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3 회)

제 4 장

5

(2)

 

어느날 마침 대안리로 나가는 차편이 있었다. 하나하나 모아두셨던 부엌세간들을 가마니로 포장하여 싣고 중앙보안간부학교로 나가시였다. 운동장 한귀에 차를 세우고 운전사와 함께 짐을 부리우시는데 성옥이가 나타났다. 평양을 떠나실 때 그에게 전화를 하셨던것이다. 성옥은 막무가내로 녀사를 만류하며 운전사와 짐을 맞들었다.

《원 무겁기두, 이건 뭔데 이렇게 많이 가져왔어요?》

《그릇가지들이예요. 모두 이사를 와서 새살림을 펴다보니 부엌세간들이 부족할거예요. 많지는 않지만 성옥동무가 잘 료량해서 없는 집들에 나누어주어요.》

《아닌게아니라 이빠진 사발에 남정들의 밥을 담으면서 속상해하는 녀자들이 한둘이 아니예요. 가족들이 기뻐하며 요긴하게 쓰기는 하겠지만 정숙동무가 이걸 구하느라고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나요?》

어느새 짐을 다 부리웠다.

녀사께서 성옥에게 물으시였다.

《리다는 지금 어떻게 지내나요?》

여기로 오시면서 누구보다먼저 리다의 생활이 념려되시였다.

《여전히 말썽이지요.》

성옥은 안타까운 표정이였다.

《지울리에서 살 때처럼 지금도 다른 사람들의 눈밖에 나는가요?》

《여기와서는 더하지요. 강서에 있는 쏘련군구락부에 이따금 저녁에 가서 춤을 추지요. 남편도 함께 가자고 조르는데 여기 교원들이야 어디 그럴 겨를이 있나요. 학교가 신설이다보니 교원들은 늦어야 퇴근을 하지요.》

학생들 몇명이 곁을 지나며 호기심어린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성옥이가 그들에게 부탁했다.

《미안하지만 이 짐들을 내 사무실에 좀 날라다줘요.》

《이게 뭡니까?》

눈이 동그란 학생이 물었다.

《동무들에겐 필요없는거야. 그릇가지들이야.》

김정숙동지께서는 입가에 따뜻한 웃음을 그리시였다. 학생들이 성옥을 무랍없이 대하는걸 보시니 그들의 관계가 간격없이 다정한것 같았다. 학생들이 짐들을 날랐다.

《성옥동무, 나와 함께 리다네 집에 가보자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직접 리다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싶으시였다. 이역에서 나서자란 그는 생활의식과 풍습이 우리와 다를수 있었다. 눈에 나는 행동을 하는것도 어느정도 리해할만 한 일이다. 남편을 따라 귀국을 했고 쏘련군대와 대비할수없이 어려운 생활조건을 무릅쓰고 여기에 온것만도 반가운 일이였다. 사택마을은 위수구역안에 있었다. 리다네 집앞에 이르자 성옥이가 주인을 찾았다.

《따와리쉬 리다.》

성옥은 원동훈련기지에서 얼마간의 로어를 배웠다. 굳이 로어로 찾는것은 아직 그 나라 냄새가 짙은 리다에게 롱담을 하고싶어서였다.

김정숙동지를 모시고 찾아온 이 순간에는 리다에 대한 좋지 못한 감정이 사라져버렸다. 리다는 평양에 있을 때 자기 집에 찾아오셨던 녀사에 대한 이야기를 성옥에게 들려준적이 있었다. 그도 녀사를 만나면 무척 반겨할것이다. 그러나 방안에선 아무런 응대도 없었다.

《리다동무, 정숙동무가 오셨어!》

성옥은 흥분된 목소리로 또다시 가볍게 부르짖었다. 그랬으나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그제서야 출입문에 자물쇠가 잠겨있는것을 발견했다.

《참 오늘이 토요일이지. 점심을 먹자마자 쏘련군구락부로 갔구만.》

성옥은 그것을 미처 예견하지 못한 미안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녀사를 돌아보았다. 김정숙동지께서도 실망하시였다. 사택마을을 떠난 성옥은 한숨을 앞세우며 입을 열었다.

《평양학원에서 가족들과의 사업을 할 때와는 비할바없이 힘들어요. 학원에서는 지휘관과 교원들이 모두 옛전우들이였지요. 그러나 여긴 구성이 복잡해요. 리다와 같은 녀자들은 토요일 저녁이나 일요일이면 거개가 춤추러 다니지요. 그런가 하면 어떤 녀성들은 남포에 다니면서 잘살 궁리를 하고…》

김정숙동지께서는 이미 그러한 실태를 대체로 알고계시였다.

《가족들의 구성이 그렇게 복잡하니까 성옥동무와 같이 손탁이 세고 경험도 있는 녀자를 책임자로 내세웠지요.》

녀사께서는 성옥에게 흔연히 웃어보이시였다. 하지만 그의 고충이 리해되시였다.

《뿔뿔이 놀아나는 그들을 두고 너무 속이 상할 땐 정숙동무가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성옥이와 함께 그의 사무실에 이르시였다. 사무실은 병영의 한끝에 있었다. 성옥은 녀사를 방안으로 안내했다.

《김경석동지가 이 방을 나에게 배정해주었어요. 백여명이 훨씬 넘는 가족들과 사업을 하자면 사무실이 있어야 한다면서 김경석동지가 나를 이리로 데려온 날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 우리 철수 아버지가 불쑥 나타나지 않았겠나요. 그 량반이 잔뜩 도끼눈을 해가지고는 여보, 여기 병영에 사무실을 차지한다는게 말이 되오? 당장 나가오. 당신은 어디까지나 사민이란 말이요. 일도 쓰게 하지 못하는 주제에 틀스럽게 사무실이 뭐요? 학교건물사정도 긴장한데…〉 글쎄 이러지 않겠어요. 멋없이 윽윽거리는 성미를 잘 알지만 곁에 경석동지가 없었다면 나도 대들이를 하는건데… 경석동지가 그 량반에게 말하더군요. 여보 용진동무, 군인의 안해들은 절반 군인이요. 가족들과의 사업이 중요하기때문에 내가 비여있던 이 방을 성옥동무가 쓰도록 했소. 동무네도 아이들을 데리고 단칸방에서 사는데 성옥동무가 제집에서 어떻게 담화를 하거나 회의를 소집할수 있겠소.… 아무런 보수도 없이 가족들과의 사업을 하는 안해의 수고를 누구보다 잘 아는 동무가 나한테 먼저 사무실이라도 보장해줄것을 제기해야 했소. 나는 때늦게야 성옥동무가 담화나 회합을 할 장소가 없어서 애를 먹는다는걸 알았소. 사무실문제는 동무가 참견할 일이 아니요.

이렇게 말하는데 역시 정치부교장이 우리 집 뚝박쇠보다는 정치적안목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그 량반이 나를 두고 한마디 하겠지요. 지금 가족들중에서 눈꼴사나운 일들이 종종 일어나는데 그건 저 사람이 구실을 못한탓이요. 원래 재목이 못되는 사람이지요. 정치부에서 다른 동무에게 책임을 지웁시다. 그러자 경석동지의 표정이 엄해지더군요. 언제나 온화하던 그가 그렇게 성을 내는건 그날 처음 보았어요.

용진동무, 이자 보니 안해의 사업을 도와줄 대신에 성옥동무의 책임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있구만. 내앞에서 그따위 소리를 하니 집에 들어가선 안해를 어떻게 대하리라는것이 짐작되오. 우선 동무네 가정부터 문제가 있소.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동무문제를 당조직에서 취급하겠소.

이쯤 되자 그 량반은 애꿎은 나를 한번 쏘아보고 물러갔어요. 이 사무실이 그렇게 내게 차례진거예요.》

김성옥은 남편과 정치부교장사이에 벌어졌던 마찰이 오늘에 와서는 즐겁게 추억되는지 상긋이 웃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따라웃으며 물으시였다.

《후에 용진동지가 당회의에서 말을 들었는가요?》

《정숙동무도 알지만 그 량반이 집에 들어와서야 나한테 옴짝을 못하지요. 첫사랑을 할 때 내게 진 죄가 있으니까. 내가 바빠한다는걸 알고 제 손으로 저녁밥을 짓고 빨래를 하는 때도 있었어요. 어떻게 일을 하길래 가족들속에서 눈꼴사나운 일이 나타나느냐고 안타까워도 하구요. 그런다고 내가 경석동지에게 집안일을 말할수야 없지 않나요. 이웃집 아낙네들이 보는대로 말해줬지요. 내막을 알게 된 경석동지가 그 량반의 어깨를 두드리며 엄격하고 요구성이 강한 사나이일수록 안해에 대한 요구성도 높고 사랑도 진실하다는것을 알았네.라고 했다나봐요.》

김성옥은 억양을 바꾸어가며 남편과 김경석사이에 오고간 대화를 생생히 재현했다. 지나간 생활의 한토막을 떠올리는 성옥의 웃음진 얼굴에는 남편에 대한 애틋한 정과 은근한 자랑이 숨김없이 드러났다. 김정숙동지께서는 훈훈한 감정에 잠기며 사무실을 둘러보시였다. 낡은 책상과 걸상이 한쪽에 놓이고 뒤벽을 따라 대충 만든 긴걸상이 놓이였다. 출입문쪽에는 자동차에서 학생들이 날라온 짐들이 쌓이였다. 녀사께서는 성옥이와 나란히 긴 나무걸상에 앉으시였다.

《정숙동무, 철수 아버지 말대로 내가 자기 사업을 잘못하는건 사실이예요. 어떻게 하면 가족들과의 사업을 개선하겠는지 어디 좀 말해줘요.》

진작 그것을 의논하시려고 오셨는데 성옥이가 먼저 간청했다.

《내 생각에는 남편을 따라 귀국한 녀자들이 적지 않은 조건에서 애국주의교양을 잘하는것이 우선 필요할것 같애요. 항일빨찌산시절에 잃어진 조국을 되찾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싸웠는가를 이야기해주라요. 상대가 녀성들인것만큼 생명을 바쳐 싸운 녀전사들의 투쟁이야기가 특별히 공감을 줄거예요. 최희숙, 박록금, 김확실… 그들이 어떻게 최후를 마쳤는가를 들려주라요. 아마 그러면 눈물을 흘리지 않는 녀성이 없을거예요. 피덩이같은 갓난애를 남의 집 문앞에 남겨두고 혁명의 길에 나섰던 사실이며 전사한 남편의 시체를 부여안고 통곡을 하던 나머지 그가 잡았던 총을 틀어쥐고 분연히 싸움의 길에 나선거랑…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는가요. 목석이 아닌 이상 그 사연들을 듣고 감동되지 않을수가 없을거예요.》

김성옥의 눈에 광채가 어리였다. 가족들중에는 자기보다 지식과 리론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일반적인 정치적호소나 해서는 공감을 불러일으킬수 없었고 리론적으로 납득시킬 힘도 자신에게는 없었다. 그러나 녀투사들이 어떻게 싸웠는가는 잘 알고있었다. 굳이 제강을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생동하게 이야기를 할수 있었다. 직접 목격하고 체험한 사실이였던것이다. 여태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가? 자책과 공감에 휩싸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성옥동무, 녀성들이 제일 기뻐하는 때가 언제일가.》

그의 빛나는 눈을 마주보며 녀사께서 미소어린 표정으로 물으시였다.

《글쎄…》

갑자기 바뀌는 화제에 성옥은 어리둥절했다.

《남편이나 자식들이 자랑스럽다는것을 확신했을 때 제일 기뻐하지. 성옥동무도 자신의 성과보다 용진동지가 성과를 거두었거나 남들의 존경을 받을 때 더 기뻐하지?》

《그야 물론.》

성옥은 진지하던 표정을 풀며 시뭇이 웃었다.

《그것 보라구. 안해들에게 남편에 대한 긍지감을 가지도록 하는게 중요해요. 군대는 우리 혁명의 핵심부대예요. 선발된 사람들이고. 그래서 군인들을 보면 누구나 선망의 시선을 보내지요. 그러한 사람의 안해된 자부심을 가지게 해야 해요. 군관의 안해는 다른 사업에 종사하는 남편을 가진 안해들과는 달라요. 특별한 긍지가 있단 말이예요. 그것을 깨우쳐주면 은근한 기쁨속에 새로운 자각을 가지게 될거예요.》

《정숙동무도 참, 좀 앞당겨 내려와서 그런 좋은 의견을 줄것이지.》

김성옥은 녀사의 손을 꼭 잡았다.

녀사께서는 담담한 어조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내 생각에는 말이예요. 가족들속에서 군중문화예술활동도 활발히 벌리는것이 좋겠어요. 군관가족들은 외진 곳에서 살고있어요. 리다동무랑 춤을 추러 강서까지 간다는데 그것은 충족되지 못하는 문화정서적욕구때문이기도 해요. 가족들로 써클을 무어서 군인들앞에서 공연을 하는것이 좋겠어요. 필요한 경우에는 남편과 혼성2중창을 하게 하고. 정치부교장동지는 가족써클에 남편들을 동원시키는것도 보장해줄거예요. 그래서 이 오석산밑에서 군관들뿐아니라 가족들의 노래소리도 우렁차게 울리고 흥겨운 춤판도 벌어지게 하면 좋을거예요.》

 

련 재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6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7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8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9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0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1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2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3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4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5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6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7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8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9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0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1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2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3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4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5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6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7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8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9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0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1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2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3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4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5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6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7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8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9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0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1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2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4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5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6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7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8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9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0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1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2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3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4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5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6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7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8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9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마지막회)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0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