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학

 잡지 《청년문학》 주체98(2009)년 제9호에 실린 글  

 

    추억에 남는 시

농촌위원회의 밤

김 우 철

  

두메산골

풀섶에서 자라

바위처럼 살아왔더란다

 

등잔불을 끄고

눈을 감으면

산비탈 돌짝 밭머리

오솔길이 눈앞에 선하다

 

한평생 화전을 캐먹고 살아온

구새먹은 어매 아배는

가난에 허리굽고

시름에 쪼들려

산과 같이 늙었고

 

산에서 산으로 자리뜸하며

두더지마냥

부대기를 파뒤지기 서른해,

녀편네와 조마구니자식을 거느려

구름보다 높은 마을에 쫓겨왔고

하늘도 좁은 골짜기에 초막을 쳤더니라

 

눈꽃이 흩날리는

북쪽의 3월달

얼음밑에 숨쉬는 실개천이

해방의 봄노래를 돌돌… 굴려

산기슭을 굽이돌아 씻어내릴무렵

땅은 밭갈이하는 농민에게―

토지개혁의 우람찬 환성은

등을 넘고 비탈길을 감돌아

두메산골에까지 산울림해왔다

 

―나라를 찾은것만 해두 고마운데

땅까지 차지하게 되다니…

―이거 모두 꿈인가, 생시인가

눈은 뜨이고 귀는 열리여

곰처럼 느린 산사람들은

금시 줄달음쳐

그악한 산비탈을 타고넘어왔고

약수터가 자리잡은 마을의 글방에

불을 밝혀 밤으로 모이였다

 

농사군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살아나갈 앞일을 의논해본적이

어느 한당대 꿈엔들 있었던가

어느 세월 하향 상놈이 어울려

하고싶은 말 뇌여본적 있던가

 

―땅은 밭갈이하는 농민에게!

칠판에 굵다랗게 쓴 토필글씨를

한자한자 더듬어읽는 돌쇠는

야학에서 이태나 익혀 유식하다는

머슴살이에 잔뼈가 굵은 로총각이였다

 

―올봄부턴 제땅 갈아 장가밑천 장만하겠수…

  돌쇠의 입김은 능청맞고

―츨츨하고 일 잘하는

  마을처녀를 중매서주리!

박첨지의 대꾸는 너털웃음에 흥겨워

이처럼 오가는 잡담속에서도

기쁨이 샘물처럼 솟는다

 

눈오는 봄도 3월달

약수터를 에워싼 농촌위원회의 밤은

산사람들의 새로운 꿈을 겯고

밤을 밝혀 심지를 돋우며

호박꽃처럼 빨갛게 익었다

 

이제 첫닭이 홰를 치면

산발을 타고 초막에 돌아가

어매 아배앞에 무릎을 꿇고

이 꿈같은 소식을 전하리라

등쌀을 쳐먹던 지주들을 내몰고

우리들 농사군이 땅의 주인이라고―

이 기쁜 소식, 어엿이 사뢰리라!

 

주체35(194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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