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6 회)

제 5 장

7

 

아침설겆이를 끝내신 김정숙동지께서 군복생산이 벌어지는 김명화네 집으로 가시려던 참이였다. 전화종이 울리였다. 황해도 도당위원장이 걸어온 전화였다.

장군님께 보고를 하려고 했는데 집무실에 안계시기에 녀사께 전화를 합니다.

오늘 다시 목화를 한차분 평양으로 실어보냈습니다.》

기쁘고 반가운 소식이였다.

《도당위원장동지, 고맙습니다. 먼저번에 보내준 목화로 직조공장에서 적지 않은 군복천을 생산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불상사가 생겼습니다.》

녀사의 입가에 그려지던 미소가 굳어져버렸다. 수화기를 귀가에 바싹 누르며 물으시였다.

《무슨 일입니까?》

도당위원장의 더듬는듯 한 목소리가 수화기의 진동판을 울렸다.

《어제 저녁 9시반경이였습니다. 중앙녀맹에서 내려보낸 문화선전대가 공연을 하는데 반동놈들이 달려들었습니다. 총질을 하며 란동을 부리는통에 선동연설을 하던 책임자동무가 희생되고 3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책임자라면 서분영이다. 그가 죽다니… 애석한 감정이 창끝처럼 가슴에 박혀오는것을 의식하시였다. 청중을 향해 목화기증운동을 열렬히 호소하던 그가 원쑤의 총탄에 붉은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처절한 전경이 금시 눈앞에서 펼쳐지는듯 하시였다.

《그 녀동무는 중앙녀맹 정신옥부위원장의 딸입니다.》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중앙녀맹에 전화를 걸었는데 부위원장이 내무국에 갔다고 합니다. 그가 내려와야 장례를 치르겠는데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정신옥선생에게 알려서 곧 해주로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끝내신 녀사께서는 정신옥을 찾아 떠나시였다. 소식을 듣고 슬픔에 잠길 그의 모습이 그려지시였다. 딸을 잃은 어머니의 가슴이 얼마나 아프겠는가. 그의 비통한 심정이 그대로 자신의 가슴에 젖어드는듯 하시여 경황없이 걸음을 옮기시였다. 저택에서 내무국은 멀지 않았다. 청사가 보이는 순간이였다. 어째서 정신옥이 내무국에 갔을가? 내처 슬픔에 잠기셨던 나머지 비로소 그런 의혹이 떠올랐다. 중앙녀맹과 내무국은 아무런 사업상련계도 없다. 스스로 찾아갈 일은 없을것이다. 불리워갔다면 그의 신상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을것이다. 무슨 일이 생겼을가? 정신옥은 내무국에 불리워다닐 일을 저지를 녀성이 아니다.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으셨다. 복잡한 상념에 잠기며 차영환의 사무실에 들어서시였다. 누구보다 그를 만나야 사실을 잘 알수 있을것이다.

차영환은 반가움에 넘치는 표정으로 친절히 맞이했다. 녀사께서는 그가 권하는 의자에 앉으셨다.

《정신옥선생이 여기에 왔다기에 찾아왔습니다.》

《그를 만나시렵니까?》

차영환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떠올랐다.

《황해도에 나가 문화선전공작을 하던 그의 딸이 반동놈들에게 희생되였습니다. 비보를 알려주려고 왔습니다.》

차영환은 시선을 떨구며 말이 없었다.

녀사께서는 그의 낯색을 유심히 살피며 물으시였다.

《그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진료소에 있습니다.》

《진료소에요?》

엄청난 사실에 놀라시였다.

차영환은 정신옥을 데려오게 된 사실을 설명하고 이렇게 말씀드렸다.

《지종수와 대면을 하고 졸도했습니다. 정신적타격이 너무나 컸나 봅니다. 그래서 진료소에서 치료해주었습니다. 지금은 정신을 차리고 건강도 회복되였습니다. 기왕 데려온김에 우리는 그에게서 좀더 알아보려고 합니다. 놈들의 범죄에 련루되여있다고 생각합니다.》

녀사께서는 무거운 상념에 잠기시였다. 듣고보시니 반탐일군인 차영환이로서는 정신옥을 충분히 의심할수 있었다.

《그래 무슨 증거라도 쥐였는가요?》

《아직은 확고한 단서를 쥐지 못했습니다. 다른 놈들의 죄행은 명백합니다. 그런데 그만은 진상을 캐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나 도고한지…》

범할머니로 불리우리만큼 대찬분이예요.》

《그를 잘 아십니까?》

《잘 압니다.》

《그러시다면 제가 그와 나는 담화기록을 좀 보아주십시오. 그를 두고 저로서는 결심을 세우기가 좀 어렵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차영환이 철궤안에서 두툼한 문건을 꺼내왔다. 수첩에 적었던 내용을 문건으로 정리한것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빠른 시선으로 문건을 읽으시였다. 담화기록에서 그의 인간됨을 보는듯 하시였다. 정신옥은 거침없이 떳떳하게 자기를 주장하고있었다. 마지막까지 읽고나서 차영환을 향해 고개를 드시였다.

《이 기록에서 한가지 사실은 외곡되였습니다.》

《어느 사실 말입니까?》

《직조공장에 가서 천을 접수한 사실입니다. 기록에는 중앙녀맹부위원장의 직권으로 지배인을 눌러서 천을 빼낸것으로 되여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해방직후 그 공장의 기계설비들을 헌신적으로 지켜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지배인이 천을 내준겁니다.》

《그는 담화과정에 중요한 정치행사에 쓸 천인것만큼 지배인이 선뜻 내주었다고만 고집했습니다. 저로서는 지배인이 군복용으로 생산하는 천을 쉽사리 내놓을리 만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기계설비들을 지켜낸 사실을 전혀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랬을겁니다. 적어도 그는 어느 경우든지 제입으로 자기의 애국적소행을 말할 사람이 아닙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차영환이 조심히 물었다.

《그가 이번 사건에 련루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솔직한 심정을 말한다면 그렇습니다.》

복도에서 다급한 발걸음소리가 울리더니 출입문이 벌컥 열리였다.

젊은 대원이 방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녀성처럼 해말쑥한 그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비꼈다.

《무슨 일이요?》

차영환이 대원의 낯색을 살피며 물었다.

《지종수가 자살했습니다.》

《어떻게 감시를 했기에 그런 일이 벌어졌소?》

《돌발적으로 벽에 이마를 찧었습니다. 손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계호원에게는 수감자의 탈출을 감시할뿐아니라 그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책임도 있는거요. 사실은 어찌되였든 동무는 무책임했소.》

차영환은 어성을 높였다.

대원은 해쓱하니 질렀다.

《그런데…》

《그런데 뭐요?》

《그가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대원은 떨리는 손으로 군복주머니에서 종이장을 꺼냈다. 그것을 받으며 차영환은 준절히 말했다.

《동무의 무책임성을 규정대로 처리하겠소. 돌아가보시오.》

대원이 나가자 방안에는 정적이 무겁게 드리웠다.

차영환은 손에 든 종이를 훑어보더니 녀사께 드리였다.

《한번 보십시오.》

김정숙동지께서는 긴장한 마음으로 그것을 받으시였다.

《유서인가요?》

《그렇다고도 할수 있겠는데… 정신옥에게 남기고가는 마지막 고백이군요.》

 

존경하는 정신옥선생님.

구류장에서 저를 만났을 때 선생님의 얼굴에는 경악의 빛이 무섭게 떠올랐습니다. 그리도 사랑하고 믿어주시던 제가 그런 범죄를 저지를수 있다는것을 확인했을 때 선생님의 심정이 어떠했으리라는것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저의 뺨을 후려쳤습니다. 그 순간에 제가 선생님앞에 엎드려서 모든것을 실토하고 선생님의 아픈 매를 맞으며 숨을 거두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랬다면 선생님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릴수 있었을것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제가 용서를 빌 겨를도 없이 졸도하셨습니다. 극도의 분격에 그리하셨을겁니다.

선생님이 저의 뺨에 남긴 매자욱과 아픈 감각은 시간이 흘러도 지워질줄 모르고 그대로 남아있는듯 합니다. 그 자욱은 치욕의 락인처럼 형언 못할 괴로움을 안겨줍니다. 시각마다 느껴지는 그 아픔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한다는 자각과 용기를 깨우쳐줍니다. 목에 걸릴 올가미나 가슴을 겨눌 총구보다도 뺨을 치던 선생님의 손길이 저에게는 더 준엄한 형벌이였습니다. 그러니 저로서는 그것으로 인민의 공정한 심판을 받고 사형을 당한셈입니다.

저는 선생님께 용서를 청하지 않습니다. 용서를 빌기에는 지은 죄가 너무도 크고 때가 늦었습니다. 고정하신 선생님은 다른 사람도 아닌 이 지종수가 선생님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겨왔다는것을 상상하실수 없을것입니다. 저는 쏘미공위 미군대표부가 평양에 설치된 때부터 2중의 얼굴을 가진 사람으로 선생님앞에 나타나군 하였습니다. 워낙 사회주의리념에 대한 외곡된 견해를 가지고있은데다가 스미스와 모교를 같이한 인연은 제가 그자의 하수인이 될수 있었던 전제였습니다. 그자를 처음 만났던 날은 저의 인생이 락하곡선을 긋게 된 출발점이였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민주주의적시책이 베풀어지고 사회적발전이 눈부시게 이루어지는 북조선의 현실을 목격하는 과정에 저의 정신생활에서는 심한 동요와 회오가 일어났습니다. 자기의 선택이 잘못되였다는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미궁속으로 깊이 빠져든 자기를 되돌려세울수는 없었습니다.

지금 내무국에서는 선생님이 해주로 보내는 천퉁구리속에 서울로 보내는 금괴가 숨겨져있었던것만큼 그 사건에 선생님이 공모하였다고 여기고있습니다. 그것은 저로서도 뜻밖입니다. 저는 한룡백에게 그런 지시를 한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없는 이상 무엇으로 증명할수 있겠습니까. 비록 선생님에게조차 자신의 정체를 숨겨오기는 했지만 선생님의 선량한 마음을 악용할 도덕적배신행위는 할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저와 같은 놈을 제자로 두었기때문에 선생님한테 루가 미치였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선생님에게 죄스러운 일을 저지르고 최후를 마치는것이 한스럽습니다. 해방후의 저의 생활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럴수 있다면 참된 애국의 길을 걸었을것입니다. 그러나 흘러간 세월은 되돌려세울수 없고 이미 저지른 죄도 씻을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간절히 부탁드리건대 저 같은 제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끗이 잊어주십시오. 이 세상을 하직하면서 비록 면목은 없지만 부디 선생님께서 건강하시고 아무쪼록 행복하실것을 축원드립니다.

 

다 읽으신 김정숙동지께서는 종이를 돌려주며 생각에 잠기시였다. 이 세상에 남기고 가는 지종수의 마지막고백은 그만큼 절절했다. 거기에는 자신을 후회하고 저주하는 처절한 몸부림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용서받지 못할 배신자의 고백이였다.

《이것을 진실로 믿을수 있을가요?》

차영환은 명백히 대답을 올렸다.

《믿을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차영환이 그렇게 쉽사리 믿는다는것이 뜻밖이시였다. 녀사께서는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마주보시였다.

《지종수는 어느 정도 민족적량심을 가진자였습니다. 반동놈들이 부관장의 집에 불을 질렀던 사실이 있지 않습니까? 그때 스미스는 장군님의 저택을 기습하라는 지시를 한룡백에게 주었습니다. 그 지시를 따르려던 한룡백은 뜻을 이룰수 없게 되자 부관장의 집에 불을 질렀습니다. 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지종수는 분격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우리와 리념이 다르다 하더라도 장군님은 절세의 애국자이시고 민족의 영웅이시다, 누구도 이것을 부인할수 없다, 만일 저택을 기습한다면 우리는 민족과 력사앞에 용서받지 못할 죄악을 저지르는것으로 된다, 이렇게 주장했답니다. 이것은 지종수 본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닙니다. 이번에 체포된 그의 졸개들이 예심과정에 실토한것입니다. 그때의 사실을 미루어보면 지종수가 남긴 글은 진정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사람이였군요.》

녀사께서는 심중한 어조로 뇌이시였다.

참으로 지종수는 복잡하고 모순된 인간이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인간됨됨과 행적에는 명백한 론리가 있다. 거기에는 외세에 의하여 국토가 분렬되고 리념의 대립이 날카로와진 우리 나라의 복잡하고 모순된 현실의 일단이 비껴있는것이다. 만일 스미스에게 걸려들지 않았더라면 지종수가 해방후 변천되는 북반부의 현실을 보면서 과거에 가졌던 그릇된 정치적견해를 바로잡고 참된 인생의 길을 걷게 되였을지도 모른다. 자살로 끝나버린 그의 종말은 미군놈에 의하여 헛된 길을 걷다가 값없는 희생을 강요당한 비사의 일단이였다고 할수 있을것이다.

《녀사님.》

차영환의 나직한 목소리에 고개를 드시였다.

《이제는 정신옥선생이 놈들의 음모와 련결되여있지 않았다는것이 명백합니다. 그를 곧 데려오겠습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차영환이 일어섰다.

녀사께서는 홀로 앉아계시였다. 방안에는 고요가 깃들었다. 정신옥이 무죄로 인정되는것은 더없이 기쁜 일이다. 그런데 그에게 딸의 비보를 전해야 할 생각을 하시니 또다시 괴로운 감정이 가슴에 밀려들었다. 정상적인 환경이라면 또 모른다. 이즈막에 정신적고뇌를 겪을대로 겪었을 정신옥이다. 그가 거듭되는 타격을 과연 이겨낼수 있겠는지… 퍼그나 시간이 흘렀으나 정신옥은 나타나지 않았다. 반시간이 지나서야 차영환이 정신옥을 데리고 돌아왔다.

《정선생!》

김정숙동지께서는 목메여 부르며 그를 향해 다가가시였다.

《녀사님!》

정신옥은 두팔을 뻗쳐 녀사의 손을 잡았다.

《내 다 들었습니다. 녀사께선 저를 두고 결코 반동들과 섭쓸릴 사람이 아니라고 하셨다더군요. 고맙습니다!》

북받치는 고마움이 눈물로 솟았다.

차영환이 녀사와 정신옥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제 먼저 나가서 정신옥선생을 집까지 모셔갈 차를 대기시켜놓겠습니다.》

그가 사라지자 녀사께서는 정신옥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씀하셨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많으셨겠습니까.》

《지종수와 같은 놈을 제자로 두었으니 마음고생을 해 싸지요.》

《그가 선생님에게 남긴 마지막고백이 있었습니다.》

《부국장이 보여주길래 방금전에 읽어보았습니다. 자기의 정체를 숨겨온 종수에게 한은 크지만 그의 고백을 읽고보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녀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종수가 워낙은 나쁜 사람이 아니였는데 스미스때문에 길을 잘못 들어서 그렇게 되였다고 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 종수의 고백서를 가지고 미군대표부를 찾아가 단죄하겠습니다. 스미스에게 보여주면서 더는 사람들을 못쓰게 만들 생각을 말고 당장 평양을 떠날것을 요구하겠습니다.》

녀사께서는 정신옥의 눈에 광채가 번쩍이는것을 보시였다. 그는 지종수의 죽음이 가져오는 아픈 심정을 터치며 스미스를 저주하고 규탄할것이다.

밖에서 자동차경적소리가 울리였다.

녀사께서는 정신옥과 함께 방안을 나서시였다.

현관앞에 군용승용차가 서있었다.

차영환이 차실문을 열고 정신옥에게 권하였다.

《정선생님, 어서 오르십시오.》

녀사께서는 정신옥에게 더는 미룰수없이 딸의 슬픈 소식을 전해야 한다는것을 깨달으시였다.

《선생님, 마음을…》

정신옥의 손을 포개여 잡으시였다. 말문이 막히는것을 어찌할수 없으시였다.

《녀사님, 무슨 일입니까?》

정신옥은 놀라움에 휩싸이며 녀사의 난감해하시는 기색을 살폈다.

《문화선전공작을 하던 따님이 반동놈들에게 희생되였습니다.》

《우리 분영이가요?》

정신옥은 넋을 잃고 굳어졌다.

녀사께서는 그의 손을 잡고 자신의 손에 힘을 주며 도당위원장이 걸어온 전화내용을 알려주시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도당위원장은 선생님이 내려와야 장례를 치르겠다고 했습니다. 집에 들리셨다가 오늘중으로 해주행렬차를 타셔야 하겠습니다.》

《반동들이 그렇게 간악한줄은 내 미처 몰랐군요. 문화선전공작을 하는 아녀자들에게 무슨 원한이 있다고 총질을 한단 말입니까!》

절통하게 부르짖는 정신옥의 눈에서 서리찬 불길이 뿜겨졌다. 만일 딸을 죽인 원쑤들이 이 자리에 있다면 그 불길에 전신이 타버리는듯 한 공포와 전률을 느낄것이다.

곁에서 듣고있던 차영환이 녀사에게 다가섰다.

《해주행렬차는 저녁에야 있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모시고 해주까지 승용차로 다녀오겠습니다. 지종수네 사건과 해주사건은 필경 련관되여있을것입니다. 해주에 내려가서 그 사건의 진상을 알아보겠습니다.》

《마침이군요. 그럼 정선생네 집에 들렸다가 그길로 떠나주세요.》

차영환은 정신옥을 부축하여 차에 올랐다. 차창으로 얼굴을 돌린 정신옥의 눈에 핑하니 물기가 어렸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끓어오르는 동정과 련민을 느끼며 그를 바래워주시였다.

 

련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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