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111(2022)년 제1호에 실린 글

 

동화 

흰토끼의 밝은 눈

황령아

2

 

그는 단숨에 사슴에게 달려갔습니다.

《사슴아!》

《그래, 알아왔니?》

《응, 측백나무는 사철푸른나무이고 잎은 앞뒤가 없대.》

《그래? 그런데 앞뒤가 없는 사철푸른나무가 뭐 측백나무 하나뿐인줄 아니? 노가지나무, 향나무잎들도 앞뒤가 없단다.》

《그래?》

흰토끼는 또 말문이 막혔습니다.

《다른 특징은 없다던?》

《다른 특징?》

흰토끼는 이번에도 대답이 궁했습니다.

《말하자면 향기라든가?》

그 말에 흰토끼는 제꺽 대답했습니다.

《그야 향기롭겠지 뭐.》

《향기에도 여러가지가 있지 않니. 쑥향기가 다르고 박하풀향기가 다르듯이 말이야.》

흰토끼는 냄새까지 알아오지 못한것이 후회되였습니다.

《그럼 내가 가서 다시 알아오겠어.》

흰토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냅다 달려가 오소리를 만나고 되돌아왔습니다.

《사슴아, 그 측백나무향기는 쑥향기도 아니고 박하풀향기도 아니고 몹시 독특하대. 그래서 벌레들이 싫어한다누나.》

《그래? 그럼 어떤 곳에서 자란다니?》

《어떤 곳에서 자라느냐구?》

흰토끼는 또다시 말문이 막혔습니다.

생각해보니 가장 중요한것을 모르고 있은것이였습니다.

흰토끼는 그것마저 알아오지 못한 자기가 막 미웠습니다.

《그럼 내 다시 가서 알아오겠어.》

흰토끼는 미처 말릴새도 없이 또다시 달려갔습니다. 그는 부끄러웠지만 오소리에게 또 물었습니다.

《오소리야, 측백나무는 어떤 곳에서 잘자라니?》

흰토끼를 이윽토록 바라보던 오소리는 《원 애두, 그렇게 엉치가 가벼워가지고 무슨 일을 제대로 하겠니. 벌써 몇번째냐? 하나를 알아도 놓치는것이 없도록 깐깐히 따져가며 배워야 한단다.》하더니 혀를 차며 말을 이었습니다.

《자, 이 책을 구체적으로 읽어봐라.》

오소리가 준 책은 여러가지 나무와 풀들에 대해 적은 식물책이였습니다.

측백나무의 생김새며 냄새, 쓰이는 곳과 어떤 곳에서 잘 자라는가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몇번이고 곰곰히 읽어보고난 흰토끼는 책을 덮고나서 다시 눈을 감고 새겨보았습니다.

흰토끼는 사슴에게 자랑스레 말했습니다.

《사슴아, 측백나무는 모래메흙땅에서 잘자라는데 주로 산기슭에 많이 퍼져있다누나. 그리고 잎은 사철 푸르고 고기비늘같은 잎줄기에 앞뒤가 따로 없는 그물모양이라누나. 또 나무의 모양은 고깔처럼 생긴 외기둥모양이구.》

《그래, 정말 구체적으로 알아왔구나. 그럼 이젠 측백나무에 대해 알만하니?》

《응, 이젠 눈을 감고도 알겠어.》

《그럼 이 결명자차를 시원하게 쭉 마시고 나와 함께 산에 가보자.》

흰토끼는 사슴이 주는 결명자차를 쭉 마셨습니다.

(이젠 내 눈이 퍽 밝아졌을거야.)

흰토끼는 이렇게 생각하며 사슴과 함께 산으로 올랐습니다.

정말 얼마 가지 않아 대뜸 측백나무 한그루가 눈에 띄였습니다.

《야, 저기 측백나무가 있다!》

흰토끼는 신바람이 나서 측백나무앞으로 달려가며 소리쳤습니다.

《저기도 있구나, 또 저기도!》

《응, 정말 측백나무가 옳구나.》

사슴도 기뻐했습니다.

측백나무들도 자기들을 알아본 흰토끼가 반가운듯 푸른 가지를 움씰거리며 춤을 추었습니다.

흰토끼는 사기가 나서 떠들썩 소리쳤습니다.

《사슴아, 네가 준 결명자차를 마셨더니 눈이 밝아져서 측백나무가 제꺽 알리누나. 이것 봐. 잎도 고기비늘모양이구 또 앞뒤가 없구 정말 향기도 특이한 향기다야.》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아까 자기가 붙들고 《네가 측백나무냐?》 하고 안타까이 물어본 그 나무들중의 하나였습니다.

흰토끼는 나무밑둥을 툭 치며 말했습니다.

《요건, 아까 내가 물어볼 땐 아니라고 하더…》

그러자 뜻밖에도 그 나무가 이렇게 말하는게 아니겠어요.

《측백나무가 어떤건지 똑똑히 알지도 못하고 와서 이 나무 저 나무 다 물어보는 너에게 무슨 말을 하겠니.》

《아니? …》

흰토끼가 말문이 막혀 뒤더수기를 긁적이는데 사슴이 빙그레 웃으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옳다. 내 생각엔 네가 눈이 밝아져 측백나무를 찾은게 아니라 애쓰고 뛰여다니며 나무에 대해 똑똑히 잘 알았기때문에 찾아낸거라고 생각한다.》

그제야 흰토끼는 자신의 행동에서 느껴지는것이 있었습니다.

흰토끼는 어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옳아, 내가 덤비기만 하면서 대충 알아가지고 산에 가는 바람에 눈앞에 있는 나무도 못찾고 골탕만 먹었댔어.》

그들은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측백나무잎을 뜯었습니다.

코노래를 부르며 돌아오는 흰토끼의 눈은 새로운 결심으로 빛나고있었습니다.

(하나를 알아도 똑바로 아는것이 중요하구나. 그래야 밝은 눈을 가질수 있어.)

 

(끝)

 

흰토끼의 밝은 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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