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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청년문학》 주체98(2009)년 제11호에 실린 글
전국군중문학작품현상모집 3등 당선작품
단편소설
백 성 근
사람들에게는 대체로 《직업병》이 있기마련이다. 의사인 나에게도 그러한 병이 있다. 그래서인지 활개치며 씨엉씨엉 걸어가는 사람들도 나에게는 이따금 환자로 생각될 때가 있다. 어쨌든 나는 나의 《직업병》을 사랑한다. 그런데 며칠전에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나보다 더 심하게 《직업병》을 앓는 사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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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하나 좀 물읍시다. 입원실로 가려면 어데로 가야 합니까?》 해볕에 감실감실하게 탄 적동색의 얼굴, 바투 깎은 총이 센 머리카락, 가늘게 쪼프린듯 한 두눈, 곧추 선 코날, 전체적으로 결패가 느껴지는 인상이다. 그와는 좀 어울리지 않게 수더분한 농사군의 손처럼 투박해보이고 손가락마디들이 툭툭 불거진 손에는 좀 커보이는 나무트렁크가 들려있었다. 《어느 환자를 찾습니까?》 《체육단에서 입원한 리정성동무를 만나자고 합니다. 난 그의 책임감독입니다.》 《그래요? 저와 함께 가십시다.》 나는 경기용비행기를 구원하다가 웃팔뼈하단부에 골절을 당했다는 환자에게로 직속상관인 손님을 안내했다. 입원실에 들어서는 책임감독을 보는 순간 환자는 금시 활기를 띠였다. 《아니, 감독동지! 어떻게 시간을 다 냈습니까? 비행기는 일없습니까? 동무들은 지금 뭘하고있습니까?》 종일토록 꿀먹은 벙어리였던 환자의 입에서 누에가 실뽑듯이 연방 질문이 쏟아졌다. 《며칠 침대신셀 지더니 알고픈게 많아졌군. 자, 내가 뭘 가져왔나 보라구.》 감독은 들고온 나무트렁크에서 부분품들을 꺼내더니 익숙한 동작으로 조립하였다. 그제서야 나는 나무트렁크가 모형비행기를 분해하여 넣어가지고 다닐수 있게 만든 기재함이라는것을 깨달았다. 《확실히 이번에 만든 활공기들이 든든해. 분명 벼랑턱과 부딪쳤겠는데 아무 탈도 없거던. 동무 팔뼈보다 충격에 견딜힘이 더 세거던.》 《그렇지 않아도 내 뼈에다 우리가 쓰는 수지피막을 씌우면 어떨가 하고 생각해보댔는데… 그럼 이렇게 병원신세도 안질수 있으니까요, 하하.》 구체적인 의미는 잘 몰라도 비행기동체를 견고하게 만드는 어떤 특수재질을 자기의 뼈겉면에 입히겠다는 롱말이 분명했다. 《이게 동무가 살려냈다는 비행기인가요?》 그들은 나에게로 눈길을 보냈다. 《안됐습니다. 이거 우리 소리만 해서…》 《괜찮아요, 그런데 생각했던것보다는 퍽 작군요.》 나의 말에는 활공기라고 해도 사람 한명쯤은 능히 태울수 있는 비행기인줄 알았는데… 하는 속대사가 스며있었다. 그들은 나의 말을 제나름대로 해석하였다. 《이래뵈도 상승기류만 타면 하늘 높은줄 모르고 계속 올라간답니다. 비행기는 작아도 여기에…》 정성환자는 무엇인가 더 설명하려다가 입을 봉하고말았다. 자기들이 비행기를 바라보는 눈빛과는 전혀 다른, 이를테면 공감이 없는 수술칼처럼 랭정한 기운을 나의 눈빛에서 느낀것이 분명했다. 나는 뒤따라 들어온 간호원 순금이와 함께 고정식견인치료기에서 그의 팔을 뽑아 유심히 살펴보며 물었다. 《어때요, 저린감은 없어요?》 《저립니다. 하루종일 이놈의 기구에 매달려있자니…》 《빨리 회복되여 나가자면 참아내야 해요.》 《언제쯤이면 이 족쇄같은 기구에서 풀려날수 있습니까?》 《한달반쯤은 친해야 돼요. 그다음엔 또 둬달정도 경과를 봐가며 안정치료를 하구요.》 《아니, 그럼 석달나마 아무것도 못한다는 소리가 아닙니까? 이건 대체…》 《정성이! 그게 무슨 말본땐가? 선생님앞에서.》 엄하게 꾸짖는 책임감독의 눈가에 한순간 노기가 번뜩했다. 꼼짝 못하고 잡혀있는 환자의 심정은 리해됐지만 나는 다시한번 단단히 오금을 박았다. 《조바심에 사로잡혀 안절부절 못하다간 견인치료기와 더 오래동안 친구가 될수도 있어요.》 그리고는 호실을 나섰다. 그날저녁 여느때와 다름없이 퇴근을 하려고 옷을 갈아입는데 순금이가 다가왔다. 《저… 과장선생님이 찾습니다.》 무슨 일일가? 과장방에 들어선 첫순간 나는 이 유능한 아바이의사의 손에 들려있는 병력서가 바로 리정성환자의것임을 제꺽 눈치챘다. 그럼 그때문에? 《부르셨습니까?》 《가까이 와 앉소.》 나는 조심히 의자를 당겨 앉았다. 《은아선생, 선생이 담당한 리정성환자말이요. 방금 체육단에서도 전화가 오고 면회왔던 책임감독도 날 찾아와 그가 국제경기에 출전하는 선수여서 빨리 완쾌시켜야 한다고 조르는데 무슨 다른 방도가 없을가?》 《지금 상태에서 우린 할수 있는 치료대책을 다 취했습니다.》 과장선생은 물끄러미 나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가 마치 훌륭한 대답이 나오리라고 기대했던 애제자에게서 기대와는 달리 정반대의 대답을 듣고 몹시 실망한 스승처럼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돌렸다. 이윽하여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를 앉혀놓은채로 천천히 거닐며 방금전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병원의 치료에 대해 비난하러 온 사람은 자유비행종목의 활공기선수 리정성이 처음이였다. 책임감독의 통사정이 별로 통하지 않게 되자 이번에는 환자자신이 직접 찾아와 정면공격을 들이댔던것이다. 병원의사들의 안일한 치료태도(이건 물론 정성환자의 주장이였다.)에 대해 힐난하는 그의 저력있는 목소리는 마취제를 주입하지 않은 상처에 수술칼을 댄것과 같은 예리한 아픔으로 권위있는 의학자를 자극시켰다. 《선생님, 전 넉달후에 경기에 나가야 할 선수입니다. 팔때문에 육체적능력은 얼마간 떨어졌지만 정신적능력은 더 앙양되여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의사선생님들은… 전 이미 의료부문 일군들도 더 빨리, 더 높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고 생각합니다. 과장선생님, 좀 도와주십시오. 정말 무슨 방도가 없습니까, 예?》 잠시 생각에 잠겼던 과장은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좋소, 다른 치료방법을 찾아봅시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럼 전 믿고 가겠습니다.》 그는 거듭 사의를 표하며 물러갔다.… 나는 이마살을 쪼프리는것으로 과장선생의 이야기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당장에 무슨 뾰족한 방책이라도 있단 말인가. 그 사람은 뼈접합이 고강도풀로 깨진 일용품을 붙이는것과 다름이 없다고 오판하는게 아닐가. 《그래서 말이요. 난 선생이 쇄골골절에 리용했던 조끼형고정띠를 개작보충하여 그 선수의 치료에 리용하는것이 어떻겠는가 하고 생각중이요.》 나의 컴컴해진 인상을 피끗 띠여보며 과장선생이 나지막하게 하는 말이였다. 나에게는 그 말이 폭우를 예고하는 천둥소리로 들려왔다. 《그건 절대 안됩니다. 우선 치료적응증이 아닌 병에 그 기구를 쓰는것자체가 문제시되며 또 대학시절부터 무르익혀온 <조끼형고정띠에 의한 쇄골골절의 몇가지 치료에 대한 림상학적연구>라는 나의 학위론문집필에 그늘이 지게 됩니다.》 혀끝에서 뱅뱅 묻어돌아가는 이 말을 내뿜을수 없었다. 촉기 빠른 과장선생은 렌트겐투시로 검진하는 대상을 들여다보듯 나의 속심을 말끔히 관찰하였다. 《내 보기엔 이번 기회에 차라리 선생의 조끼형고정띠를 쇄골골절은 물론이고 상체의 아무 뼈골절부위에나 다 적용할수 있는 만능조끼형고정띠로 완성하는게 더 좋을것 같소. 그럼 림상자료가 더 풍부해서 론문의 가치도 몇배 커질게구 환자들도 대단히 기뻐할게요.》 《그렇게 믿어주시니 노력해보겠습니다. 헌데 저… 성공여부는 자신이 없습니다.》 순간 희끗희끗한 과장선생의 눈섭이 껑충 뜀박질을 했다. 《무슨 나약한 소릴 하는거요? 만약 국제경기전에 완치시키지 못하면 우린 다 의사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오.》 필요가 발명을 낳는다는것은 어느 소설책의 문구가 아니라 내가 이번 기회에 터득한 생활의 진리였다. 하루남짓한 기간에, 더 정확히는 32시간동안에 만능조끼형치료기구를 만들어냈던것이다. 그걸 만드느라 헌신적으로 노력한 우리 과장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의사선생들의 수고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보다 중요한건 집단의 고심어린 방조속에 완성된 나의 새 창조물이 환자치료에서 호평을 받아야 진짜 가치를 가지게 된다는 바로 그것이였다. 만들었다고 해서 곧 성공을 의미하는건 아니다. 내가 이제 서뿔리 이걸 착용시켰다가 제대로 안된다면 그건 차라리 본래의 치료방법을 적용한것보다 못한 역효과를 가져올수 있다. 그럼 난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가? 내가 어느쪽에 결심을 내려야 할지 몰라 온종일 망설이고있는데 정성환자가 찾아왔다. 아마 간호원으로부터 나의 고민거리를 알아낸것 같았다. 《의사선생, 무얼 주저합니까? 만들어놓은것이야 써봐야 성능을 알게 아닙니까. 내가 그 대상이 되겠습니다.》 뚫어지게 바라보는 불타는듯 한 눈동자, 나는 애써 그의 시선을 피했다. 《이 기구는 아직 믿음성이 부족합니다. 동무가 고집을 부려 이 기구를 리용한다고 해서 말썽없이 골유합이 잘된다는 과학적인 담보는 없어요. 만약 실패하는 경우엔… 이번 경기참가가 불가능한건 물론이구 동무가 선수생활을 더이상 할수 없는 치명적인 후과까지 생길수 있습니다.》 《뭐 그렇게까지야 되겠습니까.》 (아니, 아니예요. 그뿐만아니라 나의 학위론문도 변론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된서리를 맞아 시들어버리고말거예요.) 나의 속생각을 알리 없는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나도 선생이 우려하는 점을 몰라서 그러는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들 안전한 길, 자기 보신의 길만 찾는다면 승리의 돌파구는 누가 열겠습니까? 지금 어떤 사람들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사람이 따로 있고 열려진 대문으로 들어서는 사람이 따로 있는듯이 행동하구 있지요.》 (결국은 나도 동무가 타매하는 그런 사람들축에 속한다는건가요?) 마디마디 예리한 그의 목소리는 량심의 포승끈이 되여 속대사로 반박하는 내 마음을 서서히 옥죄이고있었다. 《우린 제손으로 자기앞에 있는 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분야에서 온 세상에 대구 이게 바로 내거다, 조선의거다. 자, 봐라 하고 땅땅 큰소리치며 내놓을수 있는 눈부신 성과를 창조하는게 곧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선생이나 나나 지금 그 문어구에 서있습니다. 문고리를 잡아당겨보아야 자기의 힘을 가늠하고 더 분발할게 아닙니까. 당겨보지도 않구 계속 속구구만 하고있겠습니까? 문가에서 오래 서성거려야 다리맥이나 빠지지요. 용기를 내여 한번 당겨봅시다.》 그래, 당겨보지조차 않으면 나야말로 비겁분자로 락인될것이다. 《좋아요, 착용하자요. 하지만 착용후 경과관찰하는 한주일동안은 절대안정해야 해요. 그리구 치료체육도 오직 내 지시에 의해서만 진행해야 한다는걸 잊지 마세요.》 《알았습니다. 지시에 절대복종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뻐하는양이 꼭 사막에서 갈증에 시달리다 오아시스를 만난 사람같았다. 며칠이 지난 어느 일요일, 내가 정성환자의 치료때문에 입원실로 찾아가는데 복도에 낯모를 사람이 촌닭 관청에 온듯 두리번거리고있었다. 《누굴 찾습니까?》 《우리 사람을 찾아왔습니다. 체육단 선수인데… 리정성이라고 여기 입원했겠는데…》 《날 따라오세요.》 나는 책임감독을 안내하던것처럼 그를 이끌고 정성환자의 방으로 갔다. 책임감독이 올 때와 다른점이 있다면 그의 량손에 과일과 빵, 사이다를 넣은 구럭지가 들려있는것이였다. 나는 입원실문을 열어젖히며 《체육단에서 면회왔어요.》 하고 말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차곡차곡 개여놓은 모포우에 편지가 놓여있었다. 나는 쪽지편지를 펼쳐들었다. 《미안합니다, 안정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나에겐 하루하루가 천년맞잡이입니다. 리해해주기 바랍니다. 저녁에는 들어오겠습니다. 정성.》 뭐 리해? 어쩌면… 우리 의료집단의 뜨거운 진정을 이런 식으로 우롱할수 있단 말인가. 의혹과 실망, 고까움과 분노가 한덩어리로 응집되여 가슴속에서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번졌다. 나는 획ㅡ 돌아서서 면회온 사람에게 토라진 소리를 했다. 《병원에서도 활공하는 재간이 보통이 아니군요, 가자요.》 《아니, 어델…》 《어딘 어디겠어요, 동무네 체육단이지. 병원규률을 어긴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어요.》 생각할수록 괘씸했다. 결이 난김에 과장선생과 토론하고 면회왔던 사람을 앞세우고 곧장 체육단을 향해 떠났다. 함께 가면서보니 김영일이라는 선수의 인상은 찌뿌둥했다. 하긴 저 사람에게야 무슨 잘못이 있는가. 체육단방향으로 가는 궤도전차를 타자 나는 다시한번 그의 기색을 살폈다. 먹장구름은 그대로 떠있었다. 아무래도 그에게 좀 지나친것 같았다. 《저… 이제 몇달후에 한다는 경기말이예요. 꽤 승산이 보이는가요?》 나는 공연히 성을 낸 미안스러움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 그는 웬일인지 긴 한숨을 내쉬더니 도리머리를 저었다. 《다들 경기에 참가만 하면 이길것처럼 벅적대는데 용기만 가지고 됩니까. 우리에게는 경기경험도 부족한데다 항공기술에서 제노라 하는 나라들의 모형기제작기술수준이 어느 정도에 이르고있고 또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경기에 림하는가 하는 정보자료도 부족하단 말입니다.》 《그럼 질걸 뻔히 알면서도 참가하겠다는건가요?》 《글쎄…》 애매한 대답이였다. 결국은 승리의 신심이 희박한 경기를 위해 믿음성이 부족한 의료기구를 쓰는셈이 아닌가. 파악없는 경기, 파악없는 의료기구… 내가 공연히 용단을 내린게 아닐가? 아니, 무슨 생각을… 난 그를 믿어야 한다. 그리고 나의 의료기구도. 치익ㅡ 덜커덩! 쓸데없는 상념의 세계에서 벗어나라고 궤도전차가 귀띔을 했다. 접이문이 힘차게 제껴지자 사람들속에 묻혀 나와 영일선수도 내렸다. 시교외에 자리잡고있는 체육단까지는 한동안 걸어야 하였다. 부지런히 걸어 체육단에 당도하자 영일선수가 정성환자를 찾으러 들어갔다. 잠시 기다리는데 책임감독이 영일선수와 함께 나타났다. 《은아선생, 이거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선수들에 대한 교양을 잘하지 못해서 이렇게 걸음을 시킨데 대해 정식으로 용서를 빕니다. 헌데 그는 여기에 오지 않았습니다.》 《윙ㅡ》 하고 고막으로 고압전류가 흘러가는듯 요란한 소리가 갑작스레 들려오더니 뚝 멎었다. 멍멍했다. 풀썩 주저앉고싶어졌다. 쉴새없이 뭐라고 이야기하는 책임감독의 모습조차도 점점 뿌잇해지고있었다. 나는 황급히 돌아섰다. 걸었다. 달리였다. 뒤에서 찾는듯 한 소리가 다시 울렸으나 돌아보지 않았다. 볼을 타고 흐르는것을 보이기 싫었다. 맥없이 돌아오는데 병원가까이에 있는 어느 한 중학교옆에서 왁작 떠들어대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야, 멋있지? 진짜 비행기같애.》 《정말…》 《저런 비행기를 활공기라고 한대.》 머리를 쳐들어 하늘을 보니 낯익은 비행기가 날고있었다. 줄에 매달린채로. 그의 비행기다! 담장너머로 건너다보니 하늘을 향한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함뿍 어렸다. 창공높이 날고싶어하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 휘황한 미래를 비행기가 다 싣고 나는듯 그의 얼굴에는 흐뭇함과 천진란만성이 함께 어우러져 흐르고있었다. 그러니 훈련하려고 나왔단 말인가?! 나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래일부턴 병원밖으로 한발자국도 못나가게 할테다! 그렇게 윽벼르던 다음날이 왔건만 나의 눈앞에는 정반대의 광경이 펼쳐지고있었다. 국제경기와 관련하여 나의 애간장을 바짝 졸인 정성환자가 만능조끼형고정띠를 착용한 상태에서 보란듯이 훈련을 자기 체육단 야외훈련장에서 하고있는것이다. 체육단의 간절한 요구와 병원의료집단의 합의에 의해 내가 당분간 그의 담당의사가 되였다. 결국 내가 그를 병원의 입원실에 붙잡아놓은것이 아니라 그가 나를 여기 훈련장에 붙잡아 세워놓은격이 되고말았다. 그때에야 비로소 나는 유럽에서 열리게 될 자유비행세계컵 경기대회에 국가적으로 얼마만한 관심이 모아지고있는가를 어렴풋이나마 직감할수 있었다. 개인적감정은 어떻든간에 국가를 대표하여 출전할 선수이므로 나는 마음을 눅잦히고 그의 육체적조건을 향상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였다. 왼팔을 자유자재로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는 비행기를 리탈시킬 때마다 왼손이 잡아야 할 끌줄위치를 이발로 물고 오른손으로 끈을 잡아채서 활공을 보장하군 하였다. 매혹과 존경이란 세상을 들었다놓는 큰일을 해제낀 사람들을 바라볼때만 생기는 감정이 아닌것 같다. 원대한 목표와 지향을 위해 이악한 노력과 줄기찬 헌신, 지칠줄 모르는 투지와 완강한 공격정신으로 생을 불태우는 사람들을 볼 때에도 저도 모르게 봄싹처럼 움터나는것이다.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상승기류의 단번 포착을 위해 하루종일 바람부는 대지에서 활공기를 끌고 달리는 모습들을 볼 때마다, 바람속도에 맞는 활공기선회자리길과 기재의 설치각도를 놓고 열띤 론쟁을 벌리는 목소리들을 들을 때마다, 하루에 수십리길을 묵묵히 달리고서도 의사선생이 한지에서 자기네 사람때문에 고생한다고 오히려 념려해주는 진지한 눈빛들을 대할 때마다 나보다 높은 곳에 서있는 그들을 발견하게 되였고 그들의 곁으로 다가서려는 나의 모지름도 느끼게 되였다. 나의 눈앞에는 문득 정성선수가 만능조끼형고정띠를 착용한 후 처음 몸을 움직여보던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하도 조르길래 고정띠를 착용한지 며칠 안되였지만 치료체육을 시작하였었다. 《동문 참을성이 꼬물만큼도 없군요. 한주일도 못참으면서 무슨 체육인이예요?》 이렇게 핀잔을 주면서도 나는 그의 팔에 무리가 갈가봐 은근히 왼심을 썼다. 《이거야 어디 근질거려 참아낼수 있어야지요. 만일 참을성이 체육선수를 규정하는데서 큰 의의를 가진다면 난 영낙없이 체육단에서 쫓겨나고말겁니다. 그때 나에게 새 직업을 하나 소개해주십시오.》 그는 불편하게 몸을 움직이면서도 우정 너스레를 떨었다. 《그건 어째서요?》 《참을성이라는 항목에서 선생이 락제를 주었으니 응당 책임져야지요.》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참을성은 스승이 배워주는 학문이 아니예요. 그러니 내가 책임질 필요가 있어요?》 《너무 야박하구만요.》 그는 이러며 웃었으나 나는 함께 웃을수가 없었다. 나는 그의 육체적고통의 세기가 지금 어느 부위에 어느만큼 미치는가를 의학적으로 판별할수 있는 의사이기때문에. 천연스러운 인상표정, 정상상태의 사람과 다름없는 말투와 행동거지… 가슴이 찌르르했다. 그라고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하지만 견디여내고있다. 그야말로 참을성에서는 5점이였다. 지금도 그의 모습은 그때처럼 변함이 없는 한 모습이였다. 자신에 대하여 생각해보던 나는 전기에라도 감전된듯 흠칠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남의 모습을 보고 오래 서있다는것은 결국 사색이 없이, 창조가 없이 전진하지 못하고있다는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그래, 나도 뛰자. 좀더 서있다간 정말 구경군이 될수 있다. 나는 매일과 같이 그의 팔상태를 관찰하고 만능조끼형고정띠의 착용을 짬짬이 조절해주었다. 정성선수를 치료해주는 나날에 나의 치료연구일지도 이들의 훈련일지 못지 않게 기록내용이 불어났다. 며칠후, 리상적인 광풍형모형활공기라고 하는 새 비행기들을 만들어가지고 서해안의 어느 한 바다가로 이동훈련을 가는 이들을 따라 나도 정든 수도를 떠났다. 이동훈련의 목적은 경기가 벌어지게 될 지역의 기후조건에 적응한 가상훈련을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제는 나까지 이 집단의 분위기에 보조를 맞추는데 유독 달라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것을 나는 이동훈련장에 가서야 알게 되였다. 어느날 정성선수가 날린 비행기를 찾으러 갔던 영일선수는 시간이 퍽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해 정성선수가 그가 달려간 방향으로 달리다싶이 갔고 나도 환자가 걱정스러워 그 뒤를 따라섰다. 걸어가는것 같은데도 얼마나 빠른지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목에선 겨불내가 확확 일고 다리는 납덩이를 매단듯이 무거워졌다. 이런걸 매일 수십차례 반복해서 뛰자니 얼마나 힘에 겨운것인가. 내 생각에 옴해 걷고있는데 눈앞에 버티고선 덩지 큰 바위뒤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동문 변했어. 선수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기록갱신을 위해 아글타글하던 그 정신은 어디로 갔소? 어제날의 위훈도 오늘의 훈련속에서 깨끗한 땀방울로 빛내야 더 값이 있는거요.》 《너무 심각하구만. 이거야 어디까지나 훈련이 아닌가. 그런데 뭐 그렇게까지…》 《그러니 동무의 진짜속심은…》 《그만두라구, 의사까지 따라다니니까 제가 뭐 최우수선수인가 하는게지. 너무 그러지 말라구.》 《뭐가 어째?》 《그만들 두세요.》 남자들의 언쟁에 내가 감히 끼여들었다는것이, 나의 격한 목소리가 그들의 굵직한 언성을 짓눌렀다는것이 선뜻 믿어지지 않았다. 두사람은 서로 외면한채 묵묵히 서있었다. 나는 영일선수에게로 다가가 그의 손에서 모형비행기를 뺏아냈다. 《지금 환자에겐 지나친 흥분상태가 금물이예요.》 영일선수는 씩씩 황소숨을 몰아쉬더니 제먼저 가버렸다. 멀어져가는 그의 뒤모습을 정성선수는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있었다. 사람의 마음속 대문은 곁쇠질로 절대 열지 못한다. 《이젠 가자요.》 《그걸 이리 내오.》 모형비행기를 달라는 소리였다. 《됐어요. 내가 들고가겠어요.》 한동안 아무말없이 나란히 걸었다. 내가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 《저… 한가지 물어도 좋아요?》 《뭡니까?》 《왜 하필이면 활공기선수가 되였어요? 이건 축구나 배구, 권투나 레스링같은 인기종목이 아니지 않나요. 이왕이면 누구나 다 즐겨보는 그런 종목에서 우승해야 보람도 있구 또 선수로서의 자기 얼굴도 드러낼수 있지 않아요?》 《다들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사실 우리 종목은 선수들이 직접 기재를 만들어야 하는 등 정말 품이 많이 드는 종목입니다. 그에 비해선 경기과정을 지켜보는이도 많지 않지요. 하지만 우리에게도 긍지가 있습니다. 다른 종목들의 경우엔 경기가 끝나야 시상식을 하지요. 말하자면 그때에야 우승한 나라의 국기를 올린다 이겁니다. 그러나 우린 경기진행과정이 곧 제 나라의 국기를 띄우는 과정입니다. 활공기의 날개에는 식별표시를 위해 자기 나라 국기를 그리는게 관례처럼 되여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하늘높이 띄우는 활공기이자 곧 국기를 의미하구 또 그건 나라의 존엄과 명예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 경기는 경기시작부터 국기게양이 진행된다는것입니다. 다른게 있다면 잡아당기는 줄이 없고 의지할만한 기발대가 없다는것입니다. 기발대의 국기는 기발대높이만큼 올라가지만 우리가 올리는 국기는 애국심의 열도만큼 오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 나는 내가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있던 미지의 세계에 접한듯 한 감촉을 느꼈다. 자기 직업에 대한 강렬한 애착을 가진 사람들만이 그런 아름답고 숭고한 세계를 발견할수 있고 그 세계를 더 황홀하게, 더 눈부시게, 더 멋들어지게 장식해나갈수 있는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그 세계에 푹 빠진 놀음군이라 한다면 나자신이나 영일선수와 같이 의무감에 못이겨 마지못해 일하는 사람들은 이들이 창조하는 아름다운 세계를 먼발치에서 팔짱끼고 흘끔흘끔 바라보는 구경군이라 해야 할것이다. 놀음의 결과물이 신통치 않으면 조롱하기 좋아하고 뭔가 구미에 당기는거라면 함께 공유하려들고 소비하려드는 철면피한! 이것이 구경군의 진짜 본색이 아닌가. 강성대국의 대문은 이런 구경군이 없어야 열수 있다. 남들의 눈치를 보아가며 적당히 일하는척 하는 그런 놀음군도 여기엔 필요없다. 그럼 난 지금 어디에 속하는가. 내가 입버릇처럼 외우는 그 깨끗한 량심으로… 이들앞에서 떳떳이 말할수 있는가.… 항공리론적으로 보면 작은 모형비행기나 큰 비행기나 하늘을 나는 원리는 같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모형비행기의 기본날개와 방향타, 꼬리날개와 기본동체의 모양새는 현대비행기와 비슷하다. 때문에 나같은 문외한들이 각종 비행장치들의 겉모양과 구조, 기능에 대해 조금만 파악을 해도 이 모형비행기가 오늘날의 군용기나 려객기의 원조상이라는것을 대뜸 넘겨짚을수 있다.
바로 이 원조상의 성능을 부단히 갱신하기 위해 아득바득 노력하는 사람들이 이곳 체육단의 선수들과 감독들, 연구사들인것이다. 모형비행기를 날릴 때에는 선수요, 제작할 때에는 설계가, 제작자였다. 각이한 바람속도에도 구애됨이 없이 자유로이 상승할수 있는 모형비행기를 제작하는것, 자기 기준시간을 날고 떨어져내릴 때 어디에 부딪쳐도 파손되지 않는 가볍고도 든든한 모형비행기를 만드는것ㅡ 이것이 여기 사람들의 소원이고 목표였다. 경기출전날자가 하루하루 박두해오자 낮에는 강풍속에서 비행기들을 날렸고 밤에는 밤대로 부족점들을 퇴치한 모형비행기제작완성으로 꼬박 밝힐때가 많아졌다. 그들을 도와주던 나도 어느날 밤에는 고개방아를 찧게 되였다. 뚤러덩! 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내려다보니 정성선수의 손에서 공구가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것이였다. 그도 깜박 졸았던것이다. 나를 향해 어줍게 미소를 지어보이는 모양이 눈뿌리를 쓰리게 한다. 다른 선수들도 모두 졸다가 그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누구를 보아도 하나같다. 피로가 겹쌓여 충혈된 두눈, 해풍에 꺼칠해진 볼, 여기저기 터갈라지고 조골조골 말라버린 입술… 공구를 집어들고 또다시 제작작업에 여념이 없다. 《동문 꼭 이 종목에서 빚을 진 사람같아요.》 《옳소. 난 빚이 많은 사람이요. 동무도 내가 얼마나 큰 빚을 지고있는지 안다면 깜짝 놀랄거요.》 나의 롱담에 그는 정색하여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것이였다. …전쟁의 흔적이 채 가셔지지 않은 1955년 3월 어느날 중구역 경림동에 자리잡고있는 평양시 항공구락부(당시)의 2층건물에 느닷없이 평양제1중학교(당시)의 학생들이 찾아왔다. 모형비행기제작과정을 보려고 왔다면서. 그때 항공구락부의 나이는 겨우 한살이였다. 당시 항공구락부사업을 겸해서 보던 평양시 조국보위후원회 위원장은 학생들이 항공기초기술에 대해 알고싶어 찾아온것이 기특하게 여겨져 자신이 직접 여러 방들을 참관시키며 친절히 설명도 해주었다. 학생들은 모형비행기부분품에 호기심이 동해 자기들도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졸랐다. 그래서 구락부성원들에게 방조를 좀 주라고 이르고는 자기 방에 가서 일을 보았다. 퇴근시간이 되자 구락부성원이 찾아와 한 학생이 아직도 남아 모형비행기를 만들고있는데 어찌하라는가고 물었다. 《안갔단말이지. 거참 질군이로군, 뭐 흉내나 비슷이 냅데?》 《흉내가 다 뭡니까. 얼마나 신통한지… 하여간 어찌나 꼼꼼하고 직심스럽게 만드는지 차마 가란 소릴 못하겠습니다.》 《그래두 구슬려야지. 좋소, 동문 퇴근하오. 내가 가서 그 대단한 애호가를 내몰테니.》 위원장이 이렇게 말하며 작업장에 오니 정말 한 학생이 설계의 요구대로 모형비행기동체를 깎고있었다. 학생의 옆에는 그가 만든것으로 짐작되는 정교한 부분품들이 주런이 놓여있었다. 여간 깐깐하지 않았다. 그 나이에 비해 지구성이 강했다. 《학생동무, 이젠 그쯤하고 갔다가 래일 또 합시다. 학생의 수준에서 이만하면 대단한거요.》 《위원장아저씨, 하던 일이야 끝장을 보아야지 도중에 그만두면 되겠습니까? 지금부터 미완성을 남겨버릇하면 커서도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집어치우는 나쁜 습관이 생길겁니다. 난 오늘중으로 기어이 만들어서 래일 새벽에는 꼭 날려보겠습니다.》 생김새나 체격을 봐서는 분명 학생이였으나 말하는 품이나 의젓한 행동거지는 어른 못지 않았다. 그제서야 위원장은 이 소년이 범상치 않은 학생임을 깨달았다. 기어이 해내겠다는 완강한 투지, 자기 힘으로 실천하겠다는 그 기백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주의해야 할 기술적문제들을 설계도를 보며 하나하나 설명해주었고 다 조립할 때까지 착실한 보조원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놀라운것은 아무리 어려운 기술적내용도 한번의 설명이면 충분히 리해하는것이였다. 탄복할만 했다. 모형비행기제작작업은 밤 10시가 되여서야 끝났다. 그 학생은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휴식 한번 없이 일하고도 오히려 자기때문에 위원장아저씨가 저녁식사도 건느며 늦게까지 힘들었겠다고 념려해주면서 자유비행종목은 체육종목으로서도 의의있지만 국방분야에서는 더욱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그러니 우리는 이 종목에서 꼭 세계적인 패권을 잡아야 한다고 하면서 이곳 항공구락부선수들을 믿는다고 뜻깊은 이야기를 하였다는것이였다.… 《그 학생이 대체 누구입니까? 혹시 선수단의 이름난 선수가 아닙니까?》 정성선수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되여 나는 이렇게 물었다. 정성선수의 대답은 뜻밖에도 나를 놀래웠다. 《그 학생은 바로 우리의 경애하는 김정일장군님이시였소.》 나는 더욱 놀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게… 그게 정말이예요?》 그의 눈가에서 눈물이 맺혀돌았다. 정성선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 봄날에 모형비행기제작에 열중하시던 경애하는 장군님을 미처 알아뵙지 못한것을 두고두고 후회한 위원장은 그후 자기의 자식을 체육단선수로 키워 다소나마 그이께 기쁨을 드리려고 했소.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 아들은 국제경기에서 동메달 하나밖에는 쟁취하지 못했소. 다른 선수들은 금메달을 여러번 타왔는데 그는 종시 그것밖에는… 이들이 바로 어제날의 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였소. 그런데 이제 나까지 제구실을 못하면 우리 집안은 3대째 경애하는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지 못하는것으로 되오, 3대째나.》 그래서였구나. 전사로서 지켜야 할 의무를 평생 마음에 안고사는 사람, 할아버지세대, 아버지세대가 다하지 못한 성스러운 과제를 자기의것으로 무겁게 받아들인 사람, 정녕 이런 사람이였기에 우리 장군님께서 보시고 기뻐하시게, 세계가 경탄의 눈길로 올려다보게 조선의 비행기를, 조국의 국기를 그토록 높이 띄우고싶어한것이 아니랴. 그의 《직업병》은 이런 원인으로 생겨난것이구나. 그걸 리해해달라고 병원에서 쪽지편지도 쓴것이고… 나의 눈굽은 축축해졌다. 《그게 어찌 동무에게만 관계된 일이겠나, 우리 모두의 일이지. 우린 이 종목에서 패권을 쥐기 위해 아글타글 하지 못했거던. 땀은 흘리지 않고 이런저런 조건타발을 하면서…》 영일선수가 목이 메여 부르짖었다. 《난… 난… 선수자격도 없는 놈이야.》 《그래, 우리 더욱 분발해나서자구.》 흥분된 선수들이 서로서로 부둥켜 한덩어리가 되였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뜨거운 눈물아, 너와 나 저 선수들의 승리를 기꺼이 축복해주자. 아, 미더운 선수들이여, 부디 이기고 돌아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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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정성선수를 치료할 때 리용했던 두툼한 일지를 펼쳐놓고 며칠후에 있게 될 학술발표회 론문을 준비하고있다. 내가 쓴 글줄들우에 모형비행기를 날리던 잊지 못할 청년의 모습이 얼른거린다. 하루하루가 천년맞잡이라고 하던 쪽지편지의 글줄도 떠오르고… 그 편지는 부단히 새롭고 높은 곳으로 날으려는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적당히 살아가려던 나를 호되게 후려친 채찍이였고 이런 고질적인 병을 고쳐준 《명약》이였다. 나는 조용히 속삭였다. 《고마워요, 정성동무. 제때에 치료해줘서… 이젠 편지를 쓸 일이 더는 없는가요? 어쩐지 한번 더 동무의 편지를 받아보고싶군요.》 그렇게 고대하던 《편지》는 끝내 오고야말았다. 《조선, 활공기단체종목에서 세계패권!》 《오데싸의 하늘을 물들인 조선의 국기》 《조선의 기적, 최고인기!》 세계의 유명짜한 통신보도수단들이 이런 표제밑에 혜성처럼 다시금 나타나 오데싸의 《공중신화》를 창조한 우리 선수들의 경기성과를 대서특필하였다. 이것으로 그는 나에게 두번째 편지를 보낸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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