《저 사람은 쌀장사나 해먹을 사람이 아니예요. 비키세요! 정말 물러서지 못하겠어요?》

그러자 오동진의 대원들이 뒤쪽으로 비실비실 물러섰다.

단발머리에 군복을 맵시있게 만들어입고 장화를 신은 젊은 녀성이 두 중대장이 수닭처럼 맞붙어 서있는 한가운데에서 어찌할바를 모르고 얼떠름해 굳어져있는 랑세봉에게로 다가왔다.

녀인은 얼이 빠져있는 량세봉에게 나직이 자기를 밝혔다.

《세봉오빠, 제가 생각나세요?》

량세봉이 그제야 다가드는 녀인을 지켜보다가 깜짝 놀라 눈이 퀭해졌다.

(이게 누구야?!)

《강연희! 강서명선생의 딸 강연희예요.》

《아씨! 이렇게 만나다니?! 이게 몇해만입니까!》

《이젠 10여년이 됐어요. 우리 아버님은 지금도 오빠이야기를 자주 한답니다.》

《그래, 훈장님은 어떻게 하고 지내십니까?》

《아버지는 지기들과 함께 신흥무관학교를 세우시고 거기서 독립운동의 골간들을 키워내는 일을 보시다가 학교가 문을 닫은 후 통의부에서 학무부를 맡아보고있어요.》

《아! 그래요?! 보고싶습니다. 꿈에도 선생님을 잊지 않고있습니다.》

량세봉은 뜻밖의 자리에서 만난 강연희가 너무도 반가와 말까지 떠듬거렸다.

녀인이 다시 물었다.

《오빠, 이게 참 어떻게 된 일이예요?》

《예… 후날 이야기하지요. 오해가 생겨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량세봉은 쓰겁게 웃으며 뒤덜미를 벅벅 긁었다.

그들의 자별한 상봉을 목격하자 량세봉을 심문하려고 나섰던 중대장과 대원들이 머쓱해서 슬그머니 그자리에서 꽁무니를 뺐다.

《총영장님.》

강연희가 장화발소리를 내며 오동진앞에 가서 맵시있게 손을 울려 경례부터 깍듯이 하였다.

《이분은 제가 보증합니다. 다른거라면 몰라도 이분을 도적놈으로 모는것은 이분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버님께서 제일 사랑하고 아끼시던 제자가 바로 량세봉씨입니다.》

아버님?! 강서명선생님말이요?》

《예. 고향을 떠나올 때 우리 아버지는 언제이건 저분과 광복성전에서 다시 만나게 될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저이가 지금 옆구리에 차고있는 룡천검을 선물로 남기시고 왔습니다.

그런데 그 뜻깊은 검까지 들고 천마산에서 왜적들을 족치다가 들어온 오빠더러 불량배도적이라니 이게 어디 경우에 당한 일입니까?》

《음, 옳소. 강연희비서의 말이 옳소.

최시흥영장, 이거 정말 즐거운 자리에서 미안하게 되였습니다.》

오동진이 최시흥과 량세봉을 향하여 심심히 사과를 하였다. 량세봉이 담담한 어조로 총영장의 말을 받았다.

《총영장님, 이건 오해이지만 저의 불찰로 생긴 오해입니다. 제가 똑똑히 처신하였더라면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을것입니다. 저는 그때 일이 일어난 후에 무턱대고 피하지 말고 총영장님을 찾아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되는건데 제가 마을을 떴으니 저분들의 의심이 커질수밖에 없었을것입니다. 저는 이번 사건에서 교훈을 찾고 일후에 이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매사에 주의하겠습니다.》

《음, 좋소, 좋소. 량세봉선봉장이 그렇게 속이 크게 량해해주니 다행이요. 강연희비서덕에 일이 크게 번져지지 않았소.

속에 새겨두지 마시오. 종종 이런 일도 있을수 있지 않소. 자, 다들 헤쳐가시오.

강연희비서와는 십년지기라고 하는데 함께 가서 회포를 나누도록 하오. 참 뜻깊은 인연이 뜻깊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되였구려. 허허…》

오동진은 이런 말로 자못 팽팽해졌던 분위기를 화락하게 만들어주고 장쾌하게 웃음을 터치며 자리를 떴다.

그런데 오동진과 최시흥이 일단 불을 끄고 사라지고 량세봉이 강연희와 나란히 석태무중대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자리를 뜨는데 방금전에 꽁무니를 사리는듯 했던 오광중대장이 다시 자기 대원들을 거느리고 달려왔다. 그는 눈꼬리를 날아갈듯 춰올리고 량세봉에게 삿대질하며 꽥 고함을 쳤다.

《량세봉, 게 섯거라. 그렇게는 빠져나가지 못해!》

그러자 량세봉의 곁에서 걸음을 옮기던 강연희가 맵짜게 소리쳤다.

《이건 뭐나요? ! 총영장님이 다 헤아려보시고 결론을 하셨는데 거기서는 왜 사람을 잡지 못해 안달이 났어요. 내가 이분을 보증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니!》

총영의 대원들뒤에서 스적스적 걸어오던 한 지휘관이 저력있는 어조로 말하며 석태무앞으로 나섰다.

《난 총영의 상급부관 겸 검무관 김한석이요.》

석태무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밀듯 하는 김한석에게 순식간에 위압이 되여가지고 물었다.

《상급부관?… 검무관? 그건 뭐요?》

김한석은 석태무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강연희와 마주섰다.

촌뜨기같은것하구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무시였다.

《강연희비서, 이 문제는 해명해야 할 문제요.》

김한석은 량세봉을 힐끗 돌아보고는 네따위와는 상대가 안된다는듯 코방귀를 한번 불어보이고는 강연희를 향하여 말을 계속하였다.

《강연희비서, 10여년전의 안면정실관계가 사건해명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오. 괜히 쓸데없는 일에 나서가지고 낯을 깎이지 말고 물러서시오. 저 사람문제는 내가 좀 봐야겠소.》

김한석의 말투에는 제법 군기를 다스리는 검무관다운 랭랭하고도 론리가 당당한 저력이 느껴졌다.

량세봉은 각이한 복색을 하고 뻘건 헝겊끈으로 허리들을 질끈 동인 독립군대원들의 차림새와 달리 이색적으로 말쑥하게 차려입은 군복에 이목구비도 번듯한 김한석을 다소 얼친 눈으로 바라보았다. 타고난 군사가다운 위엄이 안팎으로 느껴지는 절도있고 랭엄한 말투와 행동에 량세봉은 단박에 위압되고 주눅이 들었다.

말투뿐아니라 평시에 웃어본 일이 없을것 같은, 하얀 대리석을 다듬은듯싶은 얼굴에서는 가슴에 오싹 스며드는 랭기가 느껴졌다.

융통성이나 타협이라는것이 들어갈 바늘귀만 한 틈새도 없을것 같았다.

《그런데 총영장이 명령을 내렸는데 검무관이 그걸 뒤집는다? 안되오.》

석태무가 자기를 수습하고 눈을 부라리며 대들었다.

《차, 이건 어디서 해먹던 버릇이야. 여긴 광복군총영이요. 총영에 골을 들이밀었으면 총영의 규률과 질서에 복종해야 될것이 아닌가. 여보 오광중대장, 이자를 체포하여 영창에 구금하시오.》

오광중대장이 기세가 나서 량세봉에게로 다가들었다.

강연희가 그앞을 막아나섰다.

《안돼요. 영창구금은 총영장님의 결재가 없이는 안됩니다.》

《강연희비서, 내 방금전에 오광중대장의 말을 다 들었소.

량세봉, 당신네가 지난해에 모아들였던 량곡을 팔아먹고 나중에는 중국보안대들이 달려들어 모조리 빼앗아간걸 인정하는가?》

《인정하오. 하지만…》

량세봉은 온몸에 땀기가 서리는것을 느끼며 맥빠진 어조로 대답하였다.

《아 됐소, 됐소. 뒤말은 차후에 듣기로 하기오. 다른 자리에서. 그건 여기서 왈가불가할 말이 아니란 말이요.

강비서, 내 한가지 충고하겠소. 강비서도 들었지요?

총영장님께서 자주 말씀하시오. 왜놈의 촉수가 우리 총영에도 뻗칠수 있다고 말이요. 신입대원들을 아무런 조사도 없이 받아들인것도 병페인데 항차 왜놈과 연줄이 있다는 증거를 인정한 이 판에서 어떻게 강비서가 눈뜬 소경흉내를 내는가 말이요.》

《그러면 상급부관님은 량세봉선봉장을 왜놈과 작당한 밀정으로 인정한다는거예요?》

강연희가 자기가 모욕을 당한듯 낯빛이 해쓱해가지고 매몰차게 들이댔다.

《강비서, 너무 흥분하지 마시오. 지금 이 자리에서 옳다, 아니다 하고 누가 단언한단 말이요. 당신이 알고있는 량세봉은 10여년전의 인물이요. 그 10여년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강비서가 정말 심문대에서 보증할수 있소?!》

김한석의 추궁에는 빈틈이 없었다.

강연희도 미처 대답할수 없었다.

《좋습니다. 상급부관, 갑시다. 강연희비서, 내 발로 영창으로 가겠소. 석태무중대장, 길을 여오. 죄송하오. 하지만 난 두말하지 않소. 난 죄인이 아니요. 나를 영창으로 안내하시오.》

량세봉은 자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시비질에서 아무리 변명해야 통하지 않을것이니 석태무나 강연희의 립장만 옹색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말하며 걸음을 옮겼다.

《흥!》

오광이 코방귀를 내불고 량세봉의 앞에서 턱을 쳐들고 기고만장해서 걸어갔다.

등뒤에서 석태무의 격한 고함소리가 터졌다.

《그 10여년간은 내가 보증하오.

량세봉은 우리 무장대에 들어온 첫 시기 철산군 경찰서장 고무라놈을 총살했소. 여러 전투에 참가하여 왜놈들과 그 앞잡이들을 수많이 쓸어눕혔소. 지나간 10여년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거면 보증이 안되는가?》

김한석의 고저가 없는 차거운 목소리가 뒤따랐다.

《중대장, 그러다가는 당신도 총영의 군기위반으로 영창살이해야 될것 같소. 난 군기위반에 대하여 사소한것도 놓쳐서는 안되는 검무관이란 말이요.》

《뭐야? 나까지 잡아넣겠다고? 이게 정말…》

석태무의 손이 엉뎅이에 있는 목갑총으로 돌아갔다.

《이건 어디서 기여든 꼴뜨기야. 그래 나하고, 이 검무관하고 총장난 해보자는거야?》

검무관이 나직하나 쇠소리나는 어조로 석태무를 눌러놓으려고 하였다.

석태무는 검무관의 틈새없는 거동에 화만 그냥 돋쳐올랐으나 더 해보는수가 없어서 흥분한 어조로 소리질렀다.

《검무관도 사람일테지. 내 오늘은 참는다. 허지만 지레 말해주겠소. 저 사람의 머리털 한오리라도 다칠 때에는 당신을 우리 천마별영으로 묶어가서 천마별영의 군기에 걸어 처벌하겠소. 량세봉은 배속까지 말간 사람이야. 당신따위는 열백을 주고도 바꿀수 없어!》

석태무는 목갑에서 빼들었던 권총을 다시 절컥 제자리에 들이밀고는 홱 돌아섰다.

석태무의 중대대원들도 웅성거리며 석태무를 따라갔다.

《흥, 정말 거 대단하군. 천마산에서 과시 영웅들이 오셨구려.》

김한석은 석태무의 뒤잔등을 쏘아보다가 이렇게 빈정거리고는 석태무와는 반대방향으로 장화발소리를 내며 절도있게 걸어갔다.

김한석은 원래 리청천이와 함께 일본륙군사관학교를 다닌 사람으로서 독립군에서는 군사리론가로 손꼽히였다. 리청천이 최근에는 무장을 놓고 통의부일을 주관함으로써 총영에서는 김한석이 으뜸가는 군사가로 평가되고있었다.

그는 손문의 지도밑에 설립된 중국의 국민당계렬의 황포군관학교도 졸업하고 국민당군대의 장교로 일본군과도 여러차례 전투를 벌려오다가 몇해전에 독립운동에 뛰여들어 오동진의 밑에서 군사고문격으로 든든히 자리잡고있는 사람이였다.

그에게는 손문과 황포군관학교 교장이던 장개석의 련명수표가 있는 신임장이 호신부처럼 보관되여있었다.

군관학교 학생시절에 특별히 받은것이라고 한다. 하기는 그것때문에 오동진도 김한석을 보배처럼 가까이 차고다니고 그의 군사적조언을 무겁게 들어주군 했다.

김한석은 군사리론도 밝았고 각이한 사람들이 모여든 총영안에 규률을 세우고 부대기강을 강화하여 빈틈이 없는 군인으로 오동진의 신임을 받고있었다. 그런데 오동진의 남다른 보살핌이 두터워지자 점차 교만해져서 총영의 여러가지 업무에 발을 넓히고있었다. 어떤 일에서는 총영장의 대리인처럼 나서거나 지어는 총영장이 결론한 문제도 뒤집어놓기도 한다. 헌데 대체로 흠집이 없는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오동진의 신임을 은연중 두터이하게 하였다.

량세봉이 영창에 구금되였다는 소리는 인차 강연희를 통하여 최시흥과 오동진에게 전달되고 김형직선생님께도 통보되였다.

강연희는 눈물이 글썽해가지고 교련장에서 벌어진 사건을 설명하고나서 자기 이야기를 이렇게 마치였다.

《량세봉선봉장은 제가 오빠라고 부르며 따르던분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량세봉오빠를 나라의 장수감으로 키워야 할 사람이라고 하면서 각별한 정을 주시였습니다. 저는 량세봉오빠가 군량을 중국보안대원들과 짜고들어 팔아버렸다는 소리가 실감이 가지 않습니다. 억울한 루명을 씌워놓고 해명도 하지 않고 영창에 가두어놓는것은 옳지 않은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강연희는 루루이 량세봉을 두둔했다.

오동진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그를 내보냈다.

이어 석태무가 불리워왔다.

석태무도 자기의 분노한 감정을 이렇게 터쳐놓았다.

《저는 량세봉을 즉시에 석방하지 않으면 그를 영창에서 빼내가지고 총영을 떠나겠습니다. 량세봉과 같은 훌륭한 사람을 가두어두는 영창이 도대체 뭘하는데입니까? 저는 량세봉을 왜놈들과 작당한 배신자로 점찍고 독립군의 량식을 함부로 팔아먹은 도적놈으로 본다면 총영에 더는 복무할수 없다는것을 말하고저 합니다.》

《중대장, 그건 무슨 괴이한 소리야?!》

최시흥이 또다시 번져진 량세봉의 일때문에 오동진의 부하들에 대한 격노를 입술을 깨물고 참고있다가 석태무의 울분에 넘친 말을 듣자 시에미역정에 개배때기 찬다는 식으로 꽥 호령을 내렸다.

김형직선생님을 모신 자리에서 아무리 불의에 도전한 이야기라고 해도 총영을 떠나겠다는 이야기는 너무 한심스러워 더는 참을수 없었던것이다.

석태무는 최시흥의 엄한 꾸지람에 더 항변을 못하고 김형직선생님을 우러러 《선생님, 죄송합니다.》하고 허리를 굽석하였다. 그리고도 거친 숨소리를 그냥 씩씩내다가 오동진에게로 돌아서서 대충 손을 올려 경례를 하고 나갔다.

《선생님, 제가 대원교양을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최시흥이 김형직선생님께로 고개를 돌리고 면구스러운 어조로 용서를 빌었다.

《아 아니, 좀더 들어봅시다. 량세봉선봉장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말을 들었는데 어쩐지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그 사람을 밉게 보는 사람들의 말도 들어봅시다.》

김형직선생님께서는 아량있는 어조로 최시흥의 사죄의 말에 대꾸하시였다. 계속해서 오광중대장이 방안에 들어섰다. 그는 량곡문제가 제기된 전후사연을 자기가 아는껏 그대로 설명하였다.

오광은 자기대로 흥분해가지고 이렇게 이야기를 마치였다.

《그때 우리는 풀뿌리에 산나물과 송기로 한해 여름을 보냈습니다. 바로 그 도적놈들때문이였습니다.》

오동진은 그를 내보내놓고 마지막으로 상급부관을 불러들였다.

김한석은 자기가 중대장으로부터 들은 소리를 되풀이하고나서 자기의 견해를 설명하였다.

《저는 누가 어떻게 사건을 결속하든지 관계없이 진실만을 내놓아야 하는 검무관입니다. 바로 그 직분대로 행동하였을뿐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총영장님의 허가없이 구속한데 대하여 의문을 붙이고있지만 그건 있을수 있는 사건에 대한 예방조치로서 례외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량세봉이 자기의 죄상이 드러나게 될 형편에서 도주하여버린다면 그 책임을 총영장님께 지울수야 없지 않습니까.》

여전히 김한석의 론조에는 에누리나 구멍난데가 없었다. 최시흥은 량세봉의 죄상을 기정사실화하고 그를 배신자로 인정해버린 김한석의 말에 또다시 밸통이 장대처럼 뻗쳐올랐으나 마른기침을 크게 한번 톺아올리는것으로 간신히 참아냈다.

오동진도 김한석의 말까지 듣자 갈피를 잡지 못하고있다가 어디 당신이 한마디 해보시오, 그 사람을 변호할 무슨 말거리가 있겠소. 하는 속생각으로 최시흥을 넌지시 쳐다보았다.

그는 오광과 한석의 말에서 량세봉이 량곡을 팔았다는 말에 리해가 갔으며 랑세봉이 잘 싸웠다는 말도 믿고싶었다. 량세봉이 물건에 흑심이 생겨 저지른 죄를 자책하거나 가리우기 위하여 천마산에서 누구보다도 잘 싸울수 있지 않겠는가.

최시흥은 그대로 김한석의 주장이 당초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고싶었으나 그를 뒤받침할수 있는 타당한 근거는 없는지라 그냥 속만 끓어올랐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뵙게 된 김형직선생님앞에서 자기가 데리고있는 대원의 불미스러운 일이 거들어진것이 죄송하기 그지없었으며 또 제 주장만 고집할수 없이 쓴입만 다시다가 김형직선생님께로 고개를 돌리였다.

선생님께서는 한동안 침묵속에 계시다가 자기에게로 보내오는 최시흥의 간곡한 눈빛의 의미를 헤아리시고 말씀하시였다.

《총영장님, 그 량세봉선봉장의 말을 들어보는것이 어떻겠습니까? 당사자의 말까지 들어봐야 가늠이 갈것 같습니다.》

《예, 그게 좋겠습니다.》

최시흥이 언듯 공감을 표시하고 오동진도 《그렇게 합시다.》하며 몸을 일으켜 전령을 찾아 영창에 갇힌 량세봉을 데려오라고 하였다.

오동진은 자기자리에 돌아와앉더니 시름겨운 어조로 자기 심정을 터쳐놓았다.

《선생님, 이러루한 일이 자주 일어나 골치가 아픕니다. 얼마전에는 우리네 한 중대장이 장가를 들면서 색시에게 초가 한채 마련해준다고 모아들인 낟알까지 내다 팔아 당장 쫓아버린 일까지 있습니다.

최시흥영장, 경사스러운 날에 어지러운 일이 생겨 죄송합니다만 우리 검무관의 처사에 대하여 널리 리해해주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검무관들이라는게 올려앉혀놓기 바쁘게 권세만 쓰면서 저들부터 비행을 저질러 다 쫓아냈지요. 오죽하면 내가 일감이 많은 상급부관을 그자리에 당분간 겸직으로 앉혀놓았겠습니까. 그래도 그 사람이 들어앉은 다음부터 군기를 세우는 일이 바른 길에 들어서고있습니다.》

최시흥은 오동진이 저저이 엮어가는 이야기에는 흥심이 없는듯 그냥 묵묵부답으로 자기의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련 재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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