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8(2009)년 제10호에 실린 글  

 

단 편 소 설

 

고 정 옥

세상에는 노래가 얼마나 많은가.

한곡한곡을 내가 싣고 오는 마대들에 가득찬 비료알로 세여본다면 아마 한차쯤은 될런지…

아무리 노래가 많다 해도 그만큼 다 부르고싶은 욕망도 끝없다. 내가 몰고가는 뜨락또르운전실에 오르면 꼭 무대마이크앞에 선 심정이다. 어쨌든 《솟는 해를 맞으며 일터로 가는 아침은 좋아…》로 시작된 출근길부터 통통통 발동소리 리듬을 타고 《너와 나 저녁노을 바라볼 때면…》을 부르며 돌아오는 퇴근길까지 그냥 이어진다.

흥얼흥얼, 랄랄라, 휘휘휘…

 

우리 공장 동무들 웃으며 말을 해요

아니 글쎄 날보고 준마탄 처녀래요

 

창조와 로동의 희열로 피끓는 청춘들치고 누가 이 노래를 싫어하랴. 불러도 또 부르고싶은 노래.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가는 벅찬 시대에 나의 뜨락또르 84호는 언제나 첫자리를 절대로 양보치 않을것이다.

《기세 좋다 84호, 오늘도 혁신!》 리속보판에 나붙은 빨간 속보제목이 앞시창으로 날아들어 불덩어리마냥 심장을 달구는듯싶다. 순간 기분좋게 뿜어나오던 휘파람이 뚝 끊기였다.

우리 공장 동무들? 준마처녀?… 그런데 농장벌을 꽃피워가는 준마총각에 대한 노래는 없는가.

자존심의 피스톤은 심장속의 열풍을 지그시 압박하기 시작했다. 내가 왜 남이 지은 노래만 불러야 하는가. 나에겐 무쇠룡마 84호가 있다. 그리고 고향땅에 드넓은 들판이 있는데야…

나의 노래를 울려가자. 나의 노래가 없다면 후날 후대들앞에 나의 청춘시절에 대해 어떻게 떳떳이 말할수 있겠는가. 하다면 가장 위대하고 긍지높은 강성대국을 건설하는 이 시대를 먼 후날 떳떳이 추억할 나의 생활의 지정곡은 과연 어떤것인가.

 

1

 

《연유소비량에 따르는 마력이 얼마인가?》

이것은 엄연히 뜨락또르운전면허시험문제이다. 아니 급수시험때도 이런 문제는 없었다. 더 정확히 뜯어본다면 메탄가스를 《먹는》 뜨락또르가 디젤유를 《먹는》 뜨락또르보다 마력이 얼마나 떨어지는가 하는건데 솔직히 말하면 군안의 숱한 차들중 이런 뜨락또르가 손꼽힐 정도여서 당치 않은 소리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기술적인 답을 요구하는것이 아니라 명백히 84호를 비난하는 속대사가 깔려있다는 점이다. 지난 30여년간 단 한번의 사고없이 달려왔으며 군적으로 제일먼저 대용연료로 공해가 없는 메탄가스시설을 받아들여 나라의 귀중한 연유를 절약하면서도 모든 영농작업을 정상화하여 뭇사람들의 선망의 눈길을 받아온 84호이다.

자력갱생선구자회의에 참가하여 열렬한 박수속에 받은 상장까지 3개의 《26호모범기대영예상》옆에 나란히 걸어놓은 날 저녁 나의 청춘의 심장은 얼마나 끝없는 희열로 높뛰였던가.

다시 생각해보건대 나의 인생의 지정곡은 84호와 더불어 애국의 노래로 될것이라고 믿고싶었다.

그처럼 긍지높이 자부하던 나의 지정곡에 감히 시비를 걸다니…

정말이지 나는 은미가, 누구도 아닌 은미가 기름내가 미처 몸에 배기도 전에 기계화반청년동맹원들의 기술학습토론회에서 정식으로 도전곡을 울릴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2중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 등록장에 혁신자로 추천받은 이 철마(나의 애명)의 위신을 다 망가놓으면서…

사실 그가 우리 작업반에 자원해온다고 관리위원장어머니가 소식을 알려줄 때 제일먼저 환성을 올리며 기뻐한건 이 철마가 아닌가. 나뿐이 아니였다. 운전수들은 물론이고 경비원아바이며 수리반의 단야, 용접 할것없이 모두가 새형의 씨뿌리는기계가 성공하여 시운전을 하던 그때처럼 떠들어댄것만은 사실이다. 하긴 그럴만도 했다.

이 산골마을에 불명예스럽게도 처녀운전수가 아직 없었다는것은 물론이고 리적인 노래모임때마다 말주머니를 늘 차고다니는 일부 녀인들이 선사한 《홀아비중창단》이라는 놀림을 아주 《의젓》하게 지켜오던 우리 기계화반이 아닌가. 더구나 이번 청년절에도 또 독창을 나가야 했는지라 그냥 흥겹게 뽑아지는 휘파람을 두손으로 명쾌하게 반주까지 해댔다. 뜨락또르에 물걸레질을 하고 또 하며…

그것도 그럴것이 아버지가 이젠 나이가 되여 차에서 내린 후부터 나는 교대운전수없이 혼자서 차관리를 해왔다.

대용연료차에서는 다른 차보다 손질감이 더 많은데 은미가 바로 이런 차에 자진해서 온다니 얼마나 기쁜일인가.

《84호, 꽃도 달아야지.》

79호운전수 경철이가 내 심사를 알았는지 긴 목을 뽑아들고 시까스른다. 나는 어째서인지 싫지 않았다.

《경철동무, 같이 가자.》

기계화반 과학기술지식선전실에 들어서니 탄력이 있어보이는 처녀가 작업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있었다. 그에게서 풍겨오는듯싶은 싱싱하고 야릇한 향기가 선전실안을 밝게 해주는듯싶었다.

그를 보는 순간 나는 놀랐다. 어딘가 몹시 낯익어보였던것이다.

어디서 보았을가.

키는 나보다 클사해보이고 함마처럼 단단해보이는 몸매, 그에 어울리지 않게 애티나는 목소리, 사과알처럼 탐스러워보이는 동그란 얼굴…

아, 생각났다. 첫 장거리수송때 단발머리를 날리며 따라오던 기통수처녀였다. 그때 내가 왜 차를 세우지 않았을가.

손을 흔들며 따라오는 그를 후사경으로 보면서도 세우기는커녕 더 속도를 놓았었다. 몹시 급한 걸음같은데 이왕이면 속도가 빠른 뻐스나 자동차를 타고 가기를 바라면서…

그냥 운전대를 돌리며 휘파람을 불어대던 나는 두번째 산굽이에서 그만 입이 얼어붙었다. 별안간 앞에 기통수처녀가 나타나지 않았는가.

나는 운행규정을 몰래 어기다 들켰을 때처럼 죄의식에 사로잡혀 급제동을 하였다. 청청 해밝은 대낮에 소나기라도 맞은듯 땀에 푹 젖은 군복이 시야에 안겨왔다.

《왜 세우지 않아요?》

(왜 세우지 않아요?) 무조건적인 명령투가 밴 어조에 나는 어처구니없어 속으로 반문했다. 《차단봉》까지 들었다면 야멸찬 억양까지도 꼭 교통보안원이라는 생각에 나는 피씩 웃었다.

《동무… 노래가 나와요?》

그는 나의 웃음에 어떤 모욕감을 느꼈는지 《비물》을 훔칠념도 하지 않고 련속 《사격》을 들이댔다.

이젠 노래까지 《단속》하는가.

그는 나의 능글거리는 생각같은것은 안중에도 없이 차뒤에로 돌아갔다. 나도 왜서인지 은근히 긴장되여 그의 뒤를 따랐다. 멎어서는 그의 걸음에 반사적으로 멈춰선 나는 흠칫 놀랐다. 길가에 점점이 찍힌 기름방울들…

《아니 이게…》

속이 띠끔하여 얼결에 변명하고보니 참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대신 무엇인가 뜨겁게 소용돌이치며 가슴속에 차올랐다. 이것때문에 그 먼길을 질러왔단 말인가.

고마운 기통수처녀에게 인사를 하려고 돌아섰을 때 벌써 그는 오던 길을 되돌아 뛰여가고있었다.

나는 급히 공구함에서 공구들을 꺼내여 필요한 대책을 세우고나서도 인차 운전칸에 오를념을 잊고있었다. 눈앞의 기름방울이 나를 괴롭히며 발목을 붙잡고있었다.

아, 내가 어찌 그것을 《새발의 피》로 볼수 있으랴.

길가에 점점이 찍힌 검스레한 기름방울이 피처럼 붉은 빛으로 가슴속에 안겨들었다.

그것은 갈아엎은 흙밥에 방울방울 떨어져 스며들었다는 할아버지의 피가 아닐가. 한번도 만나본적이 없고 다만 연혁소개실의 사진으로만 얼굴을 익히고 아버지에게서 옛말처럼 들어온 할아버지의 표상이였다. 고향마을의 첫 뜨락또르운전수였다던 할아버지는 전후 조합의 밭갈이를 눈에 든 가시처럼 여기고 달려든 원쑤놈들과의 피어린 격전끝에 뜨락또르와 기름통을 지켜내고 희생되였다고 한다.

저녁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아 밥꾸레미를 들고 들판으로 할아버지를 찾아오던 7살난 아버지의 눈동자에 새겨진 모습이였다. 할아버지는 종시 일어나지 못했으나 목숨바쳐 지켜낸 뜨락또르는 발동소리를 장쾌하게 울리며 들판을 갈아엎었다.

그 피같은 기름을 내가 순간이나마 흘리다니…

나는 나를 깨우쳐준 그 기통수처녀를 언제한번 잊은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고마운 처녀를 이렇게 만나다니…

《은미동무는 오늘부터 84호교대운전수로 일하게 되였습니다. 철마동무.》

생각에 옴해있던 나는 철마라는 부름에 생각을 털어버릴새없이 후닥닥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전 이미 알고있었습니다.》

순간 와하!― 터져나오는 폭소에 선전실이 뜨락또르동체마냥 뒤흔들리는듯싶었다.

《이제보니 저 총각의 가슴에 령감이 웅크리고 앉아있었댔군.》

《벌써 혼성2중창 노래제목을 고르고있댔는가.》

《거 되게는 좋아한다. 신통히두 새색시를 맞는 신랑집같군 그래.》

언제나 걸죽한 롱담으로 하루일과가 시작되는 기계화반이지만 은미의 출현으로 오늘은 좌중해진 편이다. 그속에 누가 내 잔등을 툭 쳤다. 돌아보니 경철이다.

《역시 괜찮아.》

무엇이 괜찮다는것인지 생각을 미처 추려볼새도 없이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은미가 자기를 꼭 84호에 보내달라고 제기했다는데 철마, 자신있지?》

나는 어리벙벙해졌다. 은미가 나를 알아보았는가.

84호에 오는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인데 자기자신이 자진했다는건 참 모를 일이였다. 기름을 길바닥에 떨구면서도 《노래가 나오는》  84호가 아직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건가.

하지만 그것은 괜한 생각이였다.

은미가 《안녕하십니까, 많이 배워주십시오.》 하고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하는 말이 울렁이는 나의 마음을 가라앉게 했던것이다. 나를 알아보지 못한것이 다행이랄지.…

그때의 그 운전수가 자기의 책임운전수라는것을 안다면 얼마나 실망할것인가.

《84호, 이거야 이거. 이게 동무의 신발이야.》

로동화를 한짝씩 바꿔신고 일어서는 나의 코앞에 나의 오른쪽로동화를 내밀며 누군가 말했다. 그 바람에 저저마다 제 신발에 발을 꿰던 운전수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였다. 부리나케 바뀐 신을 벗는 날보고 하하 웃음들이 터졌다.

《어이구, 신발 바꿔신은것도 모르는군.》

《하, 저러다가 책임지는게 아니라 책임당하겠어.》

《원, 걱정들은… 앞바퀴가 앞서가든 뒤바퀴가 앞서가든 뜨락또르야 굴러가겠지.》

출근하면 하루 롱거리가 없는가 해서 궁금해하는 그들에게 나의 《부실》한 행동이 심심증을 풀어준다는건지.…

정말 앞바퀴와 뒤바퀴가 바뀌우는게 아닐가.

아니, 뜨락또르는 언제나 뜨락또르다.

큰숨을 시원히 들이키고 나는 기운차게 차고앞으로 걸어갔다. 별로 멀끔해진 84호가 눈에 안겨왔다.

어느새 은미가 물걸레로 유리창을 닦고있었다. 앞시창의 맑은 유리면에 벌써 도라지꽃잎을 살짝 붙여놓고…

나를 발견한 그는 걸레를 손에 든채 바퀴우에서 뛰여내리며 방긋 웃는다. 새하얗게 벗겨진 번호판이 오늘은 웃는 은미의 입술사이로 살짝 드러나군 하는 고운 이발처럼 눈부시였다.

 

2

 

뜨락또르는 아침을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아침을 좋아하니 뜨락또르도 아침을 좋아하는것처럼 생각되는것이다. 나자 뜨락또르이고 뜨락또르이자 나이니까. 아침도 이른아침을.

맑고 쩡한 공기를 《가슴》이 터지도록 들이키고는 타다탕―《발성련습》을 하는 이른아침은 얼마나 좋은가! 뜨락또르운전수라면 누구나 이런 아침을 좋아한다.

퉁퉁퉁… 새벽공기를 경쾌하게 두드리며 뜨락또르는 지금 둥지골 띠밭을 갈아제끼고있다.

리청년동맹에서는 이 땅을 개간하여 콩을 심으면서 비옥하게 만든 다음 농장에 넘겨주기로 하였다. 오늘까지면 조기작업으로 밭갈이가 끝나게 된다. 래일은 살써레로 띠뿌리를 추고 이랑을 짓고…

이제 가을이면 땅땅 영근 콩알들이 기막히게 달릴것이다. 아침해가 솟아올라 《인사》를 청하기 전에 제꺽 갈아제끼자.

나는 변속을 하고 지그시 크라치를 밟았다.

기우뚱 동체가 움직이며 앞으로 나간다. 흥겨운 선률이 입술사이로 새여나왔다.

 

동트는 새벽 뜨락또르 몰고 농장벌 나가니

그 처녀 벌써 나와있었네 종다리처녀

 

그런데 은미는 왜 아직 나타나지 않을가. 발동소리에 온 마을이 깨났겠는데. 가스를 피우고 정비시간도 앞당기려고 나보다 먼저 나오군 하더니 오늘은 웬일인지 종잡을수가 없다. 어제 이맘때 여기로 들어오면서 뜨락또르가 들추는 바람에 앞창에 머리를 찧던 생각이 나서 빙그레 혼자 웃었다. 아직도 뜨락또르가 들춰대는 진동에 몸이 익숙되지 않아 애쓰던 그다. 하긴 여기로 들어오는 길은 림시적인 소로길이여서 뜨락또르가 마치도 장애물극복경기에 나선 선수마냥 달려야 한다. 그래서 뜨락또르가 아닌가. 뻐스처럼 언제나 잘 닦아진 아스팔트포장도로로만 달리는것이 아니다. 밭갈이, 수송, 불도젤작업은 물론 탈곡, 관수 등 농사일의 많은 일을 제끼느라 그 어디건 용감하게 치닫군 한다.

지금도 띠뿌리로 꽉 얽힌 흙밥을 뜯어제끼느라 용을 쓰며 움직이고있다. 종이꾸레미에 싼 우유빵이 사이다병옆에 《얌전》히 《앉아》있다. 아직 나타나지 않은 은미를 기다리며…

그것은 리청년동맹비서가 수고한다고 꾸려준 간식이였다. 은미와 함께 먹으려고 했던것이다.

마지막작업을 제끼는데 골안에 솟아오른 아침해가 빛을 뿌린다.

뜨락또르를 소로길로 몰아가는데 길앞에 사람의 형체가 얼씬했다.

급히 뜨락또르를 세우고보니 은미가 아닌가.

그런데 괭이를 들고 무엇을 하고있을가.

《철마동무, 수고했어요.》

은미가 먼저 땀을 훔치며 반긴다. 언뜻 도로를 살펴보니 도드라져나온 돌들을 파내고 우묵한 곳을 잔돌로 메우며 공근것을 보아 몹시 애쓴게 헨둥하게 알렸다.

은미는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

《우리 통통이〈신발〉이 터질것 같아서 길을 좀 손질하댔어요.》

《뭐? 우리 통통이? 하 참…》

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어떻게 보면 천진란만한 어린애같기도 한 그가 운전수일이 몸에 맞겠는가 하는것이 의심스러웠다. 이제야 뜨락또르의 《가갸거겨…》를 배우는 중인데 운전기술을 익히는데 신경을 쓰지 않고 도로수리를 하다니, 일년에 몇번이나 들어온다구…

중심이 없는것같은 은미를 두고 속으로 퉁퉁거리면서도 나는 운전칸에서 빵을 꺼내들고 내렸다.

《자, 어쨌든 길을 수리하느라 수고 많았는데 이걸 맛보오.》

《야, 우유빵!》

은미는 사과알같은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그는 얼른 빵 하나를 나에게 주고는 자기도 하나를 잡았다. 달작지근하고 감미로운 빵이 소르르 녹아들었다.

은미는 맛있게 빵을 먹더니 무슨 생각이 난듯 빵을 들고 살펴보는것이였다. 그러다가는 또 한입깨물고…

나는 의아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오?》

나의 물음에 그는 물음으로 대답했다.

《맛있지요?》

그리고는 또 한입 깨물고… 그리고는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야, 우리 통통이도 이런 〈우유빵〉을 먹게 할수 있으면 좋겠는데…》

《뭐요? 헛참…》

나는 어처구니없어 픽 웃고말았다. 도무지 은미는 종잡을수 없는 처녀였다.

은미는 생각에 잠겨 먹던 우유빵을 든채 뜨락또르의 가스통을 말없이 응시했다. 웃음이 함뿍 피였던 그의 얼굴에서 점점 생기가 사라지는듯 했다.

《은미동무, 무슨 생각을 하오?》

《전 지금 언제인가 밤길에서 만났던 어떤 아바이를 생각하고있어요.》

《어떤 아바이?…》

《예, 그도 뜨락또르운전수라고 하더군요. 부대에 배치받아 첫 임무를 수행하던 그날 전 늦은 저녁 부대로 돌아오고있었어요. 비는 줄줄 내리고…

전지불로 번들거리는 길을 비쳐가며 걸음을 다그치는데 뜻밖에 무거운 배낭을 진 웬 사람이 일어나려고 애쓰고있는게 아니겠어요. 아마 좀 쉬려고 배낭을 벗어놨던것 같았어요. 무슨 급한 사정이 있기에 이렇게 비내리는 밤에… 하면서도 달려가 배낭을 들어주던 전 놀랐어요. 딱딱하고 둥글고 네모진것들이 분명 쇠붙이였으니까요. 무거운 배낭을 들어 아바이를 일으켜세워주고나서 전 물었어요. 〈아바이, 이건 뭡니까?〉

아바이는 주름진 얼굴에 벙글써 웃음을 담으며 말했어요. 〈이것 말인가. 대용연료로뜨락또르를 뛰게 하는데 필요한것들일세.〉 그래서 제가 이 무거운걸 지고 어떻게 먼길을 가겠는가, 이왕이면 고생할것없이 래일 차에 싣고 편안히 가는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고생을 사서 할 필요가 있겠는가고 하자 그 아바인 뭐라고 말했는지 아세요. 〈군대체네, 고생을 사서 하더라도 뜨락또르를 살릴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지금 이 밤에도 우리 장군님께서는 전선길을 가고계실테지. 이렇게 비가 계속 내리는데도 말이야. 이보라구, 우리 마을은 고속도로가 지나간 산골이야. 혹시 장군님께서 타신 야전차가 우리 마을을 지나가실 때 벌에서 뜨락또르발동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 하면서 그는 떠나가는것이였어요. 전 군사복무 전기간 뜨락또르를 볼 때마다 언제 한번 그 아바이를 잊어본적이 없답니다.》

(아니 그럼 그 비옷의 주인이 은미?…)

대용연료차가 성공한 썩 후날에야 아버지는 10여리길이나 같이 짐을 들어다주고 비옷까지 벗어주고 돌아선 알지 못할 처녀군대에 대한 얘기를 두고두고 곱씹군 했다.

《철마동무, 전 사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이 대용연료가스통을 단 뜨락또르를 보는 순간 얼마나 반가왔던지… 꼭 그 아바이를 만난것 같은게… 별로 정이 가더군요.》

그래서 84호에서 일하겠다고 제기했었구나.

나는 은미에게 이 84호가 동무가 그토록 잊지 못해하는 그 아바이가 살려낸 뜨락또르라고 말하고싶었다. 그 아바이가 우리 아버지라고, 내가 그 아바이의 아들이라고…

나는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이 가슴에 꽉 차올랐다. 아, 아버지.…

나는 뜨락또르 앞바퀴만할 때부터 아버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부엌에서 어머니가 내는 콩기름냄새보다 디젤유냄새를 더 많이 익혀왔다. 유치원에서는 누구든 구태여 묻지 않고도 나의 간식가방을 알아내군 하였다. 빨간 뜨락또르가 《달리고》있었던것이다. 그것은 유치원생이 되기 전날 아버지가 어머니의 핀잔을 듣는둥마는둥 하면서 투박한 손으로 따붙임해준것이였다.

《파르스름한 색실도 있소. 아 그것도 마저 해주어야지.》 하고 아버지가 바늘을 내밀자 어머니는 혀를 찼다.

《원, 연기나 새나.》

《〈새나〉라니. 우리 뜨락또르는 언제나 이렇게 달리고있다. 철마야, 맞지?》

뜨락또르가 달려간다는 표시로 세개의 동그라미까지 커지는 순서대로 《그리》고서야 아버지는 가방을 내 어깨에 척 메워주었다.

그리고는 나를 담쑥 안고 노래를 불렀다.

통통통 뜨락똘 무슨 일하나 봄이 왔다 기뻐서 밭갈이하지…

이것은 동심이 비낀 아버지의 모습이였고 어서 자라 고향의 훌륭한 뜨락또르운전수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소원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호중이라는 이름보다 철마라는 애명을 더 즐겨부르군 했다.

달리는 뜨락또르의 발동소리, 이것은 고향마을의 노래소리이기도 하였다.

밭을 갈고 씨뿌리고 벼단을 나르고… 탈곡, 관수 등 영농작업의 크고작은 일을 다 맡아 막힘없이 해내는 농장의 보배덩이였다.

나는 지금까지 뜨락또르의 발동소리가 울리지 않는 들판을 상상해본적이 없었다.

봄이 오면 종다리가 울고 배꽃이 피고 찔레꽃 피는 그것이 자연의 순리처럼 범상히 여기여왔다.

허나 뜨락또르의 발동소리는 결코 새들의 노래소리가 아니였다. 응당히 여겨지던 뜨락또르발동소리가 점차 떠져갔다. 대신 달구지들이 분주히 오가고 차고에 서있는 차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것을 나는 아버지를 찾아갈 때마다 눈여겨보게 되였다.

어느날 밤 늦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은 아버지를 찾아 기계화반에 갔었다. 아버지는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반겨맞아주었다. 끼니를 가끔 번지군 하는 아버지가 걱정되여 어머니가 들려준 밥꾸레미는 기관덮개우에 올려놓고…

《아버지, 오늘도 집에 못 들어오시나요?》

나는 아버지의 일이 방해될가봐 저어하며 대용연료통이 붙은 뜨락또르곁에서 떠날줄 모르는 아버지곁에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대신 어릴 때처럼 나를 껴안아주었다.

《그럼. 철마야, 지금 나라의 기름사정이 퍽 어려워졌다. 미국놈들때문에 우리가 〈고난의 행군〉을 하고있지 않니. 그런다고 우리가 주저앉아 있겠느냐. 땅이 꺼진대두 뜨락또르는 달려야 한다. 이제 봐라, 이 뜨락또르가 기관포소리를 내며 저 들판을 갈아제끼는걸. 그 소리를 들으면 그 미국것들이 나자빠질게야, 하하하…》

아버지는 터실터실해진 입술을 크게 벌리고 어깨까지 들썩이며 큰 소리로 웃었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뜨락또르운전수양성소로 간 후 아버지는 대용연료로 메탄가스를 써서 수송은 물론 밭갈이까지 보장하는데 성공하였다. 나는 그때에야 뜨락또르가 통통 노래만 부르는게 아니라 미군놈에게 쏘는 기관포소리를 낸다는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이것은 고난과 시련을 박차고 힘차게 달리는 사회주의협동벌의 거센 숨결이였고 승리의 포소리이기도 하였다.

아버지의 넋이 깃들고 땀이 스며있는, 온갖 정이 다 들어 살붙이처럼 여기는 84호를 볼 때마다 뜨락또르의 《심장》엔 대용연료가 있어도 애국의 심장에는 대용이 없다던 아버지의 말을 되새겨보게 되였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그랬던것처럼 나도 애국의 불길로 심장을 태우며 발동소리를 높이 울려가리라. 그래서 지금까지 기름을 쓰는 뜨락또르보다 기술공정이 복잡하고 작업이 분주한 대용연료뜨락또르를 긍지높이 관리해오지 않았던가. 내가 절약한 한방울한방울의 기름이 조국의 박동을 더해주도록 일하자.…

《…철마동무, 우리도 그 아바이처럼 일해가자요.》

은미의 목소리에 나는 생각에서 깨여났다. 은미는 뜨락또르의 가스통에서 아직도 눈길을 떼지 못하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 대용연료차 84호를…

 

3

 

그렇게도 좋아하고 즐기던 노래가 흥미없을 때도 있었을가. 노래라면 욕심이 《차판》으로 넘치던 내가?…

언제나 푸짐한 음식상처럼 달콤하고 맛스럽던 노래들이 슴슴해지더니 이젠 귀찮아졌다. 어쨌든 노래는 어디가도 넘쳐흐른다. 출근길과 학교가는 아이들의 합창이며 고성기에서 울려나오는 건드러진 민요며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을 맞아들이는 교양원의 살뜰한 노래소리… 기계화반에 들어서니 경철이의 노래소리가 반긴다.

 

동트는 새벽 뜨락또르 몰고…

 

내가 나타나자마자 시작된것이 분명하다. 이쪽 차고에서는 휘파람으로 반주까지 해대고… 또 《익살의 하루》가 시작된것이다. 그 하루는 어제 저녁에 준비되였던것이다.

《철마동무, 어제 노래련습 안하고 어딜 갔댔어?》

스파나로 모자창을 건뜻 올리며 경철이가 말했다. 아직도 《건반》을 누르고싶어 《손가락》들이 근질거리는 모양인지…

《〈종다리〉처녀가 애타게 찾고있는데 어정쩡한 〈영삼〉인 어딜 갔댔는가 말이야. 혹시 혼성중창이 파투되는게 아니야.》

경철은 제사 안타까운듯 시까스른다.

청년절을 앞두고 나와 은미가 혼성중창을 나가게 되였다. 우리의 2중창을 두고 온 기계화반이 환영했다. 슬그머니 뜨락또르의자우에 닭알꾸레미까지 갖다놓으며… 물론 은미와 내 몫을 갈라서. 그런데 노래선정을 토론하고 초벌 맞춰보자던게 뚱딴지같이 대용연료요 뭐요 하며 격렬하게 《노래련습》을 하다가 끝내 집으로 《퇴장》하고말았던것이다.

오늘 아침 기술학습뒤끝에 뭐 어쩐다면서…

《철마동무, 뭘 그래? 요새는 84호 휘파람소리 듣기가 헐치 않아. 〈카세트〉가 다 풀렸는가?》

《휘파람도 〈수리〉중이야.》

나는 퉁퉁거렸다. 하긴 지금 84호가 하기수리중이니까.

경철은 어제 저녁 나와 은미의 언쟁을 손풍금을 멘채 청년학교문앞에 서서 말짱 엿들었던것이다.

경철은 《수리》라는 나의 대답에 내 어깨를 툭 쳤다.

《역시 괜찮아.》

무엇이 괜찮다는것인지. 내가 은미의 주장에 공감했다는것으로 리해한것인지.…

《지금 텔레비죤을 보니까 일부 노래들이 시대의 미감에 맞게 다시 형상되고있어. 듣기 좋더군.》

그럼 나의 《노래》가 낡았다는건가. 시대의 성격?

꼭 은미의 말을 복창하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밤새껏 공명되던 은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가에 울리고있었다.

《우리 84호는 디젤유를 쓰는 뜨락또르들보다 시간당 마력이 약하니 작업능률이 떨어져요. 새로운 비약의 속도를 창조해가고있는 오늘의 시대에 맞지 않는단 말입니다. 전 이번 뜨락또르를 수리하는 기회에 대담하게 뜯어고쳐서 기름쓰는 뜨락또르들만큼 능률이 날수 있게 만들어보자는거예요.》

《그럼 은미동무한테 가스를 기름처럼 힘을 낼수 있는 무슨 방도라도 있소?》

《아직은 없어요. 그리고 전 아직 뜨락또르가 완전히 몸에 익지 못했고… 하지만 꼭 될거예요.》

《어떻게?…》

《아이참, 철마동문… 강선의 로동계급이 뭐 무슨 타산이 있어서 수령님께 강재 1만톤의 증산은 념려마시라고 말씀드렸겠어요? 우리도 6만톤능력의 분괴압연기에서 12만톤을 뽑던 천리마정신으로 개조해보자는거예요.》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데 있소? 말처럼 쉬운게 아니란 말이요. 우리 아버지가 뭐 동무만 못해서…》

나는 그만 말꼬리를 잇지 못했다. 하지만 은미는 이미전에 다 알고있었고 또 아버지도 만나보았던것이다.

《그래요. 이 뜨락또르는 동무아버지의 땀이 어려있어요. 동무는 지금 아버지의 노력의 대가로 자기의 명예를 들고다니는거예요? 이 뜨락또르가 오늘의 비약하는 시대에 맞게 더 능률을 높일수 있도록 동무는 얼마나 사색하고 뛰였어요? 호중동무!》

(호중동무?…)

나는 지금도 《낯설은》 이름을 입속말로 다시 불러보았다. 그렇다. 공민증이나 면허증들에는 나의 이름이 리호중으로 올라있다. 그러나 나의 이름을 철마로 알고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 사랑스럽고 믿음으로 불리워지던 철마라는 이름이 자격이 없단말인가. 나는 그것이 언짢아 노래련습이고 뭐고 더 생각할새 없이 어정어정 집으로 돌아왔었다.

《철마동무, 은미가 이 편지를 동무에게 전해달라더군.》

나는 의아해진 눈길로 경철이를 바라보았다.

《오늘 아침 계획했던 기술협의회는 은미동무가 온 다음에 하기로 했네. 〈ㅅ〉연구소에 갔다오겠다면서 새벽에 떠났지. 철마동무, 편지를 보라구. 그걸 보니 나도 생각되는게 많더구만.》

몹시 시간이 촉박했는지 서두른것이 필체에서 안겨왔다. 봉하지도 않고 접은 그대로였다.

편지종이를 펼치니 무슨 도면같은것이 간단히 그려져있고 그밑에는 흘려쓴 은미의 글이 적혀있었다.

《철마동무, 우리 통통이는 지금 〈통강냉이〉를 그냥 삶아먹고있는데 우유빵처럼 가공해서 〈먹〉일수 없을가요? 그러면 〈소화〉도 잘되고 힘도 더 세질게 아니예요. 잘 연구하면 가스통도 절반으로 줄일수 있을거예요. 제가 요새 생각해본건데 동무도 연구를 했다가 다시 토론해보자요. 은미올림.》

그러고보니 그림은 가스가공기가 함축된 가스통그림이였다. 나는 피뜩 은미가 우유빵을 먹으며 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때도 은미는 이 가스차를 개조할 생각을 하고있었던것이다. 그런데 이 철마는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내가 지금까지 뭘 해놓은 자랑거리가 있어서 우쭐거려왔는가. 나는 오늘에야 나의 청춘의 오선지우에 자기의 열정에 넘친 지정곡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지금껏 부른것은 할아버지의 전주곡에 아버지의 노래였다.

그러고도 뭘 좋아서 매일 흥얼흥얼 휘휘휘거렸을가. 언제인가 은미가 나에게 노래가 어디서 나오는가고 물어본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지. 아, 은미동무.

그제야 나는 은미의 노래를 들어본적이 없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내가 운전대를 잡고 휘휘거릴 때 그는 늘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말이 없었다. 그런데 난… 난 철마가 아니였다. 《천리마》호뜨락또르처럼 근면하고 열정적이고 용감하라고 아버지가 불러준 애명―철마는 부르기 좋고 사람들의 호감이나 끌게 하는 이름이였던가. 난 철마가 아니라 하늘소였다.…

저녁이 되여도 은미는 나타나지 않았다. 서쪽하늘가에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수리하던 곡축을 그대로 두고 나는 비옷을 들고 길에 나섰다. 우유빵도 함께 들고.

은미가 늘 이야기하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실실이 내리던 비가 어느덧 후둑후둑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얼마쯤 갔을가.… 어둠속에서 녀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왜서인지 내 마음을 이상하게도 흔들었다.

장군님 장군님 찬바람 맞지 마시라

노래소리가 점점 가까와지더니 사람의 형체가 나타났다. 은미였다. 은미는 노래를 멈추고 나를 알아보더니 나쁜짓을 하다 들켰을 때처럼 어쩔바를 몰라했다.

《은미동무!》

이렇게 부르고 난 나는 다음 말이 생각나지 않아 주춤거렸다.

《철마동무, 고마워요. 그런데 비옷은 왜 쓰지 않았어요?》

《어쩐지 쓰고싶지 않아서…》 이것은 진짜 내 심정이였다. 밤새껏 비를 맞고싶었다.

나는 비옷을 펼쳐 은미의 젖은 어깨우에 씌워주었다. 비옷을 본 은미는 놀라는 기색이였다.

《은미동무, 비옷이 눈에 익지 않소? 언젠가 이처럼 비오는 밤길에서 동무가 어떤 아바이에게 씌워드렸던 생각이 나겠지?》

나는 《어떤 아바이》라는 표현으로 아버지앞에 떳떳하지 못한 심정을 대변하고싶었다. 지금껏 은미가 존경해온 아버지의 떳떳한 철마로 일해오지 못했으니 이 자리에서 아버지였다고 말할 용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은미는 놀라운 기색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길은 되돌아온 비옷에 대한 물음이 아니였다.

모든 사연을 다 알고있는 은미는 자책에 잠겨있는 나의 속마음도 읽고있었던것이다.

《아이참, 별스레… 철마동무, 전 오늘 〈ㅅ〉연구소에 갔댔어요.

메탄가스의 농도를 높일 문제를 제기하자 기술이 높은 연구사동지가 좋은 묘안을 대주었어요. 문제는 순수 가스만 뽑아내는건데 어쨌든 꼭 될거예요.》

은미의 말대로 하면 《가공기》를 달아 가스의 농도를 높여 폭발을 강하게 하는것이였다. 그렇게 되면 다른 뜨락또르들만큼 능률은 문제없을것 같았다.

《될것 같구만.》

나의 신심에 넘친 대답에 은미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참, 은미동무의 노래를 처음 들어보았소. 그 좋은 목청을 가지고 전문예술단체같은 곳에 갔으면 더 좋았을텐데…》

《가고싶었어요. 그리고 마음껏 노래를 부르고싶었어요. 전 노래를 무척 사랑한답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우리 초소에 찾아오셨을 때 전 노래를 불러드렸어요.》

《아니, 장군님을 만나뵈웠댔소?》

나는 은미의 뜻밖의 말에 부러움과 경탄을 감추지 못했다.

《난 정치지도원동무와 함께 〈장군님 찬눈길 걷지 마시라〉를 불러드렸어요. 노래가 끝나자 장군님께서는 손풍금도 잘 타고 노래도 잘 부른다고 치하해주셨어요. 전 목이 꽉 메여와 〈장군님, 저희들의 간절한 소원입니다. 이런 찬눈길에 오지 말아주십시오.〉 하고 흐느끼자 장군님께서는 저의 등을 다정히 두드려주시며 일없다고, 중대관리도 잘하고 노래도 마음껏 부르라고, 손풍금이랑 악기들도 더 보내주겠다고 말씀하시였어요. 중대에 선물악기들이 도착한 날 나는 울었어요. 그리고 생각했어요. 장군님의 사랑속에 나는 어떤 노래를 부를가 하고. 난 장군님앞에서 부른 노래가 제일 좋아요. 그리고 입으로가 아니라 심장으로 부르고싶었어요. 난 제대되여 갈 곳이 많았지만 밤길에서 만난 그 아바이처럼 운전수가 될 결심을 했어요.

우리 장군님께서 기뻐하실 노래가 어떤것일가요.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가시려 불철주야로 현지지도의 길을 가고계시는 경애하는 장군님의 걸음걸음을 따라걸으며 장군님께서 찬눈길 걸으시지 않게 하려는 한마음으로 그 아바이처럼 뜨락또르의 발동소리를 기쁨의 노래로 들으시게 하고싶었어요.

이것을 내 인생의 지정곡으로 저는 하고싶었어요.》

아, 그것이였구나. 경애하는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는 노래.

창조와 위훈이 없는 청춘을 어찌 청춘이라 할수 있으랴.

은미는 벌써 우리의 혼성중창의 노래선정을 하고있었던것이다.

순간 타다탕! 발동소리가 울렸다. 나는 흠칫 놀라 어둠속을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은미와 나밖에는. 그것은 바로 나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린 발동소리였다. 심장이 쿵쿵 뛰였다.

나는 어둠속에서 은미를 힐끔 돌아보았다. 나의 가슴속에서 울리는 발동소리를 들을가봐 두려웠다.

그것이 왜서인지…

한동안 그도 나도 말이 없었다.

어느덧 마을이 가까와오고 내 집앞에까지 다가왔다.

《은미동무, 그동안 비옷을 건사해준 그 아바이에게 인사를 하지 않겠소?》

은미는 불빛이 환한 나의 집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래요. 호호… 철마동무, 기계화반에 먼저 가자요. 우리 통통이가 보고싶군요.》

우리는 기계화반쪽으로 향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있었다. 참 좋은 밤이였다.

 

×

 

세상에는 노래가 얼마나 많은가. 기쁜 노래, 슬픈 노래, 빠른 노래, 느린 노래… 그처럼 많은 노래와 같이 사람들의 생활에서도 하많은 노래, 그중에서 나는 나의 노래― 뜨락또르의 발동소리가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뜨락또르의 발동소리 그자체가 곧 청춘이니까.

누구든 뜨락또르의 발동소리를 듣는다면 4분의 4박자의 소리를 들을것이다. 열정적이고 힘있고 폭발적이고… 하기에 나는 나의 노래― 뜨락또르발동소리를 사랑하며 또 자랑한다. 그것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기 위해 오늘도 쉬임없이 울리고 래일도 쉼없이 울려가야 하기에.

위대한 장군님께서 이끄시는 강성대국건설대전의 장엄한 현실속에서 우리의 노래는 조국땅 그 어디서나 힘차게 울리고있다. 그속에 은미와 나도 인생의 지정곡을 청춘의 오선지우에 떳떳이 새기며 고향땅을 더 아름답게, 더 풍요하게 가꾸어가리라.

인생의 지정곡을 더 아름답게, 더 힘있게 부르라고 오늘도 기계화작업반 정문앞에 큼직하게 새겨진 글자들이 호소하고있다.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기 위하여 동무는 어떻게 일하고있는가?》

(황해북도 수안군 상덕협동농장 농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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