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112(2023)년 제7호에 실린 글
동화
꿈구슬
김진주
제 2 회
제일 《한심한》 일감을 맡은 제일이
손꼽아 기다리던 일감을 맡는 날이 왔습니다.
제일이는 동무들과 함께 동산 한가운데 있는 버섯광장으로 갔습니다.
이제 여기서는 녀왕개미가 제일이네에게 일터를 맡겨주게 됩니다,
《난 병사개미가 될테야.》
《난 굴뚫는 일을 할테야.》
제일이네 동무들은 녀왕개미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오구작작 떠들어댔습니다.
제일이는 동무들을 눈아래로 보며 으시댔습니다.
《난 동산에서 제일가는 사냥개미가 될테야.》
《제일아, 넌 우리들중에 몸집도 제일 크고 힘도 제일 세니 꼭 그렇게 될거야.》
깜장이라는 개미가 제일이에게 하는 말이였습니다. 다른 동무개미들도 깜장이의 말에 고개를 까딱거리며 짝짜그르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마침내 녀왕개미가 나와 일터를 정해주었습니다.
제일이는 조바심이 나서 자기의 이름이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겠습니까.
녀왕개미가 글쎄 제일이에게 사냥개미의 일이 아니라 보모개미의 일감을 주는게 아니겠어요.
동무개미들도 의아한 눈으로 녀왕개미와 제일이를 번갈아보았습니다. 보모개미의 일은 아직 걷지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움직거리는 애기개미들을 돌보는 일이여서 제일이가 일중에서도 제일 시시하고 한심한 일로 여기고있던 일감이였습니다.
제일이는 참지 못하고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녀왕님, 난 몸집도 이렇게 크고 힘도 동무들중에서 제일 센데 왜 보모개미일을 맡기나요?》
녀왕개미는 얼굴에 웃음을 띠우고 제일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바로 그래서 보모개미일을 맡기는거예요,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전 사냥개미가 되여 이름을 떨치고싶습니다.》
녀왕개미는 촉각을 꼿꼿이 세우며 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우리 개미동산에 일감을 타발하는 개미는 아직 없었어요. 그러니 맡겨준 일을 잘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제일이는 촉각을 축 늘어뜨리고 대답했습니다.
녀왕개미는 제일이의 곁으로 다가와 그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말했습니다.
《이름을 떨치겠다는 욕망을 앞세우면서 일감타발을 하면 아무 일도 잘할수 없는 법이예요. 앞으로 보모개미일을 잘하게 될 때 찾아오세요. 그러면 사냥개미일을 맡겨주겠어요.》
제일이는 귀가 번쩍 트이여 머리를 들었습니다.
《그게 정말이나요?》
《그래요. 제일이에게만은 내 특별히 약속하지요.》
제일이는 더 다른 말을 못하고 애기개미들이 있는 방으로 터벌터벌 걸음을 옮겼습니다.
제일 보람있고 멋진 일감을 맡아 본때를 보이려고 했는데 제일 《한심한》 일감이 차례질줄이야. 애기개미들의 뒤시중이나 들어가지고 언제 이름을 날려보겠나요.
그의 목에 걸린 하얀 꿈구슬은 제일이의 마음을 모르는지 춤을 추듯 달랑거렸습니다. 반들반들 윤기만 돌뿐 아직은 빛을 뿌리지 않는 꿈구슬이였습니다.
꿈구슬을 내려다보던 제일이는 주먹을 꼭 부르쥐였습니다.
《그래, 이렇게 맥없이 주저앉을수는 없어. 난 꼭 사냥개미가 되여 나의 꿈을 이룰테야. 꿈구슬아, 조금만 기다려, 네가 빛을 뿌리게 할테니.》
제일이는 꿈구슬을 소중히 어루쓸며 다짐하였습니다. 제일이는 보모개미방으로 힘차게 발걸음을 내짚었습니다.
다음날부터 제일이는 보모개미일을 시작하였습니다.
사냥개미가 되자면 녀왕개미와 약속한대로 보모개미일을 잘해야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일이는 남보다 먼저 일터로 나왔고 남보다 늦게 돌아가군 하였습니다.
제일 한심하고 시시한 일거리고 보았던 보모개미일은 눈코뜰새 없이 바빴고 무척 고되였습니다. 알보관방에서는 알들을 하나하나 뒤적여놓아야 하였고 애기개미방에서는 알보관방에서 옮겨온 갓난 애기개미들을 풀잎요람우에 눕혀놓고 잠시도 헛눈팔새없이 돌보아야 하였습니다.
애기개미들은 정말 애꾸러기들이였습니다. 아직 보지도 못하고 다리도 나오지 않은 애기개미들이였지만 잠시라도 눈길을 돌리면 꼼지락거리다가 요람에서 떨어지든지 꼭 무슨 일이 생기군 하였습니다. 제일이는 그럴 때마다 애기개미들이 다칠가봐 가슴이 철렁하군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루종일 애기개미들의 시중으로 치닥거리고나면 힘센 제일이도 온몸이 나른하였습니다. 게다가 밤에는 밤대로 애기개미들을 지켜 밤샘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제일이는 한마디 불평없이 수걱수걱 일해나갔습니다. 제일이의 마음속에는 이 일을 잘해서 한시바삐 사냥개미가 될 생각뿐이였습니다. 이제 자기가 맡은 애기개미들이 다 커서 일터로 나갈 때쯤이면 자기도 사냥개미가 될수 있을거라고 제일이는 생각하고있었습니다.
그래서 맡은 일에서 조그마한 실수라도 있을세라 눈을 밝히며 깐지게 해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