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 회)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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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척의 경비정이 물결을 헤가르며 속도를 높이였다. 갑판우에는 목에 쌍안경을 드리운 김성국이 서있었다. 해당한 련락을 받고 급히 출동을 했으나 기양호의 배는 이미 출항을 했었다. 경비정이 닻을 올렸을 때에는 도망치는 놈들의 배에서 울리는 발동기소리도 들리고 불빛도 보이였다. 하지만 얼마쯤 뒤쫓아갔을 때에는 놈들의 배가 전등을 꺼버리였다. 경비정이 추적한다는것을 깨달았던 모양이다. 잠시 발동기소리가 높아지는듯 하더니 그마저 들리지 않았다. 놈들의 배는 경비정보다 속도가 빨랐다. 자금을 제때에 지불하지 못한탓으로 경비정은 한척밖에 수리하지 못했는데 그나마 기관의 마력이 낮은것을 설치했다. 금괴를 잃어버린 후로 거기에 걸었던 많은 기대가 난관에 부딪쳤다.

김성국은 쌍안경의 렌즈에서 놈들의 배를 놓쳐버렸다. 놈들은 어둠속에서 정체를 감추어버렸다. 그의 곁에 선 경비정정장은 다급한 구령을 거듭했다.

《전속으로!》

기관의 동음이 아츠러울 정도로 높아졌다.

《너무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면 기관이 고장날수 있지 않을가?》

김성국은 정장을 돌아보며 근심스레 물었다.

《지금 형편에서야 어쩔수 없지 않습니까? 놈들은 우리가 추적한다는것을 알고있는 이상 해주가 아니라 남조선으로 직방 내뺄수 있습니다.》

정장은 초조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우리 어선들이 오징어잡이를 하는 해역까지 얼마쯤 남았소?》

《멀지 않습니다. 인차 나타날것입니다.》

《그렇다면 속도를 늦추시오. 한척밖에 없는 경비정마저 고장나면 어쩌겠소.》

김성국은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정장은 그의 낯색을 살피며 의아해하였다. 도대체 무엇을 믿고 속도를 늦추라고 하는가? 설사 기관이 고장나는 한이 있더라도 놈들을 따라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도난당한 금괴를 두고 누구보다 속을 태운 사람은 다름아닌 대장이다. 그만큼 이번의 작전을 두고 흥분하던 김성국이 놈들을 완전히 놓쳐버릴수 있는 이 순간에는 오히려 태연한 기색이다.

잠시후에 멀리 남쪽에서 여러개의 불빛이 나타났다. 오징어잡이를 하는 우리 배들의 불빛이였다.

《됐소!》

저만이 아는 소리로 부르짖은 김성국은 권총을 뽑아들고 세방의 총성을 울리였다. 그러자 고기배의 불빛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새날이 희붐히 밝아왔다. 김성국은 눈에 대였던 쌍안경을 정장에게 넘겨주었다.

《저걸 보시오.》

정장은 쌍안경으로 어장을 바라보았다. 고기배들이 급히 다가오는 기양호의 배를 향해 포위진을 치고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바다는 우리 수상보안대만 지키는게 아니요. 나는 우리가 경비정을 충분히 갖추고있지 못하기때문에 어선의 선장들에게 특별과업을 은밀히 주었댔소. 우리의 신호가 있으면 오가는 배들을 단속하라고 말이요.》

정장은 퍼져오는 아침해빛속에 서있는 김성국을 경탄의 눈길로 바라보았다. 역시 군중을 믿고 군중의 힘에 의거하는 항일혁명투사의 일본새와 사고방식이 다르구나!

기양호의 배는 목선 한척을 파손시켰지만 포위진을 뚫을수 없었다. 경비정이 어장에 이르렀다.

김성국은 어선들을 둘러보며 한손을 높이 들었다.

《동무들! 감사합니다.》

어부들이 경비정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우리 배는 왜 단속하는거요? 우리는 중앙녀맹에서 해주로 보내는 천을 싣고 합법적으로 출항을 했소.》

자기 배의 갑판에 나선 기양호가 이쪽을 향해 소리쳤다.

《알고있소. 그러나 우리의 검색을 받아야겠소!》

준절히 응답한 김성국은 수상보안대원들에게 배를 수색하라고 명령했다. 보안대원들이 기양호의 배에 올랐다.

김성국은 경비정의 갑판우에 그냥 서있었다. 기양호의 배에서 한대원이 부르짖었다.

《대장동지, 천퉁구리속에서 금괴를 발견했습니다!》

그의 손에 쳐들린 금괴가 해빛에 번쩍였다.

금괴를 보는 순간 김성국은 가슴이 터질듯 한 기쁨을 느꼈다. 그것을 잃어버리고 번민과 안타까움에 모대기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목이 메고 눈시울이 달아올랐다. 반동놈들도 체포하고 금괴도 찾았으니 이중의 성과를 거둔셈이다.

경비정정장이 맞은편 배의 갑판에 서있는 기양호에게 명령했다.

《배머리를 남포항으로 돌리라!》

기양호는 해쓱하니 질린 얼굴을 짓숙이고 응대가 없었다. 무서운 공포감에 넋을 잃은듯 하였다.

정장이 다시한번 명령했다.

다른자가 조타를 잡고 배머리를 북쪽으로 돌리였다. 경비정은 놈들의 배에 기관총을 겨누고 뒤따랐다.

김성국은 어선들을 향해 작별의 인사를 보냈다.

한시간후 배들이 부두에 도착했다.

부두의 란간에 김홍구와 평양학원 학생들이 서있었다.

김성국은 어찌하여 그들이 여기에 나타났는지를 짐작했다. 어제밤 평양학원 원장이 전화를 걸어올 때 협동작전을 하자고 했던것이다.

《홍구동무!》

김성국은 경비정에서 내리며 소리쳤다.

《대장동지!》

홍구는 거수경례를 하며 반기였다. 수상보안대가 놈들을 사로잡은것이 더없이 기뻤다.

《내 학원원장에게서 들었소. 놈들의 음모를 알아내느라 수고했소.》

《사실은 이 동무가…》

홍구는 어줍게 웃으며 곁에 서있는 처녀를 가리켰다.

《이 처녀동문 누구요?》

김성국은 그들을 번갈아보았다.

《해방전부터 기양호네 부엌데기로 있었는데…》

홍구는 더듬는 어조로 춘심의 래력과 간밤에 있은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 성국은 홍구의 얼굴이 붉어지고 그를 할깃 치떠보는 처녀의 눈에 애틋한 정이 실리는것을 보았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것이 알렸다. 후덥고 대견스러운 감정이 가슴에 서리였다.

《처녀동무, 참으로 이번에 동무가 큰일을 했소.》

춘심에게 따뜻한 고무를 보내면서 후날 그들의 결혼을 수상보안대와 평양학원이 공동으로 성대히 차려주리라는 생각을 했다.

수상보안대원들이 부두에 오른 반동놈들의 손에 포승을 지웠다. 홍구와 춘심은 김성국을 따라서 그쪽으로 갔다.

《네놈이?… 길가에서 만났을 때 미리 없애야 하는걸. 어허구!…》

낯색이 거멓게 질린 기양호가 홍구를 알아보고 놀라며 한탄했다.

홍구는 기양호를 쏘아보며 말했다.

《어림없는 소리! 난 이처럼 시퍼렇게 살아있다. 네놈이 우리 집을 차압하던 때를 옛말처럼 외우면서…》

《세상이 이렇게 뒤바뀔줄이야. 다 망했구나!》

기양호는 절통하게 부르짖었다.

홍구는 흘깃 이쪽을 쳐다보는 기도선에게 시선을 옮겼다. 피맺힌 원한과 분노가 치밀었다. 마음같아서는 한대 먹이고싶었지만 그럴수 없었다. 곁에 서있는 김성국에게 말했다.

《바로 이놈이 부관장동지네 집에 불을 지른 날 밤 저를 쏘았습니다. 분명 수상보안대의 금괴를 훔쳐낸것도 이놈일것입니다. 도적질에 솜씨가 있지요.》

김성국이 기도선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네놈이 금괴를 훔쳤느냐?》

《상부의 명령을 따랐을뿐입니다.》

기도선은 울먹이며 대답을 했다. 그러더니 돌발적으로 기양호를 쏘아보며 푸념을 했다.

《망하겠으면 혼자나 망할게지 왜 나까지 끌어들였어! 왜?…》

이 순간을 당하고보니 삼촌의 꾀임으로 《멸공단》에 발을 잠그게 된 그때가 뼈저리게 후회되였던 모양이다. 익혀온 솜씨대로 도적질이나 하며 살았으면 이처럼 비참한 종말이 오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에 몸부림을 치고싶었을것이다.

조카의 넉두리에 가슴이 찔린 기양호는 기도선의 얼굴에 침을 뱉았다.

《더러운 놈!》

기도선의 얼굴에 걸죽한 가래침이 만화와 같은 화상을 그리였다.

김성국의 지시에 따라 수상보안대원들이 놈들을 호송했다.

《저놈들을 어데로 데려갑니까?》

홍구가 물었다.

《사건이 사건인것만큼 해당 기관에 직접 보내겠소.》

김성국과 작별한 홍구는 학생들을 앞세우고 부두를 떠났다. 몇걸음뒤에서 홍구와 춘심은 어깨나란히 걸었다.

홍구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버젓이 고개를 든 처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정녕 멸시와 굴욕을 숙명으로 여기던 어제날의 춘심이가 아니였다. 참으로 몰라보게 달라졌다. 어떻게 이처럼 성장을 하였을가? 자기의 사랑이 그의 성장을 비약시켰지만 홍구는 그것을 몰랐다.

갈매기 한쌍이 축복하듯 우짖으며 그들의 머리우를 날았다.

 

련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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