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2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겨울이 없는 땅

 

                                         김 창 수

 

가을빛 짙은 정원은 깊은 정적속에 묻혀있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보시던 문건을 잠시 밀어놓으시고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시였다.

정원의 나무들에서는 황금빛으로 물든 잎새들이 가볍게 뒤채이며 떨어져내리고있었다.

저 멀리 울타리쪽 숲가에서는 나무잎새들이 놀란 새떼처럼 떠다니고있었는데 그것은 마치도 좀전에 보신 조선반도가 전쟁접경에 이르렀다고 서방보도계들이 입모아 떠들어대고있는 그 숱한 소식통들의 어지러운 엇갈림처럼 생각되시였다.

얼마전 이 땅에서는 우리 조선이 군사강국대렬에 당당히 들어서는 경이적이고도 력사적인 사변이 있었던것이다.

조국은 환희로 설레고 적들은 기겁하여 떨었다. ...

문득 장군님께서는 어제 저녁부터 느닷없이 뇌리속으로 갈마들군 하는 한 할머니의 모습이 다시금 눈앞에 떠오르는 바람에 사색을 돌리시였다.

그는 며칠전 전선시찰을 나가시던 길에서 만났던 강동에 산다는 할머니인데 온천료양을 간다고 했었다.

어제 저녁 강동마을을 지나시던 장군님께서는 얼핏 차창밖으로 낯익은 그 할머니의 모습이 지나치는것 같아 급히 눈길을 돌리시였다.

비록 어슬어슬해오는 저녁이고 등에 뭔가 지고가느라 허리를 굽히고있어 잘 알아볼수 없으셨으나 눈에 익은 자태와 거동이 료양소로 간다던 그 할머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켜주는것이였다.

장군님께서는 혹시 잘못 보지 않았는가 하여 눈길을 뒤로 돌리시였다.

차가 어느새 산굽이를 돌아서버려 보이는것은 락엽이 지는 잡관목들뿐이였다.

그이께서는 차를 세우려다가 그만두시였다.

료양을 떠난 할머니가 닷새도 안되여 돌아올리 만무하다는 생각이 드시였던것이다.

장군님께서는 광천국의 책임일군인 김광웅이가 그 할머니의 아들이라는것을 알게 되시였다. 지금쯤 그가 혹시 보건성일군들과 함께 대기실에 와 있을수도 있었다.

그이께서는 얼마전 전선으로 떠나시기에 앞서 보건성의 한 책임일군을 불러 우리 식의 새로운 료양소건설설계안을 작성할데 대한 과업을 주시면서 그것을 바로 오늘 저녁에 해당 일군들과 함께 보기로 하셨던것이다. 료양소건설은 광천국과도 련관이 있으니 광웅이가 올수도 있었다.

그러나 광천국에서는 부국장이 참가하였다. 알아보니 광웅은 먼 료양소건설장에 나가있다고 하였다.

장군님께서는 저으기 아쉬우시였다.

또다시 강동에서 보신 그 늙은이가 떠오르고 그가 정말 봉임할머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것을 어찌할수 없으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이 일은 아무래도 자신께서 알아보아야겠다고 생각하시며 창가에서 돌아서시였다.

그이의 부름심을 받은 부관이 집무실로 급히 들어섰다.

《박동문 어제 강동마을을 지나올 때... 봉임할머니를 보지 못했소?》

부관은 이름없는 산골마을의 한 할머니에 대해 물으시자 뜻밖이라는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는 요즘 미제국주의자들이 우리의 정치군사적위력이 날로 강화되는것에 겁을 먹고 반공화국소동을 더욱 발악적으로 벌리면서 정세를 전쟁접경에로 이끌어가고있어 거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있었던것이다.

《장군님, 봉임할머니는 그때 온천료양소에 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강동에 좀 알아보오.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드는구만.》

《알겠습니다.》

부관이 나가자 장군님께서는 집무실을 거닐기 시작하시였다.

조용히 울리는 발걸음소리가 집무실의 고요를 더해주는듯 했다.

그 고요는 어느덧 다시 그이의 눈앞에 봉임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고 전날 만나시던 때의 일까지 방불히 펼쳐보이는것이였다.

...차창밖으로 흘러가는 누런 벼낟가리들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길가녁으로 등에 배낭을 지고 재게 걸음을 옮겨놓는 한 할머니를 보시자 운전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차문을 여시고 할머니에게 어디까지 가는 길인가고 물으시였다.

《령너머에 좀... 거의다 왔습네다.》

할머니는 인정많은 한 간부인줄 알았던지 돌아보지도 않은채 고개만 숙여보이고 내처 걸었다.

장군님께서는 좀해 남의 신세를 지기 싫어하는 할머니의 올곧은 성미가 헤아려져 가볍게 웃으시였다.

《짐까지 지셨으니 언제 령을 넘으시겠습니까. 어서 타십시오.》

사람의 마음을 대번에 끄당겨안아주는것만 같은 부드러운 음성에서 어떤 신비스러운 힘을 느끼기라도 한듯 할머니는 우뚝 걸음을 멈추고 눈길을 들었다.

순간 할머니의 눈은 눈부신 광원에라도 접한듯 한껏 커졌다.

《아니, 장군님께서?!》

대뜸 땅에 엎드리려는것을 장군님께서 얼른 팔을 내밀어 할머니의 손을 붙드시였다.

한생 일을 놓지 않은 꽛꽛한 손이였다.

장군님께서는 할머니의 손을 잡아 차에 태운 후 몸소 차문을 닫으시며 어디 집난이한테라도 가는 길인가고 물으시였다.

《아, 아닙니다. 료양소에 료양갑니다.》

장군님께서는 나이가 많으신분이 료양소걸음을 하는것을 보니 만시름이 풀리는것 같다면서 기뻐하시였다.

《어디가 불편해서 갑니까?》

할머니는 얼마간 주저하더니 말씀올리였다.

《신장이 변변치 못해서...》

장군님께서는 저으기 낯빛을 흐리시며 그 병이라면 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게 낫지 않는가고 물으시였다.

《탈이 생긴지는 60년이 훨씬 넘었는데... 좋은 세월을 만난 후에는 얼마 애먹지 않았습니다. 원래 악질병이다보니 다시 도질가봐...》

《60년이 훨씬 넘었다면 해방전부터 앓는 병이라는겁니까?》

《네, 그 왜놈들 학정때문에 생긴 병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어디선가 밀려오는 한줄기 찬기운같은것을 감수하시며 할머니를 이윽히 바라보시였다.

할머니도 장군님께서 그 사연을 듣고싶어하신다고 생각한듯 나직한 어조로 말씀드리기 시작했다.

《일찍 부모를 잃구 동냥질로 살아가던 저에게 글쎄 몸에 헌데가 돋는 몹쓸 병이 들지 않았겠습니까. 마을사람들이 그 병은 고개너머 온천에 가서 두어번 목욕을 하기만 해두 알도리가 있다길래 전 그리루 달려갔습니다. 다나까라는 왜놈이 타고앉아 운영하는 온천이였는데 온천탕을 한번 하자해도 숱한 돈과 쌀을 내야 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전… 주인놈에게 품을 사주지 않겠느냐구 했습니다. 놈은 마침 요즘 도꾜에서 사온 딸의 구두가 자리 안잡혀 그러니 그걸 신구 마당을 몇바퀴 돌라고 했습니다. …그거야 못하랴 했지만 구두는 신자부터 무딘 칼로 발가죽을 한벌 벗겨내는것 같았습니다. 전 이를 악물구 마당을 돌았습니다. 딸년이 나타나 당장 신어야겠는데 그렇게 여드레 팔십리걸음을 해서야 언제 자리잡히겠느냐고 소리질렀습니다. 뛰였습니다.

발뒤축이 터지구 문드러진다는걸 알았지만 달렸습니다.... 이렇게 돼서 난생처음 온천탕을 해보았는데… 헌데가 낳기는커녕 오히려 리유없이 온몸이 퉁퉁 붓는게 아니겠습니까. 마을의원을 찾아갔더니… 곪은 발뒤축에서 생긴 나쁜 균이 콩팥이라고 하는 내장에 가붙어서 그렇다는것이였습니다. 온천물을 먹으며 좋이 한달은 치료를 해야 낫는다길래 다시 그 왜놈을 찾아갔습니다. 놈은 품을 살것도 없거니와 공짜로는 시켜줄수 없다고 했습니다. 온천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을 먹으려 하니… 사람들은 그걸 먹으면 더 큰 탈을 만난다고 했습니다. 다나까네 짐승우리를 덥히구 짐승도 씻어낸 물이기때문이랬습니다.… 뽕이 좋다 해서 누에처럼 뽕잎을 두해나 따먹었습니다. 그러나 몸은 호박처럼 붓기만 했습니다. 죽는 길밖에 없구나 하구 슬피 울고만 있던 때 나라가 해방되였습니다. 마을의원이 절 업구 온천으로 뛰면서… 이건 다 나라를 찾아주신 김일성장군님의 덕분이라 했…》

할머니는 장군님앞에서 울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던지 말끝을 삼키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장군님께서는 먼 추억의 밑바닥을 파헤치며 터져오르는 수난많고 기구했던 우리 인민의 슬픈 울음소리를 듣는것만 같아 가슴이 한동안 저릿해나시였다.

할머니는 장군님께 말씀드린 자신의 처사가 불만스레 여겨졌던지 채머리를 흔들었다.

《...인젠 다 옛말로 된 얘깁니다. 요즘은 정말이지 평양에 있는 아들이 병이 도지면 어쩌냐구 야단하구해서 료양소에 가군 할뿐입니다. 마을에서도 나이를 거꾸로 먹는 이 봉임할미가 다시 시집가는 날도 보게 될거라고 들썩하군 합니다.》

장군님께서는 할머니가 시집가는 날을 보게 될거라는 말에 빙그레 웃으시였다.

《그런데 왜 날씨가 추워오는 때 료양을 갑니까. 좋은 계절에 가지 않구요?》

《평양아들때문입니다. 자기가 이 어머닐 도와줄건 그것뿐이지만 좋은 계절엔 남들이 가야 하니 어머닌 좀 불편하더래도 사람들이 료양권을 덜 찾는 마가을에 가군 하라는거지요. 녀석이 경우는 좀 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그런가고 고개를 끄덕이시며 아들이 평양에서 무슨 일을 하는가고 물으시였다.

《광천국 일을 책임지고있습니다.》

《광천국? 그럼 한때 광천탐사대 대장을 하던 김광웅동무가 아닙니까?》

장군님께서는 눈섭이 시꺼멓고 어깨엔 쇠장대라도 건너놓은듯 건장해보이는 한 일군의 모습을 눈앞에 떠올리며 물으시였다.

《옳습니다, 탐사대대장으로 있을적에 장군님을 뵈왔다는 기쁜 소식이 왔댔습니다.》

할머니는 장군님께서 자기 아들을 기억하고계시자 새로운 환희에 휩싸여 어쩔줄 몰라하였다.

늙은이들에게는 그들의 장한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제일 기쁜 법이다.

장군님께서는 몇해전 지방현지지도의 길에서 만났던 광웅이의 모습을 다시금 즐거운 웃음다발우에 떠올리시였다.

…불볕이 지글지글 흘러내리는것 같던 어느날이였다.

고개턱에서 차를 내리신 장군님께서는 수행원들과 함께 샘물이 있는 휴식터로 향하시였다.

샘터주변에서는 무엇때문인지 두 사나이가 마주서서 얼굴들을 붉히고있다가 사뭇 당황해했다.

장군님께서는 환히 웃으며 사연을 물으시였다.

이 고장 일군인듯 한 사람은 물이 기막히게 좋고 포도밭도 멀지 않으니 여기다 포도술공장을 짓겠다는것이였고 길손인듯 한 사람은 오가던 사람들이 즐겨찾아와 목을 추기고 가는 샘터를 그렇게 없애치우면 되는가고 항의를 하는중이였다.

장군님께서는 길손의 곧은 마음이 헤아려져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고 물으시였다.

됨됨이 호걸스러운 길손은 목소리도 통나팔같은 소리로 광천탐사대 대장 김광웅이라고 하며 지금 새 탐사기지로 가는중이라고 말씀올리였다.

장군님께서는 그가 떠다드리는 시원한 샘물을 달게 드시며 탐사대일이 힘들지 않는가, 요즈음 어디서 탐사를 하는가, 어떻게 돼서 이름없는 샘터마저 자기 살점처럼 아낄줄 아는 사람이 될수 있었는가고 사랑이 넘치는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광웅은 기다리고나 있은듯 제꺽 말씀올리였다.

《어렸을적에 전 향산에서 살았습니다. 집곁에 이름난 약수터가 있었는데… 하루밤 자고나니 아예 돌무지에 메워져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전쟁때여서 그곳에 한 기관이 소개되여 와있었는데 그 기관의 책임자가 약수를 먹고 배탈이 나자 그 약수를 당장 없애버리라고 불호령을 내렸다는것이였습니다. 여름이면 얼음처럼 찬 물도 먹고 도룡룡이도 잡고 참 좋았는데 정말 울고싶도록 안타까웠습니다. 어느날 그곳에 오셨던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이 고장사람들과 군인들이 향산천 물을 떠다먹는것을 보시고 이 근방에 좋은 약수가 있을텐데 어째서 개울물을 먹는가고 물으셨습니다. 사연을 아신 수령님께서는 몸소 약수터로 오시여 돌무지를 잠시 바라보시더니 몹시 엄한 어조로 배탈이 났으면 딴것을 먹고 그랬겠지 예로부터 이름난 이 향산의 약수를 먹었기때문이겠는가? 이 세상 그 어느 폭군도 그러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전쟁의 중하를 한몸에 지니신 그 바쁘신 속에서도 군대와 인민이 약수터복구사업에 달라붙는걸 보시고서야 떠나셨는데...

그때 저의 가슴엔 이 땅의 약수터와 샘터를 아끼는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다는 생각이 뿌리내린것 같습니다.》

그이께서도 그 일을 모르시는바 아니였으나 감회가 새롭고 감동도 새삼스러워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시였다.

《동문 참 소중한 체험을 했구만. 그런 일이야 잊을수 없지. 앞으로 더 많은 약수와 온천들을 찾아 인민들을 기쁘게 해주길 바라오.》

광웅은 한없이 중대하고 고귀한 짐이 자기 어깨우에 와 얹히는것을 느끼는듯 불같이 뜨거운 숨을 내그었다. ...

아들에 대한 장군님의 큰 믿음이 담긴 말씀을 들은 할머니는 평생소원이라도 성취한듯 행복에 넘쳐 어쩔줄 몰라하였다. 너무 기뻐 끝내 푸접없는 말씀까지 드리였다.

《장군님, 그 녀석은 사실 어렸을 때 약수터랑 찾는 일에 미쳐 사람들을 웃기군 하였습니다.》

장군님께서 그런가고 호기심이 동해하시자 할머니는 그 시절의 기쁨이 되살아오르는지 마냥 웃어가며 말씀을 올렸다.

《중학시절엔… 방학때구 수학려행기간이구 상관없이 우리 고장 산이란 산은 다 찾아다니군 해서 <산신령>한테 홀린 잘못된 애라는 얘기까지 들었댔습니다.… 상급학교입학시험 치러 가서도… 시험공부는 안하구 학교마당 한곳을 두더지처럼 파헤치다가 수상한 애로 의심을 받고 이리저리 끌려다니기까지 했습니다. 나중엔 교장선생한테까지 끌려갔는데 그 선생마저 우리 애의 말을 처음엔 잘 믿지 않더랍니다. 우리 애는 가방을 열고 유지로 정히 싼 지도를 내보였는데 글쎄 거기엔 우리 도안의 모든 샘터와 온천이, 학교마당에서 금시 발견한 약수터까지 깨알같이 적혀있더라지 않겠습니까. 교장선생님이 무릎을 치더랍니다. -이 학생은 우리 탐사전문학교에 무시험입학이요!-》

《하마트면 진짜애국자를 몰라볼번 했구만요. 허허허, 앞으로 대동여지도를 만들어낸 김정호 못지 않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광웅이가 지닌 남다른 애국심을 새로 더 알게 된것이 못내 기쁘시여 속이 후련하게 웃으시였다.

할머니는 장군님께서 기뻐하시니 더욱 성수가 나서 또 무랍없는 말씀을 드리였다.

《장군님, 우리 녀석한테… 장군님께서… 김정호 못지 않겠다는 말씀을 주셨다는 편질 해도 일없겠습니까?》

장군님께서는 해빛같은 웃음을 지으시였다.

《어서 그러십시오. 편지를 쓰실 때 나의 인사도 꼭 함께 전해주십시오.》

봉임할머니는 가슴에 일어번지는 환희의 격랑을 금할수 없는듯 혼자말까지 했다.

《녀석이… 이번에야 기뻐할테지!》

그이께서는 사람의 마음속을 환히 들여다보는듯 한 안광으로 할머니를 여겨보시며 아들이 어머니의 편지를 반기지 않는 때도 있는가고 물으시였다.

《글쎄… 그 녀석이 처음엔… 이 에미 편지에서 료양소에 대한 인민의 목소리를 듣게 되군 해서 기쁘다고 하더니 언젠가… 제가 편지에… 온돌방에 등을 척 지지며 치료를 받게 못해주겠느냐, 3, 4층은 춥다고 주변 개인집으로 다들 달아나니 땅집을 짓도록 해줘야겠다 하구 싫은 소릴 좀 써보냈더니 말타면 견마 잡히고싶어한다구 그렇게 타발만 해서야 되겠는가 하구 오히려 날 탓하는게 아니겠습니까. 호랑이앞에서도 하품할 녀석이였는데 왜 점점 좀스러워져가는지? 료양소에 가면 별의별 소릴 다 듣게 돼서 그 녀석한테 얼른얼른 알려주고싶은데… 녀석이 딱 질색이니 정말 서운할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이께서는 비록 제 자식에 대한 농촌늙은이의 푸념에 불과하지만 거기에는 인민들의 눈에 비낀 나라일의 이모저모와 꾸밈없는 민심이 어려있다고 생각되시였다.

《할머니, 이제부턴 편지를 저에게 보내주십시오.》

《아, 아니, 세상에! 제가 아무렴 어떻게 장군님께 편지를 올린단 말입니까.》

할머니는 한길 뛰며 두손까지 내젓는데 장군님께서는 그 두손을 꼭 잡아 자신의 무릎우에 올려놓으시며 계속하시였다.

《해마다 이맘때면 할머니의 편지를 기다리겠습니다.》

《장군님!》

할머니는 끝내 물목이 터진듯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

 

인상적인 할머니였다.

장군님께서는 그때 할머니에게서 받은 인상이 되살아오름을 느끼시며 집무탁으로 다가가시였다.

그때 할머니가 한 말은 이미전부터 료양소들에 있는 로대가 달린 3~4층건물들이 남의것을 본딴것 같아 온천물치료실이 달린 문화주택형식의 우리 식 료양소건물을 지을 구상을 익혀온것이 옳았다는 확신을 가지시게 해주는것이였다.

장군님께서는 간밤 설계초안토론에서 결정한대로 수정완성된 설계도면이 이제 올라오면 우리 식의 료양소건설을 본격적으로 내밀 작정이시였다.

그이께서 어느 한 일군에게 요즘 원산쪽에서 벌어지고있는 발전소건설장에 륜전기재들을 속히 보내줄데 대한 과업을 주시고 송수화기를 놓으시는데 부관이 손기척을 하고 바삐 들어왔다.

《장군님, 봉임할머니는 료양소에 갔다가 사흘도 못되여 돌아왔답니다.》

장군님께서는 짐작했던바이지만 의혹을 금할수 없어 무슨 다른 탈이 생긴것은 아닌가고 걱정하시였다.

《터밭일이랑 하는걸 보면 앓는것 같지는 않다고 합니다. 그곳 리당비서동무 말이… 료양소에 사람이 넘쳐나서 돌아오지 않았는가 합니다.》

부지중 장군님의 귀전에는 전날 봉임할머니가 마가을에는 사람들이 료양권을 덜 찾는다고 하던 말이 되살아났다.

사흘만에 되돌아왔다는 할머니의 일이 더욱 범상하게 생각되지 않으시였다.

문득 어떤 예감이 머리속에서 펑끗했다.

(혹시 료양소에 무슨 일이?)

전화종소리가 그이의 사색을 깨치였다.

인민군 총참모장으로부터 지금 동해안지구에 눈비가 내리고있으니 저녁엔 철령에 얼음이 깔릴것 같다는 근심어린 전화가 걸려왔다.

《알겠소, 그렇지만 계획대로 합시다. 일이 있어 그러오, 아주 중요한 일이!》

장군님께서는 힘주어 말씀하시고나서 부관에게 눈길을 옮기시였다.

《박동무는 이제…》

부관은 장군님께서 주시는 중요한 과업을 받을 차비로 바삐 수첩을 꺼내들었다.

《강동… 리당비서한테 다시 전화를 걸어야겠소.》

부관은 잠시 당황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봉임할머니를 찾아달래서 직접 왜 돌아왔는가 정확히 알아봐야겠소.》

《알겠습니다.》

부관은 수첩을 다시 주머니에 급히 넣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는 그때로부터 한시간쯤 지나서 다시 그이의 집무실에 나타났다.

장군님께서 이웃나라에서 온 고위급대표단을 만나신 다음 보건성에서 올려온 료양소건물 설계도면들을 보시고계실 때였다.

《알아봤소?》

장군님께서는 도면에서 눈길을 드시며 물으시였다.

《예.》

장군님께서 재촉하시는 눈길로 바라보시자 부관은 서두르며 말씀올리였다.

《물이 절반으로 줄어든데다가 온도도 떨어져서 되돌아왔답니다.》

장군님께서는 저으기 놀라시며 온천물이 식어간다는 소리인가고 물으시였다.

《네, 할머닌… 료양소가 색시가 신랑따라 떠나간 잔치집처럼 허전해졌다고 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귀중한 국토의 한귀퉁이가 상실되였다는 소식에라도 접한듯 한순간 가슴속이 아릿해지는것을 느끼시였다.

사람들이 등을 돌려대는 온천으로 돼버리다니?...

지각변동일가?

찾아가도 더운물을 못 준다면야 무슨 온천이라 하겠으며 덕을 못 보는 곳이라면야 무슨 료양소라 하겠는가.

부지중 봉임할머니가 69여년전에 겪었다던 눈물겨운 옛일이 눈앞을 스치였다.

가슴에서 뭔가 끓어오르는것이 알리시였다.

그이께서는 다소 격한 어조로 부관에게 말씀하시였다.

《박동문 그 료양소로 한발 먼저 떠나야겠소. 나도 일처리를 하고 인차 갈테니… 그곳 사람들을 만나면 온천물이 줄어들고있는 리유를 알수 있을거요.》

《알겠습니다.》하고 말씀드리고서도 부관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장군님께 철령에 얼음이 깔리기 전에 어서 전선으로 떠나주셨으면 하는 말씀을 드리고싶었던것이다.

그러나 그는 끝내 말씀을 못드린 아쉬움을 입가에 그린채 힘들게 걸음을 옮겼다.

 

×

 

승용차들은 회오리바람을 소음과 함께 말아올리며 나는듯이 달리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차바퀴밑으로 날아들듯 하는 신작로를 내다보시다가 차창밖으로 쉼없이 흘러가는 산발들에로 시선을 옮기시였다.

숲속에서는 붉은 단풍과 빨간 구슬알같은 열매들이 보였으며 겨울을 예감하고 불안스레 날아예는 산새들도 보였다.

문득 장군님께서는 저기 깊은 골안에 성벽처럼 솟아있는 발전소언제가 보이자 다시금 추억의 문이 소리없이 열리는것을 느끼시였다.

몇해전이였다.

발전소건설장을 찾으셨던 장군님께서는 한가지 불미스러운 사실을 알게 되시였다.

광천탐사대 대장 김광웅이 얼마전 발전소건설장으로 가는 철도인입선이 료양소곁으로 지나갔다고 하여 기어이 딴데로 옮기게 함으로써 언제건설에 적지 않은 지장을 주었으며 최근에는 발전소건설사업소에서 자기네와의 약속을 어기고 1년 앞당겨 조기저수를 함으로써 새로 찾은 약수터물을 미처 산으로 끌어올리기 전에 수몰해버렸다고 하여 발전소건설사업소 지배인에게 《반동같은 놈》이라고 소리치며 펄펄 뛰였다는것이였다.

그이의 안광에는 심뇌의 그늘이 어리였다.

인민의 리익과 행복을 우선시할줄 모르는 이곳 발전소일군들의 근시안적인 안목때문이였다.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

누구나 자주 뇌이는 이 구호는 담벽에 써붙이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것이 아니라 심장에 깊이 새기고 그대로 살라는 구호이다.

그런데 이곳 발전소일군들은 왜 광웅이처럼 생각못하는가?

장군님께서는 인민을 위해 불철주야로 뛰는 광웅의 그 심장의 박동소리가 들리는것 같아 마음이 후더워지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우리는 언제나 광웅이처럼 인민의 리익을 첫자리에 놓고 생각하는것을 체질화해야 한다고 그곳 일군들에게 간곡히 가르쳐주시였다.

문득 차를 좀 세울가 한다는 운전사의 말소리에 장군님께서는 추억에서 깨여나시였다.

운전사는 료양소에 앞서 갔던 부관의 차가 저기 보여 그런다고 말씀올렸다.

부관의 차는 재빛으로 흐려오는 령길을 미끄러지듯 달려내려오고있었다.

이윽고 멀지 않은 길섶에 와 섰다.

이어 날개를 펼치듯 차문이 활 열리며 부관이 뛰여내렸다.

그는 장군님께서 차에서 내리시는것을 보자 더 급히 달려왔다.

《장군님, 그 리유를… 알아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부관이 별로 시간을 늦잡는것 같이 생각되시였다.

《산너머에서… 새 온천을 찾기 위해 시추를 했는데… 그리로 료양소온천물이 빠지기때문이랍니다.》

장군님께서는 잠시 놀라운 눈길로 부관을 지켜보시다가 그럼 한줄기란 말인가고 물으시였다.

《네, 한줄기랍니다.》

《수질이랑 확인해봤다오?》

《네, 여러번 검사해봤는데… 틀림이 없다고 합니다.》

《온도도 재보았다오?》

《1. 9도가 떨어지는데… 그건 물이 갈라져 흐름이 떠지는데다 산너머쪽으로 한참 흐르다나니 식어서 그렇답니다.》

장군님께서는 어쩐지 허전해지는듯 한감이 느껴지시여 두팔을 가슴우에 엇결으시였다.

《그럼 막아치우면 될텐데 료양소에서 사람들이 떠나도록 왜 그러고들 있다는거요?》

부관은 전혀 뜻밖의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는 민망한 심정때문인지 바재이고만 있었다.

《경치가 좋아 료양소를 그쪽으로 옮기자는 얘기들이 있는건 아니요?》

부관은 한발 나서며 말씀올렸다.

《경치가 좋은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료양소가 그 지경이 된건… 거기에 메기양어장을 꾸리고 메기훈제품공장까지 짓겠다고 떼를 쓰는 사람들이 있기때문이랍니다.》

장군님께서는 너무도 뜻밖이여서 잠시 말씀이 없이 서계시였다.

《허, 어느 온천엔 수영장에 꽃온실을 꾸려 인민생활에 보탬을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더니만 여기선 귀맛좋게 훈제품으로 유혹하고있구만.… 그래 거기에 온천일을 보는 사람이 그렇게도 한사람 없더란 말이요?》

《아닙니다. 광천국에서 탐사사업과 건설사업을 본다는 책임일군이 한명 있었습니다.》

《있으면서도 손쉽게 횡재해보려는 사람들의 말을 받아들인단 말이요?》

그이의 음성은 높지 않았으나 준절한 꾸중이 담겨져있어 주변공기가 대번에 얼어드는듯 하였다.

《그 일군도 처음엔… 산너머 어느 한곳에 눈이 와도 얼지 않는데를 발견하고 새 온천을 하나 찾았다고 기뻐했답니다. 그런데 료양소쪽에서 물이 줄어들고 온도도 떨어진다는 소식이 오자 그 일군은 다시 황급히 막으려 했답니다. 메기훈제품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아무리 피대를 돋구며 달려들어두 단호히 잘라버렸답니다. 그날밤 상급기관의 한 책임일군이 출장길에 들렸다면서 그에게 말하더랍니다. 그 사람들의 고충도 리해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그들도 자금을 벌어 인민생활향상에 보탬을 하자는건데 뭐 그리 잘못되였다고 볼것도 없지 않는가, 게다가 료양소후방사업도 섭섭치 않게 도와주겠다고 한다, 좀전에 료양생들과 량해담화도 해봤는데 그 물량이면 료양을 못할것도 없다 한다, 1. 9도를 놓고 온도에 차이가 생겼다 할것도 없구, 이런 적당한 양보야 문제로 될게 없지 않은가 하구 말입니다. 그 광천국 일군은 쉬 굽어들지 않았답니다. 그러자 그 책임일군은 벼락치듯 소리치더랍니다. 안하무인이라고… 료양소후방사업까지 해주겠다는데도 왜 그렇게 리해를 못하고 옹고집을 부리는가고...

이렇게까지 서로 리해를 못하고서야 어떻게 같이 일할수 있겠는가 하고 위협조로까지 나오는 바람에 그 광천국 일군은 수그러들고말았답니다.》

《지금은 어떤가 하는거요?》

장군님께서는 노기가 가슴에 차오르는것을 느끼시며 엄하게 물으시였다.

《적당하고 알맞춤한 양보로서 크게 잘못될것도 없다 하고 생각하는것 같았습니다.》하고 부관은 그 광천국 일군도 곧 뒤따라오라고 일렀노라고 말씀올렸다.

저기 산발쪽에서 사나운 폭풍을 만난 바다처럼 수림이 둔중하게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이께서는 완강히 버티던 그 일군의 가슴속에서 마음의 기둥이 부러져나가는 소리도 거기서 가려들으시는듯 저으기 무거운 낯빛을 지으시였다.

한초한초가 뜻을 새기며 흐르는것 같았다.

《결국 작은것을 위해 인민의 큰 리익을 희생시킨다는거지!》

한순간 장군님께서는 그들이 버린 인민의 그 큰 리익이 자신의 한몸에 와 실리는듯 가슴이 무거워나는것을 느끼시였다.

그이께서는 격한 어조로 부관에게 말씀하시였다.

《박동문 이 길로 강동으로 가 봉임할머니를 만나고 철령으로 나와야겠소. 우린 그사이 료양소에 들렸다가 철령으로 나갈테니...》

《?》

부관은 숲이 하늬바람에 휘몰리며 울어대는 소리때문에 그이의 말씀을 잘못 듣지 않았는가 하는 표정이였다. 사실 그는 무슨 일로 해서 할머니한테 갔다오라고 하시는지, 이제 료양소에 몸소 가신다는건 무슨 말씀인지 잘 알수가 없었던것이다.

장군님께서는 그의 어깨에 한손을 얹으시며 가슴에 따뜻이 감겨드는 음성으로 계속하시였다.

《할머니한테… 우리가 미처 관심을 돌리지 못해 참 안됐노라고… 인차 다시 알려줄테니 료양소로 떠나올 차비를 하고 기다리라고 전해주시오.》

부관이 벅찬 감동이 실린 눈을 슴벅이면서도 여전히 돌미륵처럼 섰기만 하자 장군님께서는 무슨 할말이 있느냐고 물으시였다.

부관은 점점 맵짜지는 마가을의 하늬바람을 어쩌지 못하는것이 안타까운듯 두팔을 두어번 들었다놓으며 말씀올렸다.

《장군님, 료양소에두 제가 다시 다녀오면 안되겠습니까?》

차에서 내려 저쯤 와섰던 총참모장이 바삐 다가오며 장군님께 말씀드렸다.

《최고사령관동지, 료양소엔 제가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날씨가 점점 험해지니 최고사령관동지께선 더 지체하시지 말고 떠나주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장군님께서 도리머리를 하시자 부관은 그이께서 그곳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싶어 그러신다고 생각되였던지 서둘러 말씀드렸다.

《장군님, 마침 광천국 책임일군이 저기 뒤따라온것 같은데... 그를 만나보시면 안되겠습니까?》

부관은 지금 막 자기 차곁에 와 서는 《갱생》을 가리켜드렸다.

장군님께서도 그쪽을 바라보시더니 어서 데려오라고 말씀하시였다.

부관이 그리로 달려가자 총참모장과 인민군지휘성원들은 장군님께서 료양소에 가시지 않게 되여 마음이 놓인다는듯 안도의 숨을 내쉬며 서로 마주 보았다.

좀 후에 부관은 몸이 장대한 사람을 데리고왔다.

그 일군은 장군님앞으로 달려오더니 왜선지 갑자기 남의 다리로 걷는듯 비척비척하며 《장군님!》하고 목메여 불렀다.

《아니, 이게… 광웅동무가 아니요?》

장군님께서는 한순간 넘치는 반가움에 목소리마저 잠겨오는것을 느끼시였다.

《그렇습니다, 장군님. 제가 그만 엄중한 과오를… 불충스런 저를…》

광웅은 뼈저린 죄의식과 수치감때문에 얼굴조차 들수 없어했다.

장군님께서는 천천히 웃음을 거두시였다.

그이께서는 광웅의 얼굴에서 열정과 기백은 다 빠져나가고 허울만 남아있는것 같은감을 느끼시며 이윽토록 그를 바라보시였다.

유감스러우셨다.

그의 이런 얼굴을 보시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않은 일이였다.

그만은 인민의 기쁨을 창조하고 지키는 길에서 한생 변함없으리라 믿으셨고, 언제나 그 모습으로 남아있기 위해 매일, 매 시각 자신을 사정없이 채찍질하며 살고있으리라 믿어마지 않으셨다.

대쪽같은 마음은 어디다 버리고 저렇듯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난단 말인가.

아들이 좀스러워져 간다고 걱정하던 봉임할머니말이 생각나시였다.

지금 이 순간에 할머니가 이 자리에 있어 아들의 저 모습을 봤다면 얼마나 가슴아파했을것인가?

부지중 그이께서는 봉임할머니를 생각할 때면 의례히 어디선가 멀리에서 들려오는것 같군 하던 그 추억의 슬픈 울음소리가 다시금 아득한 공간을 뚫고 되살아와 가슴을 허비는것을 느끼시였다. 뒤이어 온천탕을 한번 해보고싶어 왜년의 구두를 신고 달리던 할머니의 가긍한 모습이 흉벽을 울리며 눈앞에 떠오른다.

그다음에는 어제날 우리 인민의 이런 참혹한 생활을 너무도 잘 아시기에 전쟁의 그 엄혹한 환경속에서도 전인민적인 무상치료제의 기적같은 사랑의 바다를 펼쳐주시던 어버이수령님의 존귀하신 영상도 하늘가득 안겨오셨다.

그 어느때, 어떤 순간에도 잊을수 없고 잊어서는 안되는 위대한 모습이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무엇인가 가슴을 세차게 두드리는것을 느끼시였다.

《정말 믿어지지 않는구만. 동무가 이렇게까지 변했다는것이!》

광웅은 후회와 자책으로 몸부림하며 말씀올렸다.

《물온도는 좀 낮아져도… 큰 자금을 벌어 료양소 생활까지 높여준다기에 그만…》

장군님께서는 그 어떤 천만금도 인민의 건강과는 절대로 바꿀수 없다는 우리 당의 인민사랑의 숭고한 의지를 확고한 신념으로 안고 살지 못하고있는 광웅의 일이 섭섭하기 그지없으시였다.

《어쩌면 동문 몇푼 안되는 돈에 인민의 건강과 안녕을 팔아먹을수가 있소? 그것도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한테… 저를 낳아 길러준 사랑하는 어머니의 건강마저 헐값으로 퍼넘기다니…》

《장군님!》

장군님께서는 우리 일군들이 원칙앞에서 한걸음 양보하고 두걸음 후퇴하면 우리 식 사회주의의 본색도 유지할수 없을뿐만아니라 사회주의제도자체도 고수할수 없다, 그런만큼 일군들은… 허구한 날 땅밑에서 무성한 가지와 잎들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거목의 뿌리처럼 오직 헌신의 한마음을 지니고 인민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말씀도 하고싶으셨으나 격정으로 목이 꽉 잠겨와 종시 말씀을 할수가 없으시였다.

정적이 한동안 주위를 휩쌌다.

공기의 흐름마저 멎은것 같은 정적이였으나 장군님께서 다 하시지 못한 말씀은 그속에서 더 웅심깊은 흐름을 이루고 소용돌이치는듯 하였다.

격하셨던 마음이 얼마간 누그러드시자 그이께서는 퍽 가라앉은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그 알량한 메기양어군들은 왜 같이 오지 않았소? 아직 거기서 메기불구이를 할 작정들을 하고있는거요?》

광웅은 여전히 자책에 젖은 어조로 말씀을 올렸다.

《아닙니다. 그들도 잘못을 깨닫고… 메기훈제품공장이랑 지으려고 갖다놓은 자재들이 새 온천료양소를 짓는데 쓰인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구 생각하고있습니다.》

부관이 한발 나서며 장군님께 말씀올렸다.

《장군님, 그 자재면 단층 수십동은 넉넉히 지을수 있습니다. 파놓은 기초도 얼마든지 리용할수 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인민군지휘성원들도 한마디씩 하고싶어하는 기미가 보이자 어서 말하라는듯 돌아보시였다.

두 장령이 나서며 엇갈아 말씀올렸다.

《새 료양소를 짓게 된다면 그걸 저희들에게 맡겨주십시오.》

《경치도 좋다니 멋쟁이로 꾸려놓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가볍게 웃으시며 질책조로 말씀하시였다.

《동무들의 마음은 알만 하오. 그렇지만 동무들은 온천치료는 뜨거운 물치료가 기본이기때문에 경치보다 물이 중요하다는걸 모르는것 같구만.》

《…》

《글쎄 경천온천물처럼 닭알이 익게 뜨거운것이라면 모르겠소. 이곳 온천물은 나오는 순간의 온도가 건강회복에 가장 적합한 온도로서 조금이라도 어디서 지체되여 식는다면 벌써 효험이 푹 떨어지고마오. 건강치료에 큰 영향을 미칠수 있단 말이요. 료양소에선 벌써 사람들이 줄어들고있다니 어디 경치에 매력을 느끼게 됐소?》

장군님께서는 단호한 어조로 계속하시엿다.

《1. 9도가 아니라 0. 9도래도, 아무리 큰 재산이 그곳에 들어갔대도 우린 절대로 그렇겐 못하오. 인민의 건강과 안녕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의 사회주의제도가 있기때문이요. 인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일에선 0. 1프로의 양보도 있을수 없소.》

그이의 음성은 여전히 높지 않았으나 천하를 울리는듯 하였다.

광웅이는 화로를 뒤집어쓰는듯 한 수치속에서도 지금 자기 머리속에서 한칼에 산산쪼각나버리는 위선의 껍데기를 분명히 보았으며 그속에서 질식될번 했던 신념의 푸른 줄기도 다시 살아오르는것을 력력히 의식했다.

《인민대중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 그렇소. 바로 나는 그래서 인민의 건강과 안녕은 그 어떤 억만금과도 절대로 바꿀수 없다는것이고 우리 당의 활동원칙에도 뚜렷이 새겨져있다고 동무들한테 상기시키고싶은거요.》

《장군님!》

그이의 말씀은 모두의 가슴을 천길폭포처럼 세차게 두드렸다.

누구보다 광웅이가 자기 가슴에서 격랑처럼 일어번지는 격동을 느끼며 인민이라는 의미를 새롭게 깨우치는것이였다.

《당장 온천물을 제곬으로 돌립시다. 그리고 우리 식으로 농촌문화주택과 같은 집들을 50여동정도 짓고 거기에 한칸씩 더 달아 온천치료실을 꾸려 어떤 추위속에서도 겨울을 느끼지 못하게 해줍시다.》

장군님께서는 문득 뭔가 미홉한 생각이 드시여 저기 산발너머 아득히 먼곳을 바라보시였다.

그이께서는 잠시 온 나라의 맥박을 짚어보시는 심정으로 이 나라 방방곡곡에 널려있는 온천과 약수터들을 생각해보시고나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자금이 좀 들더래도 온 나라 료양소들을 그렇게 꾸려줍시다.》

다심한 어머니의 마음이 뜨겁게 어려오는 장군님의 음성에서 다시는 이 땅에 어제날의 슬픈 노래가 순간도 흐르지 않게 하시려는 굳은 결심이 굽이쳤다.

광웅의 작은 가슴은 더욱 큰 격정에 북받쳐 세차게 들먹이였다.

《앞으로 온천이 있는 곳에 다른 시설을 꾸리거나 더운물을 뽑아 병치료에 지장을 줄 때에는 그가 누구든 용서하지 말아야겠소.》

인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시는 장군님의 열화같은 마음은 동행한 일군들의 가슴뿐만아니라 마가을의 찬공기마저 화끈 달구어놓는듯 하였다.

총참모장이 산릉선을 휩쓸며 지나가는 검은구름장들과 그 구름에 실려오는 재빛어둠을 얼마간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더니 장군님께 나직하나 초조한 어조로 말씀을 올리였다.

《최고사령관동지, 더 지체해선 안될것 같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귀시리게 들려오는 찬바람소리를 잠시 듣고계시더니 말씀하시였다.

《빨리 료양소로 떠납시다.》

모두 놀라움을 숨길수 없어하는데 장군님께서는 힘을 주어 계속하시였다.

《거기부터 들려가야 하오.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 인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소. 어서 가 새 건물들을 앉힐 터전부터 잡아줍시다. 봉임할머니한텐 아들이 직접 갔다오는것이 좋을것 같소. 광웅동무, 어서 강동으로 가 어머니를 모셔오시오. 더운물은 곧 나올것이라고 전하구 어서 와 온천치료를 하란다고… 그래서 오래오래 건강하길 바란다고 말씀드려주시오.》

《장군님!》

변함없는 믿음과 애정이 파도쳐오는 장군님의 말씀에 접한 광웅의 두눈에서는 뚝을 터친 골개물과 같은 눈물이 쏟아져내리였다.

장군님께서 타신 승용차에서 시동이 걸리는 부드러운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빨간 미등이 켜졌다.

그 빛발에 빨갛게 물들어 불꽃같아보이는 눈송이들이 가볍게 춤을 추듯 맴돌며 대지에 차분히 내려앉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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