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 회)

제 3 장

5

(2)

 

그 시각 경림의 가슴에서는 가정을 이룬지가 20년가까이 되지만 조금도 식어진것 같지 않은 남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출렁이였다. 결혼후 몇채 안되는 군관사택마을에서 살림을 시작했을 때 비행훈련을 하는 남편을 생각하며 밤을 지새우던 일, 남편이 군사종합대학에 간 기간 낮에는 다른 가족들과 일이 바빠 돌아치며 모르다가도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남편얼굴이 그리워 딸애의 머리를 쓸며 잠 못 이루던 일들이 떠올랐다. 지금은 평양에서 살지만 남편이나 자기는 늘 군복입은 장군님의 전사, 최고사령부 작식대원이라는 자각을 한시도 잊지 못하는 경림이였다.

이 젊은 녀인에게도 그런 애틋한 마음이 있을터이지. 그렇다면 가정생활이 재미가 없다는건 과연 무슨 소릴가.

그건 젊은 시절 행복에 취한 녀인들이 남편들에게 부리는 응석이나 어리광은 아닐가. 복속에 살면서 그 복을 다 모르는 일종의 푸념질은 아닐가.

남편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있을가.

그런데 이날 어두워질무렵에 유진철이 병원에 나타났다.

경림은 처음에 자기가 착각한것 같아 옴짝않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진철은 들어와서 입원실안을 두릿두릿 살피였다.

경림이와 이야기를 나누던 미영 엄마도 누가 찾아와서 방금 자리를 뜨고 없는 때였다.

진철은 한동안 그채로 서있다가 한쪽침대에 반듯이 누워 자기를 쳐다보고있는 녀인이 안해라는것을 알아차리자 성큼성큼 걸어왔다.

《아니?! 철림이 아버지가 아니세요? 여보!》

경림이 두팔을 내뻗쳤다가 도로 가무려서 침대모서리를 부여잡고 일어나려고 안깐힘을 썼다.

남편이 어푸러질듯 달려와 그러는 안해를 부축했다.

《나요! 일어나지 마오. 그냥 누워있소, 누워있으라는데…》

《일으켜줘요. 여보!》

한시도 마음속에서 잊어본적 없는 남편이 뜻밖에 불쑥 나타나자 어쩔바를 몰라하던 경림이 그의 두팔에 얼굴을 묻으며 어깨를 떨었다.

《이러지 마오. 그냥 누워있소.》

진철은 안해에게 두손을 다 맡기고 허리를 구부린채로 그냥 서있었다. 그의 목소리도 떨리였다.

경림은 잠시후에야 자신을 다잡고 눈물을 닦은 다음 남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힘들게 몸을 움직여 침대 한쪽에 자리를 내주었다.

《편히 눕소. 저기 의자가 있구만.》

《안돼요. 여기 가까이에 앉아요.》

경림은 남편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언제 돌아오셨어요? 그동안 몸에 탈은 없었어요? 때식은 건느지 않았어요?》

《챠, 이런한가지씩 순차적으로 대답합시다. 순차적으로… 허허, 오늘 오후에 긴급한 일이 있어 올라왔소. 때식은 군인들과 한가마밥을 한끼도 건느지 않고 먹었소. 나야 늘 이렇게 건강하지 않소! 허허…》

유진철은 웃으며 두팔을 우쩍 들어 가슴을 펴보였다.

《아이, 저 땀…》

경림은 정찬 눈길로 남편의 얼굴과 여기저기를 살폈다. 타올수건으로 남편의 이마며 목덜미에 내밴 땀을 훔쳐주었다.

《몸을 좀 수그려요.》

팔이 모자라 이렇게 지청구까지 했다.

《여보, 이거 누가 보겠소.》

진철은 좌우를 흘끔 살폈다. 그러면서도 안해의 요구대로 머리와 몸을 그의 손길에 내맡겼다.

《보긴 누가 본다고 그래요. 보면 뭘해요? 어서 더 가까이 오세요.》

남편의 정에 주렸던 경림은 그렇게 깐깐히 땀을 닦아주고나서도 진철이의 얼굴을 이쪽저쪽으로 두루 살펴보며 몸이 축가지 않았는가를 알아보았다.

서로 격앙되였던 마음이 좀 진정된 다음 그들은 그동안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진철은 그동안의 사업정형을 보고하고 새로운 과업을 받으려고 부서에 올라왔다. 그 걸음에 외무성의 최성훈을 만나 약속을 미처 지키지 못한데 대하여 사과하였다.

《부국장동무, 정말 미안합니다. 그동안 욕많이 했지요? 나때문에 사업에서 지장을 받거나 혼란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허허 잊지는 않았군요. 그렇지 않아도 처음 며칠동안은 좀 언짢았습니다. 그렇지만 바쁜 일로 장기출장중이고 부인까지 병원에 입원한것을 알고는 내가 오히려 미안했습니다. 오늘 이렇게 사연을 알려주니 언짢았던 마음이 다 없어지는것 같습니다.》

최성훈은 젊은 일군치고 리해성도 깊었다. 그가 랭랭하게 대하거나 실무적인 말로 응했더라면 진철은 여간 옹색하지 않았을것이다. 역시 외교일군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다던 손님은 도착했는가요?》

《왔습니다. 다행히도 그 녀기자는 아직까지 자기 선친들과 관련한 문제는 한마디도 비치지 않고있습니다. 그러니 지장을 받거나 딱한 처지를 당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다행입니다.》

《앞으로 부득이한 경우가 제기되면 또 련락을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시오. 그런데 또 감투부탁이 되면 어떻게 한다?》

《그때에야 오늘같지 않지요. 매를 들던가 계산을 단단히 해야지요.》

《허허허… 그렇게 합시다. 기꺼이 매도 맞겠습니다.》

진철은 서글서글한 최성훈의 롱에 자기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러고나서 안해가 입원한 병원에도 잠간 들렸던것이다.

경림은 자기가 병원의 의료일군들의 남다른 관심속에 치료를 받고있다는것을 말하였다.

그것은 남편을 안심시키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였다.

진철이 없는 동안 부서동무들과 같이 면회를 왔던 박두성중장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경림은 자기가 받아안은 사랑과 혜택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이 위대하고 따사로운것이라는것을 알고는 오열을 터치였다.

《여보! 어버이장군님과 경애하는 대장동지의 믿음과 사랑을 받기만하고 보답 못하고있으니…》

경림은 목이 메여 말꼬리를 잇지 못하였다. 두눈에서는 자꾸 맑은것이 샘솟듯 하였다.

《나 역시 같은 심정이요. 일을 더 많이 더 잘하는것으로 보답하겠소. 그리고 당신은 빨리 병을 털고 일어나야 하오.》

경림은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남편을 보며 머리를 끄덕끄덕했다.

진철은 안해의 손에서 수건을 가져다 그의 관자노리로 흘러내리는 맑은것을 닦아주었다.

《그런데 어쩐다? 난 당신한테 자주 찾아올것 같지 못한데…》

진철이 좀 진정된것 같은 안해에게 미안한듯 뇌이였다.

《무슨 일이 또 있어요?》

안해가 웃음을 거두고 물었다. 잠간 놓았던 남편의 손을 다시 꼭 잡았다.

《허, 묻지 않게 된걸 묻는다.…》

《정말… 안됐어요. 내가 제구실을 못하고 이렇게 줄창 누워있으니…》

《안되기야 내가 안됐지. 가정생활엔 전혀 무관심하고 안해에게 덜퉁스러운 남편을 만나서…》

《철림이 아버지, 무슨 그런 말을…》

경림은 남편의 손을 놓지 않고 다른 손으로 황급히 그의 입을 막았다.

《내 걱정은 마세요. 빨리 집에 들려 철림이나 만나보고 일을 보세요.》

《방금 들려서 만나보구오는 길이요. 이젠 우리 철림이가 다 컸더구만. 집안이랑 거두고 공부에 전심하는걸 보니…》

그러고보니 남편은 집에 잠간 들렸다가 제창 자기를 찾아온것이 틀림없었다. 대좌인 남편이 군복상의에 혁띠까지 띤것을 보면 전투복차림을 한것이다. 어둠이 깃드는 때에 이런 차림으로 나타났을 때야 여간 긴급한 일이 아닐것이다.

경림은 남편의 손을 잡았던 자기의 땀에 젖은 손을 풀며 일렀다.

《바쁜데 어서 가보세요. 제가 시간이 없는 당신에게…》

《또 안할 소릴…》

이번에는 진철이가 안해의 입을 가볍게 막으며 성내는척 하였다.

《이제 호실에 함께 입원한 환자들이랑 간호원들이랑 오면 이 지함을 헤치고 뭘 좀 드오. 당신한테 기어이 들렸다 오라고 박두성중장동지랑 부서동무들이 준비해주었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주세요.》

《알고있소. 병치료나 잘하오.》

《번번이 신세만 지고 구실을 못해 그래요.》

경림은 머리를 틀었다.

《그럼 난 가봐야겠소. 아마 이번 걸음도 오래 걸릴것 같소. 그러니…》

《제 걱정은 마시고 몸을 잘 돌보세요.》

그러는데 문소리가 나고 미영 엄마가 들어왔다. 놀라며 주춤했다가 진철을 띠여보고는 머리를 곱삭이 숙여 인사했다.

그는 경림이를 한번 쳐다보고는 도로 밖으로 나가려 했다.

《어서 이쪽으로 오십시오. 미영이 엄마라고 했지요?》

진철이 일어섰다.

《오래간만에 오셨는데 더 앉아서 이야기를 하세요.》

《미영 엄마, 어서 들어와요. 우리 철림이 아버진 또 떠나야 해요.》

《신세를 많이 진다는 소릴 우리 철림이 엄마한테서 들었습니다. 입원해있는 동안 곁에서 좀 잘…》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미영 엄마는 얼굴을 붉히며 몸둘바를 몰라했다.

《자, 그럼 모두 치료들을 잘 받소.》

유진철은 정다운 눈길로 안해의 얼굴을 다시한번 살펴보고는 나들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련 재
[장편소설] 뢰성 (제1회)
[장편소설] 뢰성 (제2회)
[장편소설] 뢰성 (제3회)
[장편소설] 뢰성 (제4회)
[장편소설] 뢰성 (제5회)
[장편소설] 뢰성 (제6회)
[장편소설] 뢰성 (제7회)
[장편소설] 뢰성 (제8회)
[장편소설] 뢰성 (제9회)
[장편소설] 뢰성 (제10회)
[장편소설] 뢰성 (제11회)
[장편소설] 뢰성 (제12회)
[장편소설] 뢰성 (제13회)
[장편소설] 뢰성 (제14회)
[장편소설] 뢰성 (제15회)
[장편소설] 뢰성 (제16회)
[장편소설] 뢰성 (제17회)
[장편소설] 뢰성 (제19회)
[장편소설] 뢰성 (제20회)
[장편소설] 뢰성 (제21회)
[장편소설] 뢰성 (제22회)
[장편소설] 뢰성 (제23회)
[장편소설] 뢰성 (제24회)
[장편소설] 뢰성 (제25회)
[장편소설] 뢰성 (제26회)
[장편소설] 뢰성 (제27회)
[장편소설] 뢰성 (제28회)
[장편소설] 뢰성 (제29회)
[장편소설] 뢰성 (제30회)
[장편소설] 뢰성 (제31회)
[장편소설] 뢰성 (제32회)
[장편소설] 뢰성 (제33회)
[장편소설] 뢰성 (제34회)
[장편소설] 뢰성 (제35회)
[장편소설] 뢰성 (제36회)
[장편소설] 뢰성 (제37회)
[장편소설] 뢰성 (제38회)
[장편소설] 뢰성 (제39회)
[장편소설] 뢰성 (제40회)
[장편소설] 뢰성 (제41회)
[장편소설] 뢰성 (제42회)
[장편소설] 뢰성 (제43회)
[장편소설] 뢰성 (제44회)
[장편소설] 뢰성 (제45회)
[장편소설] 뢰성 (제46회)
[장편소설] 뢰성 (제47회)
[장편소설] 뢰성 (제48회)
[장편소설] 뢰성 (제49회)
[장편소설] 뢰성 (제50회)
[장편소설] 뢰성 (제51회)
[장편소설] 뢰성 (마지막회)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0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