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8(2009)년 제12호에 실린 글

   

       우  화

 

긴 목과 짧은 목

                                    문 영 철

             

무슨 일에서나

남의 눈치 잘 보는 자라 한마리

산으로 송진 따러 가다가

뒤따라오는 싸리골의

오소리와 메돼지의 말 엿들었네

 

《내 원참 목 긴것들 노는 꼴 보면

입이 쓰거워서

머루골의 사슴이나 노루를 좀 보게

마치 저희들만 유식한체》

 

《그러게 말이지. 토끼꼬리만큼

아는것 가지고 긴 목 뽑으며

제노라 으시대니…》

 

그 말 들은 자라

뽑았던 목 얼른 움츠렸네

(저들이 내 목 보고

길다 하면 어쩐다?

저들한테 솔골로 가는 길

물어보자던 참인데)

 

이때 앞쪽에서 뜻밖에도

마주오는 머루골의 사슴과 노루

저희들끼리 수군수군…

《저 목 밭은 친구들 좀 봐!

얼마나 답답할가?》

《예로부터 목 밭은것들과는

상대를 말랬어

우리 못 본척 하세.》

 

그 말 들은 자라 움츠렸던 목

얼마간 다시 뽑았네

(저들이 날 보고 답답하다면

어쩐담.

내가 가는 방향을

저들은 이미 지나왔으니

저들이 솔골을 더 잘 알텐데)

 

누구한테 물어보며 잘 보여야 할지

결심을 못 내린 자라

긴 목이 되였다 짧은 목이 되였다

짧은 목이 되였다 긴 목이 되였다

어느덧 메돼지와 오소리

사슴과 노루가 어기치는데

 

아직도 목을 뽑았다 움츠렸다 하는

자라보고 그들은 가던 길 멈췄네

《넌 왜 그러고 섰느냐?》

《저…》

대답을 못하고 이쪽저쪽 바라보며

목 춤추는 자라보고 하나같이 말했네

 

《저 자라한텐

목에 뼈대가 없는 모양이야

목 건사도 못하는걸 보니》

비웃음에 모두 제 갈길 가버리자

뒤늦게야 땅을 치며 자라는 통곡했네

 

《어휴! 목에 뼈대가 없는 놈!

제 주견이 없으니

가는 길 묻는건 고사하고

동네에 웃음거리만 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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