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8(2009)년 제7호에 실린 글

      

 

화선시첩의 갈피에서

                                              기 경 호

 

움키여 냄새도 맡아보던

전호가 이 흙

이제는 탄피 절반 섞이여

여름내 풀 한포기 돋질 못했다

 

오늘도 벌써 다섯차례

기어코 이 전호를 넘어서자고

우릉와릉―

원쑤의 무한궤도는 집요하게 땅을 구르는데

 

전우들은?… 탄환은?…

반땅크수류탄 량손에 쥔채

어제날 농민― 병사는 누웠다

비스듬히 전호턱을 베고

 

지금은 불구름이 자욱한

저 하늘이였지

논갈이 점심참에 안해가 이고나온

밥에 취해 행복에 취해

논두렁 베고누워 눈이 시도록 바라보던…

 

아, 모살이 끝낸 논에 제초기 박아둔채

덩실한 새 집터에 들보를 얹어둔채

총잡고 쌈터로 떠나온 병사

나날이 피워가던 새살림의 꿈

저 하늘에 다시금 그려보았나니

 

흙빛같은 뺨에 펴나는 미소

병사의 마음은 더욱 불타올랐네

이 전호턱

어쩐지 그날의 논두렁만 같아

죽어도 빼앗길수 없는 행복의 문턱만 같아

 

움쭉― 몸을 일으켜

병사는 양키의 땅크를 맞받아나갔네

그의 마음은 이렇게 부르짖고있었네

안돼 이놈들아

내 땅 논두렁은 절대로 못 넘어!

 

                            (김형직사범대학 작가양성반 학생)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