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회)

제 1 장

7

 

《아니, 녀사께서 어떻게…》

차영환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상긋이 웃으며 그의 손을 친절히 잡아주시였다.

《전처럼 동무라고 부르세요. 어색하게 귀에 선 말로 부르면 영환동무를 두번 다시 찾아오지 않겠어요.》

《그러면 안되지요. 자, 어서 앉으십시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가 권하는 의자에 앉으시였다. 상봉의 반가움에 줄곧 차영환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시였다. 이마가 넓고 아래턱이 빠름한 차영환도 내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와 청진에서 헤여진 후로 두달도 채 못되여 이렇게 다시 만날줄이야. 그는 청진철도경비대에서 적대분자들을 색출하는 사업을 하다가 보안국으로 소환되였다.

《새로운 직무가 마음에 듭니까?》

《무엇보다 장군님을 가까이 모시고 종종 뵈옵게 된것이 기쁩니다. 정숙동지도 아다싶이 저야 오랜 세월을 두고 장군님곁에서 싸우기를 열망해온 사람이 아닙니까.》

싱긋이 웃고있는 차영환의 얼굴에 사무친 감회가 그윽히 흘렀다. 참말로 그랬었다. 그가 장군님을 찾아와 슬하에서 싸우도록 하여달라고 간청을 한것은 1936년 여름이였다. 당시 그는 국제공산당 원동지부에서 발간하는 잡지의 편집성원이였다. 국제당지부에 전달되여오는 장군님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던것이다. 장군님께서는 간곡히 설복하시였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동무를 내여놓고싶지 않다. 함께 손잡고 싸우고싶다. 그러나 우리는 국제당과의 관계도 중시한다. 돌아가서 조선혁명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여주기 바란다. 승리의 그날에 우리 다시 조국에서 만나자-

-장군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눈물속에 벌어진 뜨거운 작별이였다.

국제당으로 돌아간 차영환은 장군님의 혁명로선과 조선인민혁명군의 전과를 잡지에 여러건 소개했다.

국제당이 해산된 후로는 쏘련 까게베성원으로 복무했다.

쏘도전쟁의 전기간에 적극적인 반탐활동을 벌리였다. 도이췰란드가 패망을 한 다음에는 쏘련군 원동사령부로 옮겨왔다. 거기에서도 역시 반탐사업을 하였다. 대일작전을 눈앞에 둔 때였다.

차영환은 일성장군님을 찾아서 원동훈련기지로 왔다.

김정숙동지께서 그를 만나신것은 그때가 처음이였다.

차영환은 장군님께 조선빨찌산의 한 성원으로 조국해방성전에 참가시켜달라고 하였다.

장군님께서는 두번 다시 그를 설복하시였다.

-대일작전에는 우리와 함께 쏘련군대도 참가하게 된다. 군적을 어디에 두었던간에 조국해방을 위해 잘 싸우면 되지 않는가. 우리는 지금 쏘련군대와의 협동으로 국내정찰을 조직하려고 한다. 나는 동무가 쏘련군측의 정찰병이 되였으면 한다.-

그리하여 차영환은 오백룡과 함께 대일작전전야에 국내정찰임무를 수행하였다.

마침내 나라가 해방되자 그는 오랜 세월 가슴속 깊이에 쌓였던 소원을 풀었다. 쏘련군대의 군적에서 벗어나 장군님의 휘하에서 일을 하게 되였다. 장군님으로부터 해방된 조국에서 받은 첫임무가 청진철도경비대에서 벌린 반탐사업이였다. 장군님께서 이번에 그를 평양으로 소환하신것은 그럴만 한 까닭이 있었다. 쏘미공동위원회 결정으로 미군측 대표부가 평양에 상주하게 되였다. 그 대표부는 외교의 탈을 쓴 간첩모략의 소굴이였다. 미군 수석대표 스미스는 로회한 정보모략가였다. 놈들과의 대결에는 차영환과 같은 경험있는 반탐일군이 필요했던것이다.

이러한 경위때문에 김정숙동지께서는 차영환이 산에서 함께 싸우던 전우들처럼 미덥고 친근하게 느껴지셨다.

장군님께서는 반탐사업의 제일 어려운 임무를 번번이 동무에게 맡기시는군요. 그만큼 동무를 믿으시기때문이지요.》

《그런데 그 신임에 보답하겠는지 모르겠습니다. 며칠간 료해를 해보니 미군대표부가 평양에 와서 둥지를 튼지는 얼마 안되지만 보이지 않는 줄을 적지 않게 늘인것 같습니다.》

《동무는 놈들의 모략을 성과적으로 짓부실거예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뜨거운 고무를 보내시였다. 그리고 말머리를 돌리시였다.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겠어요?》

《정숙동지의 부탁이라면야…》

차영환은 선선히 응대했다.

《혹시 영환동무가 아는 사람들중에 평양학원의 기술병종교원을 할만 한 사람이 없을가요?》

차영환은 잠시 생각을 굴리더니 턱밑을 문지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사람 있기는 한데

어쩐지 미타해하는 기색이였다.

《어떤 사람입니까?》

《땅크군관학교를 나온 한쎄르게이라는 사람입니다.》

차영환은 그의 래력을 이야기했다.

한쎄르게이의 어릴적 이름은 한동훈이였다. 원동에 사는 조선사람들이 세운 소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그렇게 불렀다. 조선인소학교는 몇해를 못 가고 페교되였다. 한동훈은 쏘련학생들이 공부하는 중학교에 입학원서를 내면서 로씨야식으로 이름을 고치지 않으면 안되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의 아버지는 절통하게 부르짖었다.

《왜놈의 창씨개명에도 불복했던 우리가 쏘련에 와서 이름을 바꾼다는게 말이 되느냐. 왜놈의 칼에 목이 떨어지면서도 조상대대로 이어온 조선사람의 이름을 지켜낸 우리 겨레이다.

동훈아, 더 공부를 못할망정 내가 지어준 이름은 절대로 못 바꾼다!》

왕년에 화승대를 틀어잡고 의병으로 싸웠던 아버지의 다짐은 이를데없이 지엄했다. 향학열에 불타던 한동훈은 치따에 있는 고모네 집에 옮겨가서 이름을 고치고 중학교공부를 했다. 그것이 아버지와의 마지막리별이였다.

쏘련당국은 원동에 살던 조선사람들을 중앙아시아로 집단적으로 이주시키였다. 한동훈의 아버지는 대륙을 횡단하는 고달픈 려행도중에 유개화차에서 숨졌다. 그는 운명의 시각에 조선이 해방되면 자기의 뼈를 조국에 옮겨달라고 유언했다. 살아서 돌아가지 못한 조국에 죽어서라도 돌아가고싶은것이 최후의 념원이였다.

한동훈은 후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우즈베끼스딴의 조선인 꼴호즈를 찾아갔을 때야 동포들로부터 사연을 들었다. 그는 아버지의 묘소앞에서 통곡을 터뜨렸다. 류랑의 이국살이에서 안해를 잃은 다음 재취도 하지 않고 아들 하나를 키워온 아버지였다. 홀로 살면서 갖은 고생을 다하였지만 커가는 아들애한테 애오라지 희망을 걸면서 그 고생을 락으로 삼아왔다. 어린시절의 한동훈에게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까지 대신해주었다. 그러한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집을 뛰쳐날 때 철없던 가슴에도 눈물이 고이였다. 하지만 공부를 해서 장차 성공을 하면 아버지에게 못다한 효도를 다할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결단을 내렸다. 그런데 아버지가 그렇게 돌아갈줄이야

한동훈은 그후 붉은군대에 초모되였다. 땅크군관학교를 나온 그는 쏘도전쟁의 전기간 땅크구분대 지휘관으로 싸웠다. 적아 땅크들의 대격전으로 유명한 꾸르스크에서 위훈을 떨쳤고 동유럽의 대지를 무한궤도로 짓뭉개며 베를린까지 진격했다. 머리가 총명하여 작전과 기술실무에 밝았다.

현재 그는 평양에 주둔한 쏘련군 기계화보병사단의 참모로 복무하고있었다.

《좋은 사람이군요!》

김정숙동지께서는 한동훈에게 호감이 가시였다. 듣고보시니 하루빨리 조국과 겨레의 품에 안기도록 이끌어주고싶은 청년이였다. 이역에서 자라서 쏘련군대에 복무하고있지만 그에게는 겨레의 넋이 살아있다고 볼수 있다. 그의 아버지는 애국의 기개가 그리도 높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역으로 흘러갔다. 아들이라도 해방된 조국에서 건군위업에 기여한다면 그의 아버지는 땅속에서도 기뻐할것이다. 한동훈자신도 조국의 장한 아들로 인생전환을 하게 될것이다.

《그런데 그를 소환하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차영환은 손끝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어째서요?》

《우선 쏘련군대에서 그를 내놓자고 하지 않을겁니다. 랴쉔꼬사단장이 그를 오른팔처럼 여기고있습니다. 다른 한가지는 본인의 의사인데 그가 응하겠는지 모르겠습니다.》

《장군님께서 말씀하시면 랴쉔꼬가 들어줄겁니다. 나도 그 장령을 잘 압니다. 우리 집에도 여러번 왔댔어요. 문제는 본인의 의사지요. 내 생각에는 그가 아버지의 과거도 알고있는것만큼 선뜻 나설것 같군요.》

《제가 한번 찾아가서 권고해보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세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일이 뜻대로 되리라는 희망을 안고 저택으로 돌아오시였다. 여러모로 보아 한동훈같은 적임자는 없을것이다.

그날 저녁 저택에 돌아오신 장군님께 한동훈에 대해 말씀드리였다.

장군님께서도 기뻐하시였다.

《들어보니 좋은 동무를 찾았구만. 그렇게 능력있는 동무가 평양학원에서 교편을 잡는것도 물론 좋은 일이요. 보다 중요하게는 해외에서 살던 한 동포청년을 조국의 품에 안아서 우리의 무장대오에 내세운다는 사실이요. 우리의 건군위업은 무엇보다 사람들의 성장과 운명개척과정으로 되여야 하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가슴이 설레이시였다. 한동훈을 아직 만나보신적은 없지만 기대가 커서인지 오래전부터 알고있는 사람처럼 느껴지셨다.

그로부터 이틀후였다.

응접실에서 홍구에게 글을 가르치시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차영환입니다.》

《한동훈동무를 만나보았습니까?》

김정숙동지께서는 수화기를 바싹 귀가에 누르며 급히 물으시였다.

《만나보았습니다.》

메마른 음성이 들리더니 전류흐름소리만이 길게 뒤따랐다. 왜서인지 차영환은 인차 뒤말을 계속하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가슴을 쳤다.

《어떻게 되였습니까?》

《알아들을만큼 설복을 하였는데 그 사람이 응하지 않았습니다. 본인도 그렇지만 그 사람 처는 펄쩍 뛰면서 반대를 했습니다.》

한껏 기대로 부풀던 가슴이 싸늘하게 식어드는것을 의식하며 캐여물으시였다.

《한동훈의 안해는 로씨야녀자인가요?》

《조선족이기는 한데 민족의식이란 꼬물만치도 있어보이지 않는 녀자입니다. 너무 화가 나서 당신네부부의 혈관속에 도대체 조선사람의 피가 흐르는가고 욕을 퍼붓고 돌아왔습니다.》

《내가 한번 찾아가면 어떨가요?》

《공연한 걸음이 될겁니다. 찾아가지 마십시오. 나는 그 사람과 절교를 선언해버렸습니다.》

전화가 끝났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 자리에 망연히 서계시였다. 서려드는 실망감에 부지중 한숨을 터치시였다.

 

련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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