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 회)

9. 조국으로 가자

 

(1)

 

복수전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천마산무장대는 메돼지사냥을 조직하였다.

대원들은 래일은 큰 싸움을 벌릴것이라고 흥성거리면서 각각 지역을 분담받아가지고 메돼지사냥을 하였다. 저녁에는 소대마다 각각 걸구 한마리씩 무겁게 메고 들어섰다.

대원들은 이날 저녁 세마리의 메돼지를 끓여 푸짐하게 먹었다.

다음날 아침 어뜩새벽에 무장대의 세개 소대가 각각 하나의 대상씩 맡아가지고 길을 떠났다.

량세봉은 철산군에 갔다온 대원들과 함께 남아서 병영을 지키라는 소대장의 호의를 마다하고 싸움길에 올랐다.

량세봉의 소대는 의주군 옥상면 주재소를 들이치고 오는 길에는 유수동 면주재소를 불사르고 한명의 손실도 없이 유유히 돌아왔다. 량세봉은 신입대원이였으나 구대원들 못지 않게 습격명령이 떨어지자 맨 앞장에서 적의 총탄을 두려워하지 않고 돌격하였다.

이 전투들에서 량세봉은 네놈의 왜적을 쓸어눕히고 보병총 세자루와 군도, 많은 탄약을 로획하였다.

석태무소대장으로부터 전투보고를 받은 최시흥은 매우 만족해서 량세봉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그가 로획한 왜놈들의 보총중에서 한자루를 수여하였다.

싸움은 매일처럼 벌어졌다.

최시흥은 어떤 때는 무장대전체를 인솔하고 정주와 의주 등 적들이 집중되여있는 곳들에도 대담하게 쳐들어가 경찰들을 족치고 왜놈과 결탁한 지주토호들을 징벌하였다.

싸움마다에서 량세봉은 늘 앞장에 서서 솜씨를 보이군 하였다. 특히 창을 휘두르며 왜놈경찰에게 범처럼 달려드는 그의 기상은 그야말로 맹호같았다.

량세봉의 용맹은 최시흥과 전우들을 크게 고무하고 부대의 사기를 높여주었다.

량세봉은 싸움뿐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천성그대로 몸을 아끼지 않고 궂은일, 마른일 마다하지 않아 지휘관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행군할 때에는 다른 대원들보다 두배, 세배되는 짐을 지고도 가볍게 산길을 타군 하였으며 쉴참에 불을 지피거나 밥을 지을 때에는 선참으로 자리에서 일어나군 하였다. 그리고 소대장인 석태무를 잘 받들어주어 최시흥의 사랑을 특별히 받았다.

최시흥은 그를 언제나 자기 가까이에 불러 보살펴주면서 대원들앞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오랜 무장인 최시흥은 그자신이 언제나 앞장에서 구령을 내리고 내달리군 하였다.

량세봉은 천마산무장대의 대원들이 하나같이 전투에서 용맹스러운것은 대담무쌍한 대장이 선두에서 싸우기때문이라고 나름대로 평가하군 하였다. 그리고 매사가 다 그러하겠지만 전투에서야말로 지휘관의 자질과 품성이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하군 하였다.

천마산무장대는 부대의 위력이 커지자 점차 왜놈들의 국경수비대까지 소탕하는 큰 작전도 벌렸다. 왜놈들에게는 커다란 타격을 주었으며 인민들에게는 사기를 올려주고 반일투쟁에로 힘차게 고무하였다.

당황망조해난 일제는 천마산무장대 《토벌》사령부까지 만들어가지고 군대와 경찰이 합동하여 대대적인 《토벌》작전을 벌렸다.

왜놈들은 무장대의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하여 산중에 있는 사람들을 강제로 산아래마을로 끌어갔다. 말을 듣지 않거나 피신하면 불을 질러 사람들과 농가들을 불태우고 발견하는 즉시로 악착하게 죽였다.

천마산일대의 농가들은 재더미가 되고 불에 끄슬린 시체들이 여기저기에 뒹굴었다. 천마산무장대는 적들의 《토벌》작전을 분쇄하고 살륙만행을 끝장내기 위하여 《토벌대》에 대한 공격작전을 빈번히 벌렸으나 적들은 날을 따라 천마산에 대한 포위를 풀지 않고 더 많은 병력을 들이밀었다.

치렬한 싸움이 오래 계속되자 천마산무장대도 희생자가 늘어나고 대렬이 급격히 약화되였다.

최시흥은 부대의 진로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원래 그는 오래전부터 국내에서는 무장활동무대가 점점 줄어들고있다는것을 절감하여왔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반일민족해방운동의 탁월한 지도자이신 김형직선생님께서 오동진과 그 수하 중대장이였던 장철호 등 핵심인물들을 데리고 천마산무장대 지휘부에 오시여 두 단체의 통합을 간곡하게 건의하시였다. 왜놈의 《토벌》력량이 계속 강화되고 대렬이 점점 약화되자 최시흥은 김형직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부대통합이 독립운동을 더욱 힘있게 발전시키는데서 가장 절박한 과업이라는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고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부모처자들이 있는 조국땅을 떠날수 없어 미루어왔다.

어느날 최시흥은 소대장들을 자기 귀틀집으로 불러들였다.

이날 모임에는 특별히 얼마전에 무장대의 선봉장으로 임명된 량세봉도 참가하도록 일렀다.

그와 만난지는 비록 얼마되지 않았지만 량세봉에게서는 그 어떤 범상치 않은 기상이 엿보였고 자기나름의 주장이 있었으며 지혜가 출중해보였던것이다.

《우리는 이 천마산에서 벌써 여러해 버티고있소.

그간 우리는 의주와 수동, 구성, 삭주, 정주, 박천, 선천, 룡천 등지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왜놈들을 제압하고 백성들에게 힘을 크게 돋구어주었소.

천마산근처의 왜놈앞잡이들도 움쩍 못하고 우리 눈치만 살피면서 지내오는데 우리는 백성들앞에서 면목을 세웠소.

헌데 형세가 점점 글러지고있소. 우리는 지금 여기서 버티다가 수년을 이어온 존재를 끝마치는가, 강을 건너 그곳에 새로 조직된 항일세력들과 힘을 합쳐 새로운 싸움을 벌리는가 하는 갈림길에 놓여있소. 자, 기탄없이 말하시오. 이건 대장혼자의 결심으로써는 안되는 일이요. 나도 여러분들의 선택을 따르겠소.》

최시흥은 천마산무장대가 처한 실태를 보고하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물었다. 그의 비장한 말이 끝나자 좌중에는 한동안 납덩이같은 무거운 정적이 드리웠다.

량세봉도 입을 뗄수 없었다. 그의 입에서는 떠나야 한다, 여기서 결사항전을 벌리는것이 만용이라고 봐야 한다, 보다 큰 싸움을 위해서는 물러설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뱅뱅 돌아갔으나 서뿔리 꺼내놓을수는 없었다.

천마산무장대의 성원들은 자기와는 처지가 달랐다. 자기는 어머니와 처와 동생들이 다 강건너에 가있었다.

그러나 여기에 있는 소대장들은 물론 대원들까지 모두가 이 땅에 자기의 부모처자가 있었다.

어느 대원의 집에서 상가만 나도 기별이 오면 부대에서는 본인에게 부조금을 들려서 장례를 치르고 오도록 하였다.

뿐더러 최시흥은 강의하면서도 정직하고 인정이 많은 사람이여서 대원들에게 애로가 제기되면 제때에 대책을 세워주고 그들의 집에 련락을 띄워 대원들의 기세를 올려주군 하였다.

몇달동안 생활하면서 독립군안에 흐르고있는 이 가정적인 미풍을 알고있는 량세봉은 이러한 투쟁거점을 거두고 강을 건느자는 말을 선뜻 할수가 없었다.

최시흥도 강을 건너야 한다는 절박성을 인식하면서도 바로 그것때문에 아직은 자기의 주장을 강경하게 내놓지 못하고있는것이다.

《자, 담배들을 태우시오. 3소대장부터 의견을 내놓으시오.》

최시흥은 담배 한대를 굵직하게 말아 입에 물며 자기의 담배쌈지를 사람들에게 밀어놓았다.

석태무는 담배쌈지에 손을 내밀념도 못하고 고개를 번쩍 들어 최시흥을 쳐다보고는 창호지를 바른 귀틀창문을 바라보았다.

석태무의 가족들도 다 강건너로 넘어간지 이슥하다. 그러니 자기의 부모처자가 있는 강건너로 넘어가자고 쉽게 말을 꺼낼수가 없었다.

최시흥은 부시를 쳐서 담배불을 붙이고는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량세봉에게서 눈길을 멈추었다.

《선봉장도 의견을 내놓아보게. 여기서는 눈치를 볼게 없다네. 주저말고 자기 의견을 내놓으라구.》

최시흥이 이렇게 직접 이름을 찍어서 고무해주자 량세봉은 드디여 더는 입을 다물고있을수가 없어 큰 몸을 일궈세웠다.

《흥경에서는 만주로 건너간 애국지사들이 모여들어 공개적으로 각종 독립단체를 조직하고 독립운동가들을 양성하는 학교들도 여러개 세워놓고 독립운동의 기틀을 착실하게 다져나가고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여기서 왜놈들과 항전을 벌리다가 천마산무장대를 끝내는가 아니면 강을 건너가 조선독립운동의 큰 주류에 합류되여 독립의 뜻을 그냥 떨쳐나가는가 하는것입니다.

두말없이 싸움은 계속해야 합니다. 절대로 자멸의 길을 선택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 강건너 흥경현에 가족을 두고있는 제가 조국땅에 가정을 두고있는 여러 선배님들에게 이런 의견을 제기하는것은 좀 량심이 없고 지각이 부족한 처사로 되겠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솔직한 심정을 밝힌다면 이렇습니다. 이 말을 꺼내놓자니까 저는 괴롭습니다.》

그러자 석태무가 기침을 깇었는데 1소대장과 2소대장마저 그에 따라 줄기침을 터뜨려놓았다.

최시흥이 한마디 웅글은 어조로 말하였다.

《우린 사사로운 감정을 털어버려야 하오. 이것은 내나 너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 전체의 운명에 대한 문제이며 나라와 백성의 운명과 우리의 전도를 어떻게 련결시키겠는가 하는 문제요. 또 말씀들 하시오.》

그러자 석태무가 담배쌈지를 당겨서 담배를 천천히 말면서 자기의 립장을 꺼내놓았다.

《량세봉선봉장이 옳은 말을 했습니다. 무슨 다른 말이 있겠습니까. 뭉치면 이기고 흩어지면 망한다, 이건 일전에 우리 부대를 찾아오시였던 김형직선생님의 간곡한 뜻이기도 합니다.

대원들에게 다 털어놓읍시다. 찬의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고향에 돌려보냅시다.》

그 소리에 최시흥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옳소. 그게 좋겠소. 고향에 가겠다는 사람들에게는 로자를 푼푼히 줍시다. 우리가 가지고있는 돈과 금품을 다 털어내서 그들에게 주고갑시다. 그들을 통하여 우리곁을 떠나간 대원들의 가정에도 성의껏 보내줍시다.》

량세봉이 대장의 속깊은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였다. 저 사람이야말로 대원들과 고락을 같이 할줄 알고 그들의 마음을 끌어안고 사는 훌륭한 무장대의 지휘관이라고 감탄하였다.

그런데 회의가 합의를 만들어내서 다들 헤쳐갈무렵에 한 소대장이 뜨아한 어조로 설명하였다.

《대장님, 이런 생각이 있습니다. 오동진총영장부대와 합치는 문제는 우리쪽에서 들어선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동진총영장이 지난해에 우리더러 저들부대에 들어오라고 할 때에 우리가 발을 드밀지 않다가 뭐 안팎으로 궁지에 빠지니까 체면없이 찾아왔노라고 고개를 가로저으면 우리는 문전축객신세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 문전축객신세?》

최시흥이 소대장의 말을 듣자 수북한 눈섭을 푸두두 떨며 길게 신음소리를 내그었다.

지난해 봄에 그런 일이 있었다.

당시 오동진이 독립군을 재편성하면서 자기의 특파원을 재차 최시흥에게 보내왔다. 부대를 합쳐가지고 싸우자는 제의였다.

오동진과 최시흥은 평안도에서 독립운동의 길에 나설 때부터 낯을 익힌 오랜 지기였다.

오동진은 만주의 독립운동자들속에서 명성이 뜨르르한 천마산무장대와 대장 최시흥을 자기 부대에 받아들여 독립군의 위상과 전투력을 일층 높이고싶었던것이다.

그때 최시흥은 물론 소대장들은 누구 한사람도 오동진의 제의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조선에서 마지막까지 무장으로 항일전을 벌리고있다는것으로 하여 그들은 커다란 긍지와 자부심을 안고있었던것이다.

그리고 지난해까지만 하여도 그들은 천마산의 험준한 산악에서 진을 치고 싸워나갈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있었다.

나중에는 오동진까지 직접 천마산에 나와서 하루밤 묵으면서 부대를 합쳐야 할 필요성과 남만에 비교적 강하게 지반을 닦은 독립운동의 거점의 잠재력과 독립운동의 전망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부대통합을 진지하게 력설하였다.

오동진의 호소도 당시에 천마산무장대의 호응을 받지 못하였다.

오히려 어떤 소대장들은 아직은 왜놈들이 크게 세력을 뻗치지 않은 강건너에 가서 왜놈을 친다고 호통만 치지 말고 여기 나라지경에 들어와 왜놈모가지 하나라도 더 비틀어버리자고 해서 오동진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원래 김형직선생님의 지도밑에 광복군총영이 조직될 때 최시흥도 그 회합에 참가하였다. 광복군총영의 한개 부대로 활동하게 하는데도 찬성하였다.

그러나 최시흥과 그의 부하들은 여전히 조국땅에서 떠날수 없다고 버티여왔던것이다.

결국 오동진도 머리를 떨며 돌아가고말았다.

 

련 재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4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5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6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7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8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9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0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1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2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3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4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5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6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7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8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19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0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1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2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3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4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6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7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8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29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0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1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2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3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4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5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6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7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8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39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40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41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42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43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44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45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제46회)
[장편전기소설] 량세봉 제1부 (마지막회)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0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