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손풍금소리

                                        김혜경

         

나는 손풍금을 내 몸에서 떼여놓을수 없는 소중한것으로 여겨왔다.

중학교에서 진행되던 예술소품공연에 참가하여 재능있는 손풍금수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나였기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ㅅ》방직공장으로 배치받아갈 때에도 손풍금을 메고 가는것을 잊지 않았다.

그런데 그 손풍금이 사회생활의 첫 발자국을 떼는 나의 성장에서 잊을수 없는 추억을 남겨주리라고는 생각지 못하였다.

 

×

 

중학교를 졸업하고 부모님의 바래움을 받으며 집을 떠나온 내가 《ㅅ》방직공장 로동과에 찾아갔을 때였다.

책상을 마주하고 앉아 무슨 명단을 훑어보던 로동과장이 내가 내미는 배치장을 보고나서 면구할 정도로 나를 뜯어보았다.

《동문 물론 공장기동예술선동대에 보내달라고 할테지?…》

《예에?…》

나는 로동과장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리해되지 않아 눈을 깜박거렸다.

그러던 나는 내가 손풍금을 메고 서있다는것을 느끼고 얼굴을 붉혔다.

한쪽어깨에는 손풍금을 메고 다른 한손에는 가방을 든 나의 모습이 그에게는 일에 몸을 푹 잠그고 땀흘려 일할 처녀로 보이지 않았던것 같았다.

나는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로동과장을 바라보았다.

《과장동지, 저는 공장기동예술선동대에 들어가는것도 좋지만 제손으로 마음껏 천을 짜고싶습니다.》

《그러니 직포직장에 보내달라는거겠소?》

《예.》

나의 확신성있는 대답에 로동과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공장에 배치받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직포직장에 가겠다고 하는데 천짜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소.》

고집스럽게 입을 꼭 다물고있는 나의 얼굴만 묵묵히 바라보던 로동과장이 실눈을 지으며 전화기의 번호판을 누르더니 송수화기를 들었다.

《아, 직장장동무요? 나 로동과장이요. 인차 여기 로동과로 와주었으면 하오.》

잠시후에 자그마한 키에 몸이 다부진 한 녀인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로동과장이 그에게 의자를 가리키며 자리를 권했다.

《직장장동무, 이 처녀동무가 손풍금을 메고 왔기에 한번 솜씨를 보고 공장기동예술선동대에 보내려고 했더니 자기는 꼭 직포공이 되겠다오.》

《그렇습니까?》

직장장이 새삼스러운 눈길로 나의 어깨우에 메워져있는 손풍금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마치 이 처녀가 일을 잘할수 있을가 하고 투시해보는듯싶었다.

이윽고 직장장이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이 동무를 우리 직장에 보내기가 아깝지 않습니까?》

로동과장은 그 말에 눈이 둥그래져서 직장장을 바라보았다.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천생산밖에 모르는 우리 직장에서 이 동무의 아까운 재간이 썩을가봐 그럽니다.》

진담인지 롱담인지 종잡을수 없는 표정으로 직장장은 이야기했다.

나는 그 말에 얼굴이 달아올라 긴 살눈섭을 살풋이 내리깔았다.

직장장의 그 말이 나에게는 직포직장에야 천 잘 짜는 처녀가 필요하지 손풍금수는 해서 무엇하겠는가 하는 소리로 시답지 않게 들려왔다.

창문가에 놓여있는 보온병에서 고뿌에 물을 따르던 로동과장이 입을 열었다.

《직장장동무, 언제인가 직장별 예술소품시연회에서 손풍금수가 없어 애를 먹던 일을 벌써 잊었소?》

《손풍금수가 있으면 우리 직장 처녀들부터두 좋아할겁니다. 다만 내가 직장장으로서 이 동무의 손풍금재간을 더 활짝 꽃피워줄수 있겠는지 모르겠습니다.…》

《됐소. 그런 걱정을 앞세우면 일이 잘될거요. 그러니 어서 데리고 가오.》

이렇게 되여 나는 직포공이 되였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가볍지 못했다.

처음부터 손풍금때문에 일보다도 노래밖에 모르는 처녀로 볼것 같은 생각이 갈마들어서였다.

차라리 이럴줄 알았으면 손풍금을 가지고 오지 말았을걸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직장장의 뒤를 따라 합숙으로 가려고 정문을 나서던 나의 눈길은 저쪽에 있는 공장연혁소개판앞에 쏠렸다.

거기에는 공장에서 배출된 영웅들과 혁신자들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직장장동지, 우리 공장에서 이렇게 많은 영웅들이 나왔습니까?》

나는 호기심을 가지고 직장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앞으로 순정동무도 일을 잘해서 영웅이 되길 바래요.》

《아이참, 직장장동지두, 저같은게 어떻게 영웅이 되겠습니까?》

《동무라고 왜 영웅이 못되겠어요. 영웅들이 뭐 태여날 때부터 영웅으로 태여난줄 알아요?》

직장장은 이 영웅들처럼 일을 잘해보자며 걸음을 옮겼다.

합숙은 공장에서 얼마 멀지 않았다. 합숙책임자에게서 호실배치를 받은 직장장이 2층의 한 호실앞에 이르더니 문을 두드렸다.

방안에서 무슨 재미나는 일이라도 있은듯 얼굴에서 웃음기가 채 사라지지 않은 한 처녀가 나왔다.

《아니, 직장장동지. 어서 들어오십시오.》

처녀는 반기며 직장장의 팔을 잡아끌었다.

나는 직장장의 뒤를 따라 호실에 들어섰다.

《웃음이 그칠줄 모르는걸 보니 무슨 재미난 일이라도 있는 모양이군요.

자, 이 호실에 새 식구를 데리고 왔어요. 재능있는 손풍금수예요.》

《야, 손풍금!…》

그 처녀가 소리치자 모두의 눈길이 자석에 끌리듯 내가 메고있는 손풍금에로 쏠렸다.

저마다 손풍금을 만져보며 이런 재간이 다 있었는가, 손풍금소리까지 울리면 호실에서의 오락회가 더 흥이 나겠다고 저마다 이야기하였다.

공장로동과에 갔을 때에는 말썽거리처럼 여겨지던 손풍금이 동무들의 환성을 불러일으키니 나의 마음도 한결 안정되는감이 들었다.

그날 저녁 동무들의 요청으로 나의 손풍금소리가 호실안에 울려퍼졌다.

 

×

 

얼마동안 로동안전교양을 받고난 나는 현장에서 일하게 되였다.

벽에 그려져있는 대형벽화들과 속보판들, 경쟁도표… 이 모든 새로운 풍경들이 나의 마음을 흥분시켰다.

줄지어 늘어선 직기들속에서 하얀 앞치마를 산뜻이 두르고 고운 색갈의 머리수건을 쓴 직포공들의 모습은 무용수들처럼 아름다와보였다.

그날부터 나는 한호실에 있는 진숙언니의 도움을 받으며 직기를 다루며 천짜는 법을 익혀나갔다.

끊어진 실잇기와 잉아꿰기, 씨실과 날실사이를 쉼없이 오고가는 북에서 실이 다 풀리면 교체하는 작업이며…

그런 속에서 나의 기능이 한계단한계단 오르기 시작하였다.

자신심이 생긴 나는 어느날 진숙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니, 나도 혼자서 기대를 맡아보았으면 해요.》

《그래, 우리 순정이도 이젠 제발로 걸어가보고싶은 모양인데… 좋아, 어느 정도 기능이 올랐는지 볼겸 한번 해보렴.》

진숙언니는 나에게 두대의 직기를 맡겨주었다.

내가 맡은 기대는 날실 한번 끊어지지 않고 돌아갔다.

기대가 잘 돌아가자 나는 순회할 생각도 잊고 한자리에 못박힌듯 서서 내 손으로 짜지는 천을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찰깍찰깍》울리는 직기소리는 어쩐지 내가 손풍금단추를 누를 때마다 울리는 장단소리처럼 들렸다. 나의 마음속에서는 저도 모르게 손풍금의 선률이 울려나오기 시작했다.

그날 작업총화때였다.

직포공들이 하루동안에 짠 천생산실적을 불러주던 직장장의 눈이 휘둥그래지며 진숙언니에게로 향했다.

《진숙동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예요? 언제나 1등품만 짜던 동무가 한두메터도 아니고 세메터가 되는 불량천을 짰다는게 말이 돼요?》

《예에-…》

그는 한순간 놀라는듯 하더니 어찌된 일인지 말이 없었다.

나는 모닥불을 뒤집어쓴듯 확확 달아오르는 얼굴을 들수가 없었다.

(차라리 양성공인 내가 짠것이라고 말할것이지 저렇게 애매하게 욕을 먹을건 뭐람.…)

선뜻 일어서고싶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천근추를 매달아놓은듯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바늘방석에라도 앉아있는듯 몹시 불안스러웠다.

한초한초 흘러가는 시간이 이때처럼 따분하고 더디게 흘러가는것처럼 느껴진 때가 있는것 같지 않았다.

직장장은 한동안 진숙언니를 바라보더니 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앞으로 한메터의 천을 짜도 정성을 기울여 1등품만 짜자고 강조하고나서 총화를 마감지었다.

다른 동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쪽으로 향했지만 나는 굳어진듯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직장장이 웬일인가 하여 다가왔다.

《순정동무, 무슨 일이 있었어요?》

나는 푹 숙인 머리를 들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직장장동지, 사실 그 불량천은 제가 짠것입니다. 저 혼자 기대를 돌려보겠다고 하고는 그만 다른데 정신이 팔리는 바람에…》

나는 죄의식으로 하여 말끝을 채 맺지 못했다.

나의 속마음을 헤아려본듯 묵묵히 나를 바라보기만 하던 직장장은 잠시후 무겁게 입을 열었다.

《순정동무, 나도 알아요. 사실 어제 저녁에 진숙동문 동무에게 직기를 맡겨보자고 나에게 제기했댔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엔 동무자신이 진숙동무에게 직기를 맡아보겠다고 했다지요.

내가 진숙동무에게 말을 좀 한건 신입생인 동무를 잘 도와주지 못했기때문예요.》

잠시 말을 끊고 직장장은 나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옆에 앉아 나의 한쪽손을 잡아쥐더니 말을 이었다.

《순정동무, 물론 처음부터 천을 잘 짜는 직포공은 없어요. 또 손풍금에 조예가 깊은 순정이로서는 직기소리를 들으며 손풍금의 선률을 생각했을수도 있구요. 하지만 생각해봐요. 만약 순정동무가 짠 그 천으로 지은 옷이 어떤 사람에게 차례졌다면 그의 감정이 어떠했을가?…

순정동무, 우린 자기가 짜는 천 한필한필에 로동계급의 깨끗한 량심을 바쳐야 해요.》

(로동계급의 깨끗한 량심…)

나는 더더욱 머리를 들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 나는 잠자리에 누웠지만 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나에게 하나하나 일을 배워주던 진숙언니며 로동계급의 깨끗한 량심으로 천을 짜라던 직장장동지며…

문득 집생각이 났다. 길짱구가 주단처럼 깔려있는 길로 손풍금을 메고다니던 시절, 어느해였던가, 중학교 예슬소품공연무대에서 재청까지 받으며 교직원학생들의 선망의 눈길속에 손풍금독주를 하던 때의 일이…

우리 집은 읍에서도 십리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집의 외동딸로 부모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그래서 나에 대한 부모들의 기대 또한 컸다.

어머니는 나를 뛰여난 손풍금연주가로 키우고싶었던지 학교시절부터 나에게 손풍금을 구해주고 배우게 하였다. 학교에서 손풍금을 배우고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 어머니앞에서 활짝 웃음을 지으며 손풍금을 타보군 하였다. 그러면 무뚝뚝한 아버지도 어머니와 함께 나의 손풍금소리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그것이 하나의 일과로 되여 우리 집에서는 매일 저녁 나의 손풍금소리가 울리군 하였다.

그러던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ㅅ》방직공장에 자진하여 가겠다고 하였을 때 부모들은 물론 마을사람들도 동무들도 모두 놀라와하였다.

하긴 이름있는 평양의 어느 예술기관의 무대우에 서있는 나의 모습을 그려보던 그들이였으니 그럴수밖에…

(정말 내가 사회의 첫걸음을 잘못 떼였는가?)

밤새 이런저런 착잡한 생각속에 쫓기우던 나는 새벽이 되여서야 잠에 들었다.

 

×

 

어느덧 양성기간을 마치고 나는 교대작업에 나가게 되였다.

어느날 처음으로 밤교대작업에 나간 나는 밀려드는 졸음을 끝내 참지 못하고 기대앞에서 선채로 깜박 졸게 되였다.

나의 그 모습을 현장을 돌아보던 직장장이 보게 될줄이야…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기대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기다렸다. 직장장의 호된 추궁을…

직장장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순정동무, 처음 밤교대작업을 하다나니 졸릴수 있어요. 자, 정 졸릴 때마다 한알씩 입에 넣으면서 일해보세요.》

직장장은 나의 손에 종이에 싼 한줌가량 되는 사탕을 쥐여주었다.

나는 손에 쥐여진 사탕알들과 멀어져가는 직장장의 뒤모습을 의아하여 번갈아 바라보았다.

나는 이름못할 감정에 잠겨버렸다.

자그마한 부정적현상에 대해서도 추호의 용서도 없는 엄한 직장장이였다.

그런데 로동시간에 졸고있는 나를 엄하게 질책할 대신에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는것이 아니던가.

후날에야 나는 나의 성장과정을 통해 혹독한 백마디의 욕보다도 사랑이 담긴 한마디의 말이 사람들을 교양하는데서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그날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퇴근길에 올랐다.

동무들이 하루일을 마치고 누가 앞섰을가 하고 경쟁도표의 빨간 줄을 바라볼 때에도 나는 그앞에 서기조차 두려웠다. 나의 생산실적은 보나마나 뻔했던것이다.

생산실적이 낮아가지고 어떻게 손풍금련습까지 할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하루 1시간씩 하려고 했던 손풍금련습도 그만두기로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을 해도 경쟁도표의 나의 빨간 줄은 좀처럼 남과 같이 오르지 못했다.

역시 욕망만으로 모든 일이 되는것이 아니였다.

차라리 처음 공장기동예술선동대에 보내주겠다고 할 때 갈걸 그러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어느날 높아지지 않는 생산실적을 두고 생각에 잠겨 퇴근길을 걷고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찾았다. 돌아보니 직장장이 나에게로 다가오고있었다. 어쩐지 요즘엔 직장장을 만나기가 두려웠다.

그 어떤 엄한 채찍질이 날아올것 같은 느낌때문이였다.

그런데 직장장은 예상외로 얼굴에 유순한 웃음을 짓고있었다.

《순정동무, 오늘은 나와 함께 가자요.》

《저, 어디엘…》

《가보면 알게 아니예요.》

직장장의 손에 이끌리여 간 곳은 그의 집이였다.

그는 집에 들어서자바람으로 나를 방안에 앉혀놓고 부엌에 나섰다.

나는 그러는 직장장을 바라보며 그가 왜 오늘 나를 자기 집으로 데려왔을가 하고 생각하였다.

착잡한 생각속에 방안을 둘러보던 나의 눈길은 저도 모르게 맞은켠 벽에 모셔진 기념사진들에 머물렀다.

그 사진은 직장장이 위대한 장군님을 모시고 진행하는 대회에 참가하여 찍은 사진이였다.

내가 부러움에 젖은 눈길로 기념사진을 바라보고있는데 초인종소리가 울렸다.

《순정동무, 누가 왔나 나가봐요.》

나는 직장장이 말을 해서야 정신을 차리고 출입문가로 다가갔다. 그런데 문을 열고보니 뜻밖에도 로동과장이 한손에 묵직한 꾸레미를 든채 사람좋은 웃음을 짓고 서있었다.

《어마나, 로동과장동지가 어떻게 여기에 오셨습니까?》

《허허허… 나두 오늘 순정동무네 직장장의 초청을 받았지.》

로동과장은 스스럼없이 방에 들어섰다.

《수고합니다, 직장장동무.》

로동과장이 부엌을 들여다보며 말하자 직장장은 곱게 눈을 흘기였다.

《오늘은 웬일이예요. 집에 와서까지 그렇게 부르면서… 누굴 놀리는거예요?》

《놀리긴… 자, 직장장동무의 〈특별임무〉인 농마국수까지 받아왔는데…》

《참, 당신두… 수고했어요.》

《내 순정동무를 위한 일이 아니면 아예 거절하고마는건데…》 그러면서 로동과장은 나를 향해 한쪽눈을 찡긋거렸다.

나는 그만 굳어지고말았다.

(그러니 로동과장동지가 직장장동지의 남편?!…)

로동과장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나에게 다가와 일이 힘들지 않는가, 이제라도 공장기동예술선동대에 갈 생각이 있는가고 물어보았다.

나는 대답을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어쩐지 나의 마음속 동요를 엿본듯 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이어 상이 차려졌다. 언제 준비했는지 상우에는 여러가지 음식들과 산나물들, 내가 좋아하는 농마국수가 올랐다.

직장장이 나의 손을 잡아끌어 옆에 앉혔다.

《별로 차린건 없어두 많이 들어요. 사실 오늘이 순정동무 생일이 돼서 찾았어요.

합숙아주머니들이 차려주겠다는걸 내가 우겨서 우리 집으로 데려왔어요.》

불시에 뜨거운것이 목구멍을 지지며 솟구쳐올랐다. 높아지지 않는 생산실적으로 하여 나자신마저도 까마득히 잊고있던 생일상이였다.

《고맙습니다, 직장장동지.》

《고맙긴… 집을 떠나 생활하자니 애로되는것이 많을텐데 제 집처럼 생각하고 자주 다녀요.》

직장장은 이날 나에게 미제의 무장간첩선 《푸에불로》호사건으로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준엄한 시기에 위대한 수령님께서 전국의 어린이들과 학생들에게 겨울옷을 해입히시려고 방직공장을 찾아오셨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소학교시절 그 사랑의 교복을 받아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던 일이며 그래서 자기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위대한 수령님의 그 사랑을 대를 이어 전해가기 위하여 방직공이 되였다고 하였다.

이렇게 되여 직장장은 처녀시절에 혁신자로 이름을 날리기도 하였던것이다.

이날 믿어주고 위해주는 직장장이며 로동과장 그리고 진숙언니… 이들을 위해서도 일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슴깊이 파고들었다.

그런 마음을 안고 나는 순회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내가 흘러내리는 땀을 씻으며 천을 짜고있는데 수리공아바이가 공구통을 들고 다가왔다.

언제인가 군대에 나가 녀성해안포병이 된 자기의 막내딸과 나이가 같다며 《우리 막내, 우리 막내.》하면서 명절때마다 집으로 데리고가던 수리공아바이였다.

《순정이가 요새 일에 신바람이 났는데… 그래, 일하기가 재미나나?》

《예!》

머리를 끄떡이며 수리공아바이를 바라보던 나는 그만 입을 싸쥐고말았다.

어디서 발라왔는지 얼굴에 기대기름이 묻어가지고도 싱글벙글하는 그 모습이 우스웠던것이다.

내가 깔깔거리자 그는 《내 얼굴에 무엇이 묻었나?》하며 손으로 얼굴을 쓸어보는것이였다.

그 바람에 기름얼룩이 지워지기는커녕 더 우습강스럽게 커지는것이였다.

나는 웃음을 참으며 손거울을 꺼내주었다.

《아바이, 수리공일이 마음에 들어요?》

《그럼, 난 내가 하는 일에 긍지를 느끼고있지. 내 그 긍지를 시로 읊어볼가?》

시를 읊겠다는 소리에 나는 호기심이 동해 머리를 끄떡이였다.

헛기침을 하고난 그는 잠시 무엇인가 생각하는듯 하더니 시를 읊기 시작했다.

 

내 공구통 들고

직기들을 찾아다니는 길은

왕진가방 메고 환자들을 찾아가는

의사의 발걸음

 

이렇게 시작된 시는 고장없이 쉼없이 돌아가는 직기들의 기대소리에서 인민의 행복이 커가는 소리를 듣는 수리공의 긍지와 보람을 열정적으로 노래하였다.

《어마나, 아바인 시인이 될걸 잘못했어요.》

《시인까지야 뭘… 난 그저 내 직업을 사랑하고있을뿐이야. 순정이도 직기를 자기 애인처럼 생각하고 정을 주어보라구. 그러면 아마 직기소리가 손풍금소리로 들릴지도 몰라.》

수리공은 다음기대에로 옮겨갔어도 그의 말은 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기대를 사랑하고 직업을 사랑하고 일터를 사랑하는 길에 생산성과도 있는것이다.

나를 일깨워준 수리공이 한없이 고맙기도 하였다.

 

×

 

나도 이제는 공장에 입직한지 3년이 되였다.

처음 기대앞에 섰을 때 소란하게 들려오던 기대소리도 기차의 차바퀴소리처럼 들려오더니 점차 박자에 맞추어 울리는 나의 경쾌한 손풍금소리로 들려왔다.

년간계획을 넘쳐수행하기 위한 전투가 벌어지고있던 어느날 퇴근길에 오르려던 나는 직장장이 찾는다는 작업반장의 말을 전해듣게 되였다.

직장사무실에 들어서니 직장장이 기다리고있었는지 웃으며 마주나왔다.

《순정동무, 힘들지요? 게다가 손풍금까지 고장이 났다면서요? 그래서 내 언제부터 수리공에게 말해놨는데 오늘에야 시간이 생겼구만요. 나와 같이 손풍금을 가지고 가보자요.》

《예?…》

나는 얼떠름해진채 얼결에 이렇게 반문했다.

그제야 나는 며칠전에 호실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날 호실에서 있은 오락회때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손풍금을 탔으면 하는 동무들에게 손풍금이 고장나 타지 못한다고 하였었다.

그런데 직장장이 어떻게 그것까지 다 알고있었는가.

나는 나의 손풍금때문에 애를 쓰는 직장장의 진심앞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직장장동지, 미안합니다. 사실은 좀 힘들어서 손풍금을 타고싶지 않아 고장났다고 했었습니다.》

그러자 직장장은 나의 어깨우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참, 내 언제부터 묻고싶었댔는데 순정동문 그 좋은 재간을 가지고 어떻게 돼서 우리 공장에 오게 되였어요?》

직장장의 물음은 중학시절의 그 나날들을 되새겨주었다.

…중학교졸업을 앞둔 어느날 나는 동무들과 함께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앞날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였다.

박사, 의사, 교원… 동무들의 희망은 하늘을 나는듯싶었다. 어찌 그렇지 않으랴. 꿈많은 시절이였으니…

문득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순정인 물론 손풍금을 잘 타니까 예능부문 대학에 가고싶겠지?》

《글쎄… 아니, 난 온 나라가 다 아는 영웅이 되고싶어.》

그때 시대의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의 마음을 끝없이 감동시켰던것이다.

나의 대답이 끝나기 바쁘게 나와 한 책상에서 공부하는 미순이가 까르르 웃음을 터쳤다.

《호호호… 난 아직도 〈큰 애기〉소리를 듣는 순정이가 영웅이 된다는게 믿어지질 않누나.》

《뭐, 〈큰 애기〉? 다시한번 말해봐, 내가 〈큰 애기〉야?》

미순이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나는 저도 모르게 어성을 높였다.

《순정아, 난 네가 그렇게까지 성낼줄은 몰랐구나. 너의 아버지가 그렇게 부르군 하길래 생각없이 한마디 한건데…》

《뭐? 아버지…》

나는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결국은 아버지때문에 동무들앞에서 웃음거리가 되였다니 서글퍼졌다.

미순이의 말은 사실이였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중학생이 되도록 나를 《큰 애기》라고 불렀다.

그것은 나의 행동이 모두 응석기가 있다는것이다.

외동딸로 자라나서인지 나는 중학생이 되여서도 잠을 잘 때면 어머니의 목을 그러안고 자기가 일쑤였다.

그럴 때면 아버지는 나에게 《순정인 지금 몇살이더라?》하고 묻는것이였다.

나는 세손가락을 펴보이며 이제 겨우 말을 번지기 시작한 아이적 목소리로 《세살》이라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허허 소리내여 웃으며 《역시 〈큰 애기〉라니까.》하고 말씀하는것이였다.

이때까지만 하여도 나는 그 부름을 딸에 대한 부모들의 사랑이 담긴 애칭으로만 들어왔었다.

그런데 그 부름때문에 이렇게 동무들의 놀림거리가 될줄이야…

하긴 그것은 아버지때문이 아니였다. 그것은 부모들의 사랑속에 철없이 자라온 바로 자기의 행동때문이였다.

이러한 때 《준마처녀》의 노래가 시대의 명곡으로 울려퍼지고 텔레비죤으로는 년간계획을 넘쳐 수행하고 꽃다발속에 묻힌 방직공처녀들의 모습이 자주 방영되였다.

그들을 보며 나는 그들처럼 일을 잘해서 시대의 준마처녀가 되여 부모들과 동무들앞에 떳떳한 모습으로 나서리라 결심하고 방직공장에 가기로 한것이였다.…

나의 이야기를 다 듣고난 직장장은 동무의 결심대로 일을 잘해 부모들과 동무들의 기대에 보답하자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순정동무, 로동속에서 울리는 동무의 손풍금소리가 동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동문 모르고있어요. 래일부터 손풍금을 메고 나와요. 일이 힘든 때일수록 우리는 락천적으로 생활을 해야 해요.》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의 손풍금소리가 무슨 큰 힘이 되랴만 나를 믿어주고 내세워주고싶어하는 직장장의 그 마음이 나의 심금을 뜨겁게 울려주었다.

 

다음날부터 나는 손풍금을 메고 일터에 나갔다.

동무들은 갑자기 손풍금을 메고나가는 나를 보고 의아해하였지만 나는 대답대신 웃음을 지어보였다.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직장장은 직포공들앞에서 말했다.

《동무들! 우리 힘들 때일수록 락천적으로 노래를 부르자요. 우리 장군님께서도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우리 혁명은 노래속에 승리한 혁명이라고…

그래서 제 생각에는 오늘부터 작업시작에 앞서 순정동무의 손풍금소리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으면 하는데 어때요?》

《좋습니다.》

모두가 호응해나섰다.

직장장의 믿음어린 눈길이 나에게 쏠렸다.

나는 우리가 즐겨부르던 노래 《준마처녀》를 탔다.

직포공들은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날부터 직포직장 사무실에서는 아침마다 직포공들의 노래소리가 울려나왔다.

어느날 누군가의 요청에 의해 직장장이 노래를 부르게 되였다.

직장장은 기꺼이 응해나서면서 나에게 손풍금을 요구하였다.

우리는 손풍금을 메는 직장장을 의아하여 바라보았다.

직장장은 자기가 사랑하는 노래를 부르겠다고 하더니 손풍금을 타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밤 새면 이루어질가 나의 간절한 소원

한해후면 풀리려나 나의 간절한 소원

 

자유롭게 손풍금을 타는 직장장을 보며 나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이런 속에 날과 달이 흘러갔다.

동무들은 흥에 겨워 아무리 일을 해도 힘든줄 몰랐고 나의 손풍금소리는 호실에서도 울리게 되였다. 직장에서는 년간계획완수자들이 늘어나게 되였다.

푸른 하늘에 저녁노을이 붉게 물든 어느날 저녁 나의 마음은 푸른 하늘을 날으는 수리개와도 같았다.

드디여 나는 오늘 년간계획을 넘쳐완수한것이다.

공장의 영예게시판에는 나의 사진이 크게 나붙었다. 영웅들의 사진옆에 나의 사진도 나란히 붙어있다고 생각하니 기쁨은 이루 말할수 없었다.

문득 어머니의 손목을 잡고 다니던 그 시절이 일이 문득 생각났다.

《어머니, 영웅이란 어떤 사람들이나요?》

그러면 어머니는 내가 알기 쉽게 설명해주려고 귀속말로 속삭이군 하였다.

《순정아, 영웅이란 내 나라를 위하여 일을 많이 해서 아버지장군님께 기쁨을 드린 사람들이란다.》

《어머니, 그럼 나 이다음에 어른되면 영웅이 될래요.》

그러면 어머니는 손으로 나의 얼굴을 다독여주며 머리를 끄떡이였다.…

(나도 영웅이 될수 있을가?)

나는 믿어마지 않았다.

경애하는 장군님을 공장에 모실 영광의 그날을 가슴에 안고 혁신의 자랑을 담은 나의 손풍금소리를 끝없이 울려갈 때 그날은 꼭 오리라는것을.

(신의주방직공장 로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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