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112(2023)년 제1호에 실린 글
동화
황철나무 꽃바구니
박원남
(제 2 회)
한참만에 벌새는 딱따구리를 데려왔습니다.
딱따구리는 황철나무그루터기에 내려앉아 일을 시작했습니다. 얼마후에 황철나무그루터기는 커다란 바구니처럼 되였습니다.
《이만하면 되겠지요?》
딱따구리는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응, 정말 수고들 했다. 수고들 했어.》
황철나무그루터기는 진정으로 고마와했습니다.
《백일홍씨앗이 여무는 날 다시 오겠어요.》
딱따구리와 벌새는 이런 말을 남기고 씽 하니 날아갔습니다.
황철나무그루터기는 그들이 고마와 오래도록 바래주었습니다.
(이제는 흙을 날라와야 할텐데…)
황철나무그루터기가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데 마침 송이구름이 지나갔습니다.
《송이구름아, 송이구름아.》
송이구름이 제꺽 알아보고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이번엔 뭘 부탁하려나요?》
《자꾸 부탁만 해서 미안하구나.》
《일없어요. 어서 말하세요》
《사실 내 속살이 좋은 거름으론 되지만 백일홍이 자라려면 흙이 있어야 할것같구나.》
《음- 그러니 흙이 있어야 한단 말이지요? 좋아요. 돌개바람한테 부탁하겠어요.》
황철나무그루터기가 고맙다는 말을 할새도 없이 송이구름은 동동 떠갔습니다.
얼마후 돌개바람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황철나무그루터기를 한참이나 살펴보더니 머리를 끄덕이였습니다.
《황철나무그루터기아저씨, 정말 좋은일을 하려는구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내가 제꺽 보드라운 흙을 날라오겠어요》하더니 돌개바람은 올 때와는 달리 소리없이 사라졌습니다.
얼마후 돌개바람이 몸을 윙- 윙- 돌리며 다시 날아왔습니다. 그의 몸안에서는 흙이 함께 빙글빙글 돌아가고있었습니다.
황철나무그루터기우에 날아온 돌개바람이 윙- 윙- 돌리던 몸을 딱 멈춰세웠습니다.
그러자 그속에 있던 흙이 호르륵호르륵 황철나무그루터기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곯지도 남지도 않았습니다.
황철나무그루터기는 사기가 났습니다.
애써 노력한 끝에 백일홍을 키울수 있는 준비가 충분히 갖추어졌던것입니다.
드디여 백일홍의 씨앗이 다 여물었습니다.
벌새가 약속을 잊지 않고 날아왔습니다.
그는 백일홍의 씨앗들중에서 잘 여문 씨앗들을 알알이 골라 그에게 물어다주었습니다.
황철나무그루터기는 그 씨앗들을 품에 꼭 안았습니다.
마가을이 지나가고 추운 겨울이 닥쳐왔습니다. 이해따라 추위왕의 기세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황철나무그루터기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더 깊숙이 씨앗들을 묻고 추위에 얼세라 온갖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그의 정성에 추위도 결국 백일홍씨앗들을 얼구지 못하였습니다.
드디여 따스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황철나무그루터기에서는 남먼저 움이 텄습니다.
《야, 내가 백일홍씨앗들을 싹틔웠다!》
황철나무그루터기는 너무 기뻐 소리쳤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송이구름이 제일먼저 날아왔습니다.
《야, 정말 싹이 텄네!》
송이구름은 몽실몽실 떠오르며 춤을 추었습니다.
벌새도 어떻게 알았는지 날아와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야, 거참 희한한데…》
그도 황철나무그루터기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었습니다.
여기에서 힘을 얻은 황철나무그루터기는 싹들이 빨리 자라도록 애를 썼습니다.
백일홍싹들이 한뽐이나 솟아오른 날이였습니다.
처녀애들이 노래를 부르며 왔습니다. 그들은 지난해에 백일홍을 심어가꾼 애들이였습니다.
올해에도 백일홍꽃밭을 만들려고 나왔던것입니다.
충심이라는 처녀애가 황철나무그루터기에 나온 싹을 보고 머리를 갸웃거리며 다가왔습니다.
《이게 풀일가? 꽃씨앗에서 나온 싹일가?》
다른 처녀애들도 다가와 살펴보았습니다. 찬찬히 뜯어보던 영미가 밝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건 백일홍씨앗에서 나온 싹들이야! 분명해.》
《그래?》
《그럼!》
충심이는 그제야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다른 처녀애들도 너무 희한해 보고 또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손들을 맞잡고 황철나무그루터기주위를 빙글빙글 돌아갔습니다.
《우리 이제부터 이걸 황철나무꽃화분이라고 하자. 그리고 백일홍꽃밭도 가꾸면서 이 황철나무꽃화분도 함께 가꾸자.》
《응, 그러자꾸나, 호호호.》
처녀애들은 웃고떠들며 한동안이나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다가 백일홍꽃밭을 만들어놓고 돌아갔습니다.
황철나무그루터기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자기가 한 일이 이렇게까지 기쁨을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것입니다.
(래일부터 더 부지런히 백일홍을 가꾸어야겠어.)
애쓴 보람이 있어 꽃이 피는 날이 왔습니다. 붉은색, 분홍색, 노란색, 흰색의 백일홍들이 황철나무그루터기안에 가득 피여났습니다. 황철나무그루터기는 하나의 큰 꽃바구니가 되였답니다. 황철나무그루터기의 마음은 정말 그 무엇에도 비길데없이 기뻤습니다.
이날 지나가던 빵빵이가 그를 보고 퉁방울눈을 디룩거리며 놀라와했습니다.
《아니, 이게 자네의 솜씬가? 정말 대단하네. 대단해!》
《다들 제일처럼 도와주어 이런 날을 보게 되였네.》
《그래도 자네의 노력이 더 컸겠지. 놀랍네, 놀라워. 난 숱한델 돌아보았다만 이런 희한한 꽃바구니는 처음 보네. 처음 봐, 하하하… 이걸 보고 돌우에도 꽃을 피운다고 하는가? 아니지, 이젠 나무그루터기에도 꽃을 피운다고 해야지, 안그런가? 황철나무꽃바구니!》
《황철나무꽃바구니? 너무 비행기를 태우지 말라구.》
황철나무그루터기가 멋적어하자 빵빵이는 정색해서 말했습니다.
《아니야, 자넨 우리에게 보람있게 산다는게 무언가 하는걸 깨우쳐주었네. 나도 자네처럼 살겠네.》
빵빵이는 어서 가서 모두에게 이 희한한 황철나무꽃바구니를 보러오라고 말하고싶어 급히 떠나갔습니다.
그후 황철나무꽃바구니에는 서리가 내릴 때까지 백날이 넘도록 백일홍꽃들이 곱게곱게 피였습니다.
황철나무그루터기의 소원은 이렇게 이루어졌답니다.
벌새는 그것을 동네방네 자랑하느라 겨울나이준비도 뒤로 미루고 돌아갔습니다.
송이구름도 그 소식을 전하느라 분주히 떠다녔습니다.
이들의 노력이 있어 황철나무그루터기의 소행은 너도나도 다 알게 되였답니다.
그의 소행을 전해들은 이들은 황철나무그루터기처럼 아름답게 살겠다고 모두 약속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