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 회)

9. 조국으로 가자

 

(2)

 

돌아가며 오동진은 한마디 준절하게 내뱉았다.

《언젠가는 찾아올 때가 있을거요. 그때면 때를 놓쳤다고 후회할거요.》

최시흥도 지난해 생각을 더듬어보니 새로운 걱정거리에 낯빛이 어두웠다.

《딴은 그래. 손을 내밀 때는 도리질하다가 처지가 궁해빠지니 기신기신 기여든다고 할수 있지. 후-》

최시흥은 무거운 시름거리에 눌려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해법을 찾아보았으나 인차 떠오르지 않아 고개만 설레설레 힘들게 내저었다.

방안에는 심중한 분위기가 떠돌았다.

《대장님, 제가 한발 먼저 떠나겠습니다.》

석태무가 무슨 궁리가 텄는지 방안에 드리운 무거운 분위기를 시원스러운 소리로 휘저어놓았다.

《석소대장이 한발 먼저 떠나다니?… 무슨 수가 있소?》

《팔도구로 가겠습니다.》

《팔도구?… 그러면 김형직선생님을 찾아서?…》

최시흥이 대뜸 석태무의 뜻이 헤아려져서 낯빛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다른 소대장들도 긴장을 풀며 찬성해나섰다.

《옳소. 난 왜 그 생각을 못했을가? 그렇게 합시다. 내가 편지를 쓸가? 아니, 석소대장이 우리 사정을 잘 말씀드려주오. 돌아올 때는 선생님의 편지라도 한장 받아오오. 그렇게 합시다.》

최시흥은 난감하던 문제가 쉽사리 풀린듯 장쾌한 어조로 회의를 결속하였다.

천마산무장대의 운명을 가름하는 회의는 이것으로 끝났다. 소대로 돌아온 량세봉은 석태무에게 물었다.

《팔도구로 왜 간다는거요? 거기로 가면 어려운 문제가 쉽사리 풀린다는데 난 통 영문을 모르겠구만.》

《아, 팔도구에 말이요? 김형직선생님이시라고 우리 조선독립운동의 지도자이신 큰분이 그곳에 계신다오.》

김형직선생님?… 그분이 뉘시기에?》

《벌써 오래전부터 조선의 반일운동을 지도해오신 큰분이시오. 지금 팔도구에서 만주에서 벌리는 독립운동의 단합을 위하여 분투하신다오. 우리 천마산무장대에도 오시였댔소. 난 그분을 가까이 모시고 가르치심도 받았다오.》

석태무는 무등 행복에 겨워 자랑하였다.

《음… 그러니 석소대장이 팔도구로 가서 그분의 가르치심을 받고 온다는거구만.》

《그럼, 그분은 기꺼이 우리의 청을 받아주실거요. 선생님께서 나서신다면야… 우선 뭉치자, 뭉쳐서 왜적을 치자, 이게 김형직선생님의 단결의 사상이요.》

석태무는 오른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신명이 나서 부르짖었다.

량세봉은 벌써부터 그리움에 들떠있는 친구의 감정에 취해 자기도 함께 데리고 가달라는 청이 금시 입속에서 뱅뱅 돌았다.

무장단에서 싸우는지 얼마 안되지만 그러한 영광스러운 길에도 나서고싶다고 한다면 석태무도 기꺼이 받아줄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최시흥대장이 뭐라고 할가.

석태무는 최시흥이 주는 특별임무를 받고 가는 천마산무장대의 특별사절인셈이다.

그런즉 토끼가 사슴흉내 내보려 한다고 하지 않겠는가.

그들의 이야기는 최시흥이 석소대장을 찾는다는 전령의 전갈로 끊어졌다.

석태무는 곧 대장의 숙소로 가고 이어 한시간후에는 그가 탄 밤색 말이 굽을 치며 팔도구를 향해 떠나갔다.

다음날 최시흥이 대원들을 다 모여놓고 회의에서 합의한 결정을 선포하였다. 소대별로 나뉘여져 고향으로 가는가 하는 문제도 론의되여 종합되였다. 대원들은 대체로 계속 무장대오에 남아서 싸우겠다고 결의하였다. 얼마 되지 않는 대원들만 여러가지 리유를 들면서 고향에 돌아가겠다고 하였다.

최시흥은 그들을 나무람하지 않고 이미 소대장들의 모임에서 밝힌대로 로자를 푼푼히 주었다.

그들을 통하여 전체 대원들의 집들에도 가지고있는 독립단의 재산을 다 털어내여 돈을 보내주도록 하였다.

전사한 동료들의 가정에는 여느 사람들에게 주는 액수보다 썩 많은 돈을 보내도록 하였다. 부대에서 건사하고있는 금품과 짐승가죽을 돈으로 전환시켜 보태였다.

강을 건느는 대원들, 집으로 돌아가는 대원들이 다 최시흥대장과 지휘관들의 처사에 눈물을 흘리며 감동되였다.

부대는 며칠후 저녁무렵에 압록강을 건넜다. 최시흥은 압록강가에 우등불을 피워놓고 일장의 연설을 하였다.

《대원들! 소대장들과 분대장들! 우리는 사랑하는 조국, 신음하는 조국과 리별하게 되였소.

그러나 이 길은 조국으로 돌아오는 길이요. 잊지 맙시다. 우리는 영원히 조국의 품에 안기기 위하여 조국을 떠난다는것을.

조국으로 가자! 이것은 우리 매개 대원들과 지휘관들이 조국을 광복할 때까지 가슴속에 세워두고 가야 할 표대요. 이 길에서 죽을수도 있고 뼈가 부서지고 피를 쏟을수도 있소.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조국으로 가자!》

최시흥이 주먹을 불끈 쳐들자 무장대성원들모두가 총을 추켜들고 흔들며 웨쳤다.

《조국으로 가자!》

최시흥은 연설을 끝내자 조국을 향하여 대원들을 일렬로 정렬해놓고 선서를 하였다. 최시흥이 비장한 음성으로 한구절한구절 선서선창을 하였다.

《나는 천마산무장대 대원으로서 붉은 마음 다 바쳐 독립성전에 충정하며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왜놈들과 끝까지 혈전할것을 맹세한다.》

그의 선창에 따라 목청껏 부르짖는 대원들의 선서가 장엄하게 압록강반을 뒤흔들었다.

최시흥은 선서를 끝내자 조국을 향하여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또다시 절절한 음성으로 부르짖었다.

《조국땅을 향하여 절합시다!》

대원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절하였다.

《희생된 우리 천마산무장대의 전우들을 향하여 절합시다!》

또다시 대원들은 절을 하였다.

《왜놈들에게 학살당한 우리 동포들을 향하여 절합시다!》

최시흥이 세번째로 웨치자 대원들은 그와 함께 마지막으로 절을 하였다.

온 대렬이 조국을 향해 무릎을 꿇고 머리를 푹 숙이고 일어설념을 하지 않았다. 흐느낌이 통곡으로 바뀌고 뒤이어 누군가의 입에서 오열을 씹으며 터져나온 노래소리가 모두의 가슴가슴을 긁어내리고 찢었다.

 

    일천구백십구년 삼월 일일은

    이내 몸이 압록강을 건넌 날일세

    년년이 이날은 돌아오리니

    내 목적을 이루고서야 돌아가리라

 

대원들이 모두 최시흥에게로 와락 모여들어 그를 에워싸고 서로 부둥켜안으며 엉엉 소리를 내여 울었다. 그들은 조국산천을 한품에 그러안을듯 두팔을 벌리고 두무릎을 꿇고 땅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노래소리는 점점 더 비장하게 조국에 다지는 맹약의 웨침으로 울려퍼졌다.

 

    압록강의 푸른 물아 조국산천아

    고향땅에 돌아갈 날 과연 언젤가

    죽어도 잊지 못할 소원이 있어

    내 나라를 찾고서야 돌아가리라

 

최시흥은 대원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의 한토막을 새겨주고 행군길에 올랐다.

량세봉은 최시흥이 벌려놓은 무장단의 의식에 참가하여 커다란 흥분과 감격에 휩싸여있었다.

눈보라가 몹시 일었다.

그러나 대원들은 왜놈들을 공포에 떨게 한 조선의 반일무장대라는 자부심을 간직하고 보무당당하게 행진하였다.

며칠후에 천마산무장대는 흥경현의 량세봉의 집이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촌장은 량세봉으로부터 조선에서 왜적들을 쓸어눕히며 끝까지 싸워온 무장대라는 말을 듣고는 진심으로 그들을 환영하고 온 마을이 성의를 다하여 맞이하도록 하였다.

촌장은 대원들을 집집마다 나누어 들게 하고 자기 집에서 키우던 돼지도 잡아 푸짐히 끓여먹이였다.

량세봉은 자기 집으로 최시흥과 소대장들, 분대장들을 데리고 갔다.

최시흥은 이미 량세봉의 집에 들려볼 계획이 있었던지라 조선을 떠나올 때 특별히 마련해온 과자와 엿가락을 전령에게 돌려가지고 량세봉의 집에 왔다.

김씨는 근 한해만에 무장대의 대원으로 되여 돌아온 아들을 만나 너무 기뻐 어쩔줄을 몰라하였다.

김씨는 추운 겨울날에 자기 아들이 떨고있을 생각을 하면서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살아왔던것이다.

윤재순은 사람들의 앞이여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남편을 만나게 된것이 꿈같아 부엌아궁이에 불을 지피면서 눈물을 흘리였다.

남편이 분명 어디 가서 잘못되였다고 속으로 무척 걱정해왔던것이다. 그래서 사실은 량시봉이가 여기저기 뛰여다녔는데 넓고넓은 만주벌판에서 숨어버린 량세봉을 어떻게 찾아낼수 있었으랴. 그는 독립운동단체들에도 형의 거처를 알아보았지만 아무데도 량세봉의 행처를 알고있는 사람은 없었다.

량세봉이 고향에 찾아갔고 천마산무장대에 들어가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하였다.

문득 량세봉이 어머니에게 최시흥대장이 박치서지주놈을 죽여버리고 철산군 경찰서장 고무라놈을 잡아오고 자기가 그놈을 륙혈포로 처단하여 집안의 한을 풀었다고 말하였다.

김씨는 감격하여 최시흥에게 절을 올리며 인사를 하였다.

《대장님, 우리 령감이 눈을 감기 전에 큰 칼을 찬 세봉의 앞에 박치서놈과 고무라놈이 무릎꿇고있는 꿈을 꾸었다고 하더니이젠 마음편히 눈을 감을겁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제 구천에 가도 잊지 않겠습니다.》

《허허… 고맙다고 할게 없소이다. 우리 무장대라는게 뭐겠습니까. 백성의 편을 총으로 들어주는겁니다. 백성의 원을 풀어주는게 우리 무장대올시다.》

최시흥은 아들의 곁에서 돌아가는 김씨에게 훌륭한 아들을 두었다고, 분명 아드님이 큰사람이 될것이라고 극구 칭찬하였다.

성수가 난 김씨는 윤재순과 함께 집에서 기르던 닭들을 잡아 푸짐한 저녁상을 마련하고 술병도 내놓으며 무장대의 지휘관들을 성의껏 대접하였다.

한 소대장이 기름기도는 안주에 술을 몇잔 걸치자 독립군가를 흥겹게 부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량세봉이 거문고를 찾아 반주를 하고 량세봉의 동생들과 재순이가 흥겹게 춤가락을 펼쳐놓았다.

량세봉은 마을의 주인답게 부대의 배치와 휴식을 보살피고 동생들과 경향성이 좋은 마을청년들을 선발하여 부대의 안전을 위한 보초를 서도록 하였다.

량세봉은 이날 무장대의 여러가지 뒤치닥거리를 다 맡아 처리하고 자정이 지나서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그때까지 윤재순은 잠자리를 펴놓고 새까만 방에 오도카니 앉아서 남편을 기다리고있었다.

《아직도 자지 않고있소?》

량세봉은 윤재순이 앉아있다가 자리에서 오똘 일어나는것을 보고 나무람했다.

《제가 어떻게 먼저 잠자리에 드나요?》

윤재순은 남편이 자기를 생각해서 한 말이라는것을 알면서도 그 소리가 섭섭한듯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래그래, 미안하게 되였군.》

그들은 인차 나란히 잠자리에 들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세요?》

윤재순은 남편이 돌아왔을 때부터 말 한마디 건늬지 못하여 애를 끓여왔는데 호젓한 자리에 들자 사연부터 물었다.

량세봉은 자기가 고향에 피신하였다가 돌아오는 길에 천마산무장대에 붙들려갔던 이야기며 이어 여러 전투들에 참가하여 왜놈들을 족치던 이야기를 신명나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천마산무장대에서 최시흥대장이 아버지를 죽게 한 철산군 경찰서장 고무라와 박지주놈을 처단한 일에 대하여서도 이야기하였다.

윤재순이 그 소리를 듣고 기뻐하였다.

《어머니가 이 소식을 들으시면 얼마나 기뻐하시겠나요. 그동안 묵은 한이 다 씻겨내려갈거예요.》

《그래, 어머니도 아신다우. 좋아하시더구만. 하지만 우리 싸움은 앙갚음을 하는것이 아니야. 우리 민족의 원쑤들을 다 쳐부시는 싸움이야.》

량세봉이 이렇게 대꾸하자 윤재순은 숨을 죽이며 대뜸 이렇게 물었다.

《이젠 어떻게 하시겠나요?》

이것이야말로 윤재순에게서 제일가는 관심사였던것이다.

《어떻게 하겠느냐구?…》

량세봉은 이렇게 혼자소리처럼 안해의 말을 받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윤재순의 숨결이 높아지는것이 느껴졌다.

어떻게 하겠는가?… 순간 그의 뇌리에는 천마산무장대에서 보고 체험한 여러가지 일들이 언뜻언뜻 비껴갔다. 지금 돌이켜보니 민족의 명예를 지켜나서고 백성의 뜻과 조선사람의 기개를 떨쳐가는 자랑스러운 추억이였다. 거기에는 눈물도 있고 슬픔도 있었으며 독립전의 선각자가 된 긍지와 자부심도 있었다.

무장대동료들이 놈들의 흉탄에 숨지는것도 직접 체험하였다. 그들을 잊을수가 있는가.

그는 압록강가에서 있었던 그 엄숙한 선서의식도 잊을수 없었다.

나도 조국을 향하여, 쓰러진 동료들과 동포들을 향하여 끝까지 독립성전에 나서겠다고 선서하지 않았는가.

최시흥대장의 선창에 따라 하늘땅에 다짐하지 않았던가.

《조국으로 가자!》

그래, 조국으로 가야 한다! 조국으로 가는 길을 무장으로 열어야 한다.

한동안이 지나서야 량세봉은 이런 말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무장대에 들어가보니 거기서 대장이하로 늘 강조하고 타이르는 말이 있더구만. 무슨 말인고 하니 나라가 있어야 가정이 있고 나라가 없으면 좋은 가정을 이룰수 없다.뭐 이러루한것이였소.》

그 소리에 윤재순은 그의 품을 파고들며 어깨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강잉히 말을 받았다.

《됐어요. 더 말씀하지 마세요. 난 거기서 꼭 그런 결심을 하고있으리라는것을 벌써 알았어요. 나는 붙잡아두지 않겠어요. 그건… 내 힘으로 될수 있는 일같지 않아요.》

량세봉은 말없이 축축히 땀에 젖은 손으로 나어린 안해의 떨고있는 어깨를 꽉 그러잡았다.

이튿날 최시흥은 여기서 하루를 더 묵어야겠는데 이미 가지고있는 돈은 다 날려보낸지라 대원들과 지휘관들이 각각 류숙하고있는 집들의 논밭에 나가 땀을 흘리고 가자고 하였다. 때마침 주민들속에서는 지난해 크게 시작하였던 물도랑을 파는 공사가 벌어지고있었다. 논을 풀기를 희망하는 모든 집들이 모여들어 함께 일하고있었다.

소대장들이 최시흥대장의 제의에 한사람같이 찬성하여나섰다.

최시흥대장의 말을 들은 촌장이 펄쩍 뛰였다. 마을사람들은 너나없이 싸움터에서 돌아온 내 나라 군대에게 어찌 곡괭이와 삽을 쥐여주겠는가고 하면서 편히 쉬고가게 하라고 하였다는것이다.

그러나 무장대대원들은 너도나도 떨쳐나서 물도랑파는 공사장에 뛰여들었다.

무장대대원들과 어울려 일하는 공사장은 흥성거리고 일손에 모두가 성수가 났다.

농민들과 함께 농사일을 걱정하고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는 무장대대원들의 모습은 마을사람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

그 다음날 최시흥은 류하현방향으로 출발할것을 명령하였다.

최시흥이 김씨에게 작별인사를 할 때였다.

김씨가 그에게 앉은절을 정하게 하면서 눈물을 머금고 간청하였다.

《대장님, 대장님께서 우리 백성들의 하정을 너무 속속들이 헤아려주시니 제 렴치불문하고 대장님께 부탁 한마디 올리고저 하옵니다.》

최시흥이 김씨를 부축여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고 어서 말씀을 하라고 하였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 세봉이가 량씨가문 종가의 장손입니다. 그런데 장가들어 이제는 몇년이 지났는데도 자식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은 식솔이 많은 집이라 세봉이 떠나면 숱한 식구들을 건사하지 못합니다.

그러하오니 그전처럼 우리 세봉이에게 독립군의 뒤일을 맡겨주시면 우리 집안이 모두 달라붙어 대장님께서 맡겨주신 소임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소리에 최시흥은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듯 고개를 끄덕끄덕하였다.

녀인의 눈물겨운 소청을 그자리에서 뿌리칠수가 없었던것이다.

그는 자신과 녀인을 에워싸고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량세봉에게로 눈길을 주었다.

오늘아침 윤재순이 농짝에서 꺼내놓은 강서명의 선물인 룡천검을 허리에 걸치고 떠날 준비를 다 갖추고 나섰던 량세봉은 어머니의 간청에 우선 부끄러워졌다.

어머니가 민망스럽기 그지없었으나 사람들앞에서 욱박지를수도 없었다.

《참, 어머니두…》하고 한마디를 나무람조로 했을뿐이였다.

윤재순이 얼른 시어머니에게로 다가가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어머니, 어머니의 심정은 가히 리해됩니다. 하지만 저이의 걸음을 막지 말아주십시오. 저이는 떠나야 합니다.

대장님, 우리 어머님의 소청을 탓하지 말아주십시오. 예로부터 우리 나라 녀인들은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에는 전장터로 가는 장부들의 걸음을 막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최시흥이 깜짝 놀란 어조로 윤재순의 말을 받았다.

《아, 참! 마음을 끓게 하는구만. 그 말이 참말이요?》

새파랗게 젊은 아낙네의 사리분명하고 뜻높은 주장에 김씨도 눈이 둥그래지고 최시흥도 그리고 량세봉도 놀라마지않았다.

아직은 량세봉에게 윤재순은 꽃망울같은 소녀로, 아직 안해라는 의미를 깊이 리해 못하고 사는 녀인으로만 인식되여있었던것이다.

그때 량세봉이 어머니앞에 가서 무릎을 꿇고 간곡하게 말하였다.

《어머니, 충과 효는 같이 할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길떠나 어머니에게 더는 효도할수 없지만 이제부터는 제 대신 재순이가 할것입니다. 저는 저 사람을 믿고 떠나가렵니다. 어머니, 부디 용서하여주십시오.》

량세봉내외의 간곡한 이야기에 모여든 모든 사람들이 저저마다 눈물이 글썽해졌다. 마침내 김씨도 마음이 움직였다.

《세봉아, 떠나거라. 내가 아마도 잘못 생각한가부다. 떠나서 왜놈들을 다 쳐부신 다음에 우리를 다시 고향으로 데려가주렴. 아버지 한을 꼭 백배로 풀어라.》

《어머니!》

김씨는 나란히 무릎을 꿇고 앉은 아들며느리를 와락 두팔로 끌어안았다.

이때 최시흥이 쉰 목소리로 말하였다.

《어허모두가 장하웨다! 장하웨다! 아주머니도 훌륭하구요. 과시 조선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선봉장, 내 한가지 임자말을 고쳐주려고 하네. 나라에 충정을 고이지 못하는자 집에서 효자노릇 할수 없고 부모님께 효성이 없는자 나라의 충신이 될수가 없네.

어찌 집안에서 부모님 모시고 살아야만 효도할수 있겠나. 나라가 없는 망국노가 효도구실 어찌 할수 있노.》

대장의 소리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감동을 금치 못하였다.

부대가 떠나기 전에 최시흥은 다시한번 마을사람들을 다 모여놓고 일장연설을 하였다.

그는 원래 말주변이 좋아 일단 입을 열면 애국열의로 충만된 이야기가 청산류수로 흘러나오군 하였다.

말끝에 량세봉의 집안을 마을사람들에게 부탁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량세봉이 독립군에 들어갔다는것을 중국군벌이나 왜놈들에게 밀고하는 사람은 이 세상을 다 뒤져서라도 기어이 징벌할것이라고 오금을 박았다.

마을사람들은 동구밖까지 나와 조선땅에서 넘어온 반일무장대를 뜨겁게 환송하였다.

 

련 재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4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5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6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7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8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9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0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1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2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3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4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5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6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7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8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9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0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1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2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3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4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5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7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8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9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0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1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2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3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4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5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6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7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8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9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40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41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42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43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44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45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46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마지막회)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0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