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 회)

제 3 장

1

 

(1)

 

《운전사동무, 이걸 싣고가세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삽과 곡괭이를 하나씩 량손에 들고 승용차곁으로 다가가시였다. 차체를 닦고있던 운전사가 허리를 펴며 돌아섰다.

《그건 댁에서 쓰시는게 아닙니까?》

운전사는 녀사께서 애용하시는 도구라는것을 알고있었다. 그 삽과 곡괭이로 남새밭을 일구시였다. 이즈막에는 가두녀맹원들과 함께 보통강개수공사장에도 그것을 들고나가군 하시였다. 녀사의 손에 다스러진 삽과 곡괭이자루는 반들반들 윤기가 흘렀다.

《오늘은 남새밭김을 매야 하기때문에 집에서는 쓸 일이 없어요.》

《그런데 그걸 왜 싣고가라고 하십니까?》

운전사는 얼떠름해서 물었다.

《오늘 장군님을 모시고 대안리로 가지요?》

《그렇습니다.》

《듣자니 대안리로 가자면 길폭이 좁고 험한 구간을 지나야 한다더군요.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길바닥이 꺼질수도 있어요. 가다가 길이 막히면 어찌겠어요.》

운전사는 녀사의 깊은 사려에 감동했다.

《이런건 제가 미리 준비해야 하는건데…》

그는 삽과 곡괭이를 받아서 짐칸에 실었다.

저택의 현관을 나서신 김일성동지께서 승용차에 오르시였다

녀사께서는 마당을 떠난 승용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계시였다. 무사히 다녀오시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축원하시였다. 참으로 오늘 장군님께서는 뜻깊은 걸음을 하신다. 중앙보안간부학교의 터를 잡으려고 떠나신것이다. 평양학원이 정치군사학교라면 이제 창립될 중앙보안간부학교는 전문군사간부들만을 키워내는 학교이다. 장군님께서는 현대적인 병종의 지휘관들을 키우기 위해 이미전부터 중앙보안간부학교창립을 구상해오시였다. 평양학원만으로는 정규군건설에 필요한 지휘관의 수효를 보장할수 없었다. 평양학원에서는 4월중으로 1기생들이 졸업하게 된다. 개원식을 해서 두달밖에 안되지만 실상 지난해 11월부터 훈련을 받아왔기때문에 그처럼 졸업을 앞당기는것이 가능했다. 절박한 사정이 다른 나라와 같은 긴 교육년한을 허용하지 않았다. 최대한으로 시간을 앞당겨야 했다. 1기졸업생중에서 중앙보안간부학교의 초급지휘관과 교원으로 적지 않은 학생들을 선발할것이다. 중앙보안간부학교의 창립은 우리 나라의 정규군건설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또 하나의 력사적사변으로 될것이다. 그것을 잘 아시는 녀사께서는 오늘 장군님의 걸음이 조금이라도 지체되여서는 안된다고 생각되시여서 삽과 곡괭이를 실어보내시였다. 장군님의 건군위업을 보좌해드리는데 할수 있는 모든것을 다하시려는 불타는 마음이 항시 머리속을 지배하고있었다.

잠시후에 김정숙동지께서는 호미를 찾아들고 남새밭으로 나가시였다. 녀사께서는 부지런히 호미질을 하시였다. 남새포기들은 춤을 추듯이 봄바람에 나붓겼다. 그 하나하나가 쓰다듬어주고싶으리만큼 소중하고 애틋하게 여겨지셨다.

(어서 자래워 평양학원 학생들의 식탁에 올려주자.)

마음속으로 뇌이시였다.

새 이랑에 접어드는데 귀에 익은 부름소리가 들리였다.

《형님.》

머리수건을 벗어 얼굴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돌아보시였다. 나들이옷차림을 한 인복이가 밭머리로 달려왔다. 친정에 다녀오는 길이였다. 밝게 웃는것으로 보아 갔던 일이 뜻대로 된 모양이다.

《친정부모님들도 승인했어요!》

인복은 기쁨에 넘쳐 불쑥 말했다.

녀사께서는 그의 친정부모들이 무엇을 승인했는지를 알고계시였다.

며칠전의 어느날 저녁이였다.

저녁상을 물리신 장군님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기시였다. 아무말씀도 없이 응접실의 창쪽을 응시하고계시였다. 두눈을 가늘게 쪼프리신 얼굴에는 심뇌의 빛이 흘렀다.

녀사께서는 안타까이 장군님을 바라보시였다. 까닭을 알고싶으셨지만 묻지 않으시였다. 언제나 장군님께서 펼치시는 당과 국가의 중대사를 스스로 알아보려고 하지 않는것을 생활의 철칙으로 여기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잠시후에 한켠구석에서 책을 읽고있는 인복에게 머리를 돌리시였다.

《지금 인복인 나이가 몇이던가?》

사색에서 풀려나지 못한 안색으로 조용히 물으시였다.

인복은 책에서 시선을 들며 두눈을 삼박거렸다. 느닷없는 물으심에 어리둥절한 기색이였다.

《평양학원에 가서 공부할 생각이 없나?》

인복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침묵했다. 어떻게 대답을 올려야 할지 몰라서 조언을 청하듯 녀사를 바라보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하면서 줄곧 장군님의 안색을 살피시였다. 단순히 인복이의 공부할 의향을 알아보시려고 심각한 사색에 잠겨계시지는 않을것이다. 말없는 인복에게서 머리를 돌리신 장군님께서 녀사에게 말씀하시였다.

《오늘 녀자들의 입대문제를 토론했소. 우선 녀성지휘관들부터 키워야 하겠기에 나는 평양학원에 다음기부터 녀자들도 입학시키자고 했소. 이제 창립될 중앙보안간부학교에도 장차 그렇게 하자고 했소. 그런데 고개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없지 않았소. 남존녀비사상이 사회생활의 어느 분야보다도 군사분야에 깊이 뿌리내려있는것만큼 그럴수 있었소. 자기의 딸이 군복을 입고 총을 잡는다면 펄쩍 놀랄 부모들이 많은것은 사실이요. 총과 녀자는 인연이 없다고 여기는 관념이 굳어져있으니까. 그러나 나는 남존녀비사상과 굳어진 낡은 관념을 타파하고 해방된 우리 나라의 녀성들을 남자와 동등한 지위에 올려세우자면 건군의 한쪽 수레바퀴도 그들이 떠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소. 어떤 사람들은 남자들만으로도 넉근한데 현재로서는 녀자들을 군사학교들에 입학시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소. 남녀평등권법령을 발포한 다음의 일이라는거요. 그러나 나는 정치와 경제분야보다도 그 차별이 제일 극심했던 군사분야에서부터 남녀평등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소. 혁명의 주인으로 그 지위를 담보하는것은 총이요. 녀자들도 해방된 조국에서 총을 메고 나선다는 놀라운 사실이 전해지면 머지않아 남녀평등권법령이 발포될 때 참말로 녀자들도 혁명의 주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누구나 산 현실로 감수할거란 말이요.

우리는 이미 1936년 4월 만강부근의 수림속에서 녀성중대를 조직했던 좋은 경험이 있지 않소. 박록금을 비롯한 녀투사들이 얼마나 용감하게 싸웠소. 그들에게는 보통남자들도 따를수 없는 군사적예지가 있었고 불굴의 투지와 희생성이 있었지. 그래서 내 오늘 나라를 일떠세우는데서 녀자들의 지위문제도 설명해주고 녀성중대이야기도 들려주었소. 그러자 처음에는 기웃거리던 사람들도 군사학교들에 녀자들을 입학시키는것을 모두 찬성했소.》

김정숙동지께서는 커다란 흥분에 휩싸이시였다. 장군님께서 취하신 조치의 심장한 의미가 순간에 헤아려지셨다. 동시에 당당한 전투대오로 녀성중대가 조직되던 만강의 4월이 생생히 되새겨지셨다. 그때에도 처음은 일부 지휘관들이 독자적인 녀성중대의 조직을 우려했었다. 그랬으나 그후 녀성중대는 여러 전투에서 빛나는 위훈을 세웠다. 대영전투와 동강전투… 하많은 전투들에서 녀장부들이 발휘한 지략과 용감성은 남자들을 경탄시켰다.

잠시 동안을 두셨던 장군님께서는 인복에게 머리를 돌리시였다.

《평양학원 2기부터 녀학생들을 정작 모집하자면 어려울수 있어. 1기때 원주가 앞장에 선것처럼 이번에 녀학생들의 입학에서도 우리 가문이 앞장에 서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인복이밖에 젊은 녀자가 없어. 이미 결혼을 한 몸이지만 학제가 몇달밖에 안되는것만큼 결심이 서면 얼마든지 공부할수 있다고 보는데 본인생각은 어떤가?》

깊이 생각을 하시던 끝에 충분한 리해를 바라며 건늬시는 말씀이였다.

장군님, 학원으로 가겠습니다.》

인복은 선뜻 대답을 올리더니 어조를 바꾸며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시부모님들이 허락하시겠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심히 고개를 드는 얼굴에 난색이 어리였다. 그로서는 시부모님들께 학원에 가겠다고 하기가 어려울것이다. 시집을 온지 세해가 되지만 나이탓인지 인복에게는 시부모님들앞에서 조심을 두는 새색시의 숫저움이 남아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빙긋이 웃으시였다.

《그렇다면 원주를 학원에 보낼 때처럼 내가 한번 만경대에 걸음을 해야지.》

《바쁘신데 그 일은 저한테 맡겨주십시오.》

녀사께서 말씀하시였다.

이튿날 인복이를 데리고 만경대로 가시였다. 전례를 미루어보면 조부모님들과 삼촌은 인복이의 입학을 찬성하실것이다. 삼촌어머님은 어떻게 나올가? 알수 없으시였다. 인복이도 시어머님의 립장을 우려했다. 그런데 정작 일가분들앞에서 찾아온 사연을 말씀드렸더니 누구보다 먼저 입을 여는 삼촌어머니의 말이 뜻밖이였다. 깊은 회오에 잠기며 이렇게 말했다.

《원주를 학원에 보낼 때는 내가 장군의 속을 태웠네. 그때 거기서는 청진에 있었으니까 잘 모를걸세. 나는 아직 몸이 추서지 못한 원주의 어깨에 총을 메울수 없다고 고집을 세웠지. 그것이 여북 딱했으면 장군이 우리 어머니를 대신해서 저를 리해해주셔야 할 삼촌어머니가 그러시니 마음이 무겁다고 하였겠나. 후에는 깨달은바가 커서 나도 크게 뉘우쳤네. 그 일도 그 일이지만 장군의 숙모라고 남들앞에서 어깨를 솟구던 설익은 버릇도 고쳤지. 안도의 어느 등판에 누워계신다는 형님이 자주 생각되더란 말이야. 그럴 때면 눈물이 저절로 흐르군 했네.

나는 새애기가 학원엘 가는걸 적극 찬성하네. 장군의 뜻을 따라서 우리 집안의 녀자들도 총을 메는데 앞장에 서야지!》

말끝을 맺는 현양신의 얼굴에 그윽한 빛이 흘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의 급격한 성장을 보시는것이 무등 반갑고 기쁘시였다. 그 역시 만경대가문의 며느리라는 생각이 새삼스레 가슴에 사무쳐왔다.

《삼촌어머니, 그렇게 리해해주시니 고맙습니다.》

형록삼촌은 워낙 과묵한분이여서 아무 말씀도 없었다. 생각이 짧았던 지난날을 숨김없이 터놓는 안해를 놀라운 표정으로 한순간 쳐다보셨을뿐이다.

 

 

련 재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6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7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8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9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0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1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2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3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4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5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6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7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8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19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0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2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3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4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5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6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7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8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29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0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1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2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3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4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5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6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7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8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39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0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1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2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3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4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5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6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7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8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49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0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1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2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3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4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5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6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7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8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제59회)
[총서 《충성의 한길에서》] 별들은 빛난다 (마지막회)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0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