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회)

제 3 장

1

(2)

 

그런데 이날 오후였다.

총참모부에서 박두성중장이 부대에 내려왔다. 유진철대좌와 몇명의 성원들도 함께 왔다.

이들보다 한발 앞서서는 공군사령부(당시) 책임일군들이 내려와있었다.

총참모부 일군들은 승용차에서 내리자바람으로 계단을 급히 올라 지휘부청사안으로 들어갔다.

부대장방에서는 한동안 무슨 중요한 문제가 론의되는것 같았다.

얼마쯤 있다가 청사에서 부대정치부장이 먼저 나오더니 곧바로 비행사들이 있는 비행강당으로 향했다. 늘 웃음을 띠고 사람들을 사근사근하게 대하는 일군인데 오늘은 그런 경황이 못되는것 같았다. 얼굴표정이 자못 엄숙하였다. 지나치는 군인들이 인사하는것도 다른 때와 달리 정색해서 바삐 받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비행사들이 대기하고있는 강당으로 가서 그들을 빨리 군인회관에 모이라고 했다.

《한명도 빠지면 안되겠소.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빨리 모이시오.》

그는 이 한마디를 하고 도로 나가려다말고 다시 안에 대고 물었다.

《가만… 누구 명옥동무를 본 사람이 없소?》

《…》

정치부장은 대답이 없자 빨리 모이라는것을 또 한번 강조하고 오던 때처럼 총총히 제 먼저 군인회관으로 걸어갔다.

《1대대 모엿!》

《2대대 모엿!》

여기저기서 구령소리가 울리고 대오를 정렬시켰다.

저쯤에 있던 진혁이가 사방을 휘둘러보다가 차용세를 발견하고는 급히 다가왔다.

《보라구. 내 말이 맞지?》

《동무짐작이 비슷한것 같애.》

《비슷한게 뭐야? 딱소리가 나게 들어맞지. 그런데 오늘 가족을 찾는 일군들은 왜 이렇게 많아? 방금 정치부장동지도 명옥동무를 못 봤냐고 하지 않나.》

《글쎄말이요.》

둘은 어깨를 맞대고 걸어나오면서도 계속 수군거렸다.

《동무들은 뭐요? 빨리 움직이라는데…》

벌써 마당에 나가선 비행부련대장이 그들을 보고 소리쳤다. 진혁이와 용세는 흠칫하며 서로 떨어져서 뛰여갔다.

《진혁동무, 출발하면 노래를 떼오. 우렁차게.》

비행부련대장이 대렬에 들어서는 진혁이에게 한마디 더 하였다.

비행사들이 정렬하자 부련대장은 그들을 인솔하고 군인회관으로 향했다.

 

척척척척척 발걸음 우리 김대장 발걸음

2월의 정기 뿌리며 앞으로 척척척

발걸음 발걸음 힘차게 한번 구르면

온 나라 강산이 반기여 척척척

 

비행사들이 부르는 노래소리가 석양이 짙어가는 하늘가로 메아리쳐갔다.

위대한 장군님과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에 대한 그리움과 충정의 한마음이 대렬합창에 그대로 어려있었다.

이 노래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막을수 없는 힘으로 어느새 전군의 부대와 구분대, 초소마다에서 우리 인민군장병들의 심장을 틀어잡고 절절하게, 우렁차게 울려퍼지고있었다.

그때 박두성중장과 일행이 항공부대 지휘성원들과 함께 청사에서 나왔다. 그들은 저쪽에서 대렬합창을 힘차게 하며 씩씩하게 행진해오는 비행사들을 한참이나 미덥게 바라보다가 먼저 군인회관안으로 들어갔다.

군인회관안에는 벌써 부대지휘부 일군들과 군관들, 군인들이 꽉 차있었다. 무대와 면한 제일 앞 중심좌석만 비여있었다. 비행사들의 자리로 남겨놓은것 같았다.

비행사들이 일렬로 회관안에 들어서자 장내의 눈길이 일시에 그들에게로 쏠렸다. 비행사들은 그렇게 인원들이 다 자리를 차지하고있는줄을 모르고 들어섰다가 첫 순간에는 놀라고 당황해하였다. 어떤 비행사들은 그것이 미안해서 허리를 구붓하고 조심스럽게 걸었다.

《비행사동지들은 여기 앞으로 나오시오. 자리를 따로 내놓았습니다.》

그러는 그들을 앞에서 자리정돈을 맡은 부대정치부 일군이 친절하게 손을 들어 좌석을 가리키며 알려주었다.

비행사들은 더 송구해하며 어쩔바를 몰라했다.

비행대대 정치지도원(그들도 비행사였다.)들이 옆으로 삐여져나와 뒤를 돌아보며 자기 대대 비행사들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독촉했다.

《동무들, 빨리빨리.》

《행동을 빨리 하시오.》

유진혁과 차용세는 마주보며 싱긋 웃었다. 얼굴이 몹시 상기되여있었다. 공군부대에서는 어데 가나 비행사들이 우대를 받지만 오늘따라 더한것 같았다.

뒤에서 앞좌석에 앉은 비행사들을 보고 서로 소곤소곤하는 축들이 많았다.

비행사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인차 무대로 박두성중장과 공군부대 책임일군들이 나왔다. 유진철대좌도 있었다. 부대책임일군이 연탁에 나와서 오늘 비행사들과 부대군관, 군인들이 모이게 된 취지를 알려주었다. 그는 얼마전 적들이 《키 리졸브》, 《독수리》합동군사연습을 미친듯이 벌리는것과 관련하여 우리 공화국의 하늘과 땅, 바다에 단 한점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가차없이 무자비하게 징벌할데 대하여 하달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명령에 대하여 다시한번 상기시킨 다음 이렇게 계속하였다.

《침략적이고 극히 모험적인 전쟁연습을 미친듯이 벌리면서 우리 공화국을 위협하는것으로도 모자라 미제와 일본반동들, 괴뢰호전광들은 우리의 평화적인공지구위성까지 요격하겠다고 미쳐날뛰고있습니다. 미제와 일본반동들은 이미 대공미싸일들을 탑재한 이지스구축함들을 우리 나라 령해가까이로 출동시켰으며 정찰위성들의 주야 24시간 집중감시와 전자정찰기들의 공중정찰도 모자라 남조선과 일본, 얼래쓰커 등 우리 나라 주변에 있는 제놈들의 모든 전파탐지소들을 가동시키고 군대와 경찰들을 전투태세에 진입시켰습니다.

동무들, 적들의 이러한 오만무례하고 날강도적인 행위를 수수방관할수 있습니까! 용서할수 있겠습니까!》

부대책임일군은 이렇게 그루를 박아 묻고 회관안을 한번 휘둘러보았다. 눈에서 불찌가 튕기는것 같았다. 장내에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바늘떨어지는 소리도 들릴듯 엄숙한 분위기가 흘렀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하여 총참모부는 이미 대변인성명을 통하여 우리의 평화적위성에 대한 요격은 곧 전쟁을 의미한다는것을 선포하고 요격행위가 감행되는 경우 위력한 군사적수단에 의한 즉시적인 대응타격으로 대답한다는것을 적들에게 경고하였습니다.》

이 말이 있자 장내에서는 갑자기 우뢰치듯 하는 요란한 박수가 터졌다. 모두가 이발을 꽉 억물고 어깨를 들썩들썩하며 손바닥이 터져라 두드렸다.

부대책임일군이 같이 박수를 치다가 왼손주먹을 입가에 가져다대고 몇번 가벼운 기침을 하는 동안에도 박수는 계속되였다.

《총참모부에서는 적들의 무모한 도발책동을 말로써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철저히 짓부시고 소탕해버리기 위하여 중대한 전투임무를 우리 부대 비행사들에게 맡기기로 하였습니다.》

또 요란한 박수가 터졌다. 이번에는 앞좌석에 앉은 비행사들이 약속이나 한것처럼 자리를 차고 일어서기까지 했다. 뒤따라 회관안을 꽉 채운 군관, 군인들이 일어나 장내가 떠나갈듯 호응하였다.

《이번 전투임무는 주체조선의 존엄과 명예를 걸고 백두산혁명강군의 총대맛이 어떤것인가를 세계면전에서 적들에게 똑똑히 보여주어야 할 매우 중대한 임무입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서와 존경하는 김정은대장동지께서는 우리의 비행사들이 이 중대하고 영예로운 전투임무를 반드시 수행하리라는 크나큰 믿음을 표시하시였습니다!》

《만세!-》

《만세!-》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또다시 터져올랐다.

백전백승의 강철의 령장이신 위대한 장군님과 함께 주체조선, 태양민족이 받들어올린 또 한분의 절세의 위인 백두산형의 천출명장의 믿음을 받아안게 된 비행사들과 장병들의 감격과 환희, 흥분은 하늘에 닿을듯싶었다. 반석같이 굳은 신념과 봄물과 같은 따스함이 가슴에 차고넘쳐 회관에 모인 비행사들과 모두는 행복의 무아경속에 오래동안 잠겨있었다.

위대한 김정일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

2대대 정치지도원이 주먹을 높이 쳐들고 비행사들을 둘러보며 고동구호를 웨쳤다. 장내가 주먹을 굳게 틀어쥐고 화답호응하였다. 장내가 움씰움씰하고 열기가 확확 풍겼다. 활화산이 폭발한듯 끓어번졌다.

비행사들의 두눈굽에서는 물기가 번뜩이더니 뜨겁고 맑은것이 두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누가 선창을 뗐다. 노래가 울려퍼졌다.

 

사나운 폭풍도 쳐몰아내고

신념을 안겨준 김정일동지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고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

 

서로 팔을 낀 진혁이와 차용세는 노래를 부르면서도 격정이 너무 북받쳐올라 어깨를 떨며 도간도간 흐느꼈다.

그들만 그런줄 알았는데 맨 앞줄 저쪽에 자리잡은 대대장과 대대정치지도원도 마찬가지였다. 얼굴이며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장내가 진정된 다음 부대장이 이번 전투임무수행에 참가하게 될 비행사들의 명단을 발표하였다. 이름이 불리울 때마다 비행사들이 한명한명 일어나 힘있게 대답하였다. 이름을 부르는 시간이 몇초밖에 되지 않았으나 진혁은 천년같이 느껴져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귀를 강구었다.

드디여 《유진혁.》하는 호명소리가 들리자 그는 껑충 뛸것처럼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차용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제야 그들은 긴장을 풀고 자리에 앉아 서로 부둥켜안으며 이마를 맞비볐다.

앞줄 저쪽에 앉은 대대장이 한손으로 코방울을 연방 쓸며 그들쪽에 대고 엄한 눈길을 보냈다. 둘은 눈이 마주치자 인차 자세를 바로하였다.

명단발표가 끝난 다음 박두성중장이 이번 전투임무를 성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훈련을 래일부터 시작하게 된다는것과 이번 임무의 중요성으로 하여 총참모부의 유진철대좌가 함께 행동하게 된다는것을 알려주었다. 무대우에 앉았던 지휘성원들이 나간 다음 아까 장내를 정돈시키던 군관이 나서서 래일 아침 훈련장으로 떠나는 비행사들을 환영하는 사업이 있으니 지휘부군관들과 직속구분대 군인들은 시간을 어기지 말며 비행사가족들은 더 말할것 없고 전체 군관가족들도 참가해야겠다고 알려주었다.

그제야 유진혁과 차용세는 아까 대대장이 자기들의 안해소식을 물은것이 무엇때문이였는가를 알았다.

안해가 집을 떠난것이 몹시 아쉬웠다.

진혁은 형수에게 전화를 걸어 안해를 빨리 내려오게 하든가 소식을 알려줄가 하다가 그만두었다. 형수는 지금 병원에 입원해있는것이고 안해는 이젠 홀몸이 아니여서 이 소식이 주는 충격이 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던것이다.

모든것을 가슴속에 묻어안고 떠나리라 마음먹었다. 이번 길에서 세상을 놀래우는 위훈을 세우고 안해와 만난다면 그보다 더한 기쁨과 행복, 그에게 바치는 큰 사랑이 어데 있겠는가.

그러면서도 그는 끝내 그날 밤 형네 집에만은 전화를 걸어보았다. 조카 철림이가 받았다. 안해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삼촌엄마를 혹시 만나게 되면 일을 빨리 보고 내려와달라는것을 전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병구완을 잘하라는 부탁도 했다. 철림은 대답하는것이 좀 울먹울먹하는것 같았다.

련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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