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미 장 공 리명순
《영철동문 오늘부터 조력을 해야겠소.》 하고 반장이 말하였을 때 나의 귀전에는 다른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소음이 앞을 다투어 울리는 여기 건설장인가. 기중기소리, 혼합기소리, 철판 두드리는 소리… 자동차소리며 확성기소리는 150일전투가 힘있게 벌어지는 여기 만수대거리개건공사장에서 숨소리마냥 들려온다. 그러나 나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내가 조력을 하다니… 작업반장의 목소리가 다시금 울린다. 《조력을 해야겠소.》 분명 어제는 미장공이였던 내가 아니였던가. 그런데 조력을 하라니 이거야 미장공자격이 없다는 소리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불도가니처럼 들끓는 여기 만수대거리개건공사장에서 매일 매 시각 기적과 위훈만이 창조되고있는데 나만은 애써 들어섰던 미장공위치에서까지 물러서지 않으면 안되게 된것이다. 왜 이렇게 되였을가, 왜? 나는 밀물처럼 몰려드는 의혹에 싸여 돌처럼 굳어져있었다. 《영철동무.》 누군가가 나를 찾고있었지만 나는 까딱도 하지 않고 발밑에 놓여있는 미장칼만 내려다보고있었다. 손잡이가 총가목처럼 짙은 밤색을 띠고있는 그 미장칼에는 《80》이라는 수자가 또렷하게 두드러져있었다. 거울처럼 번들거리는 밑면에는 언제나 무엇인가가 비끼군 하였는데 지금 거기에는 미장하지 않은 울퉁불퉁한 벽체가 거무스름하게 비껴있었다. 어제는 얼마나 밝게 은백색으로 번들거렸던가. 《영철동무.》 피끗 눈길을 드니 시야에 국화의 푸른색작업복이 비껴들었다. 그는 두달전에 배치되여온 제대군인처녀였다. 내가 장기간의 이동작업을 끝내고 돌아오니 그는 벌써 미장공으로 일하고있었다. 척 보기에는 두달이 아니라 한 20년은 건설자로 일한 사람처럼 모르는것이 없고 막히는것이 없었다. 《두달이요?》 주남아바이에게서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놀라서 입을 하 벌렸었다. 《뭘 그렇게 놀라나? 제대군인들이야 뭐나 다 잘하지 않던가.》 《글쎄 그렇긴 하지만…》 그 처녀의 미장솜씨는 보통이 아니였다. 미장공으로 30여년을 일해온 주남아바이까지도 혀를 차는 정도였다. 섬세하고 꼼꼼하기란 정말 바단짜는 처녀도 울고 갈 지경이였다. 그 속도는 또 어떻고… 이동작업을 나가기 전엔 나도 그만하면 괜찮은 미장공이였다.(급수시험에서 3급을 받았으니까.) 그때는 그 정도의 기술로써도 말을 듣지 않았었다. 이동작업장에서는 그 쑬쑬한 기술을 놓고서도 식당어머니들이 별식을 차려줄 정도로 나를 떠받들어주었다. 거기에 모여온 사람들중에는 미장공을 하던 사람이 나 하나뿐이였던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몇년사이에 작업반원들 전반이 얼마나 기능들이 높아졌는지 몰랐다. 게다가 갓 배치되여온 처녀까지 쫙쫙 미장을 해대는 판이였다. 나는 그 번쩍거리는 미장칼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반장에게 직방 들이대였다. 어제날에도 미장공이였으니 미장공으로 일하게 해달라고. 반장도 별로 다른 의견이 없이 찬성해주었다. 급수도 있겠다, 년한도 있겠다, 뭘 더 따져볼것이 있겠는가. 그런데… 《영철동무…》 나는 다시 눈길을 들었다. 국화가 량손에 물바께쯔를 들고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작업준비를 서둘러야겠는데 왜 그러고 앉았는가 하는 핀잔이였다. 아, 이런 젠장! 미장공의 위치에서 떨어지고나니 저 처녀도 나에게 《명령》을 하는구나… 어제는 같은 미장공의 자격으로 함께 일하며 대번에 퍽 가까와졌었다. 일이란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마음을 스스럼없이 풀어헤치게 만드는것이다. 그 처녀의 나이가 나와 동갑이이고 집은 주체사상탑가까이의 동대원구역 어데라는것 그리고 두 남동생이 지금 군사복무중이라는것까지 다 알게 되였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싱겁게도 한 뻐스를 타고 퇴근할수 있다는 사실을 두고 혼자 반가와했었다. 나의 집과 신통히 같은 방향이였던것이다. 《헌데 왜 미장공이 되였소?》 나는 나의 속생각을 짐짓 누르며 대범한체 물었다. 《아이참.》 처녀는 얼굴만 발깃해진채 일손을 놀렸다. 나의 물음이 무례한것이였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아마 나 말고도 이렇게 묻는 총각들이 한둘이 아니였을것이리라. 저렇게 곱고 이목구비가 그쯘한 처녀가, 작업복을 입은 모습도 영화배우처럼 멋진 처녀가 미장공이 되려고 결심한데는 무슨 사연이 있을것만 같았다. 나는 그의 속내를 다 알고싶은 충동이 솟구치는것을 꾹 누르고 국화에게 뒤지지 않기 위하여 부지런히 몰탈을 붙여나갔었다. 그런데 일은 이렇게 맹랑하게 된것이다. 이제는 미장공과 조력공, 명령하는 사람과 명령받는 사람으로 되였으니 내가 처음 막연하게나마 생각했던것처럼 더이상 가까와지지는 않을것이였다. 《영철동문 작업배치에 의견있어요?》 나는 말없이 눈을 치뜨고 보기만 하였다. 역시 제대군인성격이구나, 직통배기로 내쏘는… 《실력이 없으면 스스로 물러설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가요?》 《뭐가 어쨌소?》 나는 발끈했지만 웃는 낯에 침을 못 뱉는다고 눈가에 찰랑찰랑 웃음을 띤 국화의 얼굴에 대고 성을 낼수는 없는 일이였다. 《오늘은 미장공의 위치에서 물러났지만 래일은 그보다 더한 곳에서도 물러서야 할거예요.》 《동무만 잘난것 같소?》 나는 벌떡 일어나 가까이에 있는 삽을 틀어쥐였다. 속에서 무엇인가 좋지 않은것이 꿈틀꿈틀 마구 치밀어오르는것만 같았다. 나는 삽질을 시작하였다.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는 나의 미장칼이 그냥 남아있었다. 성이 나서 삽질을 해대는 내 눈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확성기에서 《150일전투지휘부에서 보내온 소식》이 총진군에로 부르는 힘찬 노래소리와 함께 꽝꽝 울려나왔다. 각지의 공장과 농촌, 건설장과 탄광들에서 150일전투의 불길높이 혁신을 일으킨 소식들이였다. 그런 소식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상한 초조감에 휩싸이군 했다. 그것은 달리기경기장에서 나보다 앞서나가는 동무들을 보게 될 때의 그런 느낌과도 같은것이였다. 한걸음만 더 앞서면 따라잡겠는데… 그러나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결승선에까지 가서야 더 힘껏 발자국을 내딛는데 그때는 이미 그 동무들이 달리기경기를 끝낸 뒤였던것이다. 늘 그렇게 뒤질수는 없는 일이였다. 나도 이번에는 혁신자가 되여 속보판에도 나붙고 방송에도 크게 나리라, 언제나 가슴속에는 이런 욕망이 젊은 혈기와 함께 끓어번지건만 어째서 나의 일은 꼬이기만 하는지 알수 없었다. 내가 쥔 삽날에서는 번개불이 이는듯 하였다. 삽날에 튀여난 한줌의 세멘트가 맞은편에서 삽질하던 누구인가의 바지가랭이에 하얗게 휘뿌려졌다. 탕! 하고 발을 구르는것을 보니 주남아바이였다. 《아니, 이거 영철이가 불이 일었는걸! 불찌까지 막 튀는걸 보니.》 주남아바이는 껄껄 웃었다. 나는 목덜미가 확 달아올라 허둥거렸다. 《아바이, 이쪽으로 오십시오. 제가 합니다.》 물을 뜨러 갔던 국화가 제꺽 물을 쏟으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구슬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그는 어느새 주남아바이에게서 삽을 빼앗아쥐고 혼합물을 이기기 시작했다. 알릴듯말듯 화장품냄새가 풍겨왔다. 《역시 국화가 국화거던.》 주남아바이가 미장칼과 미장판을 쥐면서 말했다. 《아이참, 그건 무슨 소립니까?》 《허허…》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비꼈다. 한송이의 아름다운 꽃을 바라보는 심정들이였다. 작업장의 공기는 웃음과 함께 한층 더 활기로와졌다. 여기저기서 노래소리며 말소리들이 커지고 일손을 다그치는 소리들이 더 높아졌다. 이 기세로 나가면 오늘작업은 200프로를 돌파할것 같았다. 이윽고 미장혼합물이 다 만들어지자 미장공들은 드디여 때를 만난듯이 팔을 휘둘러대기 시작하였다. 마치 대형화판에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들같았다. 국화의 모습은 더구나 나의 눈을 끌었다. 재빠르고 자신만만한 동작에서는 자기의 능력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뚜렷이 뿜어져나왔다. 때로는 여유작작하게, 때로는 날쌔게 움직이는 그의 미장칼은 마치 색감을 듬뿍 머금은 커다란 붓처럼 느껴졌다. 어찌 보면 그의 미장칼은 깊은 바다물속에서 마음껏 헤염쳐대는 아름다운 물고기같았다. 나는 문득 홀린듯 바라보던 눈길을 거두었다. 누구인가 나의 일거일동을 지켜보는것 같아서였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창밖으로 흰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푸른 하늘아래 아름답게 솟아오르는 만수대거리의 웅장한 모습만이 보일뿐이였다. 다시 삽질을 시작하려던 나의 눈길이 문득 창턱에 놓여있는 낯익은 미장칼에 가닿았다. 바로 저것이였구나! 내가 가있던 이동작업장에서 한 친구가 주었던 저 미장칼! 《영철이, 난 동무가 부럽구만. 우리의 심장인 평양에 몰탈 한삽이라도 더 붙일수 있다는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동문 다 몰라.》 《왜 모르겠소. 난 바로 그래서 건설자가 된 사람이요.》 《그럼 좋아, 내 마음까지 합쳐서 수도 평양을 더 아름답게 꾸려달라구. 응?》 그러면서 그는 한생을 수도건설자로 보낸 자기 아버지가 쓰던 저 미장칼을 내 손에 쥐여주었던것이다. 헌데 그 미장칼은 지금 내 손이 아니라 저기에 놓여있다. 만약 그가 이걸 알면 얼마나 실망할가… 다시금 울적해지는 심정을 누르며 나는 삽질을 시작하였다. 그때였다. 반장이 얼굴이 환해가지고 들어오며 멀리서부터 소리쳤다. 《국화동무! 동무의 혁신안이 통과되였소. 인차 도입되게 되오.》 《그렇습니까!》 처녀의 목소리는 하늘을 향하여 뿌린 꽃보라처럼 느껴졌다. 국화의 혁신안이란 어떤것일가. 두달사이에 벌써 미장공이 되고 또 혁신안이라니?!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반장과 국화를 향하여 웃음을 보내는 반원들을 쳐다보았다. 나의 눈앞에는 어제 일이 생각났다. 어제 나는 미장을 해나가다가 완성단계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의 미장면이 뭉청 떨어지는바람에 몹시 애를 먹었었다. 세번네번 되풀이하였지만 떨어지는 면은 점점 더 커지기만 하였다. 다른 사람이 도와주어서야 겨우 그것을 바로잡을수 있었다. 어쩐지 그때의 모지름이 그대로 새겨져있는듯싶어 어제 작업한 곳을 도저히 그냥 지나칠수 없는 나였다. 그러한 나와 국화사이에는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것인가. 분명 처녀는 나보다 한걸음 앞에서 뛰여가고있었다. 아, 한걸음, 나는 어째서 뒤떨어진것일가. 지금 조력공이 된 그자체가 바로 그 한걸음이 아닐가. 한시간도 못되여 한칸방의 미장이 끝났다. 다음은 세면장과 부엌을 비롯한 작은 방들 차례였다. 그리하여 몇개의 조로 나누어 작업하게 되였다. 공교롭다고 해야 할지 마침이라고 해야 할지 나와 국화는 한조가 되였다. 늘 생글거리던 국화의 얼굴이 긴장되였다. 아마 다른 조들보다 작업을 더 먼저 끝내고싶어 그러는것 같았다. 그는 자주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어데 갈데가 있소?》 내가 물었다. 《아니, 그런게 아니라 속도를 좀 측정하느라고 그래요.》 《그건 측정해서 뭘 하자구?》 《군대때 난 해안포병이였어요. 훈련의 첫 순서로 언제나 시간을 측정했어요. 시간을 측정하는 일은 어디에서나 다하지 않나요.》 나는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한셈이였다. 뻔한것을 묻다니. 그러나 어쨌든 그 물음으로 하여 서먹서먹한 감정은 사라졌다. 나는 그에게 묻고싶은것이 많았다. 왜 미장공이 되였고 혁신안이라는것은 무엇인가. 갓 제대된 그가 어느새 벌써 그런걸… 내가 입을 막 열려고 하는 순간에 국화에게서 먼저 질문이 날아왔다. 《영철동문 왜 건설대학공부를 안했어요?》 《언제 그럴새가 있었소? 난 건설자가 되기 바쁘게 멀리 이동작업을 나가있었소. 그리구 또…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있는 때여서 공부생각은 하지도 못했소. 사실 그때에도 배움의 문은 활짝 열려져있었지만…》 《일하면서라도 공부를 할걸 그랬군요.》 《글쎄… 그 문제때문에 반장동지한테 비판도 많이 받았댔소.》 《참, 반장동진 학위론문을 다 쓰셨다면서요? 저기 저 권양기바가지에 바퀴를 해단것두 반장동지 창안품이라지요?》 《동문 언제 그걸 다 알았소? 나도 모르는 사실을…》 국화는 대답대신 몰탈만 붙이였다. 그러다가 불쑥 뒤돌아보며 말하는것이였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공부하세요.》 나는 대답이 궁해졌다. 남에게 보이기 싫은 상처를 한사코 헤쳐놓으면서도 눈섭 한오리 까딱하지 않는 처녀가 야속하고 고까왔다. 그런데 처녀의 얼굴에는 비웃음과 조소는 없었다. 곪아가는 상처를 보고 제꺽 수술해버리고싶어하는 외과의사의 집요함이라고 할가… 그러나 나는 그 자리를 피해 돌아서고말았다. 다른 말을 꺼내면 그만이였던것이다. 《동문 어떻게 건설자가 되였소?》 《우리 할아버진 천리마동상을 건립한 영웅들중의 한사람이였는걸요.》 처녀의 대답은 그것이 다였다. 그는 입을 꼭 옹다물고 미장에만 열중하였다. 나는 그가 입직한지 두달밖에 안되였다는것을 알았을 때처럼 또다시 입을 하 벌렸다. 그러나 모든것이 다 리해되였다. 그가 제기한 혁신안이라는것도 결국은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나온것이 아니겠는가. 《동문 언제쯤 가게 되오?》 《어데요?》 《대학으로 말이요.》 《네?》 《그 기술과 기능이 아깝구만. 동무야 인차 대학생이 될거구 그다음은 연구사나 설계가가 될게 아니요. 앞길이 쭉 내다보이는 동무가 뭣하러 미장공이 되였는가 말이요.》 그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나 나의 말을 못 알아듣기나 한것처럼. 나는 처녀의 눈길앞에 당황해졌다. 한순간의 짧은 시선이 왜 나를 그렇게 꼼짝 못하게 만드는것인지 알수 없었다. 그 순간 나의 뇌리속으로는 《시시하다》는 단어가 불쑥 떠올랐다. 언제 한번 입에 올려본적도 없는 그 말이 바로 그 시선속에 씌여있었던것처럼 나에게는 생각되였던것이다. 국화의 담담한 목소리가 나직하게 울렸다. 《동무가 오기 며칠전부터 난 동무에 대해서 많은 말을 들었댔어요. 성실하구, 동지우애심이 강하구.… 어쨌든 좋은 말만 해주더군요. 헌데 어제 하루동안 동무의 일솜씨를 바라보면서 실망하지 않을수 없었어요. 그런 능력을 가지고서야 어떻게 아버지장군님께서 인민들에게 안겨주시는 이 사랑의 집을 지을수 있겠어요, 네? 우리 할아버진 실력이 안받침되지 못하면 그 어떤 희망이나 꿈두 한갖 욕망으로 남게 된다고 늘 타이르군 했답니다.》 실력… 나는 그것을 일군들이나 과학자들을 두고 하는 말처럼 생각해왔다. 미장공이나 조력공과 같은 하찮은 로동자에게도 그 말이 필요할가 하고. 《난 텔레비죤에서 선군시대의 사회주의선경들을 보면서 그것을 건설한 건설자들을 얼마나 부러워하고 존경했는지 몰라요.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그토록 엄혹한 시련속에서도 우리 조국은 고난을 이겨내기만 한것이 아니라 더 큰 비약을 가져왔거던요. 헌데 영철동무에게서는 그러한 열풍이 느껴지지 않아요. 전혀.》 《뭐라구?》 나는 삽질을 멈추었다. 내가 지금 150일전투의 열풍속에 뛰여들지 않았단 말인가. 내가 왜 미장공이 되려고 하는가. 그것은 위훈과 혁신을 위해서이다. 《어제 저녁에 난 반장동지에게 제기했어요. 기능이 어린 미장공에게 미장칼을 쥐여준다는것은 그만큼 건설물의 질을 떨어뜨리고 또 수명을 줄이는 행위나 같지 않은가… 하구 말이지요.》 《그래서?》 《그래서 영철동문 조력으로 돌려진것이구 또…》 《다 말했소?》 나는 처녀의 말허리를 꺾으며 덤벼쳤다. 참을래야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그러니 결국 내가 조력공이 된것은 국화때문이였다. 치명적인 《한걸음》의 수치를 당하게 된것도 바로 이 처녀의 한마디 말때문이였다. 이런 젠장! 《동무가 반장이요 뭐요? 왜 중뿔나게 나서서 그러는거요? 모르면 가만히나 있을게지.》 나는 씨근거리며 처녀를 노려보았다. 목덜미에서 땀이 줄줄이 흘러내렸다. 《이제 배우지 못하면 언제 배우겠어요.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무슨 일이나 다…》 《듣고싶지도 않소. 날 때부터 용사가 되는 법은 없소. 싸우는 과정에 용감해지구 대담해지는거지. 됐소, 동무하구 이런 말을 해야 무슨 소용이요.》 나는 들고있던 삽을 혼합물더미우에 푹 꽂았다. 그러나 삽은 인차 넘어지고말았다. 국화는 묵묵히 그 삽을 들어 미장판에 몰탈을 담았다. 나는 삽을 휙 나꿔챘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한곳에서 둘이 일을 한다는것은 참으로 괴롭기 그지없는 일이였다. 오후에는 미장모래가 떨어져가는것으로 하여 모래치는 작업이 제기되였다. 나는 자진하여 그 일을 맡았다.
×
《영철동무우― 총화시간이요.》 우에서 누구인가 소리쳤다. 나는 작업을 중지하고 내가 오후내껏 친 모래더미를 내려다보았다. 어쩐지 그것은 보잘것없는 량처럼 보였다. 모래가 젖은데다가 큰자갈들이 많은 터여서 모래채만 못쓰게 되고 능률이 나지 않았다. 모래채를 수리하느라고 한참동안 씨름질하지만 않았어도 작업량은 좀 커졌을것이다. 정말 모든것이 나에게 화만 돋구어주었다. 《수고했소. 어서 들어오오.》 반장이 나에게 말했다. 나는 무표정한 그의 얼굴에서 그 말이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그저 인사차림을 하느라고 던진 말이라는것을 대뜸 알아차렸다. 내가 혼자서 신고했건말건 작업량이 많지 못하니 반장의 얼굴이 무뚝뚝할수밖에 없는 일이였다. 어쩐지 나를 바라볼 때마다 그 얼굴에는 피곤한 빛이 떠오르는것 같았다. 국화를 바라볼 때에는 마치 아침해를 보는 때와도 같지 않은가! 《자, 물을 마시라구.》 주남아바이가 나에게 물병을 내밀어주었다. 한낮의 더위에 미지근해진 물이였을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물은 찼다. 《자, 보라구. 국화동무가 물바께쯔에 젖은 수건을 씌워서 이렇게 찬물을 만들었다니까.》 언젠가 아동영화 《령리한 너구리》에서 본 꼭같은 원리였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국화를 찾았으나 그는 없었다. 왜 총화에 참가하지 않았을가. 오전에 있은 말다툼이 생각나자 속에서 쓴물이 올라오는것 같았다. 하기야 며칠쯤 일하다가 갈것이 뻔한 처녀인데… 차라리 몰랐다면 속도 편안했을것이다. 총화에서 반장은 오후작업량을 수행 못한 나를 비판하였다. 피가 한동아리씩이나 끓고있는 젊은이답지 않다느니, 그저 뚝힘으로만 하려고 한다느니… 젠장, 오늘 내가 미장공으로 일했더라면 이런 말은 안 듣지 않았겠는가. 마치 오늘은 모두가 나를 공격하려고 약속이나 한것 같았다. 나는 총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어찌된 일인지 오늘은 바쁜 기색들이 없었다. 손도 씻지 않은채 총화에 참가한 사람도 있었다. 《이만합시다.》 반장이 이 말을 떼기가 바쁘게 나는 제일먼저 출입문으로 향하였다. 《참, 영철동문 작업장에 올라가보오.》 《왜요?》 《글쎄 올라가보라는데.》 나는 스적스적 층계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동작업을 끝내고 들어올 때 나의 발걸음은 얼마나 젊음과 랑만에 넘쳐있었던가. 지금의 나를 생각이나 했었는가. 불과 이틀만에 나는 계획미달자, 락후분자로 되지 않았는가. 이것은 무엇때문인가. 지금의 나를 먼곳의 이동작업장사람들이 본다면? 그때 불쑥 나의 뇌리에 미장칼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서둘러 층계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뚝 그 자리에 멈춰섰다. 작업장에서 인기척소리가 들려왔기때문이였다. 누구일가? 혹시 국화가 아닐가? 나는 발소리를 죽이며 걸음을 내짚었다. 나의 가슴은 이상하게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방금전까지 그에 대한 고까움으로 꽉 차있던 나의 머리속에는 땀이 송골송골 내돋은채 웃고있던 한 처녀의 얼굴이 안개에 싸인듯 몽롱하게 떠오르는것이였다. 한순간이나마 또렷이 그려졌으면 하는 부질없는 소망으로 헛되게 애를 쓰는 사이 나는 어느새 층계를 다 올라왔다. 작업장에서 삽질을 한 사람은 바로 국화였다. 방금 막 삽질을 끝낸 처녀는 창가에서 땀을 들이고있었다. 조각가가 다듬어세운 섬세한 공예품처럼 처녀는 까딱도 않고 서서 어딘가 먼곳을 보고있었다.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것일가. 아니면 무슨 고민거리라도? 늘 감돌던 입가의 웃음을 찾아볼수 없었다. 그렇게 서있던 처녀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작업복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여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글쎄 그러면 그렇겠지. 나는 저도 모르게 《음!》하고 헛기침을 깇었다. 처녀는 와뜰 놀라며 수첩을 땅바닥에 떨구었다. 《동문 총화에 안 참가하오?》 이쪽을 바라보는 국화의 눈길이 허둥거려지더니 인차 쌀쌀해졌다. 하필이면 그런 말이 튀여나갈건 뭐람, 젠장! 그가 혼합물을 만들어놓은것을 뻔히 보면서도… 나는 어줍어졌다. 그래서 머리를 숙여 처녀가 땅에 떨군 수첩을 주어들었다. 까만 뚜껑을 씌운 수첩의 첫장에는 《강성대국건설은 오직 실력으로써!》라는 글자가 씌여있었다. 《그걸 가지세요.》 《뭐라구?》 《사실은 그걸 동무에게 주려고 만들었어요.》 《?!》 나는 놀라서 굳어져있었다. 《그건 후에 보기로 하고 자, 어서 련습합시다.》 《무슨 련습 말이요?》 《미장련습이지 뭐예요? 이건 다 반장동지가 조직한 일이랍니다.》 그제서야 나의 눈에는 물에 담그었다 꺼낸 나의 미장칼과 미장판 그리고 나무칼이 안겨왔다. 《제가 조력을 하겠어요. 자, 어서요.》 역시 제대군인이 제대군인이였다. 그는 마치 그동안에 있은 모든 일들을 한순간의 웃음으로써 깨끗이 지워버리는것 같았다. 하기는 나만이 생각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하루였고 별치도 않은 이야기였는지도… 우리는 일을 시작하였다. 《군대때 말이예요. 그때 중대에서는 자체의 힘으로 중대축사를 멋있게 꾸릴 계획을 세웠답니다. 난 자진해서 전망도를 그렸어요. 그리고 으쓱해서 물었어요. 〈중대장동지, 건설자들은 언제 옵니까?〉 〈건설자라니? 우리가 달라붙으면 못해내는 일이 있는줄 알아요? 국화동무, 이제 두고보라요. 우리 힘이 얼마나 센가.〉 정말이지 한달이 지나서 중대축사는 멋있게 건설되였답니다. 이렇게 건설한 그 축사를 우리 장군님께서 보아주실줄이야 어떻게 알았겠어요. 중대에 찾아오신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축사를 알뜰히 꾸린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고, 중대살림을 자체의 힘으로 이렇게 꾸렸으니 다른것은 문제로도 되지 않을것이라고 못내 만족해하시는것이 아니겠어요. 난 제손으로 훌륭한 창조물을 일떠세운 중대장동지와 구대원들이 부러웠어요. 그때 난 결심했어요. 나도 내 손으로 무엇인가 창조하여 아버지장군님께 꼭 기쁨을 드리리라 맹세를 다졌답니다. 아마 그래서 내가 건설자가 되였는가봅니다.》 나는 번쩍거리는 나의 미장칼을 내려다보았다. 미장칼에 새겨진 《80》이라는 수자가 별스레 나의 눈을 아프게 찔렀다. 아마도 그 수자는 수도건설에서 눈부신 전변이 일어나던 그때 《80년도속도》가 창조되던 나날에 새겨진것이리라. 그러나 나는 그 수자를 보면서 무엇을 생각하였던가. 력사가 오랜 미장칼을 쥔것으로 하여 나의 건설자로서의 면모가 달라지는듯이 생각하지 않았던가. 실력, 그것은 뜨거운 심장속에서만이 발휘될수 있는것이다. 그것을 떠나서 그 어떤 위훈에 대해서 생각한다는것은 허황한 꿈에 지나지 않을것이다. 위대한 비약의 시대인 오늘의 선군시대에서는 더욱 그러한것이 아닌가. 나의 하루는 어째서 그렇듯 화가 나고 앞이 막히는 안타까운 하루로 되였던가. 그것은 국화때문에도 아니였고 반장때문에도 아니였다. 바로 나자신때문이였다. 맨주먹으로도 당과 조국앞에 충실할수 있다고 생각한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였던가. 실패의 시작은 바로 거기에서부터 시작된것이였다. 바로 거기에 나의 수치스러운 《한걸음》의 원인이 있었던것이였다. 《수고들 하는구만!》 반장과 몇몇 미장공들이 우르르 작업장에 들어서고있었다. 반장의 두눈은 총화시간에 나를 질책하던 때와는 전혀 비슷하지도 않았다. 눈부신듯이 번쩍거렸다. 《국화동문 이걸 내게 주고 내려가보오. 기술과장동지랑 지배인동지가 동무의 기술혁신안때문에 우리 건설장에 와있소.》 《그렇습니까?》 처녀는 나는듯이 복도를 뛰여내려갔다. 나는 반장에게서 그가 창안한것이 미장에서 제일 선행공정인 혼합공정의 기계화, 현대화문제라는것을 알았다. 나는 국화가 나에게 준 수첩이 들어있는 작업복웃주머니를 손등으로 꾹 눌러보았다. 마음이 별스레 흥그러워졌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여태껏 나는 자기를 달리기활주로에 나선 선수라고 자처해왔다. 그러나 지금껏 나는 달려온것이 아니라 멈춰서있었다. 그러니 달려가는 사람들과 호흡이 맞을수 없었던것이다. 오늘 비로소 나는 그 달리기활주로에 나선것이다. 과학과 기술로써만이 달려갈수 있는 강성대국건설의 그 활주로에! 창문밖으로는 불빛 찬란한 수도의 거리가 바라보였다. 무궤도전차의 정다운 동음도 들려온다. 확성기에서는 우리 건설자들이 제일 사랑하는 노래 《지새지 말아다오 평양의 밤아》가 은근하게 울려나오고있었다. 먼 후날 오늘의 150일전투의 이 하루, 못 잊을 만수대거리개건공사장에서의 나날을 추억하며 나도 저 노래를 부를것이다. 내가 어떻게 진정으로 강성대국건설의 참전자가 될수 있었는가를 가슴뜨겁게 돌이켜보며… 나는 미장칼을 쥔 손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머지않아 태여날 한 건축가의 모습이 분명 거기에 비껴있었지만 지금은 미장기술에서부터 합격되여야 했다. 온 작업반 아니, 온 나라가 나를 지켜보기때문이였다.
|
되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